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의 스포가 있음
교고쿠 나츠히코의 추리소설 《망량의 상자》
이 추리소설에서 탐정 역할을 하는 고서점상 추젠지 아키히코는 결말부에 살인사건의 원흉과 대치한다
원흉은 자기 손녀를 통 속의 뇌 상태로 만들어 기계에 연결해놓고
그것이야말로 진보라고 주장하는 매드 사이언티스트
여기에 반박하라는 원흉에게 추젠지는 말한다.
"사람이 기계 안에 들어가서 생각한다면
그것은 사람의 생각입니까, 기계의 생각입니까?"
원흉은 말한다.
"당연히 사람의 생각이다."
추젠지의 대답은 이렇다.
"물론 그럴 수도 있겠죠. 나는 과학은 잘 모르니까.
하지만 단 한 번이라도 '기계의 생각일지도 모른다' 고 생각한다면 당신의 패배입니다."
과학적으로 통속의 뇌가 사람의 의식을 가지던 기계의 의식을 가지던
"내가 하는 생각이 내가 하는 생각이 맞는 걸까?"
라는 의심이 드는 순간 이미 말할 것도 없이 통 속의 뇌라는 발상은 실패라는 것
그런 의문이 드는 시점에서 통 속의 뇌가 보는 현실은 올바른 현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 논리에 대한 반박도 추젠지의 입에서 나온다.
작품의 결말에서, 추젠지는 친구인 소설가 세키구치 타츠미의 "그러면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라는 질문에 대해 이렇게 답한다.
"인간을 그만두면 된다." 라고.
통 속의 뇌가 스스로의 생각이 인간의 것인지 기계의 것인지 의심하는 이유는
스스로를 아직 인간의 범주에 놓고 그것에서 벗어나는 걸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인간따위 쿨하게 때려치고 "기계건 인간이건 알 게 뭐임? 나는 하고 싶은 거 할 수만 있으면 되는데 ㅋㅋㅋㅋ"
라고 생각하는 미치광이의 논리는 무슨 수를 쓰건 반박이 안된다는 뜻이다.
(그러한 미치광이의 대표적 예시)
결국 추젠지는 인정한 것이다.
통 속의 뇌에 대한 의문은 결국 개인의 마음가짐에 달린 것일 뿐이라고.
그리고 진짜 미치광이는, 그 마음가짐도 웃어넘길 뿐이니 설득할 수 없다고.
감귤4호
2022/07/11 21:41
근데 생각해보니 난 한번도 내가 단지 통속의 뇌일 뿐이고 지금 내가 보는 현실은 기계가 내는 전기자극일 뿐이라고 의심해 본적이 없었네 그런것 보다는 내가 보고 느끼고 생각하는 것들이 과연 존재하는게 맞는가 하는 의문만 들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