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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라이 여자친구와 사귀면서 생긴 일

1.

 여자친구가 고양이 울음 소리를 내곤 했어요. 어떤 맥락도 없이...일상적인 대화를 하는 와중에 "야옹" 거려요.

그런데 고양이 울음소리가 나름 훌륭해서 제가 계속 들려달라고 했어요.


2.

 같이 길을 걷고 있는데, 여자친구가 뜬금없이 "O스" 라고 했어요.   

순간, 제 귀를 의심했어요. 나이 스물 다섯 먹은 처자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다니...

제가 혼을 냈어요.

"그런 말은 내가 국민학교 다닐 때, 정신 나간 찐따들이나 하던 짓이야."

하지만, 제가 화가 난 모습이 재밌었는지. 계속 "O스O스섹슷" 라고 했어요.

어떤 행인이 우리 얼굴을 확인하고 지나갔어요. 들었나봐요.


3.

여자친구가 이상한 소리를 냈어요. 납량특집으로 나올법한... 음성변조 목소리였어요.

의도한 건 아니고, 크리스티나 성대모사를 하다가 목소리가 삐끗해서

말이 이상하게 나왔는데... 그걸 계기로 어떤 깨달음을 얻은 것 같았어요.

제가... 꼴사나우니까. 그만하라고 해도, 역시나 말을 듣지 않았어요.

그래서 손바닥으로 입을 틀어막았는데... 입술을 오므려서 벌려진 틈으로 혀를 낼름거렸어요.

제 손을 헬렐ㄹ ㅔ 했어요.

너무 어이가 없어서 우린 같이 웃었어요.


4.

가끔 고양이 울음소리로 화를 내요.

"웨에에에옹!!!"


5.

한번은 제가 장난으로 춤을 췄어요.

있잖아요. 카카오 프ㄹ즈에 곰돌이랑 토끼?(여자캐릭터) 가 손을 맞잡고 있고, 그 옆에 초록색 작은 공룡이 서 있는 이모티콘이요.

그 춤을 같이 췄어요.

여자친구가 아주 신나했어요.

그리고 시도때도 없이, 춤을 추자고 했어요.

그제서야 저는... 실수했다는 걸 깨달았어요.


6.

늦음 밤에 여자친구를 바래도 줬어요.

그런데 집 앞까지는 안 된다고... 부모님이 보신다고... 극구 거절해서

헤어진 지점에서 여자친구가 가는 모습을 지켜봤어요.

흉흉한 시국이라 걱정이 되서요...

전화가 왔어요.

"나, 집에 왔어"

"아닌데, 아직 안 들어갔어. 너희 빌라 복도에 불 안 들어왔잖아"

"으... 스토커 같애..."


7.

여자친구가 약속 시간에 늦었어요. 저는 꽁해 있었어요.

점심 때가 조금 지난 시간이라 우리는 근처 음식점에 갔는데, 식사를 하면서도 화가 풀리지 않아서

말도 별로 안 했어요. 여자친구가 뭐라 몇 마디를 건넸는데...

의도치 않게 대답을 냉정하게 했어요. (뭐라고 했는지 잘은 기억이 안 나는데)

여자친구가 눈물을 글썽거렸어요.


거리로 나와서 우린... 다퉜어요.

여자친구가 악다구니를 썼어요.

"X발!"

급기야 욕까지 했어요. 너무 짜증이 나서 저도 같이 막말을 했죠.

"이 기분으로 안 되겠으니까. 집에 가 버려. 가!"

여자친구가 가방에서 작은 종이백을 꺼내더니, 저한테 버리듯이 줬어요.

"이렇게 되서 미안하고... 내가 주는 거, 이거는 별 거 아니야. 쓰던지, 버리던지 맘대로 해"

제 손을 뿌리치고 여자친구는 울면서 집으로 가버렸어요.

당황스럽고, 화가 나고, 억울했어요.

저는 벤치에 앉아 있었어요.

여자친구가 준 선물을 꺼내봤어요. 포장된 선물이랑 편지 한 통이 있었어요.

편지를 읽어봤어요.

매번 늦어도 항상 화도 안 내는 오빠한테 미안해. 앞으로 노력할게. 사랑해 라고 써 있었어요.

기분이 참담했어요.

그 날은 우리가 백일 된 기념으로 바다에 가자고 한 날이었어요.


8.

수차례 연락 끝에 통화를 할 수 있게 되었어요.

여자친구가

방금 싸워놓고 어떻게 얼굴을 보냐. 만난다고 하면 뭘 할거냐 라고 물었어요.

"바다에 가려고..."

수화기 너머로 조용했어요. 한참 후에 들려온 말은

"오빠 정말로... 병원 좀 가봐라."

였어요.


9.

여자친구 집 근처에 가서 30분을 넘게 기다렸어요.

결국 나와주더라고요.

그래서 바다에 가고 되었어요.

포항 해수욕장으로 향하는, 좌석버스에서

우리는 끌어 앉았어요. 이마에 뽀뽀해주고, 머리를 쓰다듬었어요.

"아까 미안해"

 사람 없는 뒷자리에서 화해 했어요.


10.

해변에서 불꽃놀이를 했어요. 피리 소리나는 폭죽이랑 분수 폭죽도 터뜨렸어요.

여자친구한테 스파클라 폭죽을 쥐어주고 혼자 놀게 했어요.

그리고 저는 몰래 파도 쪽으로 가서, 미리 준비해 온 유리병을 떨어뜨렸어요.

"이거 봐. 뭐지? 아깐 없었잖아? 누구 조난 당한 거 아냐? 빨리 열어봐. 어딘가에서 누가 죽어간다고! 서둘러!"

설레발을 치는대도 여자친구는 이거 누구 주인이 있는 물건 같다고 가만히 두자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유리병을 따서, 그 안에 편지를 꺼내줬어요.

"내가 왜 바다에 집착했는지 알겠냐?"

여자친구가 감동 받았어요. 울먹거리는 것 같았는데 울지는 않더라구요.

편지 내용이 성의없다고, 왜 이렇게 글씨를 적게 썼냐고 혼났어요.


11.

여자친구가 제 집에 놀러왔어요. 기분이 좋아서 삼시세끼 다 고기를 먹였어요.

그래서 그런가, 저녁이 되어서 막 속이 부대끼는거예요.

이걸 어쩌나... 혼자 걱정을 삭히고 있는데

어디선가 희미하게 퐁퐁~물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났어요.

그리고 서서히 올라오는 냄새...

알고 봤더니, 여자친구 방구 소리였어요.

이때다 싶어서 저도 방구를 꼈는데, 구들장이 울렸어요.

그 때부터 우리는 생리현상에 대한 토론을 할 때마다

서로의 방구를 빌미로 옥신각신하게 되었어요.


12.

저 혼자 낚시를 하고 있었어요. 멀리 가족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자기들끼리

"야옹야옹" 거리면서 지나가는 게 보였어요. 그런데 저도 모르게 "야옹" 이라고 해버렸어요.

자꾸 들어봐서 그런가, 저도 제법 고양이 다운 소리가 났어요.

여자친구한테 전화통화로 이 얘기를 해주니까. 혼자 하게 해서 마음 아프다며 슬퍼했어요.


 13.

힘드네... 여기까지

댓글
  • 이싸람이말야 2017/05/20 14:38

    ㅋㅋㅋㅋㅋㅋㅋㅋㄱㅋㅋㅋㄱ여자친구만 8차원이아닌거같은데... 이런걸 뭐라더라 유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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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구역의미친냔 2017/05/20 15:51

    이커플 왜이렇게 귀엽나욬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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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으휴쯧 2017/05/20 17:00

    다음편...다음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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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05/20 17:29

    두분다 만화에서 나온것 같아요 ㅋㅋㅋㅋㅋ 빨리 다음편을 내놔라...! 헉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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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무말大잔치 2017/05/20 19:31

    어쩌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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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네시 2017/05/20 19:32

    무슨또 막장썰이 있을까 하고 왔는데.
    간길간질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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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희열 2017/05/20 19:37

    아.. 왜 이 글을 클릭한거지..
    오늘 하루, 꽤 즐거운 날이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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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당 2017/05/20 19:40

    혼자하게 해서 미안하다는 말이 왜 이리 사무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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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술 2017/05/20 19:43

    여기 오유다 이 초록은 동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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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Hope 2017/05/20 19:46

    그래서 지금은 혼자인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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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상생활가능? 2017/05/20 19:51


    자기 여자친구를 또라이라고 부른다고?!
    헤어져요 빼애애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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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키위새우만두 2017/05/20 19:54

    소설 잘쓰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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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parkssang 2017/05/20 19:57

    9번의 화해방법은
    2번이었나요, 3번이었나요?
    아님 다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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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도우 2017/05/20 19:59

    작성자님 고양이 증후군입니다.
    자기가 고양이라고 생각하며 고양이랑 사귀는 증후군이죠.
    발정기가 오기전에 빨리 거세를 하셔야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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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수네 2017/05/20 20:13

    미친ㅋㅋㅋ우리집ㅋㅌㅋㅋㅋㅋㅋㅋ 나중에결혼해서 작고귀여운 친구가 걷고 뛰기시작하면 세가족이 길바닥에서 그러고 있어요 미리 응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얽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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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쿠리티컬 2017/05/20 20:18


    파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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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푸른영혼 2017/05/20 20:18

    마지막에 혼자 야옹 하게 해서 슬퍼했다는 얘기는 지금은 둘이 함께 야옹하는 사이는 아니란 뜻인 거죠? 그런 거죠? 그런 거라고 말해 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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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로괜찮러 2017/05/20 20:23

    음.. 두 분이 잘 어울린다는 건 알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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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콱때려벌라 2017/05/20 20:24

    엽기적인 그녀 생각나네 ㅋㅋ
    계속 이야기 모아봐요 ㅎㅎ
    책이나 영화로도 가능할듯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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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amantha 2017/05/20 20:24

    5번은 카카오 아니고 라인이에요 크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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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고양이맨 2017/05/20 20:27

    좋은 주말에 기분나쁜 글이네  훌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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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acrimosa 2017/05/20 20:27

    정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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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세먼지시로 2017/05/20 20:33

    이게 도대체 성토인지 자랑질인지.
    다 읽고  나니 우울해지는 것이 자랑질인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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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ᕙ(ω)ᕗ 2017/05/20 20:35

    예전 생각나는 글이네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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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싸우지마밍나 2017/05/20 20:39

    저기 혹시 진짜 혹시 여자친구 이름이 ㄱㅇ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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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센트k 2017/05/20 20:40

    형님 동상님들....마지막에 낚시에 관한 글을 넣은 화자의 의도는 나만 궁금한거야??
    나만 쓰레기야??
    나만 민감한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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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ndante31 2017/05/20 20:41

    꿈 깨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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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roch 2017/05/20 20:44

    싸웠다고 욕까지하고 이상한 사람인거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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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긴말은안한다 2017/05/20 20:49

    헐..1번부터 5번까지 다 저도 해본거라...순간제 남친이 글쓴줄알고 식겁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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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깡율 2017/05/20 20:52

    ? O스가 뭐 어때서요?
    섹슷O스O스섹슷섹그스섹극스섹슷O스O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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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마리이백원 2017/05/20 20:52

    난 반전이 있을 줄 알았다.
    여친이 진짜 고양이였다. 글쓴이가 조현병이었다. 뭐 이런 스토리......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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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르트구름 2017/05/20 20:58

    자기자신을 3인칭으로 부르는 사람만 아니면 일단 기본적으로 통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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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곧세우마 2017/05/20 21:13

    와 정말 글이 달달하네요..
    근데 내마음은 쓸쓸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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