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짓거리 그 여섯번째
오늘은 다행이도 폭발물 이야기는 아니었다
하지만 내 어릴때 한 짓 아니랄까봐 여전히 치명적이었다
때는 또 15년전 즈음 여름...
우리 학교에선 고무줄총이 유행이었다
플라스틱으로 만든 문방구 총도 있었지만
나무젓가락과 고무줄로만 만든 오가닉 고무줄총은 그윽함의 극치였으며
이걸 만들 줄 아는 학생은 고급 인력으로 추대받으며
전폭적인 쿨피스와 떡꼬치 지원을 받고 무기를 생산해주었다
어릴때부터 남이 다 하는 짓은 관심이 없던 힙스터 종자였던 나는
걔내가 놀건 말건 상관없이 책상에서 몰래 폰질하기 바빴다
하지만 그렇게 가만히 앉아있던 거구의 초딩은 표적이 되기 딱 좋았고
수없이 날아오는 고무줄이 내 등을 추나요법으로 쭉쭉 펴버리는 경지에 이르르자
안되겠다 싶은 나는 고무줄총을 만들어 참전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난 손재주가 존나 이만큼도 없었다
고무줄총 하나 못만드는 놈이 지금은 그림작가다
여러분, 그림은 근성입니다
아무튼 고무줄총 순수령에 의거한 제조법을 따르지 못한 나는
사도에 발을 들이기 시작한다
하교길에 문방구로 가 접착제를 알아봤다.
그 중 돼지본드와 순간접착제 둘 중 어떤걸 살까 고민하던 나는
그냥 둘 다 사서 집으로 달려갔다
이제보면 참 그 문방구 아저씨 무심하기도 하지
애들한테 이거 팔면 안되잖아
우선 깎아둔 나무젓가락에 찐득하게 돼지본드를 발랐다
기다리면 어련히 붙었겠지만
이 참을성없던 리틀 몽키는 그 십수 분 기다리는게 질려버리고 말았고
그 자리에 순간접착제를 까서 부어버렸다
접착x접착이니 잘되겠지.. 뭐 그런생각이었을거같은데
이 판단은 옳으면서 틀렸다
순접을 부은 자리에 있던 돼지본드가
부글부글 끓으면서 순식간에 덩어리를 남기고 굳어버렸다
돼지본드 접착시간을 십수분에서 30초로 줄여버리는 이 혁신적인 화학실험에
이 덜되먹은 초딩은 어떻게 반응했겠는가
당연히 시발 존나 좋아했지
유레카!
내가 Life Hacker다 시발럼들아!
그렇게 내 화학공학 고무줄총은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그렇게 꽉 닫힌 방 안에서 돼지본드와 순접을 있는대로 들이부으며
누구보다도 강하고 큰 총을 만들겠다고 수 시간동안 개발을 반복했다
이 때
여름의 열기와
밀폐된 방 안
그리고 돼지본드와 순간접착제의 진한 냄새는
초딩 하나를 기절시키기 충분했다
내가 시발
본드까지 흡입할줄은 몰랐지
자의는 아닙니다
몇 시간 뒤 일어난 나는 격렬한 메스꺼움과 온 몸에 묻은 본드를 껴안은 채
문 밖을 나와 베란다에서 숨을 돌렸다
나는 대체 무슨 이유로 이런짓을 했을까...
꽈추도 안서던 놈이 현자타임을 먼저 깨우치게 된 순간이었다
그 이후로 나는 모든 고무줄총과 무기여 잘 있거라를 선언하고 일상으로 돌아왔다
본드의 부작용으로 뇌가 녹는 경우가 있다는데
그때 아마 내 뇌에서 뭔가가 절제당했을지도 모른다
"여름이었다"
본드를 사용할 땐 환기가 원활한 곳에서 작업하라
뒤지기 싫으면
갑자기 "역시 전쟁은 의미가 없는거야..."하면서 꺠달앜ㅋㅋㅋㅋ
옥타비아♬
2022/08/15 13:41
갑자기 "역시 전쟁은 의미가 없는거야..."하면서 꺠달앜ㅋㅋㅋㅋ
희나
2022/08/15 13:41
ㄷㄷ
猫ケ崎 夏步
2022/08/15 13:42
얼음이었다
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IllIIIllIlll
2022/08/15 13:46
너 왜 아직 살아있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IllIIIllIlll
2022/08/15 13:47
혹시 그림작가 구해서 웹툰 그릴생각없냐 ㅋㅋㅋㅋ
루리웹-0810249310
2022/08/15 13:47
이렇게 평범한(?) 소년은 뇌가 망가져 폭탄마로 각성을…
Mask빌런
2022/08/15 13:47
근현대시절에 태어났으면 분명 좋든 안좋은 역사서에 한줄정돈 쓰였을거야
오리지널 제로
2022/08/15 13:47
고양이말고 기린도 목숨이 9개인가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