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신 대기근 일화 몇가지
조선 8도 전체의 흉작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으며
사람이 아무리 이성의 동물이라지만 생존조차도 불가능한 벼랑 끝에 몰리면 천륜도, 인륜도 저버릴 수밖에 없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이에 따라 전국에선 과거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고 현재도 마찬가지일 정도의 비상식적인, 실로 유교사회에서는 있을수도 없는
패륜적인 사건들이 속속 보고되었다. 부모들이 아이를 도랑이나 강물에 던져버리고 가는 사건들이 일어났다.
아이를 그냥 나무둥치에 묶어놓고 가는건 그래도 마지막 양심은 남아있는 수준.
배식을 받기위해 길게 늘어선 줄에서 기다리다가 남편은 결국 쓰러져 죽었는데 아내는 그 옆에 남아있는 죽을 모조리
긁어먹은 뒤에야 곡을 했다. 어머니를 업고 다니며 구걸하던 아들이 어느 순간 어머니를 버리고 가버렸는데, 어머니는 오랫동안
아들을 기다려도 오지 않자 주저앉아 울기 시작했다. 굶주림 앞에서는 가족이고 인륜이고 아무것도 없었다.
우려하던 서로 잡아먹는 상황, 즉 인육을 먹는 식인 사고까지도 보고되었다. 충청도 깊은 산골에서
한 어머니가 5살 된 딸과 3살 된 아들을 죽여서 그 고기를 먹었다는 것이었다.
원래 같으면 나라 전체가 완전히 뒤집힐 만한 엄청난 사건이었으나, 이때는 워낙 흔한 일인지라 별 반응도 없었다.
오히려 승정원에서는 "굶주림이 절박했고 진휼이 허술했기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할 정도였다
심지어 경신대기근 기간동안 공주, 재상급 인사들마저 죽어나갔다.
역병은 어딜가나 문제군요
공주 재상급 까지 기근으로 사망할 정도면 저건 인간이 해결할 문제가 아니죠.........
글쎄요. 솔직히말해서 현재로써도 저런일이 벌어지면 전세계가 지옥이될껄요...항상 생각하지만 재앙이 일어나면;;;, 1빠로 죽는게 인간으로써 품위유지하는 길이죠...아님 평화가 찾아올때까지 긴 시간을 살아나가거나. 문제는 대개 평화의 ㅍ을 보기전쯤 온갖지옥 다보고 죽으니 그냥 가장 빠른 사망이 차라리 낫지 않나싶어요...
"늙은이들의 말로는 이런 상황은 태어난 뒤로 보거나 들어본 적이 없는 것으로서 참혹한 죽음이 임진년의 병화보다도 더하다고 하였다."
현종실록, 현종 12년 2월 29일 5번째 기사
그나마 조선은 대처라도 잘한편이었는데 옆나라 일본은.... 조선보다도 훨씬 더 끔찍한 스토리들이 아직도 수두룩하게 남아있죠. 젤 인상깊었던 설화는 대기근동안 크게 굶주린 사람들이 자기땅을 떠나 떠돌다가 그나마 식량이 남은 어떤 마을에 도착했는데, 그 마을 사람들이 크게 인심써 아주아주 묽은 죽을 줬는데 그걸 먹고 다들 배탈이나 죽어버렸다는 이야기... 같은 시기 중국도 난리였고, 정말 동북아 역사상 아직까진 최악의 기근으로 꼽히는 시기입니다.
얼마나그랬음 자기자식까지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