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인물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느라 일반인 친구들의 사진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전에 촬영했던 친구의 인스타그램을 보고 이 친구가 연락을 해왔어요. 사진 찍어주실 수 있냐고.
뭐, 저도 제가 원하는 모델 스타일이 있으니 제가 찾는 모델의 이미지가 아니라 제가 있는 쪽으로 왔으면 했지만 강북에 산다고 해서 양재로 절충을 했어요. 어랏, 근데 친구랑 같이 온대요. 같이 찍어달래요. 한명을 촬영하는 것과 두명을 촬영하는 것이 얼마나 다른지 잘 모르니까...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일요일 오후에 시간을 내서 두어시간 촬영을 했습니다. 늘 그렇듯 촬영 전에 내 작업의 목적, 개인 포트폴리오로 사용할 수 있고 인스타그램 등 웹에 포스팅할 거라고 얘기했고, 당신도 저작권 관계 없이 사용해도 된다고 했죠.
왔다갔다 4시간이 걸렸고, 비누방울 세트 산다고 돈쓰고 음료수 사준다고 돈쓰고, 토요일 주말근무도 한터라 매우 피곤했지만 꽤 즐거웠어요. 날씨 좋은 양재시민의 숲에서 친구들과 산책하는 기분이었고, 무엇보다 사진이 잘나와서 좋았어요. 샤방샤방한 봄사진을 건졌다고 내심 좋아했어요. 그 친구들도 참 좋아했죠.
1000장 정도 찍은 사진을 집에 와서 늦게까지 셀렉트하고 보정하고 열장정도를 완성해서 보내줬네요. 무척 좋아해서 저도 기분이 좋더라고요. 그리고 저는 인스타그램에 세장을 포스팅했어요. 좋아해주시더라고요. 기뻤어요.
그리고 이틀 뒤, 야근에 지친 몸을 이끌고 자정 넘어 들어와서 겨우 잠들었는데 새벽 2시부터 전화기가 자꾸 울려요. 무시하고 잤어요. 계속 울리네요. 신경쓰여서 잠깐 봤더니, 아주 가관이에요.
이 친구는 공손하게 사진을 내려주실 수 있냐고 하네요. (그 사진은 아래 올리는 사진이에요. 얼굴은 안나오니까 누군지 모르겠죠) 전화기를 울리던 다른 메세지는 이 친구의 남친이라는 녀석이 보낸 거에요. 자기가 남친으로서 제 피드에 지 여친 사진이 계속 올라오는 게 신경쓰이고, 이렇게 노출이 있는 신경쓰일만한 사진은 본인 동의를 구하고 올려야하는 거 아니냐고 해요. 뭐, x소리여... 분명히 포스팅하기전에 사진 다 보내주고 좋다고 해서 올린건데... 암튼, 굉장히 기분이 나빠서 뭔 상관이냐 라고 했더니 헛소리를 자꾸 하네요. 어린 친구에게, 사진가의 시간/비용/권리에 대해 얘기해주고 좋게 넘어가려고 했는데 막말을 하네요. 허... 결론은 두 친구에게 따끔하게 얘기하고 여러가지에 대해 사과 받고, 사진은 열받아서 더 이상 작업안하고, 당연히 포스팅도 안하기로 했어요. 정말 너무 소중한 단 하루의 쉬는 날을 이렇게 생각 없는 어린 것들 때문에 날린 건가 하고 글 쓰는 지금까지도 열이 받아요.
아무튼, 이런 일들이 종종 생긴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면서 구두합의로 끝내던 제 잘못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더 큰 실수나 손해를 막기 위해 작은 수업료를 치렀다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작업에 대한 상업적/비상업적 조건에 따른 저작권/퍼블리싱/초상권을 명확하게 계약서로 서명하지 않으면 작업을 하지 않으려고요. 이미 잡혀있는 다른 일반인 모델들에게도 메세지로 이런 내용을 통보했고 동의를 받았어요. 촬영당일 작업전에 무조건 계약서에 서명하지 않으면 작업을 안하려고 합니다.
사람 마음이 참으로 나약하고 갈대 같아서, 화장실 가기 전 마음과 갔다온 마음이 달라요. 그렇게 다 좋다고, 사진 찍어달라고 하던 분들이 사진을 받고 나면 많은 분들이 본인의 권리만 주장하십니다. 우리 포럼분들, 계약서 작성을 생활화합시다. 어떤 분은... 전시회하려고 준비다하고 있는데 모델이 자기 사진 쓰지 말라고했다고 -.-;;;;
덧) 이 사진이 야해요?? 어떻게 하면 이 사진을 남들이 보기 좀 그런 사진으로 인식할 수 있죠? 제가 ㅇ동을 하도 봐서 왠만한 건 야하게 안느끼게 된건가요???
https://cohabe.com/sisa/199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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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의가 시스루 같은 느낌이긴하네요.
대답) 아니요~
심지어 고개가 많이 돌아가서 누군지도 모를거 같은데...
둘이 쳐다만봐도 야한사이 인가 봅니다.
그냥 암도 모르는 제3자 사진찍는건 하지마세요. 차후에 도움될게 없습니다.
이 친구도 같이 일하는 후배 통해서 연락이 온거라 아예 모르는 3자는 아니라서요... 근데 계속 작업할 모델도 어차피 처음 볼 때는 다 모르는 사이 아닌가요 : )
저야 첫대면에선 상업적이냐 아니냐에 따라 나누지만.
후배분 통해서 촬영요청 온것임에도 불구하고 3자의 3자까지 합세하며 저런 황당한 상황을 겪으신걸 보자니
후배분과 관계있는 사람이 맞긴 맞나? 라는 의구심이 들어 그렇게 칭했습니다.
마음이 아프겠지만, 귀한 경험을 하신겁니다.
상대방의 생각을 떠나서, 객관적으로 어떻게 하셔야 하는걸 알게 된 것 만으로도 투자한 댓가를 얻으셨다고 생각 하세요.
세상에는 별의 별 일이 다 있습니다.
사진 이정도 찍는 사람 만나기 힘든데... 그 쪽 아가씨는 귀한 사진사를 놓쳤군요.
젊을때의 아름다움을 사진으로 멋지게 담아줄 사진사를 이렇게 내 치게 되었으니,
나이가 들면 후회 하겠죠.
여담입니다만, 가까운 지인에게 젊을적 누드 사진을 찍어 놓으라고 얘기 했었던 적이 있습니다.
여자인데, 당시엔 제가 개인 스튜디오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제가 사진을 업으로 하는 사람은 아니었구요...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ㅎㅎ
어쨌던 전문 장비가 있는 스튜디오가 있으니 젊음을 담아 놓는게 어떠냐고 했다가,
반쯤 변태로 몰렸었습니다.
물론 아주 가깝고 친한 사이였어요... 그런 얘기 할 정도의 사이는 충분한 사이죠.
그런데, 십여년이 지난 얼마전에 전화 통화 하다가 그 얘기를 하더군요.
그때 내말을 안들은걸 후회 한다구요.
나이를 먹게 되니, 젊은 아가씨들을 보니 비교도 되고... 자기는 더 멋졌는데
이젠 사진 한장 없어서 추억도 없어진거 같다고 하더군요.
이제와서 말하면 뭐합니까... 이미 시간은 지나가고 몸은 나이들어 버린것을요.
이처럼 순수한 의도라도 오해를 받을 때도 있습니다.
누구나 그런일은 겪을 수 있어요.
그 지인은 제가 오래전에 찍어준 사진을 아직도 핸드폰 배경화면으로 씁니다.
그땐 너무 야하게 나왔다고 했던 사진인데 말입니다.
그 친구의 친구들도 지금 그 사진을 보면서 너무 예쁘게 잘 찍은 사진이라고 한다더군요.
그 얘기 들으면서 그냥 저는 웃었습니다.
ㅎㅎ
좋은 댓글 감사합니다. 다른 일할 때는 그렇게 계약서에 신경썼으면서... 그 동안 모델하겠다고 한 분들이 지인의 후배 등 얽혀있는 사이라 방심했던 것 같습니다.
이게 야하다면 분명 제 신체에서 신호가 왔을텐데 그렇지 않군요...힘내세요~세상엔 다른 생각으로 사시는분들이 많다는걸 요즘 많이 느끼네요
저도... 격려 감사합니다.
차라리 시간과 비용에 대해서 청구하시지 그랬어요..
내려달라고 부탁을 할때는 상대방의 손해도 생각해서 배상을 해줘야 하는건데...
그렇지 않아도 생각은 했었는데 아는 후배 부탁받은 거라 그렇게는 안했는데, 앞으로 계약서에는 명기하려고요. 위약 조건까지.
에휴 ~~ 맘고생하셨네요.
감사합니다 : )
아직도 정신과 버르장머리 없는 어린 애들이 참 많아요.
그리고 사진에 야함은 못찾겠는데 남친의 투시력이 있는듯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튼 기분 푸시고 ~~ 즐거운 사진생활하세요 ~ ^^
감사해요. 계약서의 생활화가 필요합니다 ㅎㅎ
힘내세유 토닥토닥
감사합니다
외모비하는 아닙니다만 중타도 안되는애들 사진찍으시고 맘고생하셨네요 잊으세요
감사합니다. 근데 외모 비하같은데요 ㅎㅎㅎㅎ 제가 작업하는 게 전문 모델이나 예쁜 친구를 담는 건 아니라서 상관은 없습니다만...
저도 그냥 어디 포스팅 할건 아니지만
촬영 동의 후에
제 카메라에 손대고 자기 사진이라고 막 지우려고 하면
야 저작권은 나한테 있으니깐 손대지마
초상권은 내가 지켜줄테니깐
이러면 대부분 수긍하더군요....뭐 제가 못된 거지만 ㅋㅋㅋ
야하다는 개념보다는 만약 제 지인의 비슷한 작품이 올라오면 거북하게 느낄수도 있을것 같네요.
아마도 남친이 새벽에 바로 내려달라고 요청하라고 계속 머라 그랬을것 같은 상황아니었을까요??
사람맘이라는게 처음볼때라 나중에 볼때라 다를테니..
근데 저 사진속 모델이 이야기의 대상이라면 모자이크나 얼굴은 가리는게 좋지 않을까요? 위 댓글들이 대부붘 비판적인데
그래도 돈 버셨네요
이런 작은 일에 계약서의 소중함을 알았기에 다행이지 제 후배처럼 돈이 관련된 상태에서 저런 일 터져서
난리났었네요
뒤에 보케만 보이네요.
카메라의 셔터를 누르는 행위를 영어로는 shoot 이라고 하죠. 그 뜻은 총을쏘다, 발사하다 이런 의미죠
그 어원으로만 봐도 사진을 찍는 다는 행위는 공격적인 행위라고 할수 있을것입니다.
더더군다나 인터넷과 디지털의 발달로 예전에 생각하지 못했던 사진이 훗날에 어떻게 돌아올지 모르는 세상이 되었죠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설령 동의서 or 계약서를 작성한다고 해도
저렇게 내려달라고 한다면 이유여하를 불문하고 내려주는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저두 저런 일을 두어번 겪다보니 이제 가까운 지인들을 제외하고 특별한 부탁을 제외하면
모르는 사람들은 안찍게 되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