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천국 코하비닷컴
https://cohabe.com/sisa/194176

잘가요 함께 해줘서 고마웠지만 다시는 만나지 않길

어제 8개월 남짓 사랑했던 사람과
쿨한 이별을 했습니다.
오유인으로써 정체성을 되찾은 하루.
시작은 같이 저녁먹자는 제 카톡이었으나
끝은 그녀 집에 있는 제 옷가지들
월요일에 가져가는 걸로 끝났네요 하하하..
보고싶다는 내말에도 귀찮다며,
저녁먹자는 말에도 귀찮다면서
며칠전 같이 저녁을 먹다 걸려온
다른 사람의 전화를 나가서 받고와서
너무 당당하게도.. 웃고 떠드는 통화를
제 앞에서 받을 수 없어 나가서 받았다는 그 사람.
오지마 귀찮아 수도없이 반복되는
단답형 카톡에 남자의 직감으로
이미 이별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권태기라고 그래서 귀찮다고..
직업상 늦게 끝나는 나를 기다리는 것도
지치고 더 나아질거라는 내 말에
더이상 일말의 기대감도 들지 않는다는
당신의 차가운 카톡에 그냥 보내주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서로 함께했던 255일간
진상손님에 시달리고 영업실적으로 갈굼당하고
하루 13시간 이상을 서있으면서도
그 늦은 시간 나를 기다려주는 당신에게
항상 제일 먼저 달려간 저였습니다..
기다려줘서 고맙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던
저와는 달리
늦게라도 항상 부르면 와줘서 고맙다는 말을
단 한번도 안해줬던 당신.
당신이 지쳤다는 그 시간시간
오늘은 좋아한다 사랑한다 고맙다
행여 해주지 않을까 기대하면서
끝나기가 무섭게 냉큼 달려갔던 저는
그런 말 하나 듣지도 못했는데...
몇배는 더 지치지 않았을까요??
매번 데이트비용을 안내는 거는
제가 더 많이 버니까.. 그리고 제가 없다하면
자기가 내긴 하니까.... 아무 말없이 넘어가고
오히려 얻어먹을 때마다 항상 고맙다 말하던
저를 보면서 느껴지는 게 없던가요??
사랑해 한마디 해달라는 제게
사랑은 뭘 바라고 하는게 아니라던 당신.
당신 생일날 욕먹어가며 주말 휴무잡고
한옥마을 놀러갔던 나만큼
내 생일날 선물을 바란 것도 아니었지만
발렌타인데이와 겹쳐있는 제 생일에
흔한 초코렛하나 주지 않았고
사랑한단 말 조차 해주지 않은 당신.
표현을 잘하는 나니까.
표현은 내가 다 하고
돈을 많이 버는 나니까
먹는 거 다 내가 내고
잘 굴러가는 차 가진 나니까
놀러가고 싶다 하면 최대한 데려가려고
노력했던 나인데.
원래 표현을 못한다는 말 한마디로
듣고싶다는 사랑해 좋아해 고마워
8개월간 단 한번도 들려주지 않은 당신.
그동안 받았던 내 상처때문에
이제 가는 당신을 너무나 쿨하게 보내겠습니다.
안녕히 가세요.
배웅도 없고 당신이 우쭐할만한
이별의 눈물도 흘리지 않겠습니다.
8개월간 가족도 지인도 없이
홀로 목포로 발령받았던 내 옆에
있어준 거 그거 하나로 당신에 대한
감사의 말을 끝냅니다.
잘가요. 멀리나가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딱 당신같은 사람만 만나길 바래요.
좋은 소리도 못해드리겠습니다.

댓글
  • virtuous 2017/04/23 14:23

    사랑해라는말 듣는게 정말 행복인듯해요.

    (tPA5Yq)

  • 밀크티같이 2017/04/24 05:26

    글이 선한 느낌인데 강한 힘이 있네요...
    힘내세요!

    (tPA5Yq)

  • cools 2017/04/24 05:36

    젊을땐 그냥 이런 저런 사람만나면서 알아보고 헤어지고 그러는거예요 만나봐야알지.
    많이 만나보세요.
    예쁘고 착해도 인연이 안되기도하고 그래요.

    (tPA5Yq)

  • 햄보가 2017/04/24 06:39

    담번에는 호구짓  안해도되는
    진짜  인연을  만나길

    (tPA5Yq)

  • 하드코어인생 2017/04/24 06:44

    제가 쓴글같네요. 내가 더 표현을 잘하는 사람이니까 많이 표현하다보면 이사람도 조금씩 알아주겠지 하며 버텼었어요..(초반엔 그사람이 표현을 많이하고, 나한테 표현을 원했다는게 함정) 힘내요. 그 연애에서도 우리 배운게 있을거라고 믿어요..

    (tPA5Yq)

  • 크리미. 2017/04/24 07:06

    힘내십시오 같은 목포주민분이시네

    (tPA5Yq)

  • t없e맑은boy 2017/04/24 11:00

    상대방의 가면을 벗기는 방법은 최선을 다하는 것입니다.
    아마 그분은 또 다른 누군가를 만나면 가면을 쓰고 있겠죠. 그러나 또 다시 가면이 벗겨질 것이고 그렇게 그분의 사랑은 되풀이 될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동안 고생하셨습니다.

    (tPA5Yq)

  • 쓰까무라 2017/04/24 11:11

    저도 이별후에 힘들어 하고있는 처지라 상당히 공감이 되네요
    원래 똥차가고 벤츠온다는 말이 있듯이 더 좋은 인연이 당신을 향해 달려오고 있는 중일겁니다.
    우리 같이 힘내봐요~
    사랑합니다♥

    (tPA5Yq)

(tPA5Y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