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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팅만 하던 30대 여징어가 군게 분들께

 
안녕하세요.
 
그동안 오유에서 댓글 한번 달지 않고 줄곧 눈팅만 해오던 소심한 여징어입니다.
 
이렇게 군게에서 제 오유 인생 첫글을 남기게 될 줄 상상도 못해봤는데 (...뷰게나 시게가 될 줄 알았는데...하하...)
 
그간 이런 저런 글들을 읽어오면서 처음으로 저도 남기고 싶은 이야기가 생겨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우선, 아래 김광진 의원님께서 다녀가신 것을 보고.... 의원님께서 '어느 누구도 소외받지 않고, 역차별도 당하지 않는 나라 만드는데 노력하겠다'라고 말씀하시는 것을 보고 문득...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물론 군게 분들 씅에 차지 않으셨겠죠. 의원님께 더 구체적인 이야기가 듣고 싶을 거고, 더욱 확실한 말들을 원하겠지만요.
 
한 발 떨어져 있는 제 입장에서 볼 때 어쩌면 가장 본질인 부분을 짚고 가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투표일을 코앞에 두고서 당장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많지 않은 입장에서, 그래도 감은 분명히 있으신 것 같다는 느낌이요.
 
어쩌면, 상처받으신 분들을 성심껏 달래주고자 (앞으로 열심히) 노력해주시지 않을까 하는 희망도 살짝 보았어요.
 
지금 더민주에서 애쓰고 계신 분들이 그러하듯, 진심을 다해서. 사람을 향해, 사람에게, 마음을 다해서, 그렇게요.
 
희망은 됐고, 감성쩌네, 그래서 역차별 어떡할거냐니까, 라고 하시는 소리도 들립니다...... 네..알아요....
 
 
 
사실 그동안 조금은 조마조마했었습니다.
 
설마 더민주에서 이들이 받았을 상처를 일부러 외면하는 것은 아니겠지. 아닐 거야. 아니었으면 좋겠다.
 
지나친 여성 우대 정책은 여성인 나도 사절인데.
 
(메갈, 트페미, 꼴페미 극혐)
 
 
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30대 기혼 여징어인 저에게는 일부 분들이 꽤 큰 상처를 받은 것으로 보였습니다.
 
어마어마한 상대적 박탈감. 거기에 남자가 찌질하다 소리 들을까 어디 가서 말할 수도 없는 마음. 그래서 인터넷에 몇 자 썼더니 행동은 안 하고 글만 써제낀다고 뭐라 하고.
 
남자는 상처 안 받겠냔 말이죠. 그러니 점점 더 엇나가는 겁니다. ㅠㅠ 가뜩이나 남자는 여자 보호해야 한다, 호방해야 한다, 힘 세야 한다, 희생해야 한다, 별 소리를 다 듣고 자랐는데 말이죠. (이건 반대로 여자도 뭐, 마찬가지예요. 남자나, 여자나, 누구든 타인이 틀 속에 가두려 한다면 살기 힘든 거 매한가지입니다. 멋대로 살게 좀 내버려두지.)
 
 
양성평등을 추구한다고 하는데, 이 과정에서 남성들이 역차별을 느낀다고 하면 그건 분명히 잘못된 부분이 있을 겁니다.
 
그럼 개선이 필요하겠지요. 방향을 잡아 나가야 할 거고요. 그게 단 한두 달 안에 가능하지는 않을 거예요. 게다가 이렇게 많은 현안들이 맞물려 있는 시기에서는 더더욱 소리가 닿기 어려웠을 테고요.
 
이제 조금씩 시작되는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많은 분들이 부당하게 느끼는 부분들, 저처럼 당사자가 아님에도 공감해주는 사람들이 있는 한 분명히 그 목소리가 하나로 모아져 좋은 결과로 이어지리라 생각되구요.
 
어쩌면 지금까지는 그 목소리가 제대로 닿지 않는 컴컴한 터널 속에 있다가, 아니, 그 목소리가 모아질 수조차 없는 곳에 있다가, 이제 환한 빛을 만나게 되는 그 역사적인 순간 앞에 와 있는 게 아닐까 하는 마음도 들어요.
 
 
기성세대 남자들이, 청년들이 직면한 문제에 대해 무조건 외면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군게에서 그런 댓글도 스쳐 본 것도 같아서요.)
 
제 남편만 하더라도 (40대 초중반) 회사 동료들이나 지인들도 하나같이 '남인순 ㅅㅂ (아재 욕 죄송) 그런 말들 들으면 애들이 안 미치고 배기냐. 군대 가는 건 말이 좋아 국방의 의무지, 군대 가기 전후 합쳐 쌩짜로 날리는 시간이 얼만데. 애들이 무슨 죄냐.' 하고 안타까워 해요. 본인은 장교로 전역하고 군대 생활 크게 힘들지 않았다고 하면서도 늘 사병들 고될 거라고 걱정 많이 하거든요. 이번에 일부 20대 남성들이 무효표 찍겠다고까지 하는 심정도 오죽하면 그러겠냐 하고. 공감해주고.
 
 
여성 피해자가 겪은 부당한 처우나 끔찍한 일들이 어찌 보면 내 누이,  내 아내, 내 어머니, 내 딸이 겪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그 아픔에 공감하고 제도가 개선되기를 함께 바라곤 했던 것처럼 대상이 남성이라고 하여 다를 것 하나 없다고 생각합니다.
 
남성이라는 이유로 겪는 역차별 또한 내 동생, 내 오빠, 내 아버지, 내 남편, 내 아들이 겪는다면 그또한 외면해서는 안 될 일들이죠.
 
혹여 가족이나 핏줄 하나 없다 하더라도 이 사회를 구성하는 일원으로 살아간다면 온당히 느낄 공감의 이름으로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들이구요.
 
 
 
 
대선을 앞두고 그간 참 시끄러웠죠.
 
민주주의는 당연히 시끄러워야 한다고 하나요.
 
그런데 그동안 오유에서 군게와 시게 사이의 시끄러움은 조금 아팠던 것도 같습니다.
 
이 사태는 결국, 헬조선이라 불리울 만큼 끔찍했던 지난 날들이 남긴 상처.
 
무거운 짐을 어깨에 진 우리 청년들의 울음소리라고 생각합니다.
 
너무 상처받다보면, 크게 울 수도 있습니다. 울게 만든 사람이 잘못인 거예요. 가서 왜 우냐고, 울지 말라고 따질 게 아니라... 안아주고 다시는 울지 않게 해줘야죠. 그게 우선이죠. 
 
 
 
5월 9일이 지난 후,
 
저는 제가 지지하는 분이 우리 청년들의 눈물과 이 처절한 울음소리를 외면할 분이 결코 아니라는 믿음이 있습니다.
 
 
 
공감.
 
국민에게 공감해주는 지도자가 절실했던 우리였고, 그랬기에 많은 분들이 문재인이라는 결론에 도달했을 겁니다.
 
 
빠르지는 않을지라도, 혹시 조금 오래 걸릴지라도, 더디고 천천히 갈지라도, 속도가 아니라 방향은 분명 옳을 것이라는 믿음. 우리가 바라보는 곳은 같을 것이라는 믿음. 
 
그래서 저는 그 믿음대로 투표하려 합니다.
 
 
 
억지로 강요하지는 않을게요.
 
각자의 선택대로, 서로의 생각대로,
 
우리에게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는 투표권이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그 점 하나만을 잊지 않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그 선택으로 인해
당신의 미래는,
당신의 가치는,
빛나고 유효할 것입니다.
 
 
2030 군게 청년들, 힘내세요!
 
 
 
(본삭금을 걸어놔서... 혹시 작성한 부분 중에 거슬리는 문구나 표현이 있었다면 미리 사과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밤 되세요.)
 
 
댓글
  • 다시힘내보자 2017/05/05 02:24

    동감합니다...
    국민들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하는 자세가 보이는게 첫 단계이겠지요.
    앞으로 점점더 국민과 활발히 소통하는 문화가 정착되길 희망합니다.
    아울러 많은 희생을 묵묵히 견뎌왔기에 더더욱 분노하셨을 남성유권자분들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주게되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전 대한민국 그야말로 보통의 여성이며 한번도 남성들의 희생이 당연하다고 생각한적 없습니다.
    남성분들의 분노가 정당함을 이해하며, 이 일이 더 나은 남성인권, 더 나아가 평등하며 공정한 국가로 가는 발판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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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케젤리 2017/05/05 02:27

    감사합니다. 추천드리고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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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3회묻효 2017/05/05 02:40

    저또한 30대 여성이며..게시글에 동감합니다..
    제 아들들도 가야 할 군대이며, 또 역차별은 저도 생각하기 싫어요..군게 분들이 느꼈던 차별적인 공약 들도 머지않아 해결될거라 믿습니다..일단은 들어주는 의원들이 있고..이렇게 함께 지지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곧 얽힌 실타래가 풀리듯 잘 해결될꺼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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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꺼먼아재 2017/05/05 02:45

    개인적으로 3시간전까지만해도 1번찍고 기대해보자 했다가, 김광진 의원 들어오는가 보고 빡쳐서 무효표로 맘 굳힌 사람입니다.
    눈물이 핑 도시고, 민주당에서 외면 하는 줄 알았는데 아닌거 같아서 안도하시는 것 같은데.. 전 반대로 진짜 최고로 실망한 날입니다.
    민주당은 대의를 위해 20대 남성을 버려놓고 같잖은 이익을 위해 살짝 간보러 온겁니다. 김광진씨나 민주당의 피드백 있을 것 같나요?
    정말 슬프네요.
    김대중때 아빠가 투표한걸 보고 자랐고 노무현때 노사모, 정동영이 후보됐을 때 분노했으며 아직도 잊지 못하는 5월 23일, 태어나 처음으로 남의 죽음에 눈물을 흘렸는데 이렇게 맘이 떠나네요.
    지난 날들이 만들어낸 상처라고 하셨나요?? 아니요. 믿었던 사람이 상처를 주니 더 아픈겁니다. 소통은 개뿔... 도대체 뭘 보고 믿으라는건지...
    슬픈 밤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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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가나미냥 2017/05/05 02:51

    글 중간에 공감되는 내용이 있어서 댓글 달아요...
    우리가 서로를 이해하기 가장 쉬운 방법은, 그리고, 우리가 정책개선 요구를 어떤 방향으로 해야할지는...
    "여자"라는 이름에 울엄마, 아내, 누나, 여동생을, "남자"라는 이름에 울아빠, 남편, 오빠, 남동생을 넣어보는 것..
    이것이 아닐런지요...ㅎㅎ
    이 글을 읽고나니 왠지 마음이 편안해지는 기분입니다.
    덕분에 오늘은... 그간 힘들었던 시간 잠시잊고 희망을 안고 잠들어보렵니다ㅎㅎ 모두 굿밤이에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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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탄핵축 2017/05/05 03:24

    40대 여성으로 나는 가지 않았던 군대 얘기에 왈가왈부 하기 애매해서 가만히 있었습니다만...
    차별은 역차별이던 정차별이던 반대입니다. 이번 20대 분들 군대 역차별 문제가 아주 정확한 실례죠.
    김 전의원은 지금 시점이 정확한 정책을 내놓기 어려울 걸 감안해서, 원칙적인 이야기를 한 걸로 보입니다.
    그게 당장 시원한 해결책을 원하시는 분들 께는 부족해 보일 수 있겠지만,
    이 문제는 세대간 상황에 대한 포괄적인 이해가 필요한 만큼 단시간에 명쾌한 해결책을 제시하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하지만 기본적인 원칙만 확실하다면, 정책은 시행착오를 거치더라도 바로 잡아 갈 수 있는 문제입니다.
    물론 상처가 많고 힘든 이들에게 기다리라고 하는 말이 얼마나 막막한 말인 줄 압니다. (40대 여자인 저도 많이 들어 봐서요.)
    사실 어떤 식으로든 변화는 옵니다. 그게 옳은 방향의 변화인지가 중요하지 않을까...생각해 봅니다.
    급격한 변화가 늘 옳은 변화는 아닙니다. 여권 운동이 이런 식으로 변질될 줄은 저도 몰랐으니까요.
    매크로 답변...이라고 하는 저게 사실은 가장 중요한 근본입니다. 변화의 목적을 잃고 그냥 '변화'만을 원한다면,
    여권 운동이 그랬듯, 목적을 잃고 또 다른 차별을 낳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의견 표현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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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ANARRI 2017/05/05 03:41

    감사합니다 좋은글 큰 위로가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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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왜닉넴6자에요 2017/05/05 05:57

    이런분이 세상에 많은 세상이 곧 왔으면 좋겟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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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w12345 2017/05/05 06:20

    군게여러분 힘내시길.. 저도 30대 유부녀지만 나이차이 많이 나는 군대간 남동생이 있어 군게 글 읽을때마다 동생생각에 마음이 아팠네요. 너무 뾰족한 표현을 볼때는 글 읽기가 힘들었지만 그만큼 상처가 많아 그렇겠거니 그렇기 생각했습니다.. 제 20대도 돌아보면 매일밤 울며 잠들었던 기억이 나요. 학교생활도 직장도 너무 힘들어 밤되면 무너지듯 잠이 들고 아침에 겨우겨우 추스려 출근하고 그랬던 기억이.. 지금은 나이가 드니 좀 더 익숙해진건지 아님 무뎌진건지 시간이 좀 덜 아프게 가네요.. 시간이 걸리더라도 더 좋은 사회로 나아가리라 믿어요. 모두들 힘내고 하루 하루 조금 더 행복한 날들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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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력의_천재 2017/05/05 06:29

    착하게말을해도 받아치는게 비아냥이니원 뽑아달라고를했나뭘했나 관심을끌래도 보기에짜증이나네짜증이나 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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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털레반 2017/05/05 07:25

    솔직하게 이제는 뭐 순수함이 느껴지지도 않고 뭔 작전 세력이 활동하나 싶기도 합니다.
    일단 저 스스로 양성평등을 원하고 국가가 나한테 해준게 뭐가 있나 생각하고 있습니다.
    20년 넘게 피워온 담배도 군대에서 배워왔구요. 군대가지 않았다면 담배 배웠을까 생각합니다.
    무효표 주장하시는 분들 이해하고 존중합니다. 무효표도 하나의 강력한 권리겠지요.
    근데 제생각은 그러네요... 아직 명박이 근혜 순시리 갑우 다 살아있습니다. 부역한 쓰레기들도 나몰라라 슬며시 일어나고 있잖아요.
    남자로서 현재 받는 차별들은 둘째문제라 생각합니다. 같은 이유로 아직 여자들이 받는 문제도 남아있잖아요..
    이번 선거에서 정권교체가 되고.. 새로운 세력이 정권을 잡아도 세상이 확 달라지고 좋아지길 바라시나요??
    전 그럴 일 없다고 봅니다. 최악으론 노통 그분 때 재현될 것 같고... 최선으로서도 5년 동안 시스템만 원칙적인 것으로
    5년동안 국민들 인식을 약간만 원칙적으로 가게만 만들어도 성공이라고 봅니다.
    나라꼴 얼마나 개판인가요.. 여러분들이 대통령이라도 싹 치우고 국민들 살기 좋게 만들 자신 있으신가요?? 단 5년동안??
    거듭 말합니다. 무효표를 주장하시는 분들 그렇게 하세요! 비난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전 일단 우선순위가 위에 있는 걸 바꾸기 위해 투표하렵니다.
    그리고 김광진 의원 글 달렸다던데 선거후에 그들에게 요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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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롱이 2017/05/05 07:36

    이게 진정한 영업글이죠. 감성에 와닿네요. 작성자님도 군게 여러분도 각자 고심하셔서 투표 잘하세요!
    털레반님 논리대로 그렇게 따지면 근혜, 순실이 는 어짜피 끈 떨어졌습니다. 그리고 부역한 쓰레기 분들은.. 아직 보수표가 살아있기 때문에 끝까지 살아있을 겁니다. 문재인이 문재인 총통후보로 나온것도 아니고  어떻게 못해요. 말씀대로 문재인이 대통령이 되든 안철수가 되든 홍준표가 되든 유승민이 되든.. 그들은 대통령이기 때문에 행동제약이 많습니다.  적폐청산 문재인이되든 심지어 홍준표가 되든 국민눈치 때문에 될거고 국민눈치때문에 둘다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한 수준으로 비슷할겁니다. 그냥 아무나 되도 상관없어요.
    저는 위 생각에 반대하고 그냥 제 입맛에 맞는 공약을 내세우는 후보에 투표할겁니다. 여성할당, 페미니즘 정책은 강력한 사회부작용을 발생시키지만 눈에보이는 재원조달은 그리 크지 않기 때문에 충분히 시행되고 사회를 바꿔놓을 여지가 많습니다. 한번 시행되면 바꾸기 어렵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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