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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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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하늘, 희멀건 유리너머 차량들이 줄지어 선 모습이, 맛집 입장하려고 길고길게 줄선 모습이라 웃으며 지켜본다.
“오빠, 차가 너무막힌다. 주말이라 사람들이 많이 나온건가?”
“아냐~ 저기 공사 하나봐~
이야~ 저 크레인 엄청큰데?”
부평대로 한가운데 초대형 크레인이 신축건물 옥상에 있는 타워크레인 구조물을 내리고 있고, 옆에는 내려진 구조물을 25톤 크레인이 차량에 올리는 작업을 하고있다.
대형 크레인이 얼마나 큰지, 25톤 크레인이 장난감처럼 보인다.
편도 두개 차로가 줄어들고 병목지점이 생겨난 주변에 모범 기사님들과 현장 관계자들이 신호봉 하나씩 들고서 차량 통행을 돕고있다.
자, 여기쯤에서 과거로 좀 가보자.
오래전 거제도에서 50억짜리 자그마한 현장에 있을때다. 대로에서 한길 들어간, 차량 통행이 많은 소방도로 중간쯤이라 힘든일이 많다.
자재적치 혹은 타설때마다 주변 차량들때문에 전쟁 치르듯 하는게다.
신호수 옷 입혀서 신호봉 건내며 인부들을 내보내는데, 어느날부터 신호수로 가려는 사람이 없어 인부들과 다투기도 하는게야.
“반장님, 와보세요. 왜 그래요?
아니, 힘들게 자재 나르는거 보다 편하잖아?
가만히 서서 하는게, 뭐가 힘들어?”
생의 절반을 현장에서 보낸 강인한 근육질의 까만 얼굴을 한 인부가, 짜증 가득한 표정에 목소리에도 짜증담아서 답하거든.
“아, 거… 힘든기 아이라요. 짜증나서 못하겠심더.
시발놈들이 아, 욕을 어찌나 해대는지, 시발꺼 어제는 한판할뻔 했심더.”
말이 끝나자마자 주변 인부들이 일시에 한탄하는 소리들이 튀어나온다.
“진짜 시발놈들이…. 딱 10초 섯다가 가는기 뭐가그리 힘들다꼬… 개새끼들 진짜, 차를 발로 주 차고싶더라고예.”
순간 직원들에게 표내지않고 참았을 사람들 생각하니, 애틋한 감정이 생겨나지.
“아, 그래요? 욕 좀 먹는다고 배부른것도 아닌데, 그걸 못참아요? 욕하는 것들이 철없어서 그렇지, 반장님들이 참아야지 어쩌겠어요?
오늘은 오전에 제가 나갈테니, 교대로 합시다.”
인부들이 돌아서며 씨익 웃는 표정이 보인다.
“반나절 해보이소. 정신병 걸릴지 모리것는데… 마 힘들다 시프머 무전때리소 마, 퍼뜩 올테니까…
시간 채울라꼬 용쓰지 말라꼬예!”
그리저리 전쟁터에 참전하지.
90% 꺽어진 입구라 큰 레미콘 차량이 차선을 침범해서 돌려야 하고, 나올때 역시나 차선침범 때문에 반대선 차로를 막아야한다.
차량을 막을때마다 서있는 차량의 운전자들 표정과 입모양으로 소리가 연상된다.
그렇게 안에서 욕하면 그만이지만 간혹 창문까지 열고서 음성 확인까지 시켜주고 가는 친절한 사람들도 있다.
“야, 이 시발놈들아 너거가 경찰이가?
먼 권리로 차를 막는거야!”
“예, 죄송합니다. 10초, 참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하루 좋은일 많이 생길겁니다.
감사합니다!”
그렇게 사람들과 즐거운 대화를 나누는데, 묘한 상황이 반복된다.
미안함과 쪽팔림으로 차를 정지 시키는데, 너무도 당연한듯 2초 정도의 비상등 후에 멈추는 차량….
출발하기전 내눈을보며 미소와 함께 손바닥을 보여주고 출발한다.
거제도에 외국인 비율이 많았는데, 남여 상관없이 그 상황에 비상등으로 후방경고, 출발전 인사가 공식인듯 반복된다.
그리고 몇일후, 건물 입주할 독일인과 술자리에서 물어본다.
“내 편의를 침해당해도 안되지만, 내 편의를 위해 공사를 못하게 하는건 상식이 아니다.
신호수가 없으면 위험한 상황이 된다.
내 안전을 위해 그가 더위속에 고생하고 있다.
공권력 앞에서만 얌전해 지는건 부끄러운 일이다.
그도, 나도 같은 노동자다. 내가 그자리에 있을수도 있다. 웨이트리스도, 편의점 알바도, 신호수도, 나도…
우리 모두는 평행선에 존재한다.”
그날 강렬한 기운에 공사장을 지나가다 신호수와 눈이 맞으면 꼭 한손을 들어 인사를 보낸다.
댓글
  • 싼티커피 2021/08/09 14:42

    엄지 척!
    그나저나 경상도말이 찰지긴하네요^^

    (nsiH71)

  • 알고보니할부36개월 2021/08/09 14:48

    찰진 말이죠…
    바람속에 가을이 담긴듯 합니다
    건강한 여름 보내세요

    (nsiH71)

  • 말레이하늘 2021/08/09 15:19

    어허 글이 참 팍 꽃힙니다. 짜증을 말로 낸적은 없으나 찔립니다.

    (nsiH71)

  • 알고보니할부36개월 2021/08/09 15:47

    생각에따라 다르게 보이는게 세상이고
    삶이더군요
    별것 아닌일에 까칠해 지기도 하구요
    여유로운 시간 보내세요

    (nsiH71)

  • 말레이하늘 2021/08/09 15:49

    ☺☺☺글 잘보았어요.

    (nsiH71)

(nsiH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