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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아버지는 경상도사람입니다.

네 제목에서 이야기 했듯이 저의 아버지는 경남 밀양 출생의 경상도 사람입니다.


젊었을 적 맨손으로 부산에 건너와 기술을 배워 지금의 어머니를 만나고 자식 둘을 키우며 열심히 사신

다정하지만 겉으로는 무뚝뚝한 전형적인 경상도 남자입니다.

또한 간첩과 빨갱이를 극도로 싫어하시며

앞 뒤 볼 것도 없이 신한국당, 한나라당, 새누리당만을 고집하시던 정말 전형적인 경상도 남자입니다.

그래서인지 정치이야기를 하면 무척이나 많이 싸웠습니다.

본가에 찾아 가서 이야기를 하다가 정치이야기가 나올 때나

명절에 친척들끼리 모일 때, 언성이 높아지는 일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지치지 않고 그런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아버지를 설득하려 애썼습니다.

급기야 지난 대선 때에는 '문재인 뽑을꺼면 우리집에 들어올 생각 하지마라!'라는 말씀까지 하시는 아버지께 

'자식들의 미래를 한 번 생각 해보라고, 자식들의 앞길을 막으려는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고 싶으시냐'는 말씀을 드리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이번 대선에서 처음으로 그렇게 싫어사하시던 '빨갱이정당' 후보에게 한 표를 행사하시고 오셨습니다.
(자존심 때문이신지 이 마저도 저에게는 비밀로 하셨습니다. 하... 아부지 진짜... 쫌...고맙긴 한데 그래도 쫌...)

그리고 어제 어머니를 통해 

"늬 아부지가 그러던데 '노무현입니다' 그 영화가 그렇게 괜찮다매? 함 보고싶다 하시드라. 얘매 좀 해도."라고 말씀을 전하셨습니다.

얘매를 해 드리고 오늘 전화를 받았습니다.

※ 음성지원 주의

"아부지 영화 재미있게 보셨능교?"

"그래 잘 봤다."

"어떻등교?"

"노무현 그 사람 대단하드만. 남자드라. 이런 사람인줄 모르고 있었네."

"내가 좋다 안 했능교."

"그래. 문재인은 더 잘 하긋제?"

"그럴낍니다. 잘 지켜봐야지요."

"오이야~. 암튼 덕분에 잘 봤다. 드가라."


철벽같았던 아버지를 드디어 돌려세웠습니다.

기분이 좋네요. 

한 걸음 더 좋은 내일에 다가서는 기분입니다.


댓글
  • 19살쓰레기 2017/06/05 23:34

    고생하셨고 정말 잘하셨네요..
    즐거운 휴일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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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셰프조던 2017/06/05 23:46

    존경합니다. 저야 진보적인 부모님을 두어서 정치 때문에 싸울 일이 없었지만...이렇게 부모님과의 정치 갈등 이겨내신 분들 이야기 들으면 존경스럽기 그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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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의의샌드백 2017/06/05 23:49

    멋지십니다..!! 이글을 베오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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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뽀더맨 2017/06/05 23:59

    이런 글은 추천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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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바람불어 2017/06/06 00:11

    추천추천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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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b18seki 2017/06/06 00:29

    우리 아버지셨으면
    노무현입니다 봤을 때 만큼
    눈물 흘렸을 듯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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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상쿵쿵해쪄 2017/06/06 00:29

    대화내용을 읽으며 눈물이 차 오르네요.
    사투리가 섞여 있으면 왜 더 감정이 북받치는지... 님 수고하셨습니다. 아버님도 대단하시네요. 생각을 바꾸는건 자기부정으로 느껴져서 힘드셨을텐데요.
    이렇게 조금씩 주위 분들 바뀌게 같이 노력합시다. 님 노력에 박수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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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네브 2017/06/06 00:35

    남자드라 한마디로 다 표현이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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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자오렌지 2017/06/06 00:36

    아마도 속으로는 더 깊고 복잡한 깨달음, 후회, 감탄, 기타 등등 많은 생각과 감정이 있으셨겠지요ㅎㅎ
    이름 모를 서울 처자도 감사함을 전합니다.
    아버님 덕분에 대한민국이 바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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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톤이스탁흐 2017/06/06 00:51

    캬 좋으십니다 얘매하지 말고 예매했으면 더 좋았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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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픈소금 2017/06/06 00:59


    엄지 척! 엄지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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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폴리스오피서 2017/06/06 01:15

    진짜 대단하십니다..
    가족간에도 정치적 입장을 돌리기 쉽지 않은데
    존경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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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야~~생마생마 2017/06/06 01:58

    작성자님의 지칠줄 모르는 열정과 성의에
    진심으로 박수를 드립니다.
    제가 그 경우 였다면 지레 포기했을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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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러함이니 2017/06/06 02:34

    부럽습니다.
    저는 문통이 잘하고 있는 요즘도 뉴스를 같이 못 봅니다.
    계속 설득할 수 있는 님이 부럽습니다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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