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 바디들의 강한 컨트라스트에 대한 사견

게시판에 보면 요즘 신형 미러리스 바디들의 강한 컨트라스트에 대한 의견이 종종 올라옵니다. 그것이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분명 예전 DSLR의 그것과는 많이 다른 느낌이라는 거죠.
하지만 그 컨트라스트 높아졌다는 요즘 미러리스 바디들도 예전 필카와 비교하면 기본설정 기준으로 여전히 컨트라스트가 낮은 편입니다. 물론 필카도 필름에 따라서 컨트라스트가 높고 낮은 차이가 있었지만 분명 디지털 카메라들에 비하면 컨트라스트가 굉장히 높죠. 초창기 디지털 SLR 태동기에 디지털로 사진에 입문한 사람들이 필카 사진보고 와~하게 되는 이유 중 가장 큰 비중이 계조나 관용도보다 아마 컨트라스트 차이였을 겁니다. 제일 눈에 확 띄니까요. 디지털 카메라가 한참 인기를 끌어서 사진인구가 많이 늘어난 시점에 한때 반짝 광적인 인기를 끌던 로모 카메라의 인기 역시 필름이라는 매체가 가진 강한 컨트라스트의 결과물이(거기에 더해 엄청난 비네팅이 컨트라스트를 더 높게 보이게 만드는 효과) 흐리멍텅한 디지털 이미지에 익숙하던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기실 DSLR 시절의 컨트라스트 낮고 부드러운 느낌의 사진은 의도된 것이라기 보다는 당시 촬영소자나 기술적 한계에 따른 노출관용도 부족을 극복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입니다. 조금만 컨트라스트 올리면 화이트홀이 뻥뻥 뚫리니 어쩔 수 없었겠죠. 일례로 최초의 풀프레임 DSLR이었던 콘탁스 N Digital의 경우 기본 설정의 jpg로 촬영하면 컨트라스트가 엄청나가 낮았습니다. 하지만 그 낮은 컨트라스트에서도 화이트홀이 뻥뻥 뚫리던 슬픈.. RAW로 촬영하면 괜찮았는데 그럼 ND특유의 색감이 안 올라왔죠. 세월이 흐르고 기술이 발전하면서 표현할 수 있는 노출 범위가 넓어지면서 카메라 제조사들이 기본 설정단계에서부터 보다 적극적으로 콘트라스트를 올리게 되었다고 봐야할 겁니다.
최신바디의 강한 컨트라스트의 또 다른 이면은 신형 렌즈들입니다. 2010년대 중후반 이전의 올드렌즈 시절에는 대부분의 렌즈들이 최대개방에서 컨트라스트가 꽤 낮았습니다. 예를 들면 EF 50mm F1.2L렌즈의 경우 최대개방 컨트라스트가 매우 낮아서 이 렌즈를 최신 미러리스 바디에 결합하여 최대개방으로 사용하면 RF렌즈들의 쨍함과는 비견되는 흐리멍텅한 사진이 나옵니다. 물론 흐리멍텅 렌즈 + 흐리멍텅 바디(보너스로 핀 오차)의 결합인 DSLR 시절보단 쨍해집니다. 그에 비해 RF 50mm F1.2L 렌즈로 촬영한 사진은 최대개방부터 컨트라스트가 강하고 사진이 쨍합니다. 요즘 나오는 미러리스 렌즈들은 특히 ,RF L시리즈나 소니 GM 시리즈 같은 고급형 단렌즈의 경우 대부분 최대개방 혹은 반스탑만 조여줘도 컨트라스트가 거의 최대치 수준으로 나오더군요. 또한 샤프니스가 높으면 컨트라스트와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사진이 더 선명해 보입니다. 신형 렌즈들은 대부분 개방 해상력이 상당해서 이 또한 한몫 할 거고요.
결과적으로 최근 나오는 미러리스들이 컨트라스트가 높은 건 맞지만 그건 단순히 제조사가 컨트라스트를 올리는 것이 아니라 여러가지 상황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발생한 흐름인 것 같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론 이제야 디지털 사진이 예전 필름카메라의 결과물이랑 비슷한 수준의 느낌으로 올라서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단순 해상도 문제가 아니라 컨트라스트, 색재현력 등등을 종합했을 때요. 물론 아직 갈 길은 멀고, 감성의 차원에선 영원히 필름을 넘어설 수 없겠지만요.
아래 사진은 R6에 EF 50mm F1.2L렌즈를 가지고 1.2와 2.8로 촬영한 결과물 차이입니다. 완전히 같은 장면은 아니라서 단순비교는 어렵지만 확인히 컨트라스트 차이가 나는데 RF 단렌즈를 가지고 촬영하면 이 정도 차이는 안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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