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게임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1981년 아케이드 게임의 전성기,
미국 포틀랜드 교외에 위치한 오락실에서
한정 판매되어 조용히 사라졌던 게임.
그 이름은 폴리비우스.
게임에 대한 이야기는 모호하다.
하지만 공통된 이야기는 이러하다.
'평범한 게임기 외형'
'추상적인 퍼즐 게임플레이'
'매우 중독적임'
'플레이한 사람이 수많은 정신적인 부작용을 겪음'
'미 정부의 사회 실험 프로젝트일 수도?'
'슈트를 입은 정부 관련 요원들이 게임 기기와 자주 접촉함.'
'어느 날 게임은 완전히 사라짐'
유일하게 존재하는 화면 기록을 통해
지네슐뢰센이라는 독일명 회사가 제작했다고 확인할 수 있으나
그 어떤 기록에도 동명의 회사는 존재하지 않았다.
게다가 이 회사명도 번역기에 돌린듯한,
문법적으로 맞지 않는 독일어다.
그 뜻은 '정신을 지우다'
80년에 나온 게임 디펜더와의 타이틀 비교
폴리비우스의 폰트도 매우 수상하다.
당시 게임은 용량의 한계로 타이틀을 매우 단순하게 표현할 수 밖에 없었다.
폴리비우스의 크고 복잡한 폰트 그래픽은
몇년 뒤에 나오는 닌텐도의 아케이드 게임의 그것과 유사하다.
어쩌면 폴리비우스가 그런 게임의 선두였을 가능성도 있다.
폴리비우스의 실존하는 게임플레이 영상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인터넷에서 찾을 수 있는것은 가짜이거나
팬게임, 혹은 추측성 구현작에 불과했다
게임기, 회로 보드 사진 등 게임의 실존을 증명할만한 자료도
다 가짜이거나 합성인 것을 손쉽게 증명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유튜버 Ahoy는 이 40년 전 게임에 대한 소문,
이 도시 전설에 대한 기원을 찾아보기로 했다.
그리고 이 모든 이야기의 기원은 80년대에 시작하지 않을 수도 있다.
현재는 '도시 전설'로 수정된 게임 폴리비우스의 위키피디아 페이지
이 위키피디아 페이지는 2005년에 만들어졌다.
그리고 2004년, 11월에 실제 역사 인물 폴리비우스 문단에 동명의 게임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
이 당시 이 게임은 '아케이드 게임/사기로 판명됨'으로 표시되어 있었다.
하지만 2004년 2월에는 같은 문서에서 저런 거짓 루머 딱지 없이
은근슬쩍 그 미지의 게임에 대한 정보를 풀고 있었다.
이 것이 최초의 위키피디아 기록이다.
하지만 더 예전에 만들어진 인터넷 기록이 남아있다.
2003년.
슬래시닷이라는 게임 사이트에서 폴리비우스라는 게임을 다루고 있었다.
그리고 그 정보에 대한 출처는 게임프로라는 유명 게임 잡지였다.
당시 세계 최대의 게임 잡지.
2003년 9월호에 나온 이 기사는 게임계 도시전설을 다루면서
폴리비우스라는 게임을 소개한다.
실존했다는 증거를 찾기 어려우며 거짓일 가능성이 높다는 식으로.
그리고 2003년 이전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폴리비우스라는 게임이
이 잡지를 통해 수백만명의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된다.
같은 년대에 나온 폴리비우스 기사에서는
그 출처를 Coinop.org라는 사이트에 달고 있었다.
아케이드 게임 수집가 및 애호가를 위한 사이트.
폴리비우스를 언급한 수많은 초창기 자료들이 전부
이 사이트를 가리키고 있었다.
2000년 2월 6일에 작성된 이 기록.
넷상에 이보다 더 오래된 기록은 없었다.
유튜버 Ahoy는 정보를 보다 확실히 하기 위해서
다양한 유즈넷 아카이브에 접속해서 자료를 뒤져봤으나
그 어디에서도 역사가 Polybius가 아닌
게임 폴리비우스를 언급하지 않았다.
즉 게임 폴리비우스에 대한 기록은 20세기에 존재하지 않았으며
21세기에 처음으로 등장했던 것이다.
1980년대에 나왔다고 하는 게임이 말이다.
모든 정황을 조합한 결과는 이러했다.
- Coinop.org의 주인 커트 콜러는 바이럴 목적으로
폴리비우스라는 게임 이야기를 지어내어 자신의 웹사이트에 기록을 남긴다.
[그는 아케이드 게임에 대한 충분한 지식을 갖췄고 직업도 웹 디자이너라
그럴듯한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그는 사이트를 인수할 때 독일어판을 추가했고 이를 보아 독일어도 할 줄 안다.
폴리비우스의 제작사가 독일명 회사였다는 것을 기억하라.]
- 도시전설이 잘 퍼지지 않자 게임프로 잡지에 귀뜸했다.
- 수백만명이 이 기사를 접했고 도시전설이 만들어졌다.
자, 도시전설의 출처에 대해 알아냈다고 치자.
그럼 도대체 자신도 이런 게임을 해봤다고 한 수많은 증언은 뭘까?
자신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고 하는 사람이 많은데
그 수많은 사람들이 다 거짓말쟁이거나 관심종자일까?
자 당시 미국 사회의 단면을 살펴보자.
1. 미국에는 상당히 많은 정부관련 음모론이 많고
일부는 사실로 밝혀짐
2. 1989년부터 2000년까지 북미에선
모든 아케이드 게임에 뿅뿅 반대 캠페인 메시지가 표시된다
게임에서 나오는 FBI 로고를 사람들의 머리 속에 각인시키며.
3. 1981년, 게임을 28시간 한 뒤 복통으로 쓰러진 아이에 대한 기사가 나온다.
1982년 심장질병을 앓고 있던 아이가 게임을 하다가 오락실에서 사망한 기사가 나온다.
이 외에도 게임을 하다가 광과민성 간질을 겪은 아이들에 대한 기사도 나오니
게임에 대한 무서운 기억이 남아있을 수도 있다.
4. 게임에는 비밀이 많다.
비밀 코드, 치트코드, 숨겨진 이스터에그 등
당시 어린 게이머들은 게임에 숨겨진 비밀에 익숙했다.
특히 오락실에서 특이한 스크린에 접속하며
게임기를 만지작 거리는 어른들을 봤을 수도 있다.
그런 건 대부분 단순히 게임 설정을 조작하는 것에 가깝지만
어린이 입장에서는 게임의 어두운 비밀로 보였을 것이다.
5. 실제로 몰수되어 파괴된 오락실 게임기가 존재한다.
동독에서 출시된 게임 '폴리-플레이는' (이름도 폴리비우스와 비슷하다)
베를린 장벽 붕괴 후 기기는 리콜되어 파괴되었다.
그런 케이스가 아니더라도 당시에도 많은 망겜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진 오락실 게임기는 많다.
기억은 생각보다 조작되기 쉽다.
인간의 머리 속에 잠재된 수많은 경험과 기억, 유사 경험.
그 모든 혼잡한 데이터를 제대로 관통하는 도시 전설이 나타나면
자신의 경험과 조합하여 그 것이 실존했다고 믿게 된다.
약간의 상담과 유도 화법만으로 자신이 어린시절 학대를 당했다고 믿게 된 청년들처럼.
어쩌면 폴리비우스라는 게임이 실제로 존재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걸 입증하는 책임은 그 것이 실존했다고 주장하는 자에게 있다.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_7X6Yeydgyg
".....라고 적게 보좌관."
"예,각하."
Sierra901 2022/05/27 14:28
AVGN에서 재밋게봣는데
B-2 스피릿 2022/05/27 14:29
".....라고 적게 보좌관."
"예,각하."
Stern 2022/05/27 14:29
저게임을 베이스로 80년대 영화도 나왔다
알파베타감마델타 2022/05/27 14:30
포켓몬 괴담같네
중고장터에서 산 포켓몬 개조판 괴담
닥자터자피자 2022/05/27 14:30
오늘의 교훈:
- 당신이 뭔 짓을 하든 인터넷에는 반드시 흔적이 남는다.
- 인간의 기억은 애매모호해서 왜곡하기 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