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야간근무라 오후 9시쯤 "영천 늪지에서 겪은 실화"라고
예전 총각 때 겪었던 신기한 체험 글 한편 올린 신입니다.
안그래도 출동도 없고 무료하게 시간 보내던 중(오늘은 당번 근무)
12시 좀전에 경찰 공동대응 요청으로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지령 내용이 평소와는 좀 달랐습니다.
신고자에 의하면 건물 2층 옥상에 검은 형체가 보인다는 것이었습니다.
보통 자살현장이나 사망사고 현장도 지령(출동 방송)이 나올 때 무섭다거나 꺼림칙한 생각이
든적은 없었는데...
이번 출동엔 왠지 모를 꺼림칙함이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그곳은 강가의 잠수교가 있는 곳에 위치한 마을 회관이었는데
평소 인적도 드물고 사람이 별로 살지 않는 도농복합도시의 끝자락이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근무하는 안전센터(119)는 ○○광역시 끝자락에 위치한 전형적인 도농복합 도시인데요~
이런 내용의 신고는 처음 겪는 내용이었습니다.
암튼 현장에 도착하니... 경찰차가 보였습니다.
그런데... 경찰이 멀찌감치 현장에서 떨어진 곳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소방관서에는 출동 시 두대의 차량(펌프차, 구급차)에 보통 7명정도 한팀을 이뤄 출동합니다.
반면 경찰은 2인1조가 보통이죠...
암튼 차를 세우고 기분이 꺼림칙했던 나는 연기투시랜턴(화재진압용 엄청 밝은 랜턴, 고가의 장비)과
손도끼를 들고 차에서 내렸습니다.
경찰이 접근을 안하고 있는 것을 보니
그 검은 형체란 것이 정신병자이거나 범죄자(도둑)로 생각되었기에
내몸은 내가 지켜야겠다 생각하면서 말이죠...
암튼 건물 밑에서 마을회관을 바라보니 이런 형태였습니다.
신고한 사람은 고등학생 또는 대학 초년생 정도 되는 3명의 남자 무리였습니다.
자기들이 건물위를 보는데 검은 형체가 보여
사진을 찍어두었다고 보여주었는데 빨간 동그라미 친 것처럼 검은 모양의 형체가 찍혀있었습니다.
(제가 직접 본것은 아니고 신고자분들이 찍은 사진에 저런 검은 형태의 물체가 보였습니다)
속으로 도둑인가 ... 뭐지 뭐지 하면서 옥상으로 확인하러 올라갈려니
문이 잠겨있어 복식사다리(2층까지 올라갈 수 있는 긴 사다리)를 놓고 갈지
거는 사다리로 올라갈지 진입방법을 고민하던중
소란스런 소리에 마을 주민들이 하나둘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마침 옆집에 살고 있는듯한 주민 한분이 나오시길래
마을회관 옥상을 확인해봐야 하는데 혹시 올라갈 방법을 물으니
마을이장이 열쇠를 갖고 있다고 연락해 준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기다리면서... 과연 옥상의 검은 물체가 과연 무엇이었을까?,...
생각이 많아지더군요...
건물 밑에서 이리저리 연기투시랜턴을 비추다가
(연기투시랜턴은 보통의 랜턴이 아니라 소방관들이
짙은 농염속에서 현장활동 할 수 있을 정도의 엄청난 루멘을 가진
고가의 장비임)
이상한 현상이 보였습니다.
옥상 중앙에 국기봉이 3개 보였는데 (그림은 깃발이 보이지만 실제로는 깃발 없고 빈봉만 있었음)
유독 맨 오른쪽 봉만 심하게 요동치고 있었습니다.
그걸 보는 순간 옥상의 검은 형체는 사람이고
경찰차와 소방차, 그리고 여러명의 사람이 밑에 있으니
국기봉을 흔들며 장난치는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흔들리는 국기봉을 보라고 랜턴을 비추니
그 흔들거림은 더욱 격렬해졌습니다.
왠지 옥상에 진입하여 현장확인하기 꺼려지더군요...
정신병자 혹은 범죄자.. 옥상에 진입하는 순간 사람과 마주칠 거 같았습니다.
시간은 흘러 동네이장이 나타나 문을 열어주었습니다.
손도끼와 랜턴을 들고 팀장님과 함께 진입하는데....
옥상형태는 이러했습니다.
옥상에 진입하기 전까지 하나만 생각나더군요
과연 국기봉을 흔드는 것의 정체는 무엇인가?
옥상에 진입하는 순간 깜짝 놀라면서 한편으론 허탈했습니다.
깜짝 놀란 이유는 국기봉을 흔들던 검은 형체의 정체가 빨간 동그라미 친 부분(옥상과 1층 테라스 사이를 연결하는
뻥뚫린 구조물,, 폭 넓이 30cm 정도)으로 쏙 사라졌기 때문이죠...
한편 허탈했던 것은 옥상에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었죠
다만 신고한 학생들이 어둠속에서 본 것은, 옥상에 접혀있던 파라솔을 보고 검은 형체 = 사람으로
오인해서 신고했던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전 오싹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3개의 국기봉 중 유독 하나의 국기봉만 미친듯이 흔들리는데
그것을 흔드는 검은 형체를 나만 본 것 같았습니다.
5명의 대원들이 옥상에 진입했는데 아무도 그 사라진 형체에 대해서는 말들이 없었으니까요...
그런데 저도 굳이 그 사라진 검은 형체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없었습니다.
실없는 사람, 허언증 있는 사람으로 괜히 오해받을까봐서요~
찝찝한 기분을 뒤로하고 신고자에게 상황 설명을 하고
오인신고 헤프닝으로 끝나는 듯, 출동했던 대원들은 모두 허탈해 하며
복귀하는 차에 몸을 싣고 가는데 차량안에서 대원들은 무거운 침묵만 지키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사실 신고자분들께 한가지 말씀 못드린 것이 있습니다.
신고자분들에게 옥상에서 확인한 내용은 위에 말씀드린대로 입니다.
그런데.. 사실 ...
옥상의 외벽과 옥상 바닥은 1미터 이상(옥상에서 사람의 추락방지를 위해 높이 쌓은 외벽)으로 밑에서 올려다보면
접혀진 파라솔이 안보입니다.
즉 밑에서 학생들이 봤던 것은 접혀진 파라솔이 아니었습니다.
파라솔은 옥상 중앙에 있으며 옥상의 외벽은 그것과 상응하는 높이의 콘크리트 구조물에 둘러싸여
절대 지상층에서 올려다보면 보이지 않는 형태였습니다.
그런데... 국기봉을 흔들던 검은 형체에 대해 우리는 설명할 방법을 찾지 못했습니다.
시민들을 위해 봉사하는 공무원으로서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나 설명할 길 없는 현상에 대해
납득할 만한 말들이 생각나지 않을 뿐더러
이 현상에 대해 눈으로 보고도 사실대로 말씀 드릴 수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이 우리(소방대원)들 사이의 암묵적 룰이니까요...
(팀장님이 옥상확인 후,,, 검은형체가 사라진 뻥뚫린 곳을 계속 확인하던 나에게 팀장님은
무거운 표정으로 그냥 내려가자고 하더군요...)
첨언: 오늘 12시쯤 ○○동 마을회관 확인요청 신고했던 분들..
제가 적어놓은 이야기는 그냥 흘려보시기 바랍니다~!! 재미로~~
좋은밤 되세요~~
송아지 만한 새퍼트가 국기봉에 묶여서 살고 있는건 아니겠죠? ㅠ 참 신기하고 기이한 일이네요. 수고하셨습니다
경찰하는 친구가 가끔 야밤에 인적 드문곳이나 학교 같은곳에 출동나가면 분명 뭔가 봤는데 그 뭔가가 뭔지 설명 못할때가 있다고 하던데 그런거랑 유사한가보네요 ㄷㄷ
기다리고있던 경찰은 뭘한거에요?
실화가 역시 감칠맛나고 재밌네요.
으어어어 아침인데도 소름돋아요ㅠㅠ
부모님댁이 영천이라 자주 가는데
늪지대 얘기부터 후덜덜해서
이제 밤산책도 못갈 듯...엉엉 ㅠㅠ
뭐야... 이틀연속 안 무섭네요
(다행이다. 어제 엄마랑 같이 자서 내 이불이 그대로다)
무서운 이야기는 아침에 봐도 무섭다고 새로 알아가는군요
부엉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