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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2월 18일

* 갑자기 만 4년전 이맘때가 생각나는 일이 있어 2018년 2월18일 시점에서 평어체로 작성한 글이니 양해바랍니다.
* 장소는 칠레 남단 쪽 푼타 아레나스 입니다. 파타고니아 엘찬턴 트레킹 투어 가시는 분들이 기점으로 가거나
한국에서 남극기지 들어갈때 이용하는 곳으로 알고 있습니다. 비글해협과 가까운 곳이며 파나마 운하가 생기기
전까지 무역항으로 유명했던 곳이라고 합니다.
* 몇년전 기억이기에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DSC01301_1.JPG 푼타 아레나스
영화 해피투게더에서 나온 세상의 끝 이라는 아르헨티나 우수아이아 에 가고 싶었다. 이유?
상처가 있으면 떠나고 싶은 것이지 이유가 필요한가... 그냥 사람이기에 어딘가에서 위로받고 싶고
그게 사람에 대한 상처이기에 더욱 힘들었을 뿐이다. 기왕 현실에서 도망가려면 세상의 끝까지 도망가 봐야겠지.
우수아이아 가는 길에 신라면이 먹고 싶었다. 일도 안 되고 실연도 당하고 힘들어 죽겠다는 넘이
신라면이 먹고 싶댄다. 웃기다.
그래도 무한도전에 나온 신라면 집이 유명하다고 하니 한번 들려보자고 칠레 남단 푼타아레나스 에 잠시 머물기로 한다.
푼타3.JPG
겨우 겨우 찾아갔는데 문이 닫혔다.
검색해 보니 휴일날 찾아간 듯 하다. 그냥 허탈하게 웃음만 나온다.
상처받았다면서 라면이 끌렸던 것도 웃긴데, 칠레까지 와서 라면 한그릇도 못 먹고 가는 내 모습이 웃기기도 하다.
나 라면에 위로받고 싶었던가?
도심을 한참 걸어다니는데 참 우중충하다. 생기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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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 보니 로디우스가 보인다.
왠지 반갑다. 예전에 못생겼다고 참 구박도 많이 했는데 괜시리 여기까지 와서 보이는 모습에는 정감이 간다.
환경과 관점이 바뀌면 이렇게 잘 변하는 간사한 것이 바로 사람의 마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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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정처없이 걷다가
항구로 나왔다. 나와서 여행자정보센터에 갔다. 가서 푼타아레나스에 대한 설명을 듣는다.
칠레 사람들은 푼타아레나스가 세상의 끝이라고 주장한단다. 남미 대륙의 끝은 분명 여기라고 강하게 말한다.
그럼 아르헨티나 우수아이아는 무엇인가 하니 거기는 대륙에 붙어있지 않고 약간 떨어진 섬이기에 그렇게 따지면
어쩌고 저쩌고.... 하나 하나 파고들면 기준점이 어디인가부터 시작해서 경계를 어디로 볼것인가 너무 복잡해진다.
그냥 나 멀리 왔다. 아는 사람 없는 곳으로 그냥 혼자 멀리 멀리 왔다.
푼타 아레나스가 원래 무역항으로 정말 발전된 곳이었다고 한다. 파나마운하가 생기면서 남미 끝을 돌아서 북미로 향하던
배들이 전부 파나마운하로 돌아가면서 침체되었다고 한다. 지금은 남극기지로 가는 배들의 기점 (그것도 우수아이아랑
갈라먹기 하는 듯 하다) 이며 파타고니아 지역의 여행기점으로 명맥을 유지하는 초라한 항구도시일 뿐이다.
그래도 어여쁜 젊은 여성분의 장시간 설명을 듣고 나니 기분이 좀 낫다. 다시 한번 웃기다는 생각이 든다.
사업도 잘 안되고, 실연이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도
맛있는 음식이 보이면 식욕이 생기고 미모의 여성을 보면 눈이 돌아가고...
그게 사람인가 보다.
여행에는 여러 의미가 있겠지만 정말 새로운 환경에서 아무 방해없이 다 털어버리고 내 자신을 관조하는데는 좋은 듯 하다.
외로운 곳에서 외롭다 하다가 춥고 배고프다면 본능적으로 숙소를 찾아 헤메고... 울다가 웃다가 ^^
나도 솔직히 인간이라는 게 무엇인지 모르겠고 내 스스로도 모르겠다. 여행은 삶의 작은 축소판이겠지
어딘가를 향해 가면서 보이는 내 반응들을 계속 지켜본다. 감정과 본능과 의식을 제대로 통제할 수 있다면 그건
인간의 영역이 아닐 것이다.
신라면 먹으러 왔다가 좌절하고 또 다른 세상의 끝을 찾아 우수아이아로 가는 길에 만난 작은 실패는
그냥 내가 살아있구나 더 느끼게 해 준 작은 에피소드였다. 대학 1학년때 교재에 써져 있던
The show must go on 이 한동안 뇌리에서 떠나지를 않는다.
-므나세브라임-
p.s 여행사진 정리하다가 4년전 사진 정리 안된게 있어서 보다가 정말 사람의 앞일 모르겠다 싶어서
당시 기억 되살리며 잠시 적는 잡글입니다. 코로나 조심하시고 항시 평안하고 즐거운 시간 되십시오.
댓글
  • 바람의섬 2022/02/18 11:59

    오.. 여행을 자주 다니시는 듯..
    부럽네요.
    잔잔한 여행기와 사진들 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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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S]므나세브라임 2022/02/18 12:10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하긴 했었는데 코로나 이후로 조심하게 되었었습니다 ^^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건강조심하시고 즐거운 사진생활 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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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00ABARTH 2022/02/18 13:44

    므나세브라임 덕분에 잘 찍은 사진들은 아니지만 지난 여행 제 사진들을 꺼내보게 되었네요 오늘도 영화의 스틸컷 같은 멋진 사진들 감상 잘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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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00ABARTH 2022/02/18 13:44

    므나세브라임님* 덕분에!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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