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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장강박증인 엄마..

저는 어렸을적부터 깨끗한 집에서 살아본적이 없습니다.
지금은 도시에서 살고 있지만, 어렸을적 시골집에서 살았을때 저는 저희 집이 낡고 오래된 주택이어서 그런줄 알았어요.
그 집에서 오래 살았으니까요. 시골집들은 원래 이것저것 많이 쌓아두고 사는게 당연한거다 라고 생각했던거 같아요.
 
대학을 졸업하고 서울에 직장을 잡고 이사온 뒤(언니랑 저랑 단둘이 자취하면서... 이제서야 깨끗한 집에서 살아본거죠... 깨끗한 집을 알게되고...) 여러가지 이유로 엄마도 올라오시고..
2년정도 언니와 저는 같이 자취를 하고, 엄마는 홀로 살고 있다가 작은 빌라를 얻어 함께 살게 되었네요.
그런데 문제는 처음 이사왔을때 저흰 짐이 얼마 없었는데,
살면서 점점 짐이 늘었고, 현관문 앞이며 문을 열고 들어오는 입구에 작은 빌라 거실이 따로 없고 부엌겸 거실? 이렇게 있는데
짐이 없을때가 없어요. 항상 어디선가 주워온 물건들... 버리지못하는 물건들.. 쌓아져 있구요..
이곳에 짐이 점점 쌓이면 언니랑 저도 참다참다 터지고 참다참다 터지게 되면서 저희가 나서서 버리겠다고 하면 엄마가 조금씩 정리해서 버리는 식의 생활이 반복되고, 꼭 1년에 1번씩은 꼭 이문제로 크게 싸우게 되요.
 
하아................. 사설이 많이 길었죠...? 지금부터 본론인 오늘 있었던 제가 죽을뻔한 이야기를 해드릴게요...
휴일이고 집에 아무도 없겠다... 그래서 맘먹고 거실좀 정리하자 싶어서
버리고 싶은 물건이 산더미처럼 많았지만 버리지 못하고(버렸다가는 엄마가 얼마나 화를 낼지 알았기때문에..)
정리나 하자는 마음에서 공간만 차지하고 있는 안쓰는 빈플라스틱 그릇(본죽 그릇들부터 우유병 등..), 유리병, 안쓰는 우산(우산도 필요할땐 없다면서 어디선가 자꾸 줏어오는데 그렇게 쌓인 우산이 엄청 많음; 심지어 고장난 우산도 고쳐 쓰겠다면서 주웡옴), 그리고 썩은음식 이렇게 버렸어요.
정리하고 나니 빈통만 100리터 쓰레기 봉투로 5봉지 나오더군요...
정리 다 마치고 언니가 오고 언니는 너무 잘했다고 하면서 저랑 둘이서 엄청 기분 좋게 있었어요.
그런데 엄마는 집에 오자마자 많이 화가 났는지 집안을 쿵쿵 대며 걸어다니고 물건 다 가져다 버렸다면서 내가 집을 나가야지 하면서 역정을 내시더라구요.
 
제가 그래서 엄마한테 버린거 하나 없고 위에 말씀드린것들만 버렸다고 그것들 버리고 나니까 이렇게 싹정리된거라고 하니까 어떤 빈그릇을 갔다 버렸네 어쩌네 하면서 그거 다 쓸데 있는 물건들이다 내가 쓰려고 했던거다 하면서 화내더라구요. 순간 저도 욱해서 그거 쓴다고 주워다놓으면서 쌓여만 가지 않냐.. 그러니까 언니가 와서 말리더라구요.. 그래서 가만히 제 방에 들어가 있는데 부엌에서 엄마가 뭔가 발로 차는 소리가 들리는거에요..
그래서 나가봤더니 제가 버린다고 쓰레기 봉투에 담아놨던 음식들을 발로 차버리곤 다시 골라내고 있는거에요................
 
제가 그걸 보고 있으니 음식 다갔다 버렸다고 하면서 욕을 하는데, 가래떡이 다 썩어서 노랗게 변해있고 그런 음식들이었거든요..
아몬드 갈아놓은거 언제 담아 놓은지도 모르는 그런 음식들... 만약 제가 안버렸다면 엄마 스스로도 어디에 있을지도 몰랐으 음식들이었어요.
내가 그거 다 노랗게 되지 않았냐 그냥 버려라 하니까 제 물건이나 버리라고 저한테 화내시더라구요.
저도 화가나서 내 물건 내가 알아서 잘 버리고 있다. 그런데 엄마는 썩은 음식 가져다 버린게 화가나느냐 하니까
떡을 튀겨 먹을라고 했다는거에요.
그런데 그것 말고도 집에 튀겨먹겠다고 쌓아놓은 누룽지가 지금 큰박스로 한박스나 있어요..
그것도 다 버리고 싶었는데 엄마가 화낼거 알아서 안버린거거든요..
 
여기서 제가 참았어야 했는데........... 엄마가 음식골라내고 있는 모습이 너무 짜증이나서..
쌓아놓은 누룽지 보여주면서 이것도 튀겨먹겠다고 쌓아놓고 안먹은지 2년이나 되간다. 얘기 하니까 갑자기 나무 빗자루를 거꾸로 쥐곤 저를 막 공격하는데.......... 저 진짜 놀랬어요.. 그 순간 엄마 눈빛을 봤는데 저를 죽이려고 하는 눈이었어요. 풀 스윙으로 머리만 공격하는데...
(평소엔 엄청 쾌활하고 유한 엄마에요... 그런데 이렇게 평소 주워온 물건에 관한한 성격이 변하시더라구요.. 오늘같은 모습은 처음이었지만...)
평소 알던 엄마의 모습이 아니었어요. 제가 빗자루를 잡으니까 발로 세게 걷어차고... 아파서 놓치니까 기회는 이때다라는 듯이 빗자루 휘두르고...
언니도 놀라서 엄마를 말리고, 같이 살고 있는 고양이도 엄마한테 하악질 하고...
저랑 언니랑 둘이서 말리는데도 저희 둘이 밀리는데.. 언니가 빗자루 잡으면 달려와서 발로 차고...언니가 와서 잡으면 빗자루 뺏어서 휘두르고... 
잠깐 동안 그런것도 아니고 십여분을 그렇게 계속 공격했어요. 저를... 진심으로 잘못 맞으면 내가 죽는다 생각될정도의 휘두름이었어요.
 
저희 언니는 제가 엄마한테 따진건 잘못했다고 하는데.. 저는 솔직히 그 물건들 버린거 잘했다고 생각하고 있거든요.. 자꾸 남이 버린 가구며 물건들 주워 오고... 결국 그 가구 버릴때 돈은 우리가 내게 되거든요.
저는 엄마랑 싸워서라도 엄마를 바꾸고 싶었지만, 이젠 너무 지겨워요.. 지쳤습니다. 오늘 이러는 모습 보면서.. 엄마는 설득할 수 없는 사람이구나.. 깨닳았어요... 이 글 쓰는 순간에 온몸이 쑤셔오네요.. 하아... 이젠 좀 쉬어야 겠습니다..
올해 안에 이 집에서 나갈 생각입니다. 언니도 마찬가지구요.
 
 
긴 글 읽어주신 오유님들.. 감사합니다..
댓글
  • 분홍콜라 2017/04/24 00:15

    병원치료가 너무ㅅㅣ급한거같아요ㅠㅠ

    (A2LQWa)

  • 머그머그컵컵 2017/04/24 00:32

    맞았던거에 대해서 글쓴이 마음이 많이 아팠겠고 앞으로도 좀 많이 아플것같아요.. 이건 엄마의 본래모습이 아닌데라는 생각도 많이 들거구요.. 반면에 자꾸 그렇게눈뒤집어진 엄마의 모습이 자꾸 생각날거에요.. 그거에 대해서 글쓴이님이 앞으로 힘냈으면 좋겠어요.. 상처많이받았을텐데 걱정되네요.. 그리고 엄마한테는 일단 엄마가 그렇게 저장해놓고 버리지 않는 습관이 일반적이지 않다는것을 좀 알려드려야할것같아요. 어느정도 일반적이여야 본인들도 같이살기 편안하다는것을 알려드리고요. 이렇게 그리고 자매가 건강하고 젊었을때 고쳐드려야지.. 나중에 출가하게되면 답도 없을거라는 생각이 좀 드네요.. 말씀드려보세요.. 그리고 적어도 집안에 행사가있을때 쓰이는 물건들 제외하고 일상생활에 쓰는것들인데 1-2년내외로 허름하고 사용하지 않는물건들은 버리기 라는 조항같은거를 좀 만들어보면 좋지 않을까요? 엄마도 수긍하고 버릴수 있게..

    (A2LQWa)

  • 내가누구게ㅋ 2017/04/24 01:41

    글쓴이가 잘못한거 전혀 없어요. 그거 병입니다. 진짜 강박증의 일종이에요. 어머님이 소싯적에 일중독에 가까울만큼 워커홀릭 이셨나요? 보통 그런분들이 나이들고 힘이 점점 떨어져가면서 그렇게 변해가더군요.  저희집도 할머니와 주기적으로 전쟁을 벌입니다. 같이 사는건 아니고 바로 옆건물 반지하에 세를 하나 내드렸는데, 그 집 안에 그렇게 쓸어모아놓아요.. 병원에 데려가서 감금을 하든 치료를 하든 해야지 아니면 그거 말로나 행동만으로는 절대로 바뀔수 없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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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미씨 2017/04/24 02:56

    저장강박증 내용중에
    주변 사람들에게 충분한 사랑과 관심을 받지못한 사람이 물건에 과도한 애착을 보이기 쉬우며 충분이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되면 이러한 저장강박증은 쉽게 사라질수 있다고 한다
    라고 써있네요..
    속상 하고 당황스러우시겠지만 어머니께 좀더 사랑한다고 표현하시고 안아주시고  같이 시간을 보내주시면 자연스럽게 고쳐지실거같네요
    마음의 병은 주위분들 특히 가족이 사랑을 펑펑 주시면 고치기가 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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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징어 2017/04/24 04:35

    이정도시면
    병원상담이 시급해 보여요
    언니와 상의해보시고 여유가 안된다면
    지역 지자체에 도움을 요청해보시는게 어떨까요?
    문뜩 그말이 떠올라요
    정신과 의사가 한말인대
    정작 아픈 사람은 오지않고
    아픈사람에게 상처 받은 사람들이 온다구요
    저도 많이 피해봐서 아는대
    피하면 당장은 맘편할지 몰라도
    후에 더 힘들어 지더라구요
    작성자님 댁에 평안을 바래요

    (A2LQWa)

  • 키가한뼘더 2017/04/24 07:34

    혹시 집에 어머니를 압박할 만한 스트레스 없나요?
    저희 어머니도 예전에 그러셨거든요...
    저희는 돈에 대한 압박이 있었는데,
    막판에는 집에 하루에 택배가 6~7개씩 오고 그랬어요.
    그래서 일주일에 박스만 현관 한가득 쌓이고 했어요.
    이게 다 '앞으로 가난해질건데 미리 사놓자' 이런 생각인거 같더라구요.
    아마 글쓴이 어머님도 무언가 압박이 있어서 계속 그렇게 모으시는 걸거에요.
    저도 처음으로 남의 집 갔을 때 깨끗한 걸 보고 '아 깨끗한 집이라는게 있구나' 알았어요 ㅋㅋㅋ
    저희 어머니 같은 경우는 경제적인 파탄 한번 겪으시고 정신과 치료 받고
    무엇보다 생활이 지금은 나아지고 안정화 되니까 확 달라지시더라구요.
    지금은 여유 있으셔서 집에 꽃도 키우고 다른 집처럼 엄청 깔끔하십니다 ㅋㅋㅋ
    저도 할 얘기 많아서 나중에 한 번 써볼게요 ㅎㅎ
    암튼, 무언가 압박이 있으면 집안 환경이나 청결에 전~~혀 신경을 못 써요.
    경제적으로나 심적으로 안정되어야 집안에 신경쓰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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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라파독 2017/04/24 07:57

    저장강박증이라고 생각을 하신다면 언니분이랑 집을 나간다고 생각하는거보다 병원에 데려가셔서 상담을 해보는게 맞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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