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뜬금없이 일본NHK, 미국WSJ(월스트리트저널)이 홍준표의 역전 가능성을 언급했다는 희한한 소식을 들었습니다.
일단 두 매체가 보수적이라는 사실은 전제하더라도 '설마 진짜 그랬을까?' 싶어서 직접 확인해봤습니다.
1. WSJ 사설
(사진은 문후보가 지지받는 유세사진인데 정작 사설은 보수언론답게 문후보 별로 안 좋아하는 내용입니다ㅋ)
먼저 WSJ 사설의 전반적인 논조는 이렇습니다.
"한국은 지금 박근혜 탄핵 때문에 중도와 보수 후보가 쪼개져서 문재인이 40%밖에(?) 안되는 지지율로 1등이다.
그런데 트럼프가 사드 비용 청구하겠다는 쓸데없는 소리를 해서 진보성향인 문재인을 도와주게 됐다.
문재인 후보는 개성공단을 재개한다는데 거기로 또 돈이 흘러들어가면 어떡하냐.
북한에 핵포기 압력을 넣으려는 미국의 시도가 트럼프 헛소리 때문에 틀어질 지도 모른다."
한마디로 '트럼프 입방정이 한국에 진보정권이 들어서는 걸 도와주는 꼴이라 걱정'이라는 내용입니다.
(사설 제목도 "조마조마한 한국 대선 - 트럼프의 말실수가 북한에 유화적인 후보를 돕고 말았다"입니다.)
그럼 문제가 되는 "역전 가능성"을 언급한 마지막 문단을 자세하게 들여다 봅시다.
"The latest polls show conservative candidate Hong Joon-pyo, backed by the Liberty Korea Party, surging with about 17% support. Centrist Ahn Cheol-soo is polling around 21% but is fading after poor debate performances. About 20% of the electorate is still undecided, and an upset is possible if center-right voters rally around a single candidate. And if Mr. Trump keeps quiet."
"마지막 여론조사를 보면 보수측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약 17%로 치솟았다. 중도측 안철수 후보는 약 21%를 기록했으나 빈약한 토론 실력을 보여준 이후 하락추세다. 대략 20%는 여전히 부동층에 머물렀는데, 만약 중도-보수 투표자들이 한 후보에게 몰아주면 역전이 가능할 수도 있다. 거기에 트럼프도 침묵을 지킨다면 말이다."
밑줄 친 부분을 가지고 홍은 "월스트리트저널이 보수대결집으로 홍준표의 역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고 제 논에 물대기를 시전하셨는데,
저기 어디에 그 '한 후보'가 홍준표라고 나와있습니까? 그리고 그 부동층이 전부 한 후보한테 몰아준답니까? ㅋㅋㅋ
그리고 이 떡밥을 문 또 한 분, 박상왕께서도 "오죽하면 '월스트리트 저널'이 역전이라고 썼겠느냐"며 "안철수 바람이 살아나 문재인 후보를 역전했다"고 주장하셨답니다. (이젠 좀 애잔하네요 ㅠㅠ)
그저 부동층과 중도보수표가 모두 보수후보로 쏠려서 진보 정권이 들어서지 않길 원하는 미국 언론의 소박한(?) 바람을, 참 잘도 갖다붙이네요.
근데 사설의 핵심은 마지막 문장에 있습니다. "제발 트럼프는 입 좀 다물라."
미국 보수언론은 그냥 자기들 대통령 간수나 잘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이걸 다루는 우리나라 언론들 기사제목을 볼까요?
조선일보
WSJ "한국 대선, 중도보수 결집하면 역전 가능성"
중앙일보
WSJ, 사설에서 한국 대선 언급…"중도우파 결집하면 막판 역전 가능"
오마이뉴스
"중도우파 표심 쏠리면 역전 가능" 언급을 자당에 유리하게 각각 해뭐, 해당 기사들에 대한 판단은 여러분께 맡기겠습니다. ㅎ
2. NHK 뉴스근데 더 가관인 것은 일본 공영방송인 NHK 뉴스에 대한 뻥튀기입니다.뉴스를 언급한 홍찍...홍후보의 페이스북 캡쳐사진을 보시죠.
일본 NHK가 보수대결집으로 홍준표의 대역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해당 기사는 5월 6일(토) 저녁 7시 뉴스에서 보도가 되었습니다. 영상 캡쳐와 함께 보도내용을 보시죠. (총 분량 2분 45초)
먼저 "지지율 3위. 보수계 자유한국당 혼쥰표 후보" 내용부터 나옵니다.
"홍준표가 집권하면 제일 처음 종북세력, 내 이거 반드시 없앱니다."
(근데 뒤에...범규... 범규 아니니? 아...맞다...홍찍박...)
뒤이어
- 북핵도발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의 핵전력을 한반도에 배치하기 위한 협력을 개시한다고 주장
- 북한에 유화적인 문재인 후보를 비판하며 보수층을 중심으로 지지를 받음
등의 내용이 나옵니다. (총 분량 1분 13초)
2번째. "지지율 2위. 중도계 국민의당 안쵸루스 후보"
"도보나 버스 등을 이용하며 선거유세에 나서고 있습니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습니다."
이 정도가 보도 내용 전부입니다. (총 분량 21초....안쵸루스는 분량마저 안습 ㅠㅠ)
"마지막으로 지지율 톱을 달리고 있는 혁신계(진보계) 더불어민주당 문졔인 후보"
"지지자 이탈이 나오지 않도록 지지율 다지기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압도적으로 승리를 해야만 빠쿠꾸네 정권에서 국정개입한 세력이 두 번 다시 결집할 수 없게 됩니다"
뒤이어 북한에 너무 유화적이라는 비판에 대해
"종북이라고 단정짓는 이데올로기 논쟁은 이제 그만해야한다"고 대응하며 보수파를 견제한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총 분량 58초)
그리고 드디어 뉴스 말미에 문제의 "홍준표의 대역전 가능성(?)" 부분이 나옵니다.
앵커의 마무리 멘트는 정확히 이렇습니다. (대략 12초)"한국 대선에서는 투표일 직전에 흐름이 바뀐 적도 있습니다.이번엔 파란이 일어날 지 끝까지 눈을 뗄 수 없는 싸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저게 어딜 봐서 혼쥰표의 대역전 가능성을 언급한 거지요?백 번 양보해서 역전 가능성도 있다고 언급한 거라고 칩시다.근데 그게 혼후보라는 건 어떻게 갖다 붙이면 그렇게 해석이 되는 걸까요?기사 시작하자마자 등장해서? 아님, 안쵸루스, 문졔인보다 분량이 많이 나와서?역시 방송을 아는 타고난 개그맨 체질이라 분량이 많으면 그게 자기를 밀어주는 거라고 생각하는 건지도 모르겠네요.
3. 마무리최대한 편파적으로 중립적으로 해당 사설과 뉴스 내용을 분석해보려고 했습니다.앞서 언급했다시피 두 곳 모두 보수적인 시각을 가진 언론사라서 타국의 정권도 보수정권이 들어서길 바라는 뉘앙스가 있긴 합니다.게다가 자국의 이익을 위해선 북핵 강경파가 들어서는 게 이득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살짝 엿보입니다.외신이 우리나라 대선에 관심을 가지는 건국정농단세력과 적폐청산, 민주주의의 회복, 경제불평등 해소, 낮은 실업률과 출산율 해결 등 국내문제를 잘 해결할 정권이 들어서느냐가 아니라,대부분 북핵과 관련된 동북아 외교정세와 관련해서 어떤 정권이 들어서느냐가 주된 이유라고 생각합니다.타임지나 월스트리트 저널, NHK 모두 그런 면에서 각자의 시각을 가지고 한국 대선을 주목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런 외신의 관심도 그들이 다뤘던 부분 내에서 어느 정도로 활용을 해야지,의도를 비약하고 문구를 왜곡, 과장하는 것은 지양해야 하지 않을까요. 더군다나 웬만한 사람이라면 사실 확인도 제대로 하기 힘든 외신 내용을.모 후보처럼 실컷 까놓고 이제와서 익명처리"오늘 아침 일본 NHK 방송, 영국의 INT방송, 미국의 WSJ(월스트리트저널)이 홍준표가 이긴다고 방송했다"라고 유세장에서 대놓고 뻥튀기하는 구태 정치질은 이제 그만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으면 하는 마음에서 부족한 솜씨지만 글 한 번 쪄봤습니다.
그럼 아무쪼록 투표 잘 하시고 이틀 후 새로운 세상의 도래를 만끽하시길 바랍니다.
개버릇 남 못주죠~ 한두번이어야 말이죠...ㅋ
국당때문인가 저정도는 애교스럽네요.
문재인나이트라이브에서 유정아 아나운서가 말하던게 이 내용이었군요.
문캠도 판표처럼 알고 있나 봐요.
정리 감사합니다 ! 잘 읽었습니다
이 WSJ기사 저도 원문을 봤는데요 좀 이상한 게 있어요
보통 기사는 작성자 이름을 밝히고 외신인 경우엔 한국특파원 - 주로 한국인 - 의 이름으로 작성된 경우가 많은데 이 기사는 작성자 이름이 안보이더라구요
하여간 홍준표 쯔쯔쯔쯔
후보들 이름 가타카나로 표시하셔서 마치 제가 일어로 읽은듯 해요~ 혼쥰표, 안쵸루스라니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