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모든 리뷰는 주관적인 사견입니다.
세상에 재미없는 영화 많습니다.
못 만든 영화도 많고, 저질스러운 영화도 많죠.
하지만 [비상선언]은 나쁜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1.
우선, 영화의 전반부에 대해 호평하고 싶습니다.
비록 고증상의 문제가 책 한 권을 쓸 정도로 널려있지만
그럼에도 '테러범에 의한 재난'이라는 테마에 확실하게 집중했거든요.
임시완 배우는 '이해할 수 없고, 알 수도 없는 무차별 테러범'을 훌륭하게 연기했고
범인은 '나는 이 갇힌 비행기에서 인간군상들이 날뛰다 죽는게 재미있다' 라고 웃으며 죽습니다.
이제 테러범이 퇴장했으니, 테러범이 말한 '갇힌 비행기 안의 인간군상'이 활약할 시간입니다.
이게 재난영화라면요.
2.
하지만 이 영화의 중후반부는 재난영화가 아닙니다.
단적으로 예시를 들어보자면, 언급상으로 비행기 안의 승객 중 40명 가량이 사망한 상태입니다.
이게 재난영화라면?
사람들이 5분마다 한명씩 죽어나갑니다. 승무원들은 시체를 열심히 옮기지만, 결국 격리실에 시체가 산처럼 쌓이고 맙니다.
이젠 승객들은 옆좌석의 누군가가 죽어도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그런 광경.
그런게 이 영화에는 없습니다.
후반에 갱생해 희생하려 하는, 주제의식 강조용 악?역 딱 한명 있네요.
대신 신파, 반일, 반미, 민족주의, 집단주의, 코로나 암시까지 알차게 채워넣었죠.
이런, 그 와중에 개연성이란게 아주 박살났네요.
예. 이 영화의 후반부는 그냥 관객들에게 한재림 감독이 외쳐대는 스피커입니다.
3.
편리하게도 주역들만 멀쩡한 바이러스도 그렇지만,
이 영화는 재난 대신 보여줄게 많습니다.
이미 [연가시]에서 써먹은 사악한 외국계 다국적기업의 반미 정서도 보여줘야 하고,
국민을 농락하는 일본의 반일 정서 겸 가미카제도 들어가야죠.
그 와중에도 감독이 가장 공들인건 '대를 위한 소의 희생'입니다.
이 주제는 사실상 영화의 후반부를 장악하는 메인 테마인데요.
'바이러스가 퍼질 수 있으니 모든 승객들과 기장은 착륙을 포기, 죽음을 택하겠다' 라는 장면이 하이라이트죠.
일반적으로, 감독이 관객에게 메시지를 직접 전달할 때 이를 판단할 방법이 몇 가지 있습니다.
갑자기 감동적이고 훈훈한 브금을 틀어주거나,
아니면 작중 선인으로 묘사되는 인물이 일장 연설을 하거나 하는 방식인데요.
이 영화는 형사의 선량한 와이프,
그리고 이병헌의 순진무구한 딸의 입을 빌립니다.
'다수를 위한 소수의 희생은 정당하며 아름답다' 라고 말이죠.
4.
비행기에 탄 사람들 전원은 죽음을 택합니다. 지상의 반대여론이 아닌, 가족들을 위해서요.
'이건 추악한 이기주의에 떠밀린게 아닌, 그들 자신의 고결한 선택이다' 라고 강조하네요.
전화통화도 제대로 안 되던 휴대폰에서는 영상통화가 되는 기적이 일어나고,
분열된 국민들은 한마음이 되어 그들의 죽음에 슬퍼합니다.
문제점을 세부적으로 짚어보자면.
1) 공항에 방역체계가 완성되었으며, 일단 백신이 확보된 상황입니다.
2) 따라서 이거 퍼지면 대한민국 다 죽는다 징징 짜도 까놓고 딱히 설득력이 없습니다.
바이러스 배양한 시체 근처에 들락거린 형사들은 완전히 멀쩡한데 무슨.
3) 시위대로 인해 착륙이 왜 불가능합니까. 그 시위대 활주로에 진입도 못했는데요?
아니 여론이란걸 신경 썼으면 이미 민항기에 위협사격하며 내쫓은 작중 일본과 확실하게 전쟁 터지겠지.
4) 그리고 지금 시발 아무도 추락하는 여객기가 도심에 꼬라박으면 확실하게 바이러스 퍼진다는 생각을 못한거야?
그런데 이 상황을 해결하는 건?
바로 송강호 본인의 희생적인 바이러스 백신 인체실험이랍니다.
이병헌은 과거 자신이 승무원 두명을 희생해 승객들을 구한 사건에 트라우마가 있었는데,
그 희생된 승무원의 남편은 자신이 생각해도 그게 맞다고 응원해줍니다.
다수를 위한 소수의 희생, 그 해결책은? 또 다른 소수의 아름다운 희생입니다. 그것으로 집단은 행복해집니다.
5.
따라서 이 영화의 결말에서 이상하게 흰 옷으로 차려입고 웃는 승객들의 모습은 꿈이나 환상, 천국같은 새드엔딩이 절대 아닙니다.
이병헌은 다수를 위해 소수를 희생하는 과감한 선택을 다시 했는데,
이 주제를 감독이 전면적으로 긍정하니까요.
그나마 송강호를 폐인 만들어서 희생자들을 기억합시다 쇼하긴 하지만,
이미 다른 승객들은 완전히 쌩쌩한데 송강호만 중태고, 그마저도 곧 회복한다 하니 무슨 의미입니까?
집단은 소수의 아름다운 희생으로 살아남았고, 어떤 사고가 닥쳐도 또 누군가의 '자발적인' 희생으로 살아남을 것입니다.
이 영화의 집단주의가 위험한 이유는 바로 이 때문입니다.
이 정도면 거의 전체주의를 긍정하는 판이거든요.
...........
이 영화는 엄청나게 못 만든 영화가 아닙니다.
이보다 더 못 만든 영화는 널리고 널렸어요.
하지만 이 영화가 집요하게 칭송하는 집단주의, 민족주의의 수위는 선을 넘었다고 체감될 수준이며
이것이 제가 [비상선언]이 '나쁜 영화'라고 생각하는 이유입니다.
오멜라스에서 만든 프로파간다인가요?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도시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도시 지하에 갇힌 꼬마의 아름다운 희생이 필수랍니다!'
소수의 자발적인 희생은 영웅적인거 맞는데
그 소수가 자발적으로 희생하도록 몰고가는건 무척이나 야만스럽다
인간 몰이사냥이나 마찬가지잖아
마왕 제갈량
2022/08/06 13:16
오멜라스에서 만든 프로파간다인가요?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도시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도시 지하에 갇힌 꼬마의 아름다운 희생이 필수랍니다!'
아렛시
2022/08/06 13:23
소수의 자발적인 희생은 영웅적인거 맞는데
그 소수가 자발적으로 희생하도록 몰고가는건 무척이나 야만스럽다
인간 몰이사냥이나 마찬가지잖아
물개마왕
2022/08/06 13:23
연기력 개쩌는 배우들을 모아서
욕들을 만한걸 만들었네요
마치
민초치킨 같네요
재료는 아무 문제 없는데 뻔히 보이는 죶같은 결과를 만들어냄
쥬지포먼
2022/08/06 13:23
그냥 못만든 영화인줄 알았는데 도라이같은 내용이었네ㅋㅋㅋㅋ
크로스오버2
2022/08/06 13:23
오늘 베글에는 외계인하고 비상선언 둘 묶어서 취급하던데 이 영화가 더 심각하다고 봄.
시라사카 코우메P
2022/08/06 13:23
한마디로
역한 영화네
C.Latte
2022/08/06 13:23
이런 쓰레기를 영화라고 만든 감독이 참 대단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