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과 뒷목 잡는 짤 반박하기

인터넷을 둘러보다보면 '이과 뒷목잡는 짤' 이라며 과학적으로 말이 안 되는 드립과 이에 분노하는 이과생들의 모습이 담긴 짤을 찾아 볼 수 있음. 

예를 들면 아래와 같은 짤들

이런 짤들은 대부분 과학적으로 엉터리지만 한 번쯤 상상해본 적 있는 내용들이기에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삼. 멍청한 생각들이 우습기도 하고.

하지만 짤의 내용이 왜 잘못되었는지를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을 거임. 심지어는 과학적으로 문제가 없는데도  

이과 뒷목잡는 짤에 들어가있는 내용도 있음. 기회가 된다면 그런 것들도 리뷰해볼게.

딱히 물리학을 전공한 건 아니지만 나름 이과의 삶을 살았던 사람으로서...재밌게 봐 줬으면 좋겠음.

오늘 살펴볼 짤은 바로 이것. 마침 베스트 글의 댓글과도 연관이 있기에 가져옴.

인류가 멀리 떨어진 천체로 가기 위해 냉동 수면이니 워프니 초공간 도약이니 별의 별 방법들을 고민하고 있는데

이런 어처구니 없는 방법으로 100억광년을 주파하려 한다니 보기만 해도 헛웃음이 남. 게다가 똑똑한 현대인들은 광속 머시기

덕분에 100억광년을 24시간 만에 주파하는건 불가능 하다는 걸 알고 있음.

하지만 의외로 위 짤과 같은 방법이 왜 말이 안 되는지를 제대로 설명하는 사람은 찾기 힘듦. 심지어는 과학 유튜버들 중에서도 그리 적절치 못한 대답을 

하는 경우가 있어서 더 안타까움.

그들의 대답은 크게 3가지로 요약할 수 있는데,

1. 그런 막대를 만드는건 불가능함.

2. 막대를 돌리려면 어마무시한 힘이 들어감

3. 토크란게 있어서 지구 자전속도가 느려짐

  

다 맞는 말임. 하지만 모든 지적이 "막대의 비현실성" 에 초점을 두고 있음. 이게 "틀린" 설명은 아니지만 과학적인 해답이라 하기엔 부족함.

"그렇다면 엄청난 능력을 가진 미래인류가 실제 50광년짜리 막대를 만들어서 어마무시한 힘으로 돌리면 가능하긴 하단 말인가요?'

하는 질문이 생길 수 있단 말이지...

50억광년짜리 막대는 확실히 불가능해 보이지만 과학적으로 "불가능" 하지는 않음.

과학자들은 신중해서 불가능이란 말을 아무데나 붙이지 않거든.

50억 광년 막대는 일단 물리법칙을 거스르진 않으니까.

               (물론 50억 광년 막대는 현재 인류의 기술로는 불가능)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50억 광년짜리 막대를 만들 수 있다 쳐도 왜 위와 같은 방법이 안 되는 것인지 설명해야 함.

우선 몇가지 가정을 해볼거임. 

1. 50광년짜리 막대를 만들거고

2. 막대의 질량은 한 없이 0에 가까우며

3. 우리 우주의 물리법칙을 적용하자

   

그리고 한 번 돌려보자고!

     신과 함께 여와에 나오는 나태지옥의 모습이야. 당연히 지옥의 가장자리를 뛰는 사람이 중심부에 있는 사람보다 훨씬 빨라야 바퀴들에 깔리지

않겠지? 이처럼 같은 속도로 돌아가는 회전체의 경우라도 그 반지름에 따라 접선의 속도는 달라지는데, 이를 "각속도-선속도의 관계" 하고 함.

이를 공식으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은데...

쫄 거 없음.

아래 공식이 중요해. 선속도는 반지름 곱하기 각속도. 즉 각속도가 동일하다면 반지름이 길수록 선속도가 빨라짐.

뭐,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영역이지.

우리의 50광년 막대는 지구의 자전과 같은 속도로 움직일거임. 24시간에 한 바퀴 즉 한 시간에 15도씩 돌아감. (0.26rad)

이제 우리는 위의 공식에 대입해서 막대의 길이에 따른 우주인의 선속도를 구할 수 있게 됐음.

우주인의 속도 = 0.26 곱하기 막대의 길이

바로 막대의 길이에 50광년을 집어넣어서 우주인의 속도를 계산해보고 싶지만, 우리가 하려는건 우주인의 속도 계산이 아니라

저런 운동이 가능한지의 여부라는 점을 기억해야 함.

그리고 우리는 이미 우리 우주의 중요한 법칙 한 가지를 알고 있지.

바로 광속 불변의 법칙

드디어 "불가능" 하나가 나왔네. 우리 우주에서 물체의 속도는 광속을 넘을 수 없다는 법칙이 있지. 아무리 막대가 길어도

막대 끝의 우주인의 속도는 광속을 넘을 수 없어. 그럼 위의 공식에 대입해서 우주인이 광속을  돌파 할 막대의 길이를 구해보자.

광속(초속30만 킬로미터) = 0.26 곱하기 막대의 길이

막대의 길이는 약 백십오만 킬로미터. (0.00000012광년)

지구에서 달 까지의 거리의 3배보다 좀 짧은 거리구먼.

긴 거리이긴 하지만 전체 50억 광년 길이의 막대에 비하면  보이지도 않을 거리

나머지 길이는 긴 길이를 살릴 보람도 없이 광속으로 나란히 뛰어야 한단 말임. 그런데 우리 우주인이 돌아야 할 코스는 반원모양이잖아?

인 코스와 아웃 코스가 같은 속도로 코너를 돈다면 당연히 인 코스가 앞서나가지.

따라서 막대는 마치 달팽이집 처럼 휘기 시작함.

열심히 만든 보람도 없이 휘기  시작하는 50억광년 막대....

"아니, 현실적으로 가능한지는 중요하지 않다면서요? 

겁나 짱짱 튼튼하게 만들어서 안 휘게 만들면 안 되는건가요??

그래 냥식아...여기서 물리학의 2번째 불가능이 나오는데 바로

"강체는 존재할 수 없다" 임

겁나 짱짱 튼튼해서 절대 변형되지 않는 물체를 물리학에서는 "강체" 라고 부름. 그러나 이 강체 개념은 우리 우주에서 존재 할 수 없음.

형태가 변형되었다는 것은 힘을 받았다는 건데 문제는 "힘의 전달 속도"도 광속을 넘을 수 없기 때문임.

뭐, 강체라고 쳐도 시공간이 휘는거라 결국인 휘긴 휘겠지만.

그리고 이 힘의 전달속도가 광속을 넘어설 수 없다는 법칙은 우리 불쌍한 우주인을 더욱 비참하게 만드는데,

막대가 돌기 시작한지 50억년이 지난 후에야 막대의 반대편 끝이 돌기 시작한다는거임..

게다가 우주인의 속도는 광속을 넘을 수 없으니 반대편 끝까지 가려면 궤도의 반지름을 따라 157억년이 넘는 여행을 해야겠네...

늙어 죽게 생겼구만

...였는데!

...관점을 바꿔보면 우주인은 100억광년 너머의 행성에 24시간 안에 도착할 수 있음!!

(50억년 기다리는건 일단 넘어가자고!)

그 설명은 댓글에서 누가 해 줄거임.

과학 손 놓은지 오래 돼서 가물가물하네. 계산 미스나 치명적인 오류가 있다면 지적해 줘.

물리학은 수학을 도구로 우주 만물의 원리를 탐구하는 멋진 학문이야. 

앞으로 이런 이과생 짤들을 마주하게 된다면, 진지하게 왜 이게 불가능할까? 를 탐구해 봐!!

생각보다 심오하고 정교한 자연의 구조에 감탄하게 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