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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목 아프면서 든 생각 이것저것

안녕하세요, 유게에 종종 출몰해서 이상한? 만화 자주 올리는 번역가예요.
최근에 터널 증후군이 왔는지, 손목도 아파서 취미로 하는 번역도 못하는 김에 이런저런 생각이 들어서 넋두리 한번 써 봤어요.
주접소리밖에 없으니 무시하셔도 OK입니다.
귀찮으신 분은 제일 밑에 적은 세줄 요약으로 넘어가 주시면 됩니다.
인터넷에 올리는 만화 번역은 일종의 자기 증명 수단이었습니다.
회사에 다니면서도 집에 돌아와서도 할 수 있는 취미 생활이라고는 게임이나 번역인데,
게임으로는 타인에게 인정받기가 굉장히 어려우니, 번역이라는 것만이 유일하게 내세울 수단이었지요.
타인과 만남을 가질 만큼 활동적인 성격도 아니거니와, 평생을 내향적으로 살아온 저로서는 어떻게 놀아야 하는 건지도 몰랐으니까요.
타인에게 어떻게 접해야 할지 몰라 실수도 많이 하고, 깨지기도 하면서 많은 일을 겪었지만,
재작년 즈음에는 가정 불화로 가족들과도 사이가 크게 소원해졌습니다.
그래서 당시에는 죽을 생각도 많이 하면서도 죽을 용기도 없으니 차라리 살 힘이라도 길러 볼까 싶어서, 번역에 더욱 매달려 봤습니다.
내향적인 놈으로서는 다른 사람과 소통할 수단이 인터넷 정도였으니 하나뿐인 그 길로 빠져들기 정말 쉬웠어요.
그리고 약 2년 동안, 죽을 생각으로 이런 작가님, 저런 작가님께 무작정 번역 권유를 하며 번역해 봤습니다.
지금은 그게 일상이 되었지만요.
앞서 말씀드린 가정 불화는 아직 완벽히 해결되진 않았지만, 어느 정도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야기가 다른 곳으로 샜지만, 정리하자면 번역에 그만큼 많이 매달려 봤습니다.
회사에서 하는 일로서는 정말 힘들고 괴로운 일도 많았지만, 집에서 하는 번역에는 그런 게 많이 없었거든요.(나름대로 선을 그은 게 아닌가 싶습니다)
어떤 의미로는 번역이라는 업이 애증의 관계라고 할까요. 스트레스를 주는 요소이기도 하지만, 스트레스를 푸는 요소가 되기도 했으니까요.
그렇기에 이만큼 소중한 취미이자 직업도 없고, 이만큼 괴로운 취미이자 직업은 또 없었어요.
그런데 이번에 손목에 이상 증세가 오면서 조금씩 번역 자체가 힘들어지고, 며칠 정도 제대로 작업을 못하다 보니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만약 이러다 번역을 아예 할 수 없는 몸이 되면 나는 어떻게 될까? 아무것도 할 수 없을 텐데, 그때의 나는 뭘 할 수 있지?"
위에 적은 대로 제게 번역은 '직업'이자 '취미'입니다.
인간이 사회에 녹아들기 위한 수단은 바로 '직업'이고 스스로를 계발하기 위한 수단은 바로 '취미'예요.
저 같은 경우는 이게 한 곳에 뭉쳐 있으니, 한쪽이 무너지면 자연스레 '저'라는 존재가 무너질 수밖에요.
앞서 말씀드린 "번역을 할 수 없는 나는 무엇일까?" 하는 질문이 당장 무슨 답을 내릴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건 저도 잘 알고 있고,
그렇기에 급하게 찾을 답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당장 아예 번역을 할 수 없는 건 아니니까요.
아마 지금의 제 부상은 커다란 역경이라는 계단을 올라가는 데, 그 중 1단계 정도의 위험이 아닐까 생각해요.
당장 이 계단을 오르는 건 그리 어렵지 않겠지만, 머지 않아 찾아올 다른 계단들도 쉽게 넘을 수 있을 역경이라고는 확신할 수 없으니까요.
그래서 지금은 잠시 웅크려 쉬어 갈 겸, 힘을 모아 볼까 합니다.
여러분께 받은 많은 관심과 응원이 원기옥처럼 한 데 모여 제 힘이 되어 주리라 믿으며.
앞으로도 부족한 번역가를 사랑해 주세요.
많은 관심도 항상 감사합니다.
앞으로는 조금 느릿한 걸음으로 머나먼 여정을 여러분과 함께하겠습니다.





세줄 요약


1. 분에 넘치는 사랑과 관심, 정말 감사합니다.
2. 부족한 몸이지만,
3.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과거에 받은 축전? 비스무리한 만화(를 번역한 것)


다들 화이팅!

댓글

  • 유이P
    2022/04/19 00:31

    직업과 취미가 같다니 부러워

    (K2JQSu)


  • 전국악당협회장
    2022/04/19 00:31

    뭐야시발 존나게 응원해요!

    (K2JQSu)


  • 어이김씨 국밥좀떠줘
    2022/04/19 00:32

    번역가는 일단 추천이다

    (K2JQSu)


  • 야옹이연방
    2022/04/19 00:32

    늘 재밌게 보고 있어용 화이팅!

    (K2JQSu)


  • 루리웹-2294817146
    2022/04/19 00:32

    힘내

    (K2JQSu)


  • 우주해파리
    2022/04/19 00:33

    터널증후군은 병원 빨리가보사는걸추천 저처럼 만성이됨

    (K2JQSu)

(K2JQS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