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같은 분들 계세요?
아이 낳는것에 대한 의견이 완벽하게 조율이 안된 채로 결혼을 했어요.
그 긴 연애기간동안 대체 이런 얘기 하나 확실하게 하지 않고 뭐했나 싶네요...
아니, 사실 생각해보면 대화를 꽤 하긴 했습니다.
저는 안낳는다, 신랑은 당연히 낳아야하는걸 왜 얘기하냐.
그러다보면 싸움이 되고 신랑은 화를 내며 어차피 우리가 결혼하려면 한참 남았으니 나중에 얘기하자고 하며 얘기를 꺼내면 화를 내는 식으로 못꺼내게 했습니다.
그 후에 결혼을 좀 정신없이 준비해서 하느라 제일 중요한 아이 얘기를 안하고 결혼을 했네요.
서로 그 얘기 꺼내는게 두려웠던것도 같습니다. 그 얘길 하면 결혼이 성사가 안될테니까요..
이제 결혼한지 반년째입니다.
서로 너무나 확고합니다.
저는 아주 많은 이유로 아이를 낳고 싶지 않습니다.
한두가지가 아니라서..;; 그냥 간단하게만 적자면,
성격적인 결함이 무척 큰 제 유전자를 세상에 남기고 싶지 않구요.(불과 몇년전까지 자살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민망하게도 제가 연봉이 상위 10%내이기 때문에.. 지금처럼 일 열심히 하고, 경제적으로 어려움없이 해외여행 자주 다니며 즐겁게 지내고 싶습니다.
천성이 무척 게으른 편이라, 매일 아침 아이 챙기고 밥주고 씻기고 하는거 정말 하나도 절대로 상상조차 안되구요;; 내몸하나도 못챙기는데...
특별히 운동안하고도 날씬한 몸매 유지하는 지금상태가 맘에들고..(물론 좀 더 나이먹으면 관리 해야겠지만요)
출산하고 허리 디스크, 손목 통증, 천식 등 앓고있는 지병이 심해질까봐 무서워서 꺼려지기도 하구요.
아이 낳아서 좋은 점을 단 한개도 모르겠습니다..ㅠㅠ
하나 찾자면... 저희 부모님과 시댁 어른들, 남편이 좋아할거라는거?
근데 전 불행해지는데 남을 위해 제가 왜 희생해야하는지 잘..이해가..;;ㅠㅠ
하나 더 찾자면... 애교며 그런걸로 귀여울거라는거?
그런정도는.. 애완동물을 키우고 있어서 굳이..ㅠㅠ 더 귀여운거 안봐도 괜찮을것같구요...
신랑은 계속 해서 얘기합니다.
아이도 없이 사는 사람들이 불쌍하다.
결혼했으면 아이를 당연히 낳아야지. 당연한 얘기 하지 말아라.
애가 있어야 노후에 안외롭다
부부가 애가 있어야 진짜 부부가 된다 (?-_-;;)
시댁 어른들은 직접 말씀은 못하시고 살살 돌려말하십니다.
애들은 자기 숟가락 가지고 태어난다.
아. 아버님은 직접적으로 아들을 낳아야지! 라고 말씀하신적이 있네요.
하도 압박감이 드니깐 진짜..ㅠㅠ
요즘엔 지나가는 애들만 보면 갑자기 막 짜증이 솟구치고 한대 때리고싶을때도 있습니다;;(죄송합니다 실제로 때리진 않아요..)
예전엔 지나가다가 애기들 만나면 안녕~ 하거나 까꿍하면서 인사했었는데
요즘엔 애들이 저한테 인사하면 쌩~ 하고 지나가게되고
비행기같은데서 애기가 조금이라도 칭얼칭얼하면 확!! 짜증부터 나고 때리고싶습니다..ㅠㅠㅠ
내가 애 낳기 싫은것을 존중받지 못하니까 괜히 남의 애들까지 그냥 애라는 자체가 싫어진다고 해야할까요..
시조카도 엄청 예뻐했었는데 결혼하고나서부턴 예뻐하기가 힘들어요.
내가 예뻐해주면 거봐~ 애기 이쁘잖아 이런식이니...ㅠㅠ
저한테 낳기만 하라고 자기가 키운다고 얘기까지 하길래 만약 아이 생기면 정말로 방치할수도 있다고 얘기했습니다.
알겠다고 낳기만 하래요.
근데 결혼후에 말바뀐것들이 좀 있어서 못믿겠어요. 아마 실제로 아이에 손놓으면 난리칠게 뻔하죠. 어차피 낳을 생각도 없지만..
결혼한지 반년, 혼인신고한지 한 달 밖에 안되었는데 요즘 진짜 결혼한거 좀 후회되고있을 정도예요.
결혼에대한 환상이 있었는데 결혼전에 동거 한달만 해봤어도 깨졌을 환상이란게 참 억울해요..
왜 우리나라는 외국처럼 혼전 동거 문화가 자연스럽게 사회에 뿌리내려있지 않은건지...
만약 동거 한달만 해봤으면 결혼안하고 평생 혼자산다고 했을꺼예요ㅠㅠ
자꾸 맘이 안맞고 많이 싸우고 서로 나쁜 말도 많이 하고 결혼 자체를 후회도 하고..이러다보니 저와 신랑의 앞으로에 대한 걱정도 많이 되고.
요즘은 정말 걱정도 많고 힘드네요..ㅠㅠㅠㅠㅠ
몇년후의 저는, 그리고 저희 신랑은... 어떻게 되는걸까요.. 다가오지 않은 미래가 너무 무섭고 걱정이 됩니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