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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자연의 한낱 일부라는 것을 깨닫게 해줬던 그 녀석..


술 먹고 허리가 아프므로 음슴체로 가겠음.

때는 본인이 스무살 때쯤.

고등학교를 졸업식 즈음 한 겨울에 가족끼리 등산을 갔었음.

동네 뒷산이었지만 위치가 묘해서 사람들이 평소에 자주 등산하지 않는 곳이었고

게다가 겨울내 내렸던 눈이 녹지 않았던 때라 등산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음.

발목까지 푹푹 빠지는 등산로를 따라서 걷는데

진짜 발다박 동상걸리는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거친 산행이었음.

하지만 결국 정상에 다다르고 가족끼리 준비해온 음식을 나눠먹음!

나는 어느정도 배가 차자 전망이 좋은 곳으로 홀로 이동해 

눈 앞에 펼쳐진 설원!!! 까지는 아니고 눈에 덮인 도심 풍경을 혼자 감상하고 있었음.

고요한 적막속에서 홀로 경치를 구경한다는게 얼마나 감동적이던지.

그런데 그때 저 너머 수풀 속에서 뭔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리는거임.

등산객 발길이 끊긴 산 속에...무슨?

야생동물인가 싶어서 몸을 바짝 긴장한체 뒤를 돌아봤는데

눈이 샛노란 늑대 한마리가 나를 쳐다보고 있었음.

순간 내 머리 속이 텅 비어버림.

어딜가도 꿀리지 않는 운동신경과 신체능력을 가지고 있는 나였지만

그 순간 진짜 몸이 굳어버림.

그 늑대가 나한테 다가와서

그 우악스러운 주둥아리를 내 엉덩이에 들이대는 그 순간에도

난 진짜 아무것도 못했음.

소리를 치기는 커녕, 손 하나, 눈 하나 깜짝 못하고

그 녀석이 다가와 내 엉덩이를 탐하는 걸 그냥 멍하니 지켜만 보고 있었음.

내 바지와 엉덩이 속으로 뭔가 뜻뜻 미지근한 것이 스며든다고 느꼈지만

그 순간에도 나는 이게 현실인지 뭔지 구분도 못할 정도로 패닉상태였던 거임.

그때 저 멀리서 비병소리가 들여왔음.

아니에요!!!! 아니야!!!!!!

다급하고 처절한 그 목소리를 들으면서도

나는 그 녀석이 내 엉덩이를 헤집는걸 그냥 두고 볼 수 밖에 없었음.

마침내 격렬한 비명을 지으며 달려온 그녀는 

그 늑대를 내게서 간신히 떼어 놓았고 

이렇게 말했음.

알래스칸 말라뮤트인데 아직 새끼에요!

무릎이 탁 풀리는 느낌이였음.

진짜 야생에서 포식자를 마주치는 순간 몸이 굳는 다는 사실을 몸소 체험함.

한반도에서 늑대가 멸종한지 근 몇 십년이 지났다는 그런 기존의 지식같은건

떠오르지도 않음.

나는 얼굴이 사색이 된체 그 녀석의 침으로 범벅이 된 바지를 질질 끌며

집까지 무사 귀환했고

그 녀석 털이 가득 묻은 내 바지를 돌아보며

대자연의 위대함.

야생에서 약육강식의 처절함.

인류 문명의 위대함 등을...

돌이켜 생각해 봄.

술 먹고 쓴 썰 끝. 

히히히.








댓글
  • ♪오동추야 2017/05/28 01:59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아직 새끼라 목줄을 방심했나보네요 ㅎㅎㅎ
    엉덩이를 왜 글케 핥아 댔을까 ㅎ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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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amirar 2017/05/28 12:47

    베스트로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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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永久童精 2017/05/28 12:50

    지렸다는 걸 침으로 범벅이라고 바꾸셨군요.
    자수하시죠? 지리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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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낮은자리에서 2017/05/28 12:50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와 진짜 늑대에서 깜놀해서 어머어머 하면서 읽다가 말라뮤트에서 빵터졌어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미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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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리부는사람 2017/05/28 13:05

    요약 : 지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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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용기내는용기 2017/05/28 13:17

    늑대로 오인할 만큼의 개를 풀어놓고 다니다니 극혐.. 제가 겪었다면 엄청난 정신적 트라우마를 느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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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편적인진리 2017/05/28 13:26

    말라뮤틐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지렸어요 안지렸어요?
    지린걸 말라뮤트침이라고 핑계대는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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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eastory 2017/05/28 13:29

    장소랑 상황이 그래서 착각을 해서 그렇지, 실제로 개랑 늑대랑은 완전히 다르더라구요.
    개 좋아하고 소형견같은 애들 보다가 도베르만 이런애들 봤을때 카리스마 있네, 좀 무섭다..그 생각했는데,
    동물원가서 늑대 실제로 보니까....개랑은 비교가 안 되고 차원이 다르다고 느꼈어요. 쳐다만 봐도 ...무서운 걸 넘어서서...?
    사람에 길들여지지 않은 동물랑 아닌 동물이란 건 엄청난 차이구나..분위기부터....
    그리고 동물원에서 사육사한테 손탄 늑대랑 또 진짜 야생에서 늑대떼랑 만난 거랑은 천치가 나겠죠. 근데 동물원 늑대도 쩜.....
    그냥 인상깊었어요. . 오래 전 일인데 동물원 실상 알고 안 가죠. 지금은 없어졌음 좋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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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념고양이 2017/05/28 14:26

    자이언트 알래시카 말라무츠 라고 있네요...사람만하네요  드드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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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퀸프레디 2017/05/28 14:29

    늑대 같은 놈 한테 뒤로 당한 썰.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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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망나뇽어딨니 2017/05/28 14:32


    궁금해서 사진 찾아봤는데 크긴 크네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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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계항진 2017/05/28 20:09

    쌋네 쌋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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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리자장구 2017/05/29 01:41

    했네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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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냥군 2017/05/29 01:56


    실제 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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