[ 꿀끄꾸끄륵끅-! ]
사람들은 끔찍한 생김새의 괴생물체를 보고 비명을 질렀다.
하늘에서 뚝 떨어진 그 거대한 괴생물체는 서울 도심의 8차선 도로를 마비시켰다.
버스보다 커다란 크기의 괴생물체는 마치, 진흙으로 구운 팬케이크 여러 장을 겹쳐놓은 듯한 색감과 형태를 가지고 있었다. 당장에라도 흘러내릴 것 같은 피부는 코어를 중심으로 파도처럼 요동쳤는데, 그때마다 혐오스러운 점액질이 도로 위로 떨어지곤 했다. 날카로운 이빨이 삐죽인 동그란 터널 같은 입은, 늘어났다 줄어들었다 하며 듣기 싫은 비명을 쏟아냈다. 좀 더 자세히 살피면, 몇 개일지도 모를 작은 눈들이 피부에 파묻혔다 드러났다 하며 사방을 주시했다.
정말 비명을 지르지 않을 수가 없는 끔찍한 괴물이었다.
겉으로 보기에도 그렇듯이 그 괴물은 다리가 없어서 그랬는지, 그 자리에서 꼼짝하지도 않았고, 덕분에 사람들은 무사히 도망칠 수 있었다.
용기 있는 자들은 먼 거리에서 스마트폰으로 괴물을 촬영하기도 했다.
한데 잠시 뒤,
[ 끄꿀끄꾸륵끅 끄-!! ]
하늘이 찢어져라 비명을 지른 괴물의 입이 점점 확장되더니, 그 속에서 커다란 점액 덩어리를 뱉어냈다!
" 꺅!! "
스마트폰으로 찍던 사람들도 그 모습을 보자마자 뒤돌아 도망갔다. 더는 촬영할 용기가 없었다.
이 괴물을 처지 하기 위해 당장에라도 인류의 화력이 집중되어야 할 것 같은 그 순간,
" 어?? "
괴생물체는 처음에 뚝 떨어졌던 것처럼, 다시 뚝 하늘로 솟아올랐다.
사람들은 불안에 떨며 하늘만 쳐다보았다. 언제 어디서, 내 머리 위로 괴물이 떨어져내릴지 몰랐으니까. 그러나 괴물은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상황이 진정되자, 이 괴물 사태는 CCTV와 스마트폰 등의 영상으로 전 세계에 알려졌다.
인류는 저마다 수많은 가능성을 제시했다.
" 악마입니다! 지옥의 문이 열려 악마가 나타난 겁니다! "
" 어느 국가의 생체병기입니다! 누군가 끔찍한 괴물을 탄생시킨 게 틀림없다고요! "
" 우주의 괴수입니다! 지구를 침략하기 위해 선발대로 보내진 것입니다! 이제 곧 대규모 침공이 있을 거란 마립니다! "
어떤 의견도 아직은 확실치 않던 다음날. 또다시 인류가 시끄러워지는 일이 발생했다.
[ 끼키키키키키끼익-! ]
하늘에서 뚝 떨어진 괴생물체가 러시아의 붉은 광장을 공포로 물들였다.
비명을 지르며 도망 다니던 관광객들은, 괴생물체를 보며 한 가지 단어를 떠올렸다.
" 에일리언! "
이번의 괴생물체는 저번의 괴생물체와 다른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광택이 느껴질 정도로 새까만 피부는 갑각류의 그것과 같았고, 등뼈가 그대로 드러나 있는 것처럼 얇은 허리가 역삼각의 거대한 상체를 지탱하고 있었다. 심한 장두형의 머리는 2개의 더듬이를 길게 뻗고 있었는데, 그 끝에 달린 눈에서 진물이 방울방울 떨어지고 있었다.
끝이 날카로운 4개의 발을 구르며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돌던 괴생물체는, 그 돌출된 입으로 찢어지는 괴성을 내질렀다.
[ 끼키키끼익-! ]
그와 동시에 괴생물체의 돌출된 입이 더욱 앞으로 튀어나오더니,
[ 끼이이끼힉-!! ]
끈적이는 검은 토사물을 토해냈다! 멀리서 지켜보던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던 그때.
괴생물체가 다시 하늘로 끌어올려 지듯이 뚝! 사라졌다. 또 다행히 괴생물체가 내뱉은 토사물도 약간의 흔적만을 남긴 채 함께 사라졌다.
인류는 일련의 두 사건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했다. 그것들이 지구를 침략한 목적을, 그리고 위협 직전에 그냥 물러간 이유를 궁금해했다.
첫 번째 괴생물체에게 머드맨, 두 번째 괴생물체에게 에일리언 이라는 가칭이 붙은 다음 날.
머드맨이 다시 브라질의 커피 밭에 나타났다.
[ 꾸루끄끄꿀끄꾸륵끅-! ]
이번에도 처음과 마찬가지로 금세 사라지긴 했지만, 인류의 불안감은 극에 달했다.
아니나 다를까, 그날 하루에만 여섯 건의 괴생물체 출몰이 신고되었다.
공황에 빠진 인류는 벌벌 떨었다.
" 외계 괴물의 침공이야! 이제 지구는 끝장이야! "
" 점점 지상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어! 결국, 인류는 멸망하고 말 거야! "
" 지금 부자들은 벌써 방공호로 숨었다고! "
곧바로 식료품의 사재기가 시작되고, 외출이 극도로 자제되었다. 세계 경제가 대공황의 기미로 출렁거렸다.
각 나라는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발 빠르게 전 세계적인 공통 성명이 발표되었다.
[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괴물이 나오는 영화와 현실은 다릅니다! 우리 인류는 절대 약하지 않습니다! 그런 괴물들에게 당하지 않습니다! ]
각 나라는 모든 군대를 전투태세로 배치하면서, 인류의 군사력을 대대적으로 광고했다. 사람들을 안심시키기 위함이었다.
군의 신식 무기 중에는 기존의 상식을 뛰어넘는 것들도 존재하여 사람들을 놀라게 했고, 괴물별 예상 대처법은 시가전부터 공중전까지 모두 빈틈없이 짜여 있었다.
각 나라의 정부는 하나같이 자신 있게 장담했다.
[ 지금도 인간보다 강한 맹수들은 많습니다. 하지만 인류는 그들에게 멸망하지 않았습니다. 인간은 지혜를 사용하고, 도구를 사용하고, 연합을 사용합니다. 인류는 절대 그따위 괴물들에게 무너지지 않습니다! 인간의 강함을 믿어주십시오! ]
각 나라의 정부는 하나의 캐치프레이즈를 공유했다.
[ 괴물은 괴물일 뿐이다! ]
인류의 과학을 괴물 따위가 절대 당해낼 수 없다는 말이었다. 이것은 효과가 있었다.
" 하긴! 그 괴물들이 강해 봐야 얼마나 강하겠어? 인류에게는 핵까지 있다고! "
" 들었어? 만약 에일리언이 음속으로 움직일 수 있다고 해도 대응할 수 있다던데? 완전 대박이다! "
" 머드맨이 만약 무한 증식을 한다고 해도, 순식간에 완전 냉각시켜버리는 무기가 있대! "
" 그래! 괴물은 괴물일 뿐이야! "
인류는 하나가 되어 '괴물은 괴물일 뿐이다'를 외치며 용기를 끌어올렸다.
그러나 다음날. 한순간에 인류의 용기가 와르르 무너지는 사건이 벌어졌다.
" 저, 저건 또 뭐야?! "
마을 하나만 한 크기의 초거대 괴생물체의 등장이었다!
그것은 새하얀 털로 둘러싸여 마치 설산처럼 보일 지경이었지만, 귀가 찢어질듯한 그 괴성은 분명하게 생명체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 워어어어어어어억-!! ]
인류는 할 말을 잃었지만, 다행히 이 괴생물체도 금세 왔던 것처럼 감쪽같이 사라졌다.
머드맨과 에일리언에 대한 대처만을 생각하던 인류는 난리가 났다.
" 저런 괴물을 어떻게 죽여?! 핵폭탄이라도 터트려야 해?! "
그뿐만이 아니었다.
두 발로 걷는 코끼리를 연상케하는 괴물, 온 몸이 네모나게 각진 괴물, 수백 개의 눈을 가진 호두과자 형태의 괴물까지!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물들이 지구에 등장했다가 사라졌다.
단 4일. 인류는 괴물 출연 4일 만에 절망적인 미래를 그리기 시작했다. 과연 인류의 과학으로 저 괴물들을 물리칠 수 있을까? 핵을 사용한다면 지구가 온전할 수 있을까?
한데 그날 저녁,
" 엇! 저건?! "
가장 처음 '머드맨'이 떨어졌던 서울 도심의 그 자리에, 뜻밖의 괴생물체가 떨어져 내렸다.
그것은 3m정도 크기에 푸른 피부색을 가지고 있긴 했지만, 분명한 인간형이었다! 머리카락이 있고, 의복을 갖추고 있는.
당장 주변의 모두가 비명을 지르며 대피했지만, 괴물 최초 발생지를 취재하고 있던 방송국의 몇몇은 그렇지 않았다. 아나운서가 도망가도, PD가 용기 있게 앞으로 나서서 그것을 향해 소리쳤다!
" 이보십시오! 이보십시오! "
괴생물체는 힐끔 그를 돌아보더니, 자신의 머리를 가볍게 터치했다.
[ 아 아. 들리십니까? ]
PD는 대화가 통한다는 사실에 눈을 부릅뜨며 카메라맨을 돌아보았다. 떨리고 있긴 했지만, 생방송은 확실하게 송출되고 있었다.
곧바로 질문을 던지는 PD,
" 다, 당신은 외계인입니까?! "
[ 그렇습니다. ]
그 말을 듣자마자 PD는 눈을 부릅뜨며 수수께끼를 풀었다!
" 그, 그렇군! 그 괴물들은 모두 당신네 종족이 지구에 풀어놓은 것이었어! 우리 지구를 침공하기 위해서! 그렇지?! "
PD의 커다란 외침에, 방송을 보던 모두가 '아!' 깨달았다. 드디어 괴물들의 수수께끼가 풀린 것이었다.
한데? 외계인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 그렇지 않습니다. 저희는 지구를 침공할 계획이 없습니다. ]
" 그, 그럼!! 그게 아니라면 당신의 목적은 무엇입니까?! 도대체 그런 괴물들을 자꾸 지구에 풀어놓는 이유가 뭐란 말입니까?! "
이 순간, 지켜보는 모두가 궁금해하는 질문이었다.
그리고 외계인은 그 질문에 기꺼이 답해주었다.
[ 저는 '원정 출산'을 하러 왔습니다. ]
" ......예?? "
[ 4일 전, 이 지구가 '개발도상지역'으로 지정되었습니다. 지구의 주민권을 획득하면, 평생 세금 혜택을 볼 수 있죠. 그래서 이렇게 원정 출산을 하러 온 겁니다. ]
" 워, 원정 출산...?? "
[ 다른 분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분들도 모두 세금 혜택을 노리고 원정 출산을 오신 겁니다. ]
" 예? 다른 분이라면.. 그 괴물들이 말입니까?? "
[ 괴물이라니요? 그런 고등 종족분들을? 그분들은 버튼 하나만으로도 지구를 날려버릴 기술력을 가지고 계십니다. 실례지만, 지구인들은 그분들의 우주선조차 파악 못 하지 않았나요? ]
" ... "
지켜보던 모두가 할 말을 잃었다.
그래도 다행히, 지구에 원정 출산을 온 외계인들이 인류를 멸망시키거나 하는 일은 없다는 게 확인됐다.
이 소식이 전 세계로 전해지자, 인류는 크게 안도했다.
" 어휴~ 그런 거였어? 괜히 쫄았네! "
" 아~씨! 라면 사재기한 거 어떻게 다 처리하지? "
" 저것들은 괜히 사람 놀라게 하고 말이야! 원정 출산? 참나! "
그러나 누군가는 말했다.
" 저는 오늘 가장 무서운 소식을 접했습니다. 저 무한할 것 같은 우주도 결국, 자본주의가 지배하는 세상이란 것 말입니다. "
빵 터트리고 싶은 욕심이, 상상력을 제한하는 것을 느낍니다. 그래서 그냥 막 쓰면서 언젠가 얻어걸릴 그날을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하하하하
항상 감사합니다. 행복하세요!
오오오 선추천 후감상!!!
매번 잘읽고있어요 복날님!!
오유안하는 제 친구한테도 복날님 소설 가끔 보여줘서 같이읽어요 ㅠㅠㅜ 정말 가둬놓고 글만쓰게하고싶당...
으오앙!!! 저도 선추천 후감상 고!!
세, 세금… 시무룩
고등종족과 하등종족은 나뉘지 않아요
문명의 혜택을 받냐 아직 못받았냐가 다를 뿐.
추천을 하려고 회원가입했는데 신규회원은 추천할수 없다네요 ㅠㅠ
우연히 오유앱을 깔게되고 또 우연히 복날님 글을 정주행하면서 저도 모르게 팬이 됐네요^^
너무 잼나고 기발한 상상력에 매번 놀라고 있어요!
복날님 매일매일 복날님글만 기다리는 팬입니다.
모든글들이 저에게는 빵빵터지는 대작입니다.
부답가지지마시고 창작활동해주세요^^!
진짜, 매번 너무 좋은글 써주셔서 고맙습니다.
이번편도 인간의 무지함과 거만함이 돋보이네요ㅋ
핵이 최고무기라고 자부해봤자. . . 버튼하나로 지구펑ㅋㅋㅋ
근데, 항상 보여주던 외계인들과는 약간 다르군요.
결국 탈세가 목적인 나쁜 외계인들!!!ㅋㅋㅋ
사람 사는 거 다 똑같다더니...ㅠ 지구 박살은 안 나서 다행인건가여
담뱃값을 올리든 유류세를 올리든
이니 하고 싶은 거 다 해~
와 정말 항상 좋은 소재
탄탄한 문장력
오유 자작소설 중 군계일학
고등생물도 세금이 무섭기는 한가보네욬ㅋㅋㅋㅋ 하 내 세금
아마 우주에 미개척지 개척 같은 걸 장려하기 위해서 미개척지(자기들 입장에서)에서 출산을 하면 세금혜택이나 기타 여러 혜택을 주는 것 같군요.
그런데 외계인들 입장에 지구를 보니까 생태계도 괜찮고, 문명도 낙후되어서 자기와 아이한테 별로 피해도 안갈 것 같으니까
원정출산용으로 사용하는가보군요.
재밌게 읽었어요!!
대단한 상상력이십니다!
존경합니다!
너무 재미있게 잘 보고 있습니다
팬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