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 같이 한 배를 탄 사람들끼리 너무하는 것 아닙니까?"
???
"뭐가 너무하다는 건가?"
"힘을 합쳐 전하를 보위에 올렸던 사람이면, 전하의 용안에 먹칠을 하는 짓은, 하지 말아야 할 것 아닌가?"
"허, 아니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있습니까?"
"제가 작정하고 들여다 보면, 대감이라고 뭐 무사하실 것 같습니까?"
"뭐라?"
"말씀이 지나치십니다!"
"지금 누구를 비난하시는 겁니까?!"
"추악한 잘못을 저지른 신하를 그리 감싸시면, 대역죄인들을 옹호하는 자들과 뭐가 다릅니까?"
"뭐야? 야."
"네가 지금 판서 자리에 올랐다고, 나한테 바른 말 하겠다는 거냐?"
"'네가'라니요? 최소한의 예의는 갖추십시오."
"이게!!!"
"자네도 조심하게. 안하무인으로, 조정의 위계를 어지럽힌다는 말이, 수 없이 들려오고 있으니."
"뭐요?"
"하루 아침에, 사헌부로 압송되기 싫으면, 알아서 처신하게."
"아니, 저자들이!..."
"으아아아아!!!!!"
온갖 부정부패와 비리로 자신의 사익을 취했던 하륜을 대신들이 탄핵을 요구하는 상소를 태종 이방원에게 올리자,
전하를 같이 보위에 올리는 일에 한 배를 탔던 사람들이 뭐 그까짓 것을 가지고 같은 역정을 내는 일이 있었음.
다만, 실록에서는 부정부패와 비리 혐의로 하륜과 이숙번을 벌 주라는 신하달의 상소가 있었던 점이 차이점이겠지.
이숙번이 태종이 상왕으로 물러나기 1년 전인 1417년 당시에 나이가 겨우 45세였기에 대단히 혈기왕성한 나이였음.
결국, 하륜에 비해서 이숙번의 나이가 너무 젊어서 자신의 아들인 세종 이도의 앞날에 방해만 될 수 있겠다는 태종의 계산이 딱 서고,
훗날 태종이 승하하게 되면서 유언으로 세종에게 "주상은 절대로 이숙번을 유배에서 풀어주지 마시오."라고 신신당부할 정도였음.
결국 세종은 '태종실록'의 편찬을 위해서 아버지인 태종의 제위 기간 때 관직에 있었던 이숙번을 잠깐 불러들였던 것 말고는,
철저히 유배지에서만 근신하도록 엄명을 내렸고, 이숙번은 끝내 세종 22년에도 복권되지 못한채 유배지에서 생을 마감했지.
같은 시기를 다룬 사극인 '용의 눈물'에서는 하륜과 이숙번이 태종 이방원에게 충성을 다하는 충직한 신하로서의 모습만 표현되고
온갖 부정부패와 비롤 자신의 사리사욕을 취하는 모습은 전혀 다루지 않는 것이 아쉬웠었었거든.
그런데 이번 태종 이방원에서는 하륜과 이숙번의 저런 모습들까지 확실하게 고증하고 조명한 점은 좋더라.
루리웹-7802086726 2022/04/18 15:19
단순한 욕심쟁이는 몰라도
권력에 취한자는 왕권에 위협이 된다는 판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