왠만하면 신입직원한테 쌍욕 잘 안하는데

요즘 워낙에 비도 많이 내리고 침수피해도 많은데 우리회사도 나름 건물 안에 서버가 있는 회사라서 대처하느라고 바빴음

본사에서 상황 완전히 끝날때까지 문제 있는지 매일 확인하고 보고를 돌리라고 함

어려운 건 아니고 학교때 긴급전화 돌리던것처럼 본사에서 시작해서 다음 지점, 다음 지점 식으로 전화해서 문제없으면 문제없습니다 수고하십쇼 하고 넘어가서 다시 본사로 전화 가면 끝인 간단한 체크임

우리 회사는 잠깐동안 오후 5시 퇴근, 대신에 서로 순번 정해 돌아가면서 오후 5~6시 사이로 정해진 시간에 전화 오면 받아서 보고하고 다음 지점으로 전화해주는 직원을 한명씩 남기기로 했음 전화 끝나면 바로 퇴근하고

오늘이 첫번째 날이었는데 5시에 다들 퇴근하면서 고생했다 밥이나 먹자고 잠깐 근처 치킨집에 들렀거든

근데 갑자기 본사에서 전화가 온거야

연락이 안된데 카톡해봐도 메신저를 해봐도 응답이 없다는거야

침수나 혹은 그에 준하는 문제일 수 있으니까 팀장급들 부장급들에 지점장님까지 다 회사로 이동중이고 가까이 있는 직원이면 가서 확인해달라 하더라고

치킨 나오고 비빔국수 나오고 하는데 그냥 다 포기하고 계산만 하고 바로 회사로 내달렸다

사무실 문 열고 들어가니까 직원애가 있는데 누구랑 통화중이더라

스피커폰으로 해놔서 엄청 잘들리는데 상대방이 여자였어. 그건 내 알바 아니고 지금 연락망 돌리는데 우리쪽에서 못 받았다고 연락이 왔다고 왜 못받았냐고 했더니 못봤데

간부들 다 도착하고 상황 수습하고 본사에 문제없다 보고하고 확인해봤더니 이새끼가 지 여자친구랑 통화하느라고 비상연락망이 온지도 모르고 누락해버림ㅋㅋㅋ

지점장님이 아무리 다른 사람들 다 퇴근하고 그랬어도 회사인데 자기 할일은 해야하지 않겠냐고 혼내는데 거기에 바락바락 대들면서 난 매일 이시간에 여자친구랑 전화한다고 내 스케줄인데 그거가지고 뭐라 그러냐고 화내더라

간부들 얼굴 다 시뻘게지고 그중의 하나가 그럼 매일 5시부터 일 안하고 통화나 하면서 놀았단거네? 이러는데 분위기 파악도 못하고 6시 땡 되니까 자기 여친이랑 약속있다고 바로 퇴근해버리네?

저번달에 새로 들어온 신입이긴 한데 지점장님 진짜 점잖으신 분인데 저새끼 하시면서 쌍욕하시는거 첨본당 ^^ 지금까지 같이 있다가 겨우 집 가려고 역 내려온 내 꼬라지가 유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