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minent Nokton과 M3의 중매 실패기

녹턴과 M3는 좀 가분수다. 렌즈 길이가 2~3cm만 짧았으면 그런대로 균형이 잡힐 듯 하다.
전용 후드는 너무 커서 화인더를 덮어버려 못 쓴다.

오래 전부터 서랍 속에 쳐박아뒀던 voigtlander prominent Nokton을 꺼내 먼지를 털고
혹시 싼 아답타를 대륙 애들이 만들지 않았을까? 하고 검색해보니 역시 적당한 게 있었다.
YIFENG이라는 상표를 달고 10개 한정 제작 판매하는 걸 발견했다. 앗! 남아 있는 게 2개다.
셀러의 설명을 읽어보니 라이카 rf 촛점을 조정해야 한다고 되어있다.
급메일을 날렸다. "이거 1인치 나사선이 몇 개니?" "응, 러시아 페드를 모델로 만든거야."
'음... 라이카 나사 pich가 0.977mm인데, 이건 그럼 1.0mm네. 0.03mm? 괜찮군!'
그래서 질렀다. 마지막 남은 1개를. *이 글을 쓰기 직전 확인해보니 이젠 없다.

코로나 19가 여러 가지로 애를 먹인다. 바로 옆 동네에서 무려 거의 두 달이나 걸려서 왔다.
자전거로 북한을 거쳐서 온건가? 그래도 왔으니 다행이다 싶어, 눈 빠지게 기다리던 녹턴에 결합했다.
그리고 일단 sony에 물려 백 여 커트 셔터를 눌렀다. 근 10여 년 만에 뜨겁게 숨을 내뿜는 녹턴.
너 좀 심하지 않니? 살살해라. 넘 미안하잖니.

다음 날 M3와 함께 충무로 30년 단골 수리점에 갔다. 내가 알기로 이 분은 렌즈 세팅에 대해서는
우리 나라에서 최고의 장인이다. 모든 렌즈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지녔고, 개조 전문가다.
충무로에서 오래 카메라샵을 한 예전 대승카메라 사장이 유일하게 인정하는 분이다. 그래서 믿고 맡긴다.
그러나 내가 보기엔 약간 부족한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라서 운 좋기를 바라면서 기다린다.
2주 만에 끝났다는 연락을 받고, 라이카 디지탈 바디를 가진 친구를 초대해서 함께 아답타를 받으로 갔다.
"이 선생, 이 아답타 피치가 좀 넓은데? 근거리 원거리 동시에 정확하게 맞추질 못하겠어.
근거리 맞추면 원거리 안맞고, 반대도 그래, 애는 썼는데, 이 정도가 최선 같아."
그러면 그렇지, 24선이라고 뻥친거야. 어? 걔네들이 24선이라고 말 했던가? 그냥 페드를 모델로
만들었다고만 했던 것 같은데? 기억해보니 24선이라는 판단은 내 스스로 내린거였다.

테스트를 한 사진을 집에 와서 컴에 올려서 확대해보니, 이만 하면 쓸만하다 생각되었다.
그리고는 소니에 장착해서 틈틈히 촬영을 해줬다. 그러다가 어느 분에게 시집 보내려고
라이카 디지탈 바디에 장착해서 정밀 테스트 촬영을 했다. 음... 한 피치 정도 후핀이다.
다음 날 수리실로 가져갔다. "사장님 한 피치 후핀 해결 못하세요?"
"그거 불가능입니다. 지금까지 녹턴-라이카 아답타 여러 개 수리해봤는데, 다 그래요."
하긴 10여 년 전, 아마데오 아답타로 찍었을 때도 그러긴 했어. 그래서 늘 f5.6 이상으로 찍긴 했지.
그러나 완전 개방에서 후핀이 나는 렌즈를 시집 보내지는 못한다. 성격 상. 그래서
소니용으로 사용하려고 결정하고, 전시가 끝나자마자 서촌 연어덮밥이 생각 나서 이 녀석을 가지고 갔다.

마지막 사진이 필름 테스트한 사진.

포커스를 'welcome'에 맞췄는데, 거울 속 벽에 맞아 있다.
예전 아마데오 아답타를 쓸 때도 저래서 개방 샷을 못 찍었다.
누군가 라이카와 같은 1인치 26선(0.977mm pich)의 아답타를 만든다면
아무리 비싸도 M3를 위해 선착순으로 구매할지도 모른다.
키폰 아답타는 몇 선이나 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