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살때부터 쥬니어 네이버에서 야짤을 줏어본 기억이 있고
그 시점 쯤부터 부모님 화장대 옆을 캔버스 삼아 크레파스로 색을 수놓았던 저로서는
그림쟁이라는 꿈이 너무나도 당연했습니다.
참고로 보지는 안그렸습니다.
사춘기가 오기 전부터 성욕에 눈을 뜬 본인으로서는
잘 그려진 눈 하나만으로도 격한 흥분감을 얻을 수 있는데
그것이 몸 전체라면 얼마나 대단할까 하고 생각했었고, 그게 제 그림의 시작이었습니다.
욕망이 이끄는 대로 그려온 저의 그림은,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욕망만이 가득한, 어린아이 장난과 같은 그림을 그릴 수 있었고
나이가 차츰 들어가며 어떤 것을 공부해야, 내가 추구하는 바를 이룰 수 있는 지를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별달리 큰 스승 없이 이 사람 저 사람에게 팁을 받으며 그려온 저는
발전하는 실력과 비례하게 한 가지 생각이 계속 몸집을 불리며 저를 난감하게 했습니다.
"자신이 그린 그림으로 친다는 것은 과연 가능한 일인가?"
알 수 없습니다. 당장 저는 저의 그림을 온전히 즐기기 보다는 보다 나은 방향을 찾기 위한 시각만을 길렀고
이는 곧 저의 그림을 보더라도 흥분보다는 "이번 그림의 어디는 고쳐야한다." 라는 비판부터 찾게 되었습니다.
으레 비판이란 것은 발전의 방향을 정하고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지만
그것을 하려는 이에게 대뜸 "그렇게 치는 거 아닌데!" 라는 소리를 해버리면
섰던 것도 고꾸라지지 않겠습니까.
그림쟁이들에게는 한 번씩은 꼭 찾아오는 경험이 있습니다.
다시는 이런 그림을 그려낼 수 없을 거 같다. 이 그림은 내 현 수준을 넘어선 그림이다. 하는 경험 말입니다.
슬프게도 저는 이 경험을 야짤이 아닌 것에서만 경험했고, 야짤에서 경험한 적은 없었습니다.
자연스레 야짤에 대한 자신감은 줄었고, 건전한 그림, 수련으로 방향을 조금씩 선회하기 시작했습니다.
학기가 시작되기 전까지는요.
화만 부르는 게임 대신 택한 그림은 어느새 발전만을 위해 그리는 예전의 모습은 없었습니다.
오로지 저의 욕망만을 좇아, 당장 내가 보고싶은 것, 그려보고 싶은 것만을 좇으려 했고
수련 같은 것은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저는 야짤을 다시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엊그제인가, 어제인가. 저는 여느 때처럼 낙서를 했고, 자려던 참이었습니다.
문득 스친 질문은 저를 가만히 자게 내버려두지 않았습니다.
"욕망만으로 점철된 그림이라면, 오히려 칠 수 있는 게 아닐까?"
하긴 했습니다.
다만, 온전히 그 그림을 즐긴 것인지, 아니면 그저 그 상황을 상상한 것인지.
다른 그림으로 칠 때는, 온전히 즐기긴 하였는지. 아니면 그때 또한 상상을 했던지.
다른 그림을 볼 때에는 그림의 문제점을 찾는 시각이 없었긴 했던지.
저는 확신할 수 없습니다.
이러면 어떠한가 저러면 어떠한가 싶기도 하지만
그래도 다시 안 하는게 낫겠단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도 난 꼴렸음.
성유게에 못올리는 수위임 ㅅㄱ
@UneducatedHaro
뭐하려고햇는데까먹음 2022/04/06 12:09
위대한 분이시군요
김하로메이커 2022/04/06 12:11
딸치면 위대해진다니... 위대해지기 참 쉽구나
Grakod 2022/04/06 12:15
그렇군요 자신의 딸같은 그림으로 딸을 친다라...
진정한 딸딸이를 치는 자라고 불러드리겠습니다
시라사카 코우메P 2022/04/06 12:16
나도 언젠가 내가 보고
아 이건 꼴리는구나
하는 그림을 그릴 수 이쓰면 좋겠다
☆닿지않는별이라해도☆ 2022/04/06 12:16
ㄸㄸㄸ
necomaid 2022/04/06 12:17
퍼리자나!
유과 2022/04/06 12:17
뭔가 철학적인것 같기도 한데 유게에 너무 어울려서 이게 칭찬인지 욕인지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