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소니동에 글을 쓰는 듯 합니다. 처음에는 자유게시판에 끄적이기 시작했는데 쓰다보니 길어져서 정보게시판으로 카테고리를 바꿔서 올립니다. ㅎㅎ
소니 카메라는 그 옛날 F707을 시작으로 희대의 괴작 R1, DSLR A900 등을 쓰다가 NEX5N을 시작으로 미러리스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RX1을 쓰다가 드디어 렌즈교환식 풀프레임 미러리스 A7이 나오면서 발매일에 구입해서 사용했죠. 물론 미러리스는 어디까지나 서브바디 용도로만 썼긴 했습니다. 이후 A7M2 -> R2를 거치면서 미러리스로 메인과 서브바디를 다 바꾸고 DLSR은 작별을 고했죠. 이후 M3를 대여해서 잠깐 써보고 EOS RP -> EOS R + RP로 넘어갔던 사람입니다. 이후 쭉 RF 시스템을 2년 넘게 쓰다가, 최근에 니콘 Z6 펌웨어가 업데이트 되면서 EOS R보다 AF 능력이 더 좋아진 관계로 캐논 정리하고 니콘 Z6로 이사왔습니다. 제가 EOS RP로 넘어갈 때만 해도 캐논바디 AF능력이 니콘 Z6보다 우월했는데 업데이트의 위엄으로 니콘이 이젠 더 좋네요.
좋은 사진 많이 남겨준 EOS R의 사진 한장
Canon EOS R + 삼양 RF 85mm F1.4
취미 사진가로써, 거기에 용돈받아 쓰는 유부남 사진가에게 200만원이 넘는 바디는 사실상 부담이 너무 큰 관계로 그 윗급 바디들은 사실 쳐다보지도 못하기 때문에 늘 신품 혹은 신동품 200만원 선에서 바디를 고르게 됩니다. 메인바디를 R2에서 업그레이드 하기 위해 소니는 M3를 2주간 대여해서 써본 뒤 맘 접었던 이유가 허접한 하드웨어 때문이었습니다. AF능력이야 뭐 인정하지만 하드웨어의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과 허접함이 늘 마음에 안 들었었거든요. A7M2 시절까지만 해도 풀프레임 미러리스에선 거의 선택의 여지가 없었는데 이후 EOS R과 Z6 등등이 나오면서 선택의 폭이 넓어졌죠. 그 당시 셋 중에 렌즈군의 매력 (선택의 폭과는 별개의), AF능력, 하드웨어의 사양, 디자인 (취미 사진가에게 카메라 디자인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등 종합적인 면에서 제일 점수를 많이 받은게 캐논 R시스템이었습니다. 사실 하드웨어 자체는 니콘 Z6쪽이 더 마음에 들었지만 AF가 좀 많이 딸렸죠 그 때는..
2019년까지 사용했던 마지막 A7 시리즈 바디였던 A7R2의 사진 한장
Sony A7R2 + 탐론 17-28mm F2.8
A7C 사용해 본 얘기라더니 어째 캐논하고 니콘 얘기만 잔뜩 나오나 싶으시죠? 옛날 생각이 나서 넋두리 풀어놓고 있으니 조금만 참고 읽어보세요. 그렇게 EOS RP를 거쳐 R을 메인바디로 잘 써오다가.. 마스크나 선그라스 모자 등을 썼을 때 눈추적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EOS R의 성능에 아쉬움이 많던 차에, 니콘에서 작년 말에 뜬금없이 Z6 1세대 바디의 펌웨어를 업데이트 합니다. 여기저기 정보를 찾아보니 옆얼굴이나 머리인식, 마스크나 선그라스 썼을 때도 눈인식이 꽤 잘 되더군요. 결국 큰 돈 투자하지 않고 메인바디의 성능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선택으로 Z6로 이사를 결정합니다. 원래부터 하드웨어는 제일 마음에 들었던 니콘 Z시리즈다보니 결심도 쉬웠습니다. 바로 여기서 제가 왜 A7C를 뜬금없이 구입하게 되었는지 이유가 나오게 됩니다.
Z6를 막상 구입했는데 렌즈군이 고민이 됩니다. Z렌즈들을 돌아보니 렌즈군이 부족하기는 하지만 있을 건 다 있는 수준인데, 문제는 가격도 가격이지만 크고 무겁습니다. 고민하던 차에 어디서 소니 FE렌즈를 Z마운트에 쓰게 해주는 어댑터 소문을 주워 들었습니다. 거의 네이티브 수준으로 쓸 수 있다는 정보도 함께요. 가격도 크게 비싸지 않은데다 마침 소니 바디 다 팔면서도 유일하게 남겨놓은 FE 28mm F2 렌즈가 있어서 (그 좋다는 GM들 제치고 전 FE 렌즈 중 이 렌즈를 제일 좋아합니다.) 속는 셈치고 하나 사서 써봤는데 생각보다 성능이 괜찮습니다. 이 정도면 제가 원하는 수준의 AF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판단되어 렌즈군을 소니 렌즈군으로 정비하기로 결정하고 일단 28mm에 소니 20mm 1.8G, 그리고 삼양 50mm F1.4 2세대가 막 나왔길래 하나 구입했죠.
Z6에 Megadap ETZ11 어댑터를 써서 삼양 50mm F1.4 mark II로 촬영한 사진
Nikon Z6 + Megadap ETZ11 + 삼양 FE 50mm F1.4 마크2
잠깐 여기서 또 딴 길로 얘기가 새면, 전 단렌즈 성애자임과 동시에 렌즈 교환은 무척 싫어하는 게으름뱅이다보니 늘 바디를 두 대 씁니다. 메인 바디와 크기가 작은 서브바디 하나. 예전에는 DSLR + 소니 A7 시리즈였다가, 이후 미러리스로 완전 전환하면서 A7M2 + A7R2 였다가, 캐논으로 이사하면서 EOS R + EOS RP를 썼죠. 그러다가 RP를 시그마 fp로 교체했습니다. 단점이 꽤 많은 바디이지만 작은 크기와 더불어 몇 가지 장점이 꽤 매력적인 바디입니다. A7C도 비슷한 시기에 나왔는데 전 A7C보다 fp쪽이 더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런데.. 메인 바디를 니콘 Z시스템으로 하고, 렌즈군으로 FE 렌즈를 들이기 시작하면서 고민이 시작됩니다. 이왕 FE렌즈를 쓴다면 서브바디도 차라리 A7C로 바꿔서 렌즈군을 공유하는 쪽이 이득이 아닐까.. 라는 고민이었죠. 마침 fp는 대부분 어댑터를 이용해서 기존에 가지고 있던 M마운트 수동렌즈 위주로 쓰고 있었기 때문에 처분하는데 부담도 없었던 상황. 결국, 썩 제 마음에는 들지 않았지만 상황 상 최선의 선택이라 보여지는 A7C를 서브 바디로 들이게 됩니다. 혹시 몰라서 fp는 아직 안 팔고 있습니다. ㅎㅎ
욕 많이 먹지만 사랑스러운 카메라 시그마 fp로 한 컷
Sigma fp + TTartisan 32mm F1.5
이렇게 저렇게 해서 돌고 돌아 다시 소니바디를 들였습니다. 2020년 이후 2년만에 (하지만 그게 오래된 R2였으니 소니 신제품은 거의 5~6년 만에 제대로 써보게 되었습니다. 이왕 쓰기 시작한 김에 두어달 써본 A7C의 소감도 간략히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마음에 드는 점
- 후면 모니터의 개선
제가 소니 바디를 떠났던 이유의 8할은 좀 과격히 표현해서 '쓰레기'같은 뷰파인더와 후면 모니터 덕분입니다. 해상도가 떨어지는 건 둘째치고 색감과 콘트라스트까지 흐리멍텅해서 결과물도 중요하지만 촬영할 때의 즐거움도 매우 중요한 취미 사진가인 저에겐 늘 불만스러웠죠. 풀프레임 미러리스에선 선택지가 없었던 A7R2 시절까진 그럭저럭 버티면서 썼지만, M3에서도 별 개선이 없는 걸 보고 미련없이 캐논으로 떠났었습니다. A7C의 후면 모니터 역시 해상도에는 큰 변화가 없지만, 다행히 색감과 밝기, 콘트라스트는 많이 개선된 것 같네요. 이제는 그럭저럭 촬영할 때 봐줄 만은 한 수준까지 온 것 같습니다. 하지만 무려 10년 전에 나온 소니 A7 1세대와 여전히 같은 해상도 (921.6K)라는 점은 도무지 이해 불가하네요.
- 소형 바디
예전에 제가 2015년에 소니 포럼에 썼던 글도 있지만 그때부터 기다리고 기다리던 뷰파인더 없는 소형버전 A7 (당시에는 A5라는 명칭으로 소문이 돌았죠.)이 드디어 2020년에 나왔습니다. 저는 그걸 2021년 말에 샀고요. 장장 6년을 기다린 끝에 원하던 바디가 뜻하지 않은 기회에 손에 들어오게 되었네요. 최소형 풀프레임의 타이틀은 시그마 fp가 가져갔지만 A7C는 그래도 이 작은 바디에 놀랄 만한 펀치를 담고 있습니다. 기대하지 않던 IBIS도 탑재되어 있고, AF 시스템도 비록 상위 바디들엔 못미칠 지라도 서브용 콤팬트 바디로서는 부족함이 전혀 없는 수준입니다. 담겨진 성능대비 크기로는 A7C가 fp를 압도한다는 느낌이랄까요? 하지만 전 여전히 절대 크기가 작은 fp가 더 좋습니다.
- 렌즈군
제가 R2를 마지막으로 떠난 2020년 초 이후 최근 2년간 소니는 무서운 속도로 라인업을 채웠습니다. 거기에 더해 서드파티들도 미러리스 대세가 소니 쪽으로 기울기 시작하자 렌즈들을 대거 내놓았죠. 심지어 중국 회사에서도 FE 마운트 대응 AF렌즈가 나올 지경이니까요. 오랜만에 돌아온 FE 생태계는 신비함과 놀라움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그 중 제게 있어 백미는 단연 20mm F1.8G렌즈와 50mm F1.2 GM 렌즈입니다. 50.2는 아지 재정 형편상 구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만, 20mm 1.8G 렌즈는 크기, 성능, 가격 모든 면에서 환상적입니다. 개인적으로 인물과 함께 풍경을 담는 광각렌즈의 마지노선이 20mm라서 (그 이하는 인물이 너무 왜곡 되어서 싫어합니다.) 아내와 함께 여행 다니는 용도로 20mm 렌즈를 애용하는데 F1.8 밝기에 이 크기에 이 무게는 미쳤다라고 밖에는.. 모든 메이커 통 틀어서 현행 최고의 35mm 1.4 라는 찬사를 받는 35mm F1.4 GM도 기대 중입니다. 고성능 렌즈와 더불어 소형의 가벼운 렌즈가 많은 점도 FE마운트의 큰 장점입니다. 특히 삼양 Tiny 시리즈는 아주 좋아합니다. 제가 가진 다른 서브바디인 시그마 fp의 경우 바디는 작게 잘 만들고 나서 나오는 L마운트 시그마 렌즈들이 대부분 크게 설계된 관계로 작은 바디의 이점을 전혀 살리지 못하고 있거든요. 덕분에 fp는 그냥 예전에 쓰던 보익틀랜더 M 마운트 수동렌즈들 위주로 쓰고 있습니다.
28mm F2를 제치고 개인적으로 최고의 FE 마운트 렌즈가 된 20mm 1.8의 결과물 실수로 조리개 1.8로 찍었는데도 샤프합니다.
Sony A7C + 소니 FE 20mm F1.8G
- 개선된 부팅속도
여전히 캐논이나 니콘에 비해선 살짝 굼뜨지만, 기존에 제가 썼었던 A7 시리즈들에 비해 부팅속도가 장족의 발전을 했습니다. 특히 카메라를 2~3일 꺼두었다가 다시 켰을 때도 예전에 비하면 현저히 빠른 부팅속도를 보이는 것 같습니다. 덕분에 예전에 A7 구형바디들 쓸 때에는 사진 찍으로 나가서 첫번째 맞는 찬스는 놓칠 때가 많았는데 (철커덕 철커덕 로보캅소리 내면서 부팅하느라.. -_-) A7C는 그런 면에서 다소 안심이 됩니다. 하지만 여전히 캐논이나 소니보다 느린 부팅속도는 추가적인 개선의 여지가 있습니다.
- 여전한 BSI센서의 성능
A7R2에서 처음 접한 BSI센서의 성능은 꽤 훌륭했습니다. A7C의 결과물은 R2보다 절대 해상도에서는 밀리지만 최종 결과물의 느낌은 전혀 밀리는 느낌 없이 훌륭합니다. R2 이후 5년이 지나서 발매된 바디이니까 어쩌면 당연한 결과겠지만요. RAW 촬영 후 현상할 때의 보정 관용도는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최신 FE렌즈들의 성능을 충분히 뒷받침하는 날카로운 해상력은 놀랍습니다.
- 무지막지한 배터리 효율
소니가 원래 배터리 분야에서 한 방구 뀌는 회사라고는 해도, 무슨 마법을 부렸는지 NP-FZ100 배터리의 성능과 효율은 대단합니다. (다만, 한 가지는 확실한 건 이 배터리의 성공 스토리 뒤에는 찟어지게 가난한 뷰파인더와 모니터의 눈물나는 희생이 있었다는 것.) 배터리 하나로 보통 하루에 500-600장은 촬영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도고 보통 20% 정도의 잔량이 남더군요. 전용 배터리 충전기 안 넣어주고 바디 자체 충전용 USB 케이블과 충전 어댑터만 덜렁 들어있어서 살짝 맘 상했었는데 막상 써보니 여행 가서도 오히려 이 편이 짐도 줄고 더 좋은 것 같네요. 저처럼 서브바디로 쓰실 분에겐 굳이 추가배터리도 필요 없는 수준입니다.
- 바디 만듦새
A7C의 경쟁 (나름은..) 바디라고 할 수 있는 EOS RP와 비교하면 만듦새가 꽤 뛰어납니다. 살짝 묵직하지만 재질이나 손에 쥐었을 때 느낌은 훨씬 고급스러운 느낌이랄까요? 셔터를 필두로한 나머지 버튼이나 다이얼들의 느낌도 괜찮은 편입니다. (스펀지 누르는 느낌나는 영상 녹화버튼 제외..;;) 비교적 저렴하게 나온 콤팩트 바디치고는 훌륭한 만듦새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실버는 개인적인 기준으로 나름 고급스럽게 마감이 잘 된 느낌입니다. 원래 블랙 사려고 갔다가 실버 실물 보고는 실버로 샀거든요.
- 회전식 모니터
회전식 모니터는 사람에 따라서 호불호가 나뉜다고 봅니다. 대부분의 회전식은 바깥쪽으로 180도 완전히 펴지지 않아서, 회전식 모니터를 전개한 상태로 로우 앵글이나 하이 앵글에서 수평 수직 맞출 때 애로사항이 꽃 필 때가 종종 있습니다. 그런 이유로 개인적으로는 회전식보다 틸트식을 선호합니다만 A7C와 같은 컴팩트 바디의 경우에 한해서 회전식이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컴팩트 바디는 아무래도 셀카촬영 등을 염두에 두고 구입하는 경우가 많고, 요즘 많이 쓰는 동영상 카메라로서의 가능성에 좀 더 부합되는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A7C 구입한 이후로 가벼운 FE 28mm F2를 끼워서 와이프와 같이 셀카를 종종 찍는데 와이프가 아주 좋아합니다.
20.8G 이전까지 FE마운트 중 제일 좋아하던 렌즈인 28mm F2 렌즈의 사진입니다.
Sony A7C + 소니 FE 28mm F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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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 평균 수준의 동영상
화소 덕분에 8K는 당연히 안되고, 4K도 120프레임 슬로모션은 안되는 등 제약이 다소 있습니다.게다가 비트레이트도 넉넉한 편은 아니라 1080P 동영상 촬영시 화질이 감동적인 수준은 아닙니다. (캐논 EOS R의 1080P 영상은 4K 부럽지 않을 만큼 뛰어납니다.) 그렇지만 풀픽셀 리드아웃으로 4K지원되고, 전체적인 동영상 촬영 기능이 어디 하나 딱히 빠지는 것은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동영상은 대부분 아이폰으로 찍기 때문에 카메라의 동영상 성능은 크게 관심가지는 분야가 아니라서 자세한 언급은 여기까지만.. ㅎㅎ
- 좋지만 놀랍지는 않은 AF성능
확실히 AF 성능은 높은 수준의 완성도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2년 전 2주간 대여해서 써봤던 A7M3 대비 트래킹을 제외하곤 드라마틱한 발전은 느끼지 못했습니다. 어쩌면 A9과 A9M2가 이미 나온 상태에서 A7C의 AF 성능에 지나친 기대를 했던 탓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소니도 자선사업하는게 아닌 이상 어느 정도 바디 등급에 따른 성능 조절은 필요하겠지요. 제 촬영스타일에는 부족하지도 넘치지도 않는 딱 필요한 만큼의 성능이라 큰 불만은 없습니다.
- 소니 색감
'색감' 두 글자만 들어가면 흔히 국지전이 발발하곤 하는 SLR클럽입니다만, 또 색감을 논하지 않고 디지털 카메라 얘기를 할 수는 없겠죠. 늘상 견지하는 입장이지만 디지털에서 색감이 무의미하다는 말에는 늘 반대하는 편입니다. 다만 색감차는 분명히 존재하지만 취향의 영역일 뿐 어느 한 쪽으로 우열을 가릴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소니 색감에 크게 불만이 없습니다. 오히려 전 사람들이 제일 선호하지 않는 편인 니콘 색감을 제일 좋아합니다. 메이저 3사를 개인 취향으로 굳이 순서로 나열하자면 니콘>>>소니>>캐논 정도랄까요? A7C와 A7S3를 기점으로 소니의 색감이 많이 변했고, 이젠 오히려 소니 색감을 선호하는 사람들도 있다.. 라는 소문을 들었는데 그 정도는 아닌 것 같습니다. 과거 A7 시리즈로 찍었던 사진들과 큰 차이는 못 느꼈으니까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었을 뿐 배가 고프진 않았다 정도로 넘어가죠.
- 단 1개의 SD 메모리 슬롯
바디 컨셉이 컨셉이니만큼 메모리 슬롯이 1개인 건 이해가 가는데요. 그게 SD라는 건 좀 시대에 뒤쳐지지 않나 싶습니다. 안정성이 높고 속도도 빠른 (뿐만 아니라 겉보기에도 두꺼워서 튼튼해 보이는) XQD나 CF EXPRESS 카드를 채택했으면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 CF EXPRESS 카드를 써보기 전까진 SD 카드 사용이 크게 단점이라고는 못느꼈는데 막상 CF EXPRESS 카드를 채택한 바디를 써보니 (메인바디인 니콘 Z6) 최신기술이 좋긴 좋더군요. 다만 여행을 떠났는데 메모리를 깜빡 했다면 어디서든 쉽게 SD 카드를 구할 수 있다는 점에선 장점이라면 장점이겠죠.
A7C에 삼양 신형 50mm F1.4 신형을 장착하고 찍은 사진.
Sony A7C + 삼양 FE 50mm F1.4 마크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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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좀..;;
- 전자선막 고정의 1/4000초 셔터 유닛
컴팩트 카메라 특성 상 작은 렌즈와 같이 주로 사용하게 되고, 작은 렌즈들은 대부분 밝은 렌즈가 드물기 때문에 1/4000초를 채용한 것은 크게 문제가 아니라고 봅니다. 거기에 플리커와 젤로 현상이 좀 신경 쓰이지만 아쉬운 대로 전자셔터를 활용하면 1/8000초가 가능하기도 하고요. 셔터속도보다는 전자선막 고정식 셔터유닛이 더 아쉽습니다. 다들 아시는대로 전자선막식 셔터유닛은 고속셔터에서 보케가 잘리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지요. 항간에는 A7C에는 발전된 셔터유닛을 사용해서 보케잘림이 덜한 편이다 라는 얘기가 있던데 개뿔 다른 바디들과 별 차이 없습니다. 아래 사진은 둘 다 1/4000초로 촬영된 사진인데 좌측처럼 보케가 선명하지 않고나 크기나 패턴이 일정하면 크게 거슬리지 않는데 반해 우측처럼 보케가 선명하거나 크기나 패턴이 복잡할 경우 배경이 매우 어지러워집니다. 셔터스피드와 민감하기 때문에 ND필터를 써서 셔터속도를 줄이거나 전자셔터를 사용하면 보완할 수 있지만 ND필터는 귀찮고, 전자셔터는 필요할 때 켰다가 끄는 걸 깜빡하고 실내에 들어가거나 빠른 움직임의 피사체를 찍거나 하면 재앙이 올 수도 있죠. A7C 재원을 보면 다른 내부 부품들은 A7M3 부품을 진하게 우려낸 냄새가 많이 나는데 이왕 그럴거면 셔터유닛도 그냥 M3것을 썼으면 좋았을텐데 아쉽습니다.
보케 잘리는 사진 샘플입니다.
Sony A7C + 삼양 FE 50mm F1.4 마크2
- 부족한 펑션 키
A7C 기본 컨셉이 콤팩트 카메라이다보니 아무래도 P&S 카메라 스타일로 최소한 간소화 된 레이아웃의 인터페이스를 지향하는 것 같습니다. 문제는 옛날 P&S 필름 혹은 똑딱이 디지털 카메라 시절과 지금 디지털 카메라는 기능 자체가 하늘과 땅 차이라서, 촬영하면서 신속하게 바꿔야 하는 몇몇 기능을 할당할 수 있는 사용자 지정 펑션키가 많이 필요하다는 점. A7C에는 펑션키로 별도 구분된 키는 1개만 있습니다. 휠키나 삭제버튼 등에 기능을 할당할 수 있긴 하지만 별도로 구분된 펑션키가 부족한 점은 많이 아쉽습니다. A7M3에도 별도의 펑션키가 3개나 있었으니까요. 요즘 나오는 FE 렌즈들은 렌즈에 펑션키가 1개에서 최고 3개까지 들어가는 거 같던데 그런 점을 감안한 것도 있겠지요. 하지만 전 이상하게 렌즈 펑션키는 잘 안 쓰게 되더군요. 렌즈마다 펑션키 위치나 수가 미묘하게 달라서 그런 것 같습니다. 렌즈 교체할 때마다 손에 안 익는 달까요? 참고로 제 메인바디로 쓰는 니콘 Z6는 바디 전면에 펑션키가 2개 있는데 이게 생각보다 편리합니다. 특히 누른 채로 다이얼 돌리기에 최적화 되어 있다고 할까요?
- 모여라 꿈동산 다이얼
모드 스위치, 노출 보정, 메인 다이얼까지 3개의 다이얼 스위치가 옹기종기 모여 있습니다. 단순히 모여있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모든 다이얼을 엄지로 조절해야 합니다. 이건 다른 A7바디들도 마찬가지긴 하지만, M모드를 사용할 때 검지와 엄지로 조리개와 셔터를 구분해서 돌리던 기능에 20년 넘게 익숙해져 있는데 검지로 조절하던 다이얼이 없으니 많이 허전합니다. 이 역시 FE 렌즈의 커스터마이징 기능으로 극복 가능하지만 손맛이 틀리죠. 공간이 부족했다 하더라도 셔터+전원 스위치를 감싸는 형식으로라도 검지로 돌릴 수 있는 다이얼을 넣어 줬더라면 좋았을텐데 말이죠. 어차피 렌즈를 장착하면 그립부가 지금보다 좀 더 커져도 별 문제가 없을텐데 그립부를 좀 더 키우던지요. A7C 후속작에선 꼭 개선됐으면 하는 부분입니다. 그래서 렌즈 구입할 때 가능하면 렌즈에 조리개 조절 링이 달린 렌즈 위주로 사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건 대부분 비쌉니다. ㅠ_ㅜ
- 미흡한 IBIS 성능
이건 A7C에만 해당하는 사안은 아니고, 소니 A7시리즈 전체를 관통하는 문제입니다만, 마운트 부위가 작고 그에 따라 IBIS 유닛의 작동범위가 작은 문제 덕분에 캐논이나 니콘에 비해 IBIS 성능이 떨어지는 편입니다. 실내에서 비슷한 습관으로 촬영했을 때 현재 메인바디로 쓰는 Z6에 비해 (Z6는 어지간한 상황에서 피사체가 움직이는 경우를 제외하곤 거의 흔들린 사진을 찾기 힘듭니다.) A7C로 촬영한 사진이 좀 더 흔들린 사진 비율이 높습니다. A7C를 포함한 최근 바디에선 기존 A7 구형 시리즈들보다 성능이 나아졌다고 들었는데 체감상 예전에 쓰던 A7M2나 A7R2에 비해서 크게 달라진 점을 느끼진 못했습니다.
- 코딱지만한 뷰파인더
뷰파인더 해상도(XGA 1024 x 768 2020년에 나온 바디가 말이죠.)야 그렇다쳐도, 크기가 코딱지 만해서 그냥 밝은 날 야외에서 모니터 안 보일 때 쓰는 용도 외에는 활용이 어렵습니다. 수동초점 조절은 거의 꿈도 못꿔요. 거기까진 이해 하겠는데 접안부가 작아서 각도가 살짝만 틀어지면 그 코딱지만한 뷰파인더조차 잘 안 보입니다. 안경 쓴 사람에겐 더더욱요. 뷰파인더 볼 때마다 이렇게 만들 바에 그냥 과감히 뷰파인더 빼고 소니가 좋아하는 액세서리 장사로 뷰파인더 따로 팔았으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개인적으로 A7C 디자인을 망치는 최대 주범이 이 어정쩡한 뷰파인더라고 보거든요. A7C가 발매됐을 때 시그마 fp와 A7C 중에 고민하다가 fp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가 뷰파인더 억지로 구겨넣느라 망가진 A7C의 어정쩡한 디자인이 마음에 안 들어서였거든요.
- 내장 스트로브의 부재
개인적으로 RX1을 참 즐겁게 잘 사용했었습니다. RX1의 참 마음에 드는 점 중 하나가 팝업식 내장 스트로브 였는데요. 인물 촬영 시 역광에서 간단히 필플래쉬 용도로 아주 요긴하게 썼습니다. 메인 바디로 쓰는 바디라면 큰 문제가 없는데 가볍게 들고다니는 용도의 컴팩트 서브 카메라라면 거기에 큰 스트로브를 달고 다니는 건 좀 거추장스럽습니다. 뷰파인더 넣을 자리에 차라리 팝업식 스트로브나 넣어줬으면 하는 바램이 있습니다. 번외로 스트로브에 관해서라면 최대 동조속도 (1/160)도 다소 불만이지만 이건 뭐 바디 컨셉이 컨셉이니만큼 크게 까고 싶지는 않습니다.
- RAW 파일 사이즈
이건 A7C만의 단점은 아니고 소니바디 그리고 니콘바디도 같이 가지고 있는 문제인데 압축 RAW를 사용해도 RAW 파일 크기가 너무 큽니다. 보통 24메가 정도인데 (니콘 Z6는 보통 30메가 언저리) 캐논의 CR3 포맷의 경우 압축하면 15~20메가 사이의 용량으로 하드디스크 공간 절약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취미로 사진 생활하는 평범한 유부남 입장에서 저장공간에 투자해야 하는 돈이 늘어나는 건 그다지 달갑지 않거든요. 예전에 니콘 쿨픽스 910부터 찍었던 10년치 디지털 사진을 하드디스크에 보관하다가 몽땅 날린 이후로 3중 백업을 하는데 덕분에 저장공간에 드는 돈이 만만치 않습니다.
- 메뉴버튼 위치
메뉴버튼 위치가 지금까지 써본 수많은 카메라들 중에 손꼽힐 만큼 엉뚱한 자리에 있습니다. 바디 상당 중앙 스트로브 슈 바로 아래에 있는데요. A7시리즈 쓸 때 왼손으로 메뉴버튼 누르고 오른손으로 조작하는게 몸에 익어 있는데 A7C의 메뉴버튼 위치는 왼손으로 누르기에도 오른손으로 누르기에도 참 애매한 위치에 있습니다. 왼손이 더 가까워서 왼손 엄지로 누르긴 하는데 짜증은 여기서 시작됩니다. 촬영 중 왼손 엄지로 메뉴버튼을 누르려고 하면 뷰파인더 옆의 감지센서가 작동해서 자동으로 모니터 -> 뷰파인더로 전환됩니다. 손을 완전히 떼야 다시 모니터로 돌아오는데 이게 약 0.5~1초 딜레이가 생겨요. 이것만해도 은근 짜증나는데 메뉴 조작 중 되돌아가기를 실행하려면 또 메뉴버튼을 눌러야 합니다. 그럼 또 위의 현상 반복. 오른손으로 메뉴버튼을 누르면 아무 문제가 안되긴 하지만 사람 몸에 밴 습관을 하루아침에 바꾸기란 쉽지 않죠. 별것도 아닌 걸로 컴플레인한다고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신속한 조작의 용이성은 카메라 사용에 있어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개인적으론 소니가 너무 생각없이 메뉴버튼을 배치하지 않았나 합니다. 차라리 아예 오른손으로 메뉴버튼까지 다 조작하기 쉽도록 모니터 우측으로 메뉴버튼을 배치하는게 나았을 거라는 생각입니다. 그런데 이 모든 문제의 원흉은 제가 누누기 까고 있는 뷰파인더에서 시작되죠. 망할 놈의 뷰파인더.
- 구형 UI에 터치가 안되는 메뉴
소니 이 색희들 설마 설마 했는데 A7C에도 구형 UI에 터치로 메뉴조작이 빠졌더군요. 각종 파츠의 재원을 보고 있으면 A7M3의 우려먹기 느낌이 강한 A7C인데 메뉴까지 우려먹을 줄은 몰랐습니다. 하드웨어가 받쳐주지 않아서 안 넣었다기 보다는 그냥 A7M3의 자원을 최소한의 수고로 우려먹기 위해서 일을 안한 느낌? 2개월 먼저 나온 A7S3에는 이미 신형 UI에 터치 메뉴조작이 들어간 터라 분노가 두 배가 되는 느낌. 우리의 소니가 절대 펌업해 줄 일은 없을 것 같고, A7M4를 우려낸 A7C 후속기종이 나오면 아마 신형 UI가 들어가겠죠.
마치며.
아직 A7C를 사용한지 두어달 밖에 안되서 제대로 된 사용기라고 하기는 뭐하지만 간략히 A7C에 대해 느낀 점을 종합해보면, 서브 바디의 용도로는 차고 넘치지만 메인 바디로 사용하기에는 물음표가 남는 바디라고 정리하겠습니다. 무엇보다 더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A7M3 대비 크게 발전된 부분 없이 몇 가지의 마이너 업그레이드를 빼면 다운 그레이드 된 부분들이 확 와닿기 때문입니다. 200만원 이하에 구입할 수 있는 AF스트레스 없고 렌즈군 풍성한 바디를 원하신다면 A7C보다는 A7M3가 훨씬 나은 선택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처럼 서브바디 용도로 쓸 바디를 찾는다면 동급 세그먼트 (약간씩 지향점이 틀리긴 하지만 Canon EOS RP, Sigma fp, Nikon Z5) 중에서는 따라올 적수가 없는 막강한 가성비를 자랑합니다. 가격이 무척 저렴해진 EOS RP와 비교한다 해도 A7C의 성능과 FE 마운트 생태계는 그 가격차를 상쇄하고도 남는 메리트가 있습니다. 취미용 장비라는게 어디까지나 취향차를 많이 타는 관계로 제 개인적으로는 이 세그먼트에서는 시그마 fp를 최고로 치지만, 객관적으로 A7C가 최고임에는 이견이 없을 겁니다.
끝.
.
https://cohabe.com/sisa/2354762
돌고 돌아 소니 바디를 다시 쓰게 된 사연 feat 소니 A7C 미니 사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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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한 팁과 좋은 사진들 감사합니다~
와우..정말 자세하네요..좋은 리뷰 잘 보았습니다.
오우.. 이건 스크랩하고 봐야 ㅎ ㄷ ㄷ 분석력도 대단하시고..사진도 넘 좋네요 ㄷ 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