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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삼 고마운 시누이

바쁘니까 쑴체 양해부탁해요~^^
신랑은 한살 위 누나만 있쑴.
시어머님 성격이 한마디로 장군감이신데 오로지 아들이 최고이심.
난 친정엄마가 결혼전에 암으로 돌아가셨는데 결혼하고 아이낳아 키우면서 친정엄마가 매일매일 그리웠쑴.
결혼하고 2년정도 시댁에서 살았는데 시어머님께서 식사할때 맛난 반찬 아들 밥그릇에 자주 올려주고 그러셨쑴.
내가 못되서 그랬겠지만 그땐 엄마없는 설움이 너무 커서 그게 넘나 싫었쑴.  
그러다 하루는 시누이가 같이 식사하다가 시어머님께 한소리 했쑴.
"엄마, 그러지마!! 그거 얼마나 꼴불견인지 알아? 애도 아니고 다커서 자식까지 있는 애한테 왜그래? 알아서 먹게 냅둬!!"
이 한마디가 왠지 엄마없는 내 설움을 알아주는것 같아서 너무나 고마웠쑴.
그 뒤로 어머님의 밥상에서 아들 반찬놔주기는 없어졌쑴.
그러다 둘째를 임신하면서 분가를 하게 됐쑴.
근데 시어머님께서 아무때나 연락도 없이 불쑥불쑥 찾아오시고 그러셨쑴.
그러자 시누이가 그랬쑴.
"엄마, 그러지마!! 그거 얼마나 불편한 줄 알아? 왠만하면 가지말고 꼭 가야할 일이면 미리 연락이라도 하고 가!!"
그뒤로 어머님 왠만하면 오라고 부르심.
(바로 옆동네 살았어서 그게 편해쑴.)
그뒤로는 특별히 어머님과 트러블은 없었고 힘들고 고단하게살아오신 어머님의 인생이 느껴지기 시작할때쯤 위암 3기 선고 받으셨쑴.
수술날짜가 둘째 돌잔치 예약한 바로 전날이라 전부 다 취소했는데 그걸 항상 맘에 두고두고 둘째손자한테 미안해하셨쑴.
항암과 재발을 반복하며 4~5년을 투병하시다가 내가 셋째를임신하게됐쑴.
항암으로 입원하실땐 불룩한 배를 하고 모시고 갔고 퇴원은 시누이가 시켜드리고 그랬었쑴.
근데 시어머님께서 셋째임신하니 정말 달라지신게,..
시에서 노인일자리 만들었는데 (공공.. 뭐라 했는데 기억이 나지않쑴. ) 거길 나가시는거였쑴.
워낙 밖에 놀러가시는거 좋아하시고 사람 만나는거 좋아하시지만 일을 해서 돈을 버는건 다르니 가족이 모두 말렸는데
"손녀(딸인걸 알고계셨쑴.)한테 선물해주고 싶어 그런다" 며 결국은 그 몸으로 일을 하셨쑴.
그렇게 버신걸로 나 맛난거 몸에 좋은거 사 주시고 애기 용품 사라고 용돈도 주셨쑴.
손자 둘만 있을땐 식후에 마실 커피도 아들이 못타게 했는데 셋째 생기고 나니 아들한테 커피는 물론 설거지도 시키셨쑴.
"난 애를 둘은 키워봤지만 셋을 안키워봐서 얼마나 힘들지 상상도 안된다.  이젠 너(어머님의 아들이자 내 신랑)도 이런 집안일도 하면서 도와줘야돼. 둘 키우기도 힘든데 셋은 오죽하겠냐!!" 하셨던 그때를 지금도 잊지못하고 있쑴.
시댁에 식사하러 가면 "너 이거 잘먹잖아~" 하심서 나 좋아하는 음식 만들어주시고 남은거 싸그리 싸주시고 밥먹고 나면 쉬라 하셨쑴.
설거지는 신랑이~^^;;
그런 셋째가 구순구개열로 태어나서 실망하실까봐 정말 걱정 많이 했는데 오히려 위로해주심.
사고라고 생각해라, 너무 이쁜 아가라서 삼신할매가 심술 좀 부렸나보다, 하시며 누구보다 아픈 손녀를 끔찍히 사랑해주셨쑴.
결혼초창기에 고부갈등을 시누이가 잘 해결해준 덕분에 시어머님과 잘 지낼 수 있었쑴.
그런 시어머님께서 막둥이 6개월 접어들때쯤 병을 이기지 못하고 돌아가셨쑴.
이제 어머님이랑 많이 가까워져서 같이 시장도 다니며 딸래미 옷구경도 하면서 비싸고 좋은건 아니라도 작은것이라도 선물도 해드리고 해야지 하며 꿈에 부풀어있었는데 너무 슬펐쑴...ㅠ
그 후로도 시누이는 홈쇼핑같은데서 1+1 좋은거 나오면 사서 나도 꼭 하나씩 챙겨주고 가끔 애기 옷도 이쁜거 있으면 선물해주곤 했쑴.  그 당시 여성 의류 만드는 일을 했는데 내 옷도 챙겨주고 해서 10년동안 난 청바지외엔 옷을 사본적이 거의 없었쑴.
지금은 시아버님도 돌아가시고 사는곳이 전보다 좀 멀어지기도 했고 아이들이 점점 크면서 서로 사는게 바쁘다보니 가끔 안부전화 주고받는 정도지만 지금도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갖고 살고 있쑴.
언니, 정말 고마웠어요~♥
* 여담이지만 시어머님께서 돌아가시기 일주일전 항암치료를 하고 퇴원하셨는데 점점 기력이 떨어지셔서 다시 병원에 입원하셨쑴.
어머님 손 꼭 잡고 좋아지실거라고 조금만 더 힘내시라고 하고 돌아서는데 왠지 안아드리고 싶어졌쑴. 근데 너무 힘들어하시고 이미 자리에 누우셔서 편히 쉬시라는 마음으로 아쉽지만 그냥 집으로 돌아왔쑴.
근데 그날밤, 다 자고 막둥이랑 둘이 누워 놀고 있는데 이 녀석이 갑자기 방문쪽을 보며 막 울어댔쑴.
한번도 그런적이 없었던터라 나도 많이 당황스러웠쑴.
아무리 달래도 울음을 그칠 줄 모르는데 관찰해보니 문쪽만 보며 울길래 아이가 문 반대쪽을 보게 몸을 돌려 서면 다시문쪽을 바라보며 울기를 20여분정도...
그러더니 언제 그랬냐는듯이 곤히 잠이 들었쑴.
순간 불길한 생각에 병원에 전화해볼까 했지만 방정맞은생각하지말아야지 맘잡으며 잠들었는데..
새벽에 시누이가 울면서 전화왔쑴.
"엄마가 많이 위독해...빨리 와"
부랴부랴 아기는 옆집에 잠시 맡기고 병원으로 달려감.
밤새 이미 온몸의 혈관이 다 터져서 귀 코 등으로 피를 엄청 흘리셨다함.
의사말이 지금 의식이 없을뿐이지 신경은 살아있어서 온몸으로 고통을 느끼고 계신거라고, 너무 힘든 시간을 보내고 계신거라 하셨쑴.
결국 시어머님은 나랑 손잡고 시장도 한번 못가보고 돌아가심...ㅠ
전날 밤 아마 막내손녀한테 인사하러 오셨던건 아닌가 싶음.
나도 그때 병실나오기전에 꼭 안아드리지못한게 지금도 후회됨.
딸같은 며느리라고 하신적 없지만 며느리 힘들게 안하려고 노력해주신 시어머님이셨쑴.
친정엄마의 고등어조림과 김치찌개, 시어머님의 김치지짐과 나물무침이 유독 먹고 싶은 날임..ㅠ
댓글
  • 눈팅만합니다 2017/06/23 01:09

    하늘에서 친정어머니랑 시어머니랑 만나셔서 쓰니님 지켜보고 계실거예요.
    얘가 어릴땐 이랬다고 친정엄마가 흉보면 그래도 며느리가 이렇게 나한테 잘해줬다고 시어머니가 실드도 쳐주고 하면서요.
    쓰니님은 그저 두 엄마들 걱정안하시게 웃으며 행복하게 지내시면 될거같아요.
    쓰니님 가정에 행복과 건강을 기원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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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란이랑 2017/06/23 02:14

    할머니가 막내손녀한테 인사하러 들리셨나봐요.괜스레 그부분부터 눈물나네요^^; 아가들 건강하게 잘 크고 쓰니님 부부 행복하라고 지켜주고 계실테니 항상 행복하시길!!아참..시누되시는분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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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톱깎이인형 2017/06/23 02:52

    코가 찡하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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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엄마는중2병 2017/06/23 03:34

    아, 하나더 생각난김에 써본다면
    어머님께서 둘째한테 두고두고 미안해하셨다고 했는데 그만큼  각별하게 챙기셨거든요.
    둘째도 그런 할머니를 잘 따랐었구요.
    장례식 중 염할때 아이들을 안데리고 들어갔는데 어느새보니 첫째랑 둘째가 왔더라구요.
    마침 염도 거의 끝나갈때라 할머니한테 인사라도 하라고  데리고 있었어요.
    염 다 끝나고 마지막으로 고인에게 인사하라고 해서 둘째한테 할머니께 마지막으로 인사드려야지? 했더니 잠깐 갸우뚱하더니 뜬금없이 "할머니도 다음에 잘 생기게 태어나세요!!" 하더라는...
    다들 울다가 얘땜에 웃음참느라 애먹었던 기억이..ㅠ
    그때 둘째가 6살 이었는데 장례식 끝나고 2주정도 지나서 신랑이 둘째 목욕시키다가 갑자기 그때 일이 생각나더래요.
    그래서 그때 왜 그렇게 인사했냐고 물었더니
    손가락 두개 펴면서 "할머니가 우리 **이 잘 생겼어, 잘 생겼어!! 하고 두번이나 나한테 얘기했어!! 그래서 나도 할머니 잘 생기게 태어나라고 한거야~" 라고 대답하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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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레드a 2017/06/23 05:20

    짠 하네여 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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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으른여우 2017/06/23 06:07

    왜 아침부터.....
    울리고 그러세요 ㅜㅜ 넘 좋은 가족을 두셨네요. 남은 가족들과 남은 시간들 행복하게 보내시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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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까나리워프 2017/06/23 06:50

    울 할머니 돌아가시던날 새벽 꿈자리에 할머니가 멀리 지방에 있는 제 방문을 열고 절 보며 웃으시던 기억이 나서 지금 좀 놀랐습니다. 그때 지방이어서 상태도 정확히 몰랐고, 그냥 세상에는 설명할 수 없는 일이 가끔 있구나 라고 넘어갔는데. 글쓴님 막둥이 얘기 듣고는  그때 생각이 나네요. 인간이 모르는게 참 많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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