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을 오래 쉬다가 오랜만에 다시 헬스장에 들어갔어
맨날 보던 고정 멤버는 다 어디 가시고 어디선가 떠돌다 여기로 정착하신 분들이 열심히 운동을 하고 계셨지
오래 쉬다 온 나는 헬린이가 되어 있었기 때문에 감히 고개를 못 들고 탈의실로 가서 옷을 갈아입었어
대충 스트레칭하고 런닝 머신으로 워밍업 좀 하고 본격적인 운동을 하려고 기구 앞에 섰어
내가 있던 기구 뒤편에는 벤치프레스가 있었고 거기서 근육 짱짱하신 분이 운동을 하고있었고
얼핏 끼워진 무게 판이 합쳐진것을 보니 100kg는 돼 보였어
아 언제 난 저렇게 다시 되지.. 라고 생각하면서 돌아서서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고르고 있었는데
음악을 누르려고 엄지를 올렸는데 뒤에서 개미 목소리 같이 작은 소리로
도와주세요....? 라고 소리를 들은 거 같았어
정말 이런게 환청인가? 싶을 정도로 작은 목소리여서 잘 못 들었나? 했는데 그냥 노파심에 뒤를 돌아봤다?
아까 100kg 벤치를 호기롭게 들어올리시던 분이 목에 100kg의 바가 짓눌려서 혀는 내둘러져있고 눈은 반쯤 뒤집어져 있던거야...ㅋㅋㅋㅋㅋㅋ
난 사람 목이 저렇게 짓눌려지는 걸 처음 봤고 본능적으로 이 사람 죽는다 싶어서 휴대폰 던지고 같이 들어줬어..ㅋㅋㅋㅋ
그러더니 그 사람이 목이 풀리고 바닥으로 미끄러져 엎어졌는데 순식간에 눈이 앞으로 다시 돌아오고 혈색이 돌아오는거야
그거 보고 와 괜찮으세요?? 하고 조심스럽게 물어봤는데
자기도 좀 어벙벙한지 가만히 3초정도 있다가 네 괜찮아요 감사합니다 하고 휙 돌아서서 원판을 빼기 시작하더라고...
그래도 목숨 살려줬는데 저렇게 인사하고 끝인가.. 싶었는데 너무 꼰대 같아서 그냥 살았으면 됐지 하고 나도 내 운동 하러갔어
근처에 나 밖에 없어서 그랬지 나까지 없었으면 이 사람 진짜 죽었겠구나 싶었어
운동 끝나고 인포 사장님한테 이런 일 있었다 말씀드리니까
엄청 놀라하시더니 얘기 자세하게 들으시고 나한테 3000원짜리 단백질 음료 하나 쥐어주시고 고맙다고 하시고 난 맛있게 먹고 집왔엉
어우 지금 생각해도 아찔했던거같아
당황과 쪽팔림때문에 자리를 피하고 싶었을듯;;
할수있어. 감사인사.
근육짱짱맨치고 나쁜 사람 못본듯. 쪽팔려서 모레쯤 나올테니
그륀라잇!
혹시나 담번에 마주쳐도 모른척하는게 좋을듯
혹시나 아는척하면 창피해서 다른 곳으로 옮길지도 ㅋㅋ
한사람의 생명을 구하다니 정말 뿌듯 하시겠다
진짜 사람 하나 살렸네요.
3대 운동중 벤치프레스가 제일 위험한거같아요
스쿼트나 데드리프트는 한계까지 들어올려도 아 이거 위험하다는건 못느꼇는데
벤치는 진짜 들다 힘빠지면 중간에 버티기도 힘들더라구요
저도 100 kg 들다 힘 빠져서 가슴에 깔렸는데 배까지 굴리고 굴려서 다리까지 굴리고 그다음 내려놨습니다....
그리고 몇일뒤엔 벤치하다 어깨다치고 ㄷㄷ
그이후에는 벤치프레스보단 기구를 사용하고있어요.
벤치 정말 어려운 운동입니다
20대에 저도 겪었던 일... 만취해서 체육관에 빤쯔 찾으러 오신 관원 아니었으면...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