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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나는 노무현이 싫다.

#나는 노무현이 싫다.
사람이 어리석고 바보같아서 지가 지 그릇조차 자신을 받아내지 못하여서 곧내 스러졌다.
09년, 내가 군대 일말상초 때의 일이었다. 그는 바보같은 사람이다.
그가 뛰어 내려버린 날, 나는 평택에 면회온 여자친구와 삼겹살을 먹었다. 참으로 비현실적인 이 소식, 또한 어수선하고도 황당하고 또 먹먹한 뉴스는, 누군가는 위독하다고, 또 누군가는 오보라고 전했다. 참으로 황당한 일이었다. 그 날의 모든 순간이 생생하다. 평택 시내로 향하는 버스 안의 어수선함, 그래 그 날은 어수선한 날이었다.
그의 스러짐을 전하는 아나운서의 차마 정돈되지 못한 목소리와 말 한마디가 다 어수선했고, 그 소식을 접하고 비현실적인 현실을 받아들이는 우리들도 어수선했다. 그런 하루였다.
한 사람이 뛰어내렸다고 하고, 머리부터 땅에 닿아 두부가 심하게 파열이 되어 결국에는 심정지 하였다고 매체는 일제히 전했다. 마지막에 비서관인가 수행원에게 담배 한 대를 달라고 했단다.
낭만적인 사람이었다. 투박했고, 멋도 없고, 다혈질적이고, 다분히 부족한 사람이었다. 치열한 경선을 치르며 대권에 도전할 때 나는 중학교에서 인수분해를 배우고 있었고, 정쟁과 레임덕에 지쳐 그 짐을 내려놓으려 할 때 그러한 뉴스를 외면하며 대입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후회가 된다.
무언가의 노스탤지어일까, 뭣도 아닌데 그는 사람을 그리워 하게 하는 무언가가 있다. 한 번쯤 시덥잖은 이야기 하며 소주나 한 잔 기울이고 싶었다.
#나는 경주 사람이다. 꼴1통보수 동네 출신이다.
국민학생 때였다. (일학년때 초등학교로 바뀌었다. 알림장의 국민학교 글자에 이중실선을 긋고 초등학교로 바꿨다. 한 이주 정도는 입에 붙지가 않았다.) 내가 다니던 학교 운동장에 초선의원의 정치신인 박근혜가 왔고, 이웃사람 들은 무슨 연유였을까, 무조건적인 환호를 보냈다. 그건 마치 신앙이었다.
유신에 대한 그리움이었을까. 아젠다도 없고, 정치신념 조차 없었던 그녀에게 사람들은 홀린 듯이 연신 그 이름을 연호했고, 무조건적인 지지를 보냈으며, 결국 그로부터 십오년 정도가 흘러 이윽고 대통령으로 만들었다. 만들어버렸다.
#그간 참으로 많은 일들이 있었다.
02년, 주한미군의 궤도차량이 여중생 두명을 짓밟았고, 북방한계선에서 선제타격권이 없었던 우리 해군의 고속정이 포탄을 맞아 스러졌고, 또 내가 군에 있었을 땐 초계함이 아닌 밤중에 바다 속으로 침몰했다. 보급병이었던 나는 급양담당 부사관 중사와 사고 일주일 전 이야기를 나누었고, 사고 후 그는 실종이 되었고 이윽고 그의 사망자 소식을 전해 들어야만 했다. 2010년의 일이다. 재래식 마지막 전쟁으로 불리는 월남전으로부터 40년 정도 후의 일이다. 참으로 황당하니 아니 할 수가 없다.
또한 광우병, 신종플루, 메르스 따위가 반도를 강타하였으며, 우린 속수무책이었다. 08년의 리먼쇼크 후에 가뜩이나 힘들었던 경제는, 98년 IMF통화위기 이후 지긋지긋하게도 따라붙어 오던 그 경제난에 기름을 둘러, 우리네는 허리띠를 졸1라맬 수 밖에 없었으며, 그러한 가운데 무언가의 환상에 사로잡혀 현대그룹 출신인 이명박을 서울시장으로, 그리고 대통령으로 만들었다. 그 때 나는 대학생에서 군인으로, 또 제대해서는 옆나라로 유학을 택해서, 위정의 실태는 잊고서 살았다. 잊고자 했다.
나라는 시나브로 말라 갔으며, 자랑스런 내 고향 어르신들은 이명박의 관성으로 인해서 였을까,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근 사년간 나라가 나라답지 않게 변해갔다.
서로가 서로를 증오하고 분열하며 편을 가르고, 진영논리를 펼쳐 갔다. 노사, 남녀, 빈부, 영호남, 노소, 기득권과 서민이 서로 대립하고 그 골을 깊이 했다. 무차별적이고 근거없는 혐오가 만연하여 참으로도 어이없는 일도 하루가 멀다하고 끊이지가 않았고, 그보다 더 황당한 것은 우리 모두가 그러한 일들에 무감각해져 갔다는 사실이다. 원래 이 나라는 이러했다. 그저 나만 내 입에 풀칠하며 잘 살아가지면 그걸로 된다, 라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나라의 근본이 옅어져갔다.
#그리고 나라는 파국을 맞이했다.
비상식적인 일들이 상식화되었으나, 그 정도가 도를 지나쳤고, 결국에는 폭발했다. 나는 내 나라가 부끄러워졌다. 아이러니하게도 내 나라가 부끄러워지고 나서야 나는 정치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성년이 되고 세번째 맞는 대통령 선거에서 나는 처음으로 투표를 했다. 정말로 수치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20살, 25살의 참정권을 내 손으로 방기했다. 고상한 정치적 신념 따위 없으니 내 한 표정도야 행사하지 않아도 그만이라고 여겼다. 호프집에서 맥주를 기울이고, 데이트를 하고 자격증을 따는 데 그저 몰두했다.
#여러가지 일이 있고 나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대통령이 직접 인선을 발표하고, 참모진들과 소통을 하는 게 연일 기사화 되고 있다. 세상은 결국 돌고 도는 것일까. 불과 10년 전, 지극히 당연하게 여겨졌던 것들이 이 10년 사이에 남의 나라일처럼 멀어져 갔다. 지극히 상식적인 일들이, 마치 희한하고 차세대적인 것처럼 여겨지는 불가사의한 일들이 2017년 작금의 이 세기에 일어나고 있다.
여전히 대립은 존재하며, 서로간의 불신과 소통의 부재가 만연한다. 대통령이 바뀌었고, 세상은 호들갑을 떨고 있지만, 당장의 나와 그대의 생활과 먹거리는 변함이 없고 앞으로도 그럴지도 모른다.
그래도 무언가 가슴 한쪽에 퍽퍽하고 막막한 돌덩어리 하나가 얹혀져 있던 이 십년간의 시간보다는, 조금은 안개가 걷히고, 마치 막혀있던 코가 뻥 뚤린 느낌이다. 내 나라가 나라다워짐을, 역설적이게도 나라밖에서 관망하며 바라보고있다.
자부한다. 때론 정말 정떨어지고 한심하기도 한 내 나라이지만, 결국엔 내가 나고 자란 내 나라가, 올바르다고 믿어지는 방향을 향해 전진하고 있음을. 언젠가 맞이할 내 자식에게, 떳떳하게 내 나라를 선물해 줄 수 있는 날이 올 날이 머지 않았음을.

댓글
  • LAD99 2017/05/24 00:47

    술취해서 써내려 본 글입니다 두서가 없네요 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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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dot 2017/05/24 00:48

    말머리는 정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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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처없는삶 2017/05/24 00:49

    kdot// 굳이 정치로 옮길 필요 없어보이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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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htus 2017/05/24 00:50

    나도 그 때 그사람 싫습니다. 기억하고 추억하고 싶지 않아요.
    지난 시간이 너무 힘들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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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샤키레또 2017/05/24 00:55

    많은 사람들이 느끼고 있는 것들이죠....
    우린 너무 절망했고 지쳣고 포기했고 냉소했는데...
    우린 지지 않았고 타협하지 않았고 견뎌냈던 겁니다.
    앞으로 어떠한 순간이 와도 냉소하고 방관하지 않으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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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느린잠수함 2017/05/24 01:02

    좋은 글 잘 봤습니다. 근데 말머리 시비가 보이네요. 아까랑 똑같아요. 우연의 일치인지 가입일이 같네요.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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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니라니 2017/05/24 01:04

    멋지네요
    명문인진 몰라도 심금을 울립니다
    대리 불러 가는 지금 읽어도 좋으니
    술 깨고 또 읽을겁니다
    멋져요
    굿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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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AD99 2017/05/24 01:14

    고맙습니다 읽어주신 분들 ㅎㅎ
    저는 비록 타국에서 돈버는지라 함께 하지는 못하지라도 우리나라가 좋은 나라로 나아가는 데에 할 수 있는 모든 걸 하려고 합니다
    모두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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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radio 2017/05/24 23:57

    지금이라도 관심가지면서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탐구하면 세상의 주인으로 살수 있지요, 반갑습니다. 저도 고향이 안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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