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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입니다를 보고온... 늙은 386의 회상기.

오늘 영화를 보고 왔습니다.
 
좀 긴 이야기지만... 떠오르는 마음속을 털어놓고 싶은 밤이네요..
 
오늘도.. 또 눈물을 흘리고 말았지만,
노무현 대통령과 사람들의 눈물과는 예전부터 인연이 깊습니다.
2002년부터인가요....
왜 그럴까요?
 
2002년. 제가 외국에서 공부하고 있던 시절.
고국에서 들려오는 노무현 후보의 극적인 이야기로 얼마나 가슴이 벅차 올랐는지...
 
그 당시, 노사모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https://2002www.knowhow.or.kr)
온통 사람들이 서로서로의 글을 읽으면서
30대 아저씨, 아줌마들이 펑펑 울면서 서로서로 위로하였습니다.
또, 그렇게 울면서 공감하며 모였던 지지 모임이 노사모였지요.
 
상상이 안가시죠?
 
왜 그런가하면요..
386세대에게는 항상 마음의 빚이 있습니다.
우리 세대는 87년 6월 항쟁을 경험한 세대입니다. 
직접, 간접적으로 직선제 개헌을 위해 데모도 했으며...
정말.. 일반적인 상황보다는 훨씬 더 힘들었습니다.
또, 그 과정에 수많은 학우들이 죽었고... 다쳤고...
 
그래서..
멀쩡히 살아 먹고 산다는 이유만으로도
마음에는 죄책감이 있습니다.
우린 비겁해서 제대로 싸우지 못하고,
이기적이라서 살아남은게 아닌가...
그런 마음이요.
 
게다가, 힘들게 쟁취했던,
직선제를 고스란히 군부에게 다시 넘겨버리는 현상을 목격하고
또, 군부와 야합한 김영삼의 3당합당을 보며
죄책감, 패배감을 벗어날 수 없었습니다.
 
우리 나라는 역시 안되는구나.
우린 어쩔수 없구나...
이런 마음을 홀로 간직하고 살아가는 개인, 개인만 존재하였습니다.
 
그 시기..
희안한 인물이 나타났습니다.
우리 세대가 그렇게 분노했던 그래서 대항해서 싸웠던 군부독재 세력에게
제대로 따지고, 혼줄을 내던
정말 촌스러운 외모의 국회의원 노무현
전 시골특채로 뽑힌 국회의원인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사실 그분은 제가 부산에서 공부하던 시절
걸어서 딸랑 15분 거리에서 변호사 사무실을 내고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군부독재와 치열하게 싸웠던 분이었지만...
몰랐습니다.
 
그리고... 3당 야합에 떨쳐 일어나 싸우던 그 노무현.
그리고... 동서화합을 위해 번번히 떨어지는 그 길을 걸어가던 노무현을 보며.
어쩌면,
우리의 죄책감. 패배감을 대변하는 사람이 투영되었을지도 모릅니다.
'아이구... 저 사람은 참 열심히 싸우네..
그렇지만.. 그래도 뭘 바꿀 수 있겠어..'
 
그렇지만, 포기하지 않고.
또 달려들어 깨지는 모습을 보며
우리는 바보 노무현이라는 별명을 붙여주고..
그 멋짐에 빠져버리고 말았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그런분이 대통령 후보로 나왔을때는.
이런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참 좋겠지만... 안될꺼야...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때 만들어진 노사모 게시판에 모이면...
'이런 죄책감과 패배감을 느끼는 사람이 나 혼자가 아니네?'
당신도 그렇고.. 또 수많은 사람이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서러웠던 속마음을 얘기하고 함께 울며, 서로 위로하고...
 
그 뿐만이 아니라!
우리 세대는...
우린, 감히, 독재정권과 싸워서 대통령 직선제를 쟁취해봤던 세대였습니다.
싸워본 놈들이 싸울줄 압니다..
 
아마도 그렇게 작은... 아니 비록 완성하지는 못했지만,
커다란 승리를 맛봤던 세대였기에 노사모를 결성하고
힘을 모을 수 있었던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생각해보면,
 
6.10 항쟁.
노무현 탄핵반대 집회
검역주권 회복 집회.
박근혜 탄핵 집회를 가보면...
거의 항상, 엄청난 많은 수의
제 세대의 사람들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40대 후반 ~ 50대 초반...
물론 훨씬 많은 젊은 세대들이 함께하고 있지만.
참여 인원이 많은 세대 단위에서 이 386 세대가 꼭대기에 있는 느낌이 많이 들었습니다.
 
어떤 연구에서는 40대후반 ~ 50대 초반의 386 세대가
굉장히 진보적인 세대라는 연구도 본 적이 있습니다.
 
저는 우리의 미래가 굉장히 희망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세대가 경험했던 민주화 투쟁의 경험이
늙은 보수 세력과 젊은 진보 세력 사이에서 방벽처럼..
우린 나이가 들어도 그 진보성을 잃지 않고
지켜주는 역할을 할수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비록...
비겁하고, 용기가 없어
죽어가고 싸우던 학우들을 못본척 할수밖에 없었지만..
그래도, 우린 싸울줄 압니다.
 
요 벌레들같이 스물스물 틈만 있으면 기어나오는 세력들에 대한
긴장만 잃지 않고 끝까지 버틴다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습니다.
 
....
미뤄뒀던.. 봉하 방문을 올해는 꼭 하고 싶네요..
잘 계시겠지요.. 이젠? 
댓글
  • 울둘목 2017/06/03 05:28

    50대 중반이지만 같은 시대를 살아온 사람으로 동질감을 느낌니다.
    노하우에 들어가 울며 글을 나누던 때가 생각납니다. ㅎㅎㅎ
    치열하게 싸웠던 6월 항쟁 그 땐 대단했죠?
    전투 경찰을 포위하고 무장 해제도 시키고....
    늘 건승하길 기도합니다.

    (Tnj48v)

  • 재조원년2017 2017/06/03 06:28

    저와 묘하게 같은 시기에 같은 장소들에 계셨네요.울남편인가 ㅋ
    부산대 아미동 캠퍼스
    두 분 사무소가 있는 법원 뒷 골목을 밥 먹으러 매일 돌아다니면서도 전혀 그 두 분이 누군지 몰랐던 철없는 386이었습니다.
    그 후 외국에서 살면서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 소식부터 부고까지  접하고서야 몰려온 엄청난 부채의식에 여기까지 왔네요.
    노무현입니다 를 보며  주위의 젊은 분들과는 또 다른 의미의 눈물을 흘리는 자신을 보게 되었습니다.
    마지막 장면 털래털래 걸으시며 악수를 청하는 그 분의 뒷모습에 측은함과 고마움과 그리움이 한없이 밀려들기도 했지만, 그시절 그냥 지나치는 한 행인이었던 제 모습이 너무 죄송했어요.
    저도 너무 힘겨울까봐 그동안 미뤄왔던  봉하 방문을 올해는 꼭 하려구요. 이제는 조금 가벼운 마음으로 그 분 묘소에 참배 드릴 수 있을 것 같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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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무와숲 2017/06/03 07:35

    숙연한 마음으로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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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이저 2017/06/03 08:44

    공감합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봉하에 다녀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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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말씀더 2017/06/03 09:05

    공감합니다. 386세대에겐 쓰러져간 학우에 대한 마음의 빚이 늘 있습니다.
    지금 세대에게는 약간 다르지만 세월호에 대한 빚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제대로 지켜주지도, 실컷 목놓아 슬퍼해주지도 못하고 심지어 노란리본도 못달고 다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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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uybrush 2017/06/03 09:12

    이런 세대가 있어서 저희는 일본과는 다르지요. 다시말해 이렇게 내려오는 투쟁의 노력으로 어린세대도 민주쟁취를 이번에 경험했지 않겠습니까! 것도 글로벌한 관심을 받으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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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베나사티바 2017/06/03 09:27

    어제 유시민님이 예능프로에서 이야기하던 게
    이거잖아요
    다른 나라는 장수들이나 우두머리가 항복하면 그 전쟁은 끝인데
    우리 나라는 왕이 도망가도 장수가 패배해도
    어디서 민초들이 들고 일어나 다시 전쟁 시작이라고..
    유구한 의병항쟁의 피가 우리 몸에 흐르고 있는 거겠죠
    글구.. 역사의 현장에 있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너무 순진하게 살았나봐요
    6월항쟁때 중학생이었는데 진짜 전혀 모르고 있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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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세먼지시로 2017/06/03 09:37

    2002년 노무현 때문에 웃고울었던 날들이 생각나네요. 월드컵보다 더 멋졌던.
    80년 광주의 희생과 87년 대항쟁의 피가 흘러 역사를 만들고 있네요.
    노무현 대통령님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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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물간 2017/06/03 09:41

    대학 1학년 때 각서쓰고 먼저 빠져나왔던 동대문 경찰서 지하실... 그 81년 이후 항상 마음에 빚을 지고 살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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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laddin0813 2017/06/03 09:53

    저도 86학번...ㅠ.ㅠ  전경들이랑 같이 등교하고  최루탄을 뒤집어 쓰고 5.18 사진을 늘어 놓은 길을 걸어 수업 들으러 가던 시절.... 하루가 멀다 하고 분투신 하던 학우들......끝없이 양심선언을 이어가던 교수님들....  그때 청문회에서 노무현을 보고 정말 깜짝 놀라고 카타르시스를 넘어 어지러운 시대를 살아 내는 보상 같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새상이 바뀌었다고 안일하게 생각하다.... 소중한 분을 잃었습니다....  정말 분하고 원통한데.. 풀 때도 없고 방법도 모르겠고... 그나마 이런 시간이 돌아 와서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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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푸른숲으로! 2017/06/03 10:10

    우리 386들이나마 욕먹지 않을 기성세대가 되어야겟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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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드량 2017/06/03 10:12

    눈물도 나지만, 문재인 대통령님은 꼭 지켜드실 것 같아 한편 마음이 놓이기도 합니다.
    노짱.......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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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usemuse 2017/06/03 10:17

    ㅠㅠ 벅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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