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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번째 만남에 소개팅남 앞에서 엉엉 운 썰

소개팅을 했어요!


의사더라고요


세상에나... 레지던트가 그렇게 바쁜지 첨 알았습니다


그것도 외과 레지던트 1년차!!


그래서 첫 만남을 병원에서 하게 됐어요 그것도 돌아가신 저희 엄마 항암치료하던 병원에서 ㅎㅎ


첫 만남에서는 병원 바깥 공간에서 만나서 밥먹으러 움직여서 별 느낌은 없더라고요 ㅎ


엄마 돌아가시고 처음 와보는 병원이라 '와... 새록새록 하네...' 요 정도의 느낌이었죠.


그리고 나서 두 번째 만남도 그 병원에서 보게 됐는데요!


두번째 만남은 저녁을 같이 먹기로 한 날이었는데, 그날은 소개팅남의 당직 날이었어요

병원 도착해서 기다리고 있는데 드레싱 마치고 가겠다고 방번호가 이거라고 당직실에 잠깐 가 있으라고 그러더라구요


음... 좀 아주 조금 당황했지만 일단 그리로 향했습니다 ㅋ

당직실로 가는길은 병실로 가는길이었고, 아 뭔가 엘레베이터 타기에 기분이 쫌 이상? 해서 그냥 계단으로 걸어 올라갔지요 ㅎㅎ

캬하....

당직실은 병실 중간에 휴게소와 마주하고 있는 공간에었고 타인의 공간(?)에 함부로 들어갈 수가 없어서 휴게실에서 그냥 멀뚱하니 기다리고 있었어요.


어익후 아니 근데 휴게실에 앉아 있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르르르륵 주르르르르륵 나오고 있는거 아니겠습니까


급 당황 ㅋㅋㅋ


저 20살 1학기 마치자마자 아팠던 엄마를 모시고와서 항암 치료했던 기억

대학교 졸업 1년 전 엄마의 암이 재발해서 다시 항암치료 시작하고


급속도로 안좋아져서 폐에 물이차고, 숨을 못쉬던 엄마 기억.... 결국은 폐에 칼을 대고 물을 빼내던 기억

몇 시간 간격으로 열이 오르고 내리며 땀 흘렸던 모습... 다인실에서 1인실로 옮겨가던 상황까지 돌아가시진 않을 꺼라 믿고 침대를 옮겼던 그 상황... 몸속에 있는걸 모두 다 비워내고는 침대에 누워있는 모습...


드디어 마지막이라는 걸 깨닫고 엄마 붙잡고 왜 그렇게 일찍 가려고 하냐 했더니  마지막으로 했던 '다 잘 풀릴거다 ' 하던 말...그리고 임종까지....

아.... 모든 기억들이 막 눈앞에 휙휙휙휙 지나가더라고요


휴게실에 다른 사람 두 세명이 앉아있었는데, 도저히 안되겠어서 탕비실 쪽으로 가서 눈물을 콸콸콸콸 쏟아냈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눈물바람이어서 저도 참 당황스럽더라고요 ㅎ 곧 소개팅남도 볼 상황인데.....흑....

한참을 울고 있다가 어디냐고 물어봐서 ' 탕비실인데 오지마세요 ㅋㅋㅋ' 했습니다.

와서는 놀란 토끼눈을 하고선 절 쳐다보더라고요 ㅎㅎ

첫 만남에서 해당 병원에 얽힌 이야기를 살짝 해줬었지만 얼굴이 퉁퉁 부을 정도로 울고있으니 당황스러웠겠죠 ㅋㅋㅋㅋㅋㅋㅋ

"아 오빠 미안해요 ㅋㅋ 이럴 줄 몰랐는데 막 눈물이 콸콸콸콸 쏟아지네요 ㅋㅋ당황하게 해서 미안~~" 


웃으면서 얘길 했는데 그래도 눈에서는 눈물이 주르르르르륵 나오더라고요 ㅋ


토닥토닥 거려주고는 조금 진정을 하고 물 마시고 밥먹으러 차로 움직였습니다.


지하주차장에 차를 대놨다고 지하로 가야한다고해서 엘레베이터 타고 가면서,


"어후 다큰애가 막 질질 짜서 좀 당황했죠? ㅋㅋㅋㅋㅋㅋ" "어후 야 남의 직장에와서 뭐하는거야 ㅋㅋㅋ" 하며 농담하면서 지하로 내려갔어요


내려갔는데,


하....... 지하주차장이 장례식장이랑 복도로 연결되어 있는 공간이더라고요....


"오빠 여기 설마 장례식장이랑 연결되어 있는 복도에요?" " 어..."


엄마 임종을 보고 시신을 싸맨 침대를 장례식장 직원이랑 긴긴 복도따라 끌고 갔던 기억이 또 눈앞에 아른거리더라고요

엉엉대고 울면서 시신을 옮겼던 그 상황이 생각나더라고요


저는 또 눈물이 폭발해버렸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소개팅남은 또 급 당황 ㅋㅋㅋㅋㅋㅋ


"OO야 옆에 블랙박스가 너 우는거 다 찍고있겠다.."   "앗 얼렁 오빠 차 문좀 열어주세요 엉엉엉엉"


이러고 후다닥 차에 달려가서 한참을 울다가 진정 하고 밥먹으러 움직였습니다


차 안에서 머리를 쓰담쓰담 해주더라고요 ㅎㅎ 정신없었는데 뭔가 안정되는 기분 ㅎㅎ


뭐 큰 액션을 해준거는 아니지만 울고 있을 때 그렇게라도 해주는 사람이 있으니 뭔가 좀 따뜻한 느낌이더라고요 ㅎㅎ


밥먹고 좀 걷다가 헤어지고 돌아왔어요 ㅎㅎ


아직 세번째 만남 전이고요 ㅋㅋㅋ


두 번째 만나고 와서 정신과 치료 받고 있는 의사선생님한테 이러쿵 저러쿵 얘기를 다 했는데,


잘 울었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남자앞에서 운건 진짜 잘했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연애 잘 되길 빈다며 ㅋㅋㅋㅋ


에휴 이번주 주말에 또 병원가서 볼 예정인데 음.... 잘 될까요? ㅋㅋㅋㅋㅋ

잘돼도 걱정이네요 넘나 바쁜직업이라...ㅋㅋ 이상 연애 넘나 오래못한 처자의 주저리 주저리 였습니다 ㅋㅋ



댓글
  • 쌔옹지마 2017/06/14 16:12

    와 인터넷 소설 읽은 느낌, 소설 같이 잘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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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후훗 2017/06/14 16:13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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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레뎃뎃뎃걸 2017/06/14 16:13

    슬픈일이 떠올라 우신거지만, 씩씩하게 이겨내는 작성자님이 참 사랑스럽네요.
    아마 소개팅하신 분도 그런 생각하시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어요.
    행운을 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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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푸른빛기억 2017/06/14 16:37

    잘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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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곰식이이 2017/06/14 18:37

    남자앞에서 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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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잉11 2017/06/14 18:39

    어우... 난 부모건재하신 아재인데요.. 이글보고 물론 슬프진않은데 울뻔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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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연수어 2017/06/14 18:39

    남자 앞에서 운게 잘한건가요?;;;;  정신과의사 말이 이해가 잘 안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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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얀콩떡 2017/06/14 18:42

    왜자꾸 병원으로 오란대요 생각나게 ㅜㅜ..
    담번에 가실땐 최대한 눈물샘 안터질만한 장소로
    요잇조잇 피해서 가세요..
    안아드리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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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편적인진리 2017/06/14 18:46

    밝게 웃으며 밝게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 슬픔의 압도적인 무게가 느껴지네요
    힘내시고 다 잘풀리시라고 추천이라도 놓고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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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모니동거인 2017/06/14 18:46

    저도 엄마 돌아가신지 8년 됐거든요. 티비에서 그 병원 이름만 나와도 울컥 해요. 병실 호수도 기억나지 않지만 막상 가보면 다 떠오를 것 같아서......그 병원이 있는 동네 근처엔 얼씬도 안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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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acrimosa 2017/06/14 18:53

    혼자 외롭게 살아가지 말라고 어머님이 보내주신 분이길...! 행복해지셨으면 좋겠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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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쿠키쿠키쿠키 2017/06/14 18:56

    음? 어머니 보내드리고 슬픈거 <<<<<<<<<<<<< 의사랑 또만나야지 오예
    나라면 ㅋㅋㅋ 안나올거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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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의뉴스 2017/06/14 19:03

    여 병원에 좋은 사람있으니 연결해 줘야지 하고
    하늘에서 보고 계시다 인연 이어주신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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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적소양 2017/06/14 19:05

    어머님이 좋은분 점지해주셨을거같아요!!!
    앞으로 잘되시길 바라요 화이팅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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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스바리공가 2017/06/14 19:13

    다 잘 풀릴거다...라는 어머님 마지막 말씀처럼 어머니 기리는 예쁜맘처럼 좋은 인연 만나셨으니 행복한 결말 기대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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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inkinpak 2017/06/14 19:14

    저도 아버님 돌아가신 병원 다시 가기 싫더라구요.. 어머니랑 마지막 증명서류 떼어 나오면서.. "엄마 우리 다시는 이병원 오지 말자" 했던 기억이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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