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액 1억원. 신종 보이스피싱 당했습니다.

전 부산에 살고 있는 20대 중반 대학생입니다.

각설하고 본론부터 쓰겠습니다.(상표는 적절히 가렸습니다)

지난 11월 13일, 새벽 5시경 갑자기 어머니께서 흐느끼는 목소리로 저에게 전화를 하셨습니다.

"미안하다...XX야...정말로 너에게 면목이 없다..."

전 이런 시절부터 가정불화와 가정폭력이 심한 환경에서 자라왔고 모종의 사건을 계기로 부모님께선 오랜기간 이혼을 준비 중이시니 그 마음고생으로 인해 전화하신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엄마가 보이스피싱으로 인해 8천만원 가량을 사기당했다-

는 사실을 알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오랜기간 특정분야에서 상담사로 일해온 어머니는 평소 이런 보이스피싱은 물론 모르는 전화조차 받지 않으시는 분이셨고 이러한 서비스직 환경에 종사하신 덕분에 눈치 또한 빠른 분이셨습니다

그런데 이런 잔뼈 굵으신분이 어떻게 사기를 당하신건지 저도써는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근데 어머니의 말을 들어보니 진짜 무서울 정도로 치밀했고 소름돋을 정도였습니다.

제가 들은 것은 토대로 하여 재구성해보면

1. 어머니께서는 금리 10%이상의 대출이자를 갚아나가고 있었습니다. 금리가 높아서 한달에 4~50만원이 나갔는데

2. 금리가 낮은 곳이 있어서 대출상환 후 이곳으로 이전하기 위해 이쪽에서 대출을 받아서 갚아나갈려고 계획하셨습니다. 다만 2~30만원이라도 나가는 돈을 줄이기 위해서 말이죠. 

3. KХ저X은행 상담사와 팀장? 이런 사람들과 카톡, 전화, 문자 등을 하며 상담을 받았습니다. 이름, 애기와 찍은 사진 이런게 다나와서 믿음이 갔다고 말씀하시더군요. 상담 후 깔아라하는 어플 깔고 신분증, 주민번호 뭐 이런거 인증하니까 다음날 돈이 나온다고 하길래 알았다고 하셨습니다

4. 다음날 전화가 왔습니다. 어머니께선 아J케피탈? 거기서 변제신청을 하려고 하는데 상담사가 그러면 금융위반이라고 모든 거래 막히고 위약금 2배로 물어야한다고 겁을 줬다더군요. 어머니가 이걸 막을 방법이 있다고 그쪽에서 묻자 없다는 식으로 말하고 전화를 끊어버렸습니다

5. 답답해서 인터넷에 나오는 KX저X은행 대표전화로 전화하니까 다른 사람이 당겨받아서 그 사람이 말하길. 금감원에 전화를 해서 조치를 받으면 된다? 뭐 된다는 식으로 말해서 알아본 후 전화를 준다고 하더군요

6. 전화가 오는데 가상계좌로 이체를 하면 30일이내 받을 수 있다고 하는데 상환을 위해 당장 돈이 필요하셨기에 다른 방법이 없냐고 물으셨고 현금으로 주는 방법이 있다고 답변을 들으셨습니다. 그렇게 하면 영수증만 끊어주면 된다고 하면서 말이죠

7. 그쪽에서는 알았다고 하면서 카톡으로 영수증까지 보내주며 해당 사항들을 다 읽어주었다고 합니다. 

8. 이때 어머니께선 이상한 느낌에 금감원, 케피탈, KX저X은행까지 전부 전화를 돌려서 확인을 했는데 

9. 전부 확인이 맞다는 응답을 받았습니다. 그때 금감원에서 전화가 오더니 빨간불이 떴다고 이걸 풀기 위해서는 900만원을 먼저 수기로 적어서 보내서 풀고 나중에 다시 되돌려준다고 해서 그렇게 했습니다 

10. 나중에 사람이 찾아오더니 900만원을 진짜로 돌려 줘서 그걸 받으셨습니다. 시간이 16시반이라 늦어서 내일 보자고 이야기하고 헤어지셨고

11. 집으로 돌아오니까 이전에 전화했었던 KX저X은행 대표전화가 오더니 직통 전화이고 못미더워서 전화하신거 아니까 대표본인이 맞으니까 걱정말라고 그렇게 말했답니다.

12. 이후 어머니는 그렇게 돈을 직접주고 보내고 변제 끝났다고하고 옮겨진줄 알았는데....케피탈에서 문자가 온겁니다. 다음달부터 대출이자 갚아야한다고....

13. 그제서야 어머니는 속았다는 것을 깨닫고 인터넷에 뒤져서 자기에게 온 전화번호 대조하고 해서 다시 전화하고 카톡하려고 보니까 이미 없어져 있었답니다....

분명 금감원, 은행 대표직통 전화, 케피탈까지 몇번이나 전화했는데 왜 어째서 어머니는 당하신건지 저조차도 진짜 전혀 몰랐습니다

그런데 다음날 경찰서에 가보니 그 상담사가 깔아라는 앱이 중간에서 전화를 가로채는 해킹앱이었습니다

아무리 어머니가 확인전화를 해도 그 사람들이 가로채서 받는거니까 손바닥 위에서 뛰는 셈이었죠...

 그러다가 3일 후 11월 20일, 부산사하구경찰서에서 어머니가 돈을 건내주었던 중간책이 잡혔습니다. 그 소식을 들은 어머니께서 회사를 박차고 나와 저와 함께 경찰서로 갔지만, 이미 다른 부로 넘겨져서 그 중간책을 볼 수는 없었습니다.

대신 사진을 보내주던데 돈을 건내준 사람은 맞다고 그러시더군요.

그래서 피해액이 얼마냐구요?

피해액 8천만원에 이자까지 합쳐서 1억입니다. 

어머니와 저에겐 너무나도 큰 돈입니다.

제가 가진 자취방 보증금, 보험, 주택청약, 적금 다 깨서 전부 부웠는데...어림도 없습니다.

진짜 감당이 안됍니다. 1억이라는 돈이 이렇게 큰 줄 몰랐습니다

전화를 돌리고 인터넷을 찾아도 어떤 단체에서도 법조인들도 심지어 2년간 국방의 의무로 청춘을 꼴아박은 나라에서조차도 도와줄 방도가 없답니다

전화를 받자마자 집으로 달려간 그때...갖은 고초를 겪으신 어머니조차도 누구에게 홀린듯 눈물, 콧물 자국에 초점이 풀린채 정신을 온전히 붙잡지 못하고 산 송장처럼 행동하시는건 20대 중반까지 살면서 처음 보았습니다. 몇주가 지났지만 죽을때까지 잊혀지지가 않습니다

하늘을을 우러러 부끄러움 한점 없고 평생 가정을 위해 그렇게 헌신했던 어머니입니다 그런데 그 대가가 억소리나는 빚더미라니 너무나도 하늘이 원망스럽고 개ㅈ같습니다

오늘 자취방에서 맥주 한캔따서 마시는데 몇시간 전 어머니와 전화를 했습니다

어머니께서 말씀하시더군요 갚아나가는 수밖에 없다고....

...착하고 불쌍한 울엄마...

일개 대학생이 무슨 돈이 있고 힘이 있겠습니까

갚아나가신다고 하시니 장기 휴학하고 알바 잡아서 조금이라도 보템이 되려고 합니다...

여러분 진짜 보이스피싱 조심하세요... 진짜 소름돋을 정도로 지능화되어있고 계획적이고 체계적입니다. 우습게 보면 안됩니다.

경찰이 말하길 하루에도 부산시내 담당서 1곳 당 5~6건씩 이런 보이스피싱 피해사건이 접수된다고 합니다. 경찰서 1곳당 말이죠. 전체로 보면 거의 7~80건이 이르는 수준이고 이 피해는 매일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들이 대기업화되어 있어서 중간책만 잡거나 할뿐 모가지를 따기는 힘들다고 합니다 만약 잡아도 피해액을 받기는 힘들다고 하고 피해는 저희 같은 피해자가 온전히 감당해야합니다

하...술기운에 너무 인생이 ㅈ같아서 주저리주저리 썼는데 다쓰고 보니까 술이 깼네요

오늘 따라 날씨가 추운 것 같습니다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 많으실텐데 저희 집안 사정은 나중에 쓰던지 하겠습니다

진짜 다들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이 글보시고 저희 가족을 끝으로 피해자는 더이상 안나왔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