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의 하루는 얼마인가요?"
토요일에 샬레에 나타난 노노미가 대뜸 꺼낸 말이었다.
일을 지금의 선생에게 미룬 어제의 선생에게 욕지거리를 퍼부으며 일을 하고 있을 때였다. 누워서 제 얼굴에 침을 뱉는 일이지만 여하튼 그래야 마음이 풀릴 것 같았다.
일이 많지는 않고, 또 토요일에 별다른 약속은 없었으니 잔업비나 벌 겸하여 나왔지만 주말 근무는 출근 전과 후의 의욕이 늘상 극명히 갈렸다.
이런 걸보면 어른과 아이는 그다지 차이가 없는 것 같기도 했다.
그런 와중 어쩐 일로 노노미가 연락도 없이 찾아온 것이다. 조금 늦은 오전이지만 샬레와 아비도스의 거리를 생각한다면 꽤나 이른 아침부터 전철을 타고 왔다는 걸 짐작할 수 있었다.
예고치 않은 손님이었으나 문제가 되진 않았다. 집중력이 떨어져갈 때, 노노미가 때맞춰 챙겨온 간단한 간식 거리와 커피는 차치하더라도 선생은 휴일과 밤낮을 가리지 않고 고민을 들고 찾아온 학생들의 이야기를 기꺼이 들어줄 정도의 의지는 있었다.
여하튼, 그도 교육자의 말석이나마를 더럽히고 있는 몸이었으니 응당 해야할 것이기도 했고.
그렇게 방실방실 웃으며 샬레에 나타난 노노미가 인사를 건네자마자 한 말이 저것이다.
의도가 짐작되지 않는 질문에 선생의 답변이 늦어지자, 노노미는 아차 싶었다는 듯 가볍게 손뼉을 치며 설명을 이었다.
"앗, 그러니까, 선생님이 하루에 얼마나 받으시나 궁금했어요!"
뭐야, 그런 뜻이었나. 선생이 소파에 몸을 파묻었다.
돈은 직업을 선택하는데 꽤나 중요한 요소였다. 급여, 사람, 업무. 셋 중 두 가지가 맞으면 허튼 생각 말고 계속 그 직장을 다니라했다. 더욱이 안타까운 이야기지만, 아비도스의 재정 상태를 생각한다면 그 중요성은 꽤나 올라가기도 할 터였고.
하지만 그렇다 치면 번짓수를 잘못 짚었다 할 수 있었다. 선생도 엄연히 학교─선생 같은 경우는 샬레에 고용된 일종의 직원이라 할 수 있었다. 따지고 보면 '교직원'이라 불리지 않는가.
그러니 얼마간 급여가 나오기는 했지만, 그 액수가 빈말로라도 넉넉하다고 말 할 수는 없었다.
학생을 가르친다는 그 일에 보람을 느끼지 못한다면, 이 일도 오래 해먹을 일은 아닌 셈이다.
물론 노노미는 화려한 금빛으로 빛나는 카드가 있으나, 학교를 위해 그 카드를 쓰고 싶지는 않아했다. 정확하게는 호시노가 막은 듯 했다.
노노미는 아쉬워 했지만, 억지로 그 카드를 사용하지 않는 것을 보면 또 아비도스의 다른 친구들의 의견을 존중하는 듯 했으니. 노노미 나름 고민이 있을 것이다.
교사라는 직업에 대한 환상을 깰 수도 있지만, 선생은 솔직히 답하기로 했다.
"으음, 솔직히, 샬레 소속이라 선생 치고는 꽤 나오긴 하지만, 그렇게 많은 돈은 아니야. 대충 한 달에 이 정도. 세금은 안 떼고."
"응응, 그러면 하루에 이 정도겠네요!"
"잔업 같은 걸 빼면 대충 그 정도겠지?"
눈을 빛낸 노노미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방긋 웃으며 손가락 세 개를 펼쳐 들곤 말을 이었다.
"그러면, 세 배를 드릴테니 선생님의 오늘 하루를 살게요!"
덜컥, 선생의 움직임이 멈췄다. 대체 무슨 소리를 들은거지?
"앗, 부족했나요? 그럼 다섯 배?"
움직임을 멈춘 선생을 바라본 노노미가 고개를 갸웃하더니 다섯 손가락을 모두 펴며 말했다. 급작스러운 제안에 선생은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와중에 다섯 배면 얼마지, 하는 실없는 생각이 들었다.
"응응, 열 배, 열 배 드릴게요!"
그걸 망설이는 걸로 본 걸까, 노노미는 활짝 미소를 띄우고 양 손을 모두 펴며 말했다. 세상에, 열 배라니. 사고 싶었지만 아쉬움에 뒤로 했던 것들의 목록이 휙휙 지나갔다. 열흘 치 일당이라면 개중에 몇몇 개는 지우고도 남는 충분한 돈이었다.
나를 돈으로 사려고 하는 셈인가, 라며 꾸짖기에는 너무 많은 돈이었기에, 고개가 반쯤 끄덕여졌을 때야 선생이 퍼뜩 정신을 차렸다.
많은 금액이기는 했지만, 학생에게 돈을 받는 건 어불성설이었다. 선생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런 말 안해도 오늘 하루 정도는 내줄게. 무슨 일 있어?"
"으음, 아뇨, 그런 거랑은 달라요. 선생님의 하루를 사고 싶어요!"
대체 뭐가 다르길래. 선생의 말에도 노노미는 고개를 저으며 기어코 선생의 하루를 사겠다 나섰다. 그 고집에 선생은 결국 노노미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평소엔 다른 아이들에게 늘 양보하는 노노미가 이리 억지를 부리는 것도 처음이니, 그녀의 응석을 받아주는 셈친다면야.
"후후, 감사해요, 선생님. 여기 선불이에요!"
그렇게 고개를 끄덕인 선생에게 노노미는 화색을 띄우며 돈다발을 꺼내들었다. 세상에, 현물 즉시 지급이라니. 식겁한 선생이 손을 내저으며 노노미를 설득했다.
"아니, 아니아니, 한두푼도 아니고, 무슨 일인지도 모르는데 이만한 돈을 벌써 받을 순 없어. 그러니까 오늘 끝나고 후불로 하면 어때?"
물론 실제로 받을 생각은 없었으나, 이리 말해둔다면 괜찮겠지.
노노미가 빙긋 웃었다. 사람 좋아보이는 그 천진한 미소에 이끌려 선생도 따라 웃었다.
그게 그 날 샬레에서 선생의 마지막 기억이었다.
낯선 천장이었다. 깔끔한 천장, 푹신한 침대가 꽤나 고급스러운 방이었다. 키보토스 어딘가에 있는 호텔이라도 되는 것일까. 그런데, 왜 갑자기 여기에?
어째서인지 뻐근한 뒷덜미를 부여잡은 선생이 기억을 되짚었다. 분명 마지막 기억은 샬레에 찾아온 노노미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었다. 선생의 하루를 사고 싶다는 노노미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고 결국 고개를 끄덕였고, 그리고 그 이후에…….
"앗, 일어나셨어요, 선생님?"
문이 열리고 노노미가 들어왔다. 바스락거리는 봉지를 들고 온 게 무언가를 사온 모양이었다.
"노노미? 여긴 어디야?"
"앗, 호텔이에요. 분위기 괜찮죠?"
방실방실 웃은 노노미가 사온 물건을 정리하며 답했다. 확실히 깔끔한 것이 분위기가 나쁘지는 않았다. 나쁘지 않다는 커녕 꽤나 고급스러운 호텔로 보였다. 그렇지만 뜬금없이 호텔이라니.
"미안, 노노미, 내가 기억이 안나서 그러는데, 우리가 왜 여기에 있는거야?"
"네? 그치만 오늘 제가 선생님의 하루를 샀잖아요?"
으음, 같이 놀고 싶다는 이야기였을까. 중간에 날아간 기억이 찝찝하긴 했다만, 노노미의 성격을 생각한다면 그 정도의 이야기로 정리되는 듯 했다.
"호캉스라도 하고 싶었던 거니?"
"으음, 그것도 좋네요! 나중에 우리 애들하고 한번 해봐야겠어요."
선생이 고개를 갸웃했다. 호캉스도 아니고, 그럼 대체 뭘 위해 선생을 데리고 호텔에 왔단 말인가. 그것도 이렇게 선생을 납치하다시피까지 하면서.
툭, 툭, 툭. 음료며 간단한 간식거리며를 늘어놓던 노노미가 봉지 바닥에 깔려있는 무언가를 손에 들었다.
작은 직사각형의 상자에는 단촐하게 숫자가 써있었다. 선생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모르는 물건은 아니지만, 여고생이 들고 있기에는 조금, 아니, 아주 많이 위화감이 있는 물건이 아닐까.
"아, 저기, 노노미?"
"네, 선생님, 왜 그러시나요?"
노노미가 상자를 뜯고는 그 안에 들어가있는 것을 꺼냈다.
피임구였다.
여고생이 들고 있는 것만으로도 배덕감이 드는 물건에 선생의 눈이 갈 곳을 잃고 방황했다. 노노미가 그 모습을 바라보며 빙긋 웃었다.
"선생님의 오늘 하루는 제가 산거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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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썼던거 좀 더 수정해서 추한 재업
이 때, 선생님의 내일 기상 시각을 구하시오(5점)
S_Albertus
2022/08/20 10:18
(24시간)
Esper Q.LEE
2022/08/20 10:20
정답! 노노미가 기상해도 된다고 말하는 시각!
누구나장군
2022/08/20 10:20
거기선 노콘으로 해야
애생겼다며 평생을 사지
빛벼림공허
2022/08/20 10:33
그려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