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bbs.ruliweb.com/hobby/board/300143/read/51656288?search_type=member_srl&search_key=4431130
1. 작품 기획 방법
2. 작품 분석 및 활용 방법
3. 장편 연재 스토리를 짜는 법
4. 작품의 재미편
https://bbs.ruliweb.com/community/board/300143/read/52624479
5. 캐릭터편
https://bbs.ruliweb.com/community/board/300143/read/52694167
6. 플롯편
https://bbs.ruliweb.com/community/board/300143/read/52707455
7. 플롯 심화편
https://bbs.ruliweb.com/community/board/300143/read/52931156
8. 작가의 마음가짐편
----
0.
작법 이론 시리즈를 얼추 마치고(생각해보니 번외편으로 몇 개 더 쓸 만한 주제가 있는 것 같다.)
간간히 작품 분석 글을 올리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세상에는 완벽한 작가는 없기에 모든 창작가는 끝없이 공부해야 하며
하꼬 작가인 나는 더더욱 부지런히 공부하고 발전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더불어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들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여러 작품을 다시 읽었다.
원피스, 나루토, 블리치 같은 작품부터
선레드 같은 작품까지.
그러던 중 어제 에반게리온 신극장판 마지막편이 나왔다는 이야기에
이 글을 쓰게 됐다.
이 글은 지극히 주관적인 글이다.
때문에 이 글을 읽는 모든 분께선 '이런 생각을 하는 놈도 있구나', 하고 웃고 넘어가주시면 감사할 것 같다.
그럼, 분석을 시작해보겠다.
1.
신세기 에반게리온은 90년대를 대표하는 일본 애니메이션이다.
하지만 이 작품이 참 이상한 작품이다.
도통 이해하기 어려운 연출부터
끝끝내 이해하기 어려운 마지막 대사 '기분 나빠'
자기네들끼리 아는 설정(가프의 방이니 서드 임팩트니, 아담이니 리리스니, 릴림이니...)
시청자들을 무시하는 건가? 싶을 정도로 불친절함의 극치를 달리고 있다.
그럼에도 에반게리온은 십수 년도 훨씬 넘은 지금까지 컨텐츠가 소비되고 있으니, 이는 정말 대단하다.(캐릭터 상품뿐만이 아니라, 애니메이션 스토리까지 소비되고 있다!)
그렇다면 에반게리온이라는 작품은 불친절함의 극치를 달리고 있으면서 어째서 아직까지도 컨텐츠가 소비되고 있는 걸까?
그 이유에 대해 분석해보자.
2.
에반게리온은 기본적으로 메카물이다.
딱 보면 그렇지 않은가.
소년, 소녀들이 거대로봇에 타고 사도라는 악당을 물리치는 내용이다.
그리고 이것이 소비자들에게 판매하기 위한 로그라인이다.
(모든 캐릭터와 메카가 멋있다!)
뛰어난 디자인을 가진 소년, 소녀, 메카, 그리고 악당.
신세기 에반게리온은 작품 외적인 상품, 즉, 피규어 및 굿즈 역시 활발하게 발매되고 있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팔릴 만한 잠재력이 있지 않은가!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작품 외적인 판매 전략일뿐, 우린 아직 작품을 이해했다고 할 수 없다.
그렇다면 신세기 에반게리온이란 도대체 어떤 애니메이션일까?
이 애니메이션의 플롯을 파고 들어보자.
3.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세계관을 이끌어가는 주요 키워드는 '서드 임팩트'이다.
여러 세력(제레, 네르프, 겐지, 사도)이 각자의 목적을 위해 '서드 임팩트'라는 거대한 이벤트를 일으키거나 막기 위한 이야기가 바로 에반게리온의 주된 이야기이다.
조금 더 단순하게 비유하자면, 각자의 이익을 챙기기 위한 느와르, 혹은 스릴러에 가깝다.
그렇다면 이것을 단, 중, 장기 플롯으로 정리해보자.
신세기 에반게리온 메인 플롯
장기 플롯 - 서드 임팩트는 어떻게 될 것인가.
중기 플롯 - 여러 세력들에 의해 다가오는 서드 임팩트.
단기 플롯 - 서드 임팩트를 위해 싸우는 여러 세력들.
이것만으로도 나름 괜찮은 이야기가 나오긴 하지만 이 플롯은 너무 뻔하고 단순하지 않은가.
이 플롯대로라면 삼국지 마냥 여러 세력들은 각자의 패권을 위해 계속 싸울 것이고, 누군가는 패권을 차지할 것이다.
어쩌면 아무도 손에 못 넣을 수도 있고.
정말로 단순한 플롯이다.
하지만 이것뿐이었다면, 에반게리온의 세계관이 아직도 소비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안노 히데아키 감독은 에반게리온의 세계관에 디테일을 불어넣었다.
무슨 디테일이냐.
그것은 바로 '종교적 지식'과 '오타쿠적 지식'이다.
가프의 방, 롱기누스의 창, 세피로트의 나무, 사해문서 등등.
에반게리온에는 보통 가톨릭인이라면 듣도 보도 못할 지식들을 계속해서 쏟아낸다.
혹자는 말할 것이다.
'그냥 있어보이려고 넣은 거 아니냐?'
뭐,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세계관에 디테일을 새겨넣는 건, 상상 이상으로 어려운 일이다.
하나도 아니고, 자신이 아는 지식들을 톱니바퀴처럼 맞물리게 하는 일은, 보통 사람은 할 수 없는 일이다.
예를 들자면, 자신이 봐온 수많은 영화를 오마주하는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처럼 말이다!
안노 히데아키 감독은 오타쿠로서 자신의 지식(특촬물, 밀리터리물, 메카물, 사상대립 등등)과 종교적 지식(유대교, 가톨릭 등등)을 에반게리온의 세계관에 써넣는 것에 성공했다.
나는 이것이 에반게리온의 세계관을 매력적으로 만드는 요소라 생각한다.
때문에 이것을 '그저 있어보이기 위한 요소를 넣은 것뿐'이라고 치부하기엔 너무 아쉬운 발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것이 에반게리온이 위대한 애니메이션이 되는 건 아니다.
그렇지 않은가?
이것들은 그저 작중 설정놀음에 불과하다.
에반게리온이 단순히 탄탄한 세계관을 기반으로 할 뿐이라면, 십수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임팩트를 일으킬 만큼의 작품은 되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아직도 십수 년이나 된 이 작품을 즐기는 것일까?
그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찌질하고도 불쌍한, 에반게리온의 주인공 이카리 신지와 그 주변 인물들을 알아야 한다.
4.
모든 등장인물은 애꾸눈이어야 하며, 외다리여야 한다는 말이 있다.
모든 캐릭터는 그 만한 과거가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 의미에서 에반게리온에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는 애꾸눈, 외다리를 넘어 나사가 수십 개씩 풀린 정신이상자들 투성이이다.
신지, 아스카, 레이, 미사토, 겐지 등등...
모두가 삐뚫어지고 못난 인간상이다.
이 등장인물들은 단순히 상처를 가진 평면적 인물이 아닌, 다양한 반응을 일으키는 입체적 인물로서 그 매력이 아직까지도 남아 있다.
하나하나 설명하자면, 정말 논문급 분량이 나올 법한 에반게리온의 캐릭터들.
하지만 그 인물들의 중심에는, 그리고 세계관의 중심에는 바로 우리의 주인공 이카리 신지가 존재한다.
5.
이카리 신지는 다른 메카물의 주인공들과 다르다.
신지는 메카에 타고 싶어하지 않는다.
열혈도 근성도 용기도 없다.
그냥 남들처럼 평범하거나, 혹은 남들보다 조금 많이 불행한 소년이다.
그리고 이 소년은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우리는 여기서 생각해야 한다.
이 캐릭터는 정말로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걸까?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이고, 변화할 방법은 없는 걸까?
우리는 이카리 신지의 심리를 이해해야 한다.
이카리 신지란 어떤 캐릭터일까?
그리고 이카리 신지는 '신세기 에반게리온'에 나오는 일련의 사건을 겪으며 어떤 변화를 겪게 될까?
그리고 이 작품의 신인 감독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신지에게 이런 일을 겪게 만든 것일까?
거두절미하고 말하겠다.
이 작품의 주제는 '사람은 서로 이해할 수 없다. 하지만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다.
즉, 타인의 소중함을 깨달으라는 이야기다.
신세기 에반게리온은 신지를 위한 이야기다.
마음에 상처를 지닌 신지가 여러 인물들과 사건을 겪으며, 정신적인 성장을 얻는 '성장물'이다.
아니라고?
이 작품은 메카물이라고?
그것도 맞다.
이 작품은 메카물의 가죽을 쓴 한 소년의 성장물이니까.
이카리 신지는 서드 임팩트를 막기 위한 에반게리온을 타게 되고, 그로 인해 여러 사람을 만나게 된다.
이카리 겐지, 아스카, 레이, 미사토, 카오루, 료지 등등...
마음의 상처로 모든 것을 거부하던 소년 신지는 이 인물들을 만남으로서 수많은 좌절을 겪게 된다.
레이의 진실.
아스카의 몰락.
겐지의 무관심.
미사토의 외면.
카오루의 죽음.
마음의 상처를 가진 소년이 견디길 힘든 슬픈 절망들이다.
하지만 어둠이 짙어지면 빛이 밝아지는 법.
우리의 주인공 이카리 신지는 일련의 사건을 겪으며 아주 작고 힘겨운 성장을 하게 된다.
극장판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eoe)에서 일련의 사건을 겪은 신지는 생각하게 된다.
'전부 싫어. 내게 슬픔을 주는 것들은 이제 싫어. 내 곁에 아무도 없었으면 좋겠어. 하지만 정말 그래도 괜찮은 걸까? 이 모든 것들을 부정한다면, 나와 함께 했던 모든 이들은 무엇이 되는 거지? 그들의 존재를 부정한다면, 나 역시 아무런 가치도 없는 게 아닐까? 나는 도대체 뭘까? 나는 존재해도 되는 걸까?'
그리고 신지는 선택을 내리게 된다.
'나는 네가 있으면 좋겠어.'
상처 많은 소년, 이카리 신지가 자신을 인정하고 타인을 인정하는 과정을 그린 애니메이션이 바로 '신세기 에반게리온'이다.
(덤으로 그리고 마지막에 나오는 컬트적인 대사 '기분 나빠'는 '자신과 타인을 인정하고, 서로의 마음을 보게 됐음에도 인간은 서로를 이해하는 것이 힘들다.'라는 뜻으로 생각한다.)
이 캐릭터 서사를 플롯으로 정리해보자면 이렇게 될 것이다.
장기 플롯 - 이카리 신지는 어떻게 될까?
중기 플롯 - 인간 관계에 괴로움을 겪는 신지.
단기 플롯 - 여러 사람을 만나는 신지.
때문에 나는 신세기 에반게리온이 메카물의 가죽을 뒤집어 쓴 '성장물'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주제 역시 오타쿠에게 쓴소리를 하는 것이 아닌,
괴롭고 힘들지언정, 인간인 이상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포기하지 말자, 라는 따스한 메시지라고 생각한다.
왜 그런 사람 있지 않은가.
너무나도 많은 상처에 마음의 문을 닫은 사람들...
나는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진정한 가치는 이런 따스한 메시지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러한 연유로 이 작품이 운 좋게 뜬 작품이 아닌, 철저한 디테일과 메시지, 캐릭터의 서사가 담긴 명작이라 생각한다.
7.
말이 길어졌지만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플롯을 그림으로 정리하면 이렇게 될 것이다.
매력적인 세계관과 캐릭터 조형.
거기에 매력적인 디자인들까지.
아직까지도 여러 말이 나오는 화제의 작품 '신세기 에반게리온'이다.
분명히 호불호가 갈릴 작품이다.
하지만 최고의 애니메이션을 꼽으라 하면 나는 반드시 '신세기 에반게리온'을 꼽을 것이다.
어린 시절, 친구 아버지댁에 걸린 eoe의 포스터를 보고 충격을 받았으며,
중학교 시절 이 작품의 매력에 빠졌고 작가가 된 지금도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작품을 감상한다.
어쩌면 나의 근본이라 할 수 있는 작품.
당신이 이 작품을 보지 않았다면, 한 번쯤은 보라는 말을 하고 싶으며
이만 말을 줄이겠다.
----
세 줄 요약
1.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작품 외적 판매전략은 소년, 소녀, 그리고 거대로봇이다.(예쁘고 멋있음.)
2. 이 작품의 메인 플롯은 '서드 임팩트'를 중심으로 한 '스릴러' 장르에 가깝다. 그리고 그것을 완성하는 건 디테일한 정보들.(특촬, 메카, 종교 등.)
3. 하지만 이 작품을 정말 매력적으로 만드는 것은 이카리 신지의 성장 스토리와 감독이 전하는 메시지다.
* 질문이 있으면 댓글이나 쪽지로 받고 있습니다. 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사실 : 종교적 요소들은 그냥 안노가 있어보일민한 것들을 그때그때 집어넣은것에 불과하다. 안노가 이야기 하고자 한 사람과 사람사이의 소통에 관한 네러티브를 제외한 요소들은 허풍으로 안노가 에바 제작당시에 참고한 작품들의 분위기나 요소를 끌어들이기 위한 장치에 불과하다.
조만간 신극장판 다카포도 보고 신극장판 분석도 따로 올려볼까 생각중이긴 한데
신극장판은 아직 제 자신이 고찰이 부족한 거 같아용
신지=안노 마리=안노 마누라
여러가지 해석이 난무하지만 결국은 안노의 자캐딸로 끝난 애니메이션
생체병기도 메카로 취급되는가? 로봇덕후들 나와주세요.
천만원 2021/08/14 20:11
생체병기도 메카로 취급되는가? 로봇덕후들 나와주세요.
골든딜리셔스보로트펀치 2021/08/14 20:12
바이오로이드로 타협할까??
지나가는작가A 2021/08/14 20:13
생체병기긴 하지만, 맨 처음에 봤을때 거죽대기는 메카잖아요~~
너무졸립다 2021/08/14 20:12
마리를 좀 설득력 있게 추가했다면 좋았을텐데... 그냥 갑툭튀해서 히로인 자리 강탈한 엄마 친구로 이미지가 구축된게 좀 아쉽긴 함
지나가는작가A 2021/08/14 20:14
조만간 신극장판 다카포도 보고 신극장판 분석도 따로 올려볼까 생각중이긴 한데
신극장판은 아직 제 자신이 고찰이 부족한 거 같아용
냐로 2021/08/14 20:16
그냥 안노가 지가느낀거 넣으려다가 그 의미전달은 애매하게 빼버린거아닐까
Lrice 2021/08/14 20:17
그니깐요 유이랑 마리의 친분이라던가 유이가 신지를 부탁해라던가 좀 그런 추가장면이라도 살짝 넣어줬으면..
루리웹-262183900 2021/08/14 20:15
진격의 거인도 부탁드려도 될까요..?
지나가는작가A 2021/08/14 20:16
다시 읽어보고 생각해볼게용!
Araina 2021/08/14 20:16
뭐여 왜 학교에서 배운게 유게에 있어
정신병없습니다 2021/08/14 20:16
신지=안노 마리=안노 마누라
여러가지 해석이 난무하지만 결국은 안노의 자캐딸로 끝난 애니메이션
정신병없습니다 2021/08/14 20:17
아스카 성우가 자기랑 안사귀어 주니까 삐져버린 안노좌
지나가는작가A 2021/08/14 20:17
이건 신극장판이 아니라 tva에 대한 이야기!
스위치2 2021/08/14 20:18
이건 무슨 낭설임? 진짜임?
콩나물소고기돼지순대수육국밥집 2021/08/14 20:16
사실 : 종교적 요소들은 그냥 안노가 있어보일민한 것들을 그때그때 집어넣은것에 불과하다. 안노가 이야기 하고자 한 사람과 사람사이의 소통에 관한 네러티브를 제외한 요소들은 허풍으로 안노가 에바 제작당시에 참고한 작품들의 분위기나 요소를 끌어들이기 위한 장치에 불과하다.
알숭벗는 2021/08/14 20:17
나름 괜찮은 해석일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