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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뵙고 싶은 여자가 있어서 9시간을 운동했습니다.txt

저는 60일전 살던 오피스텔의 계약만료와
새로이 이사갈 곳을 계약하지 못한체
취미로 하던 작업실에서 먹고 자고 하고 있습니다.
5년 남짓 살던 동네를 나와서
15km 떨어진 임시거처에서 생활하면서
마음에 걸리던건 하나였습니다.
5년 내내 거의 매일 다니던 근린공원 장소의 익숙함과
그곳에서 거의 매일 뵙던 어머니이자 할머니였습니다.
89세 할머니셨지만 38살 제게는 항상 어머니라고 호칭한 고운 여성이십니다.
거의 매일 저나 어머니는 운동을 나왔지만 서로 정기시간에 나온것이 아니라 겹치지 않을때도 많았지만 그래도 1주일에 최소 3번은 마주하고 인사나누던 사이였습니다.
저나 어머니는 이름도 모르고 사는 곳도 모릅니다.
그래도 마주하면 세상 가까운 어머니와 아들이였습니다.
이사를 하고 신정이 되었을때
저는 1월 1일 하루 종일 공원에서 운동을 했습니다
그냥 어머니께 새해 인사를 하고 싶었었던것 뿐이였습니다. 그날 결국 뵙지를 못했습니다.
구정 명절에는 제가 지방에 집계약 일이 있어서 어머니를 찾아 인사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그 기회라 함은 대단한게 아니라 공원에서 기다려 인사드리는것뿐이였습니다.)
그렇게 신정도 구정도 새해 인사를 놓쳤었습니다.
그런 제게 새해는 시작되었지만
계속 어머니께 인사드리지 못한게 마음 한켠에 돌처럼 무겁게 다가왔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아침 일찍 이전에 살던 공원에 가서 하루종일 운동을 했습니다.
나름 이제 초보는 벗어난 7년차 맨몸운동 유저로 격렬히 보다는 가볍게 철봉이나 평행봉 그리고 런닝을 했습니다
그리고 60일만에 그 기다리던 어머니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아이고, 이게 누구야. 아들. 왜이리 운동 안나왔어. 어디 아팠어? 아님 좋은데 취직이라도 한거야?"
"아니에요..어머니. 취직도 못했고 그냥 괜히 바뻤어요. 이젠 한가해졌어요."
"하루 며칠이 아니라 몇달이 지나니 다시 못볼 줄 알고 슬펐단다. 이제 내가 살날이 얼마나 남았겠니. 그래도 내 말년에 아들처럼 대해준 너를 갑자기 못보는가 싶어서 마음이 무너졌단다."
사실 제 이사가 불가피하게 결정된 그 시점에서
어머니께 이사간다는 말을 차마 못드렸습니다.
우리가 서로 친해진 이후 어머니는 저 만나면 먹이신다고 더러 음식을 도시락통에 싸오셨습니다.
그분에게 실망드릴까봐 이사간다는 말도 못드렸지만
이사가고 나서는 이것저것 일들때문에 다시 이전 동네로 운동도 원정길 삼아서 못가고 있었습니다.
오늘 어머니는 한시간가량 저를 마주하고 근황을 많이 말씀해주셨습니다. 어머니의 근황은 9할이 손주 자랑이십니다. ㅎ
그 근황을 듣고있노나니
'아, 나도 어머니가 진짜 보고싶었구나'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어머니와 헤어질때
"어머니,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라고 길바닥에서 절하고
"앞으론 바빠도 매일 나올께요" 라고 약속드렸습니다.
내일부터는
매일 원정길을 다녀 운동해야겠습니다.
어머니 뵙는게 너무 좋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어머니 성함도 모릅니다 ㅎ
알 필요가 있나 싶기도 합니다.

댓글
  • Penqueen 2021/02/21 00:47

    따뜻하네요.
    중간에 슬픈 결말일까봐 긴장했습니다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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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커브 2021/02/21 00:48

    어릴때 교과서에서 본 따뜻한 수필같은 이야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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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킹캉MVP 2021/02/21 00:49

    잠시 제 개인적 일을 생각하다가 무심코 클릭했는데..
    넘 아름답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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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각동님 2021/02/21 00:50

    훈훈! 아직 세상은 아름다운듯하네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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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케빈듀란트 2021/02/21 00:51

    글쓴이님도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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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명은 2021/02/21 00:56

    가슴 따뜻해지는 수필 하나 잘 보고갑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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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t에이브이rogin 2021/02/21 01:12

    따뜻한 내용이기보다 그냥 독거노인 주사내용인데 좋게 말씀들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독거노인 거의 매일 슬퍼서 술을 마셨지만 오늘은 어머니 뵙고와서 기분좋아서 마시고있습니다.
    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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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레타 2021/02/21 02:18

    소중한 어머님께 건강하고 행복한 모습 많이 보여드리실 수 있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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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투더G 2021/02/21 04:54

    텍스트에서도 온기가 폴폴 느껴집니다
    인품이 넘훌륭하신분이시네요
    님도 어머님도 부디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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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양리연화 2021/02/21 05:03

    괜시리 기분좋아지는글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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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림슨블루 2021/02/21 06:16

    참 따뜻한 분이시네요 원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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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늑대 2021/02/21 06:36

    와 참 따뜻해요. 세상에는 이렇게 좋은 사람들과 좋은 인연들이 있는
    것같아요.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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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hiori★ 2021/02/21 08:16

    사람 냄새 제대로 나는 글입니다.
    제가 썼던 글에 댓글 남겨주신 적이 있어 닉을 기억하고 있어요.
    덕분에 아침부터 기분 최고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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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스크라_ 2021/02/21 09:14

    따듯하신분이네요 좋은글 읽고갑니다.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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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끔씩 2021/02/21 09:30

    역시 좋은 분...술 매일 드시진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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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몰츠용수 2021/02/21 09:56

    수고하셨습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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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달중 2021/02/21 10:07

    아침부터 코끝이 찡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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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처녀자리AB형 2021/02/21 10:52

    일욜 아침 가슴 따뜻해지는 글 감사합니다~
    지난 글들 쭈~욱 보고 왔는데 좋은 분이시네요~
    늘 이쁜 생각 좋은 일들만 가득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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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이 2021/02/21 10:55

    잘 하셨습니다
    아직 따듯한 세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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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와우.. 2021/02/21 11:00

    와 오늘은 또 뭔 썰을 푸려나 하고 들어왔다가, 생각지도 못하게 눈에 땀차서 가네요. 읽는 내내 마음이 아리면서도 훈훈했습니다. 글쓴분 복 받으실거에요~ 크흡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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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ENSUAL 2021/02/21 11:15

    그정도 사이면 일단 연락처 교환하는게 맞지않나싶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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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aulMcCartney 2021/02/21 12:08

    따뜻한 글 정말 감사합니다. 복 받으시고 작성자님도 글의 '어머니'도 건강하시길 기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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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근만두 2021/02/21 12:34

    정말 가슴 따뜻해지는 글입니다. 여러모로 공감가고 몰입이 되네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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