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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저는 안철수보다는 국물(?)당 지지자입니다. 긴 글 주의.

 


성인이 되고 난 후로 민주노동당을 지지하다가 민주당 지지로 바꾼 후 저번 총선부터 국민의당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저는 전라도 사람인데 80년을 겪지 못한 세대입니다. 사실상 우리 젊은 세대에서는 호남에 지금 살고 있다고 해도 문재인 지지가 훨씬 많고요. 다른 지역으로 나간 사람들은 더 많이 지지하겠죠. 하지만 젊은 호남 사람들은 직접적인 피해당사자가 아닙니다. 피해자의 자손입니다.

 

왜 호남에 살고 있는 50대, 60대들은 문재인과 친문 그룹을 그다지 신뢰하지 않을까요. 당사자가 아닌지라 정확하게 알지는 못했지만 옆에서 보고 들은 것으로 이유를 추정할 수 있었습니다.

 

80년 광주를 겪고 난 후 전라도에는 피해자, 목격자, 방관자들이 생겼습니다. 직접 피해를 입은 사람, 피해를 입는 것을 목격한 사람, 광주에 살고 있으면서도 문밖에 나오지 않고 방관한 사람 등등. 방관자들은 돕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려야 했고, 미처 알지 못했던 사람들에게도 비슷한 죄책감이 생겼습니다. 80년이 지나고 나서 정신적인 피해가 스플래시 데미지처럼 농촌으로까지 쫙 퍼졌습니다.

 

80년까지만 해도 민주화의 움직임은 도시 지역인 서울과 부울경 쪽에서 강했습니다. 하지만 80년 이후로 군사정권은 호남 차별을 더욱 강화합니다. 이 차별은 유사 인종차별적인 요소로 호남을 고립화시켰습니다. 단순히 개발에서 소외되고 피해자들을 입 닫게 하고 있는 데서 그친 게 아닙니다. 전라도 놈들은....이라는 인식이 호남을 제외한 전국에서 통용되고 있었습니다. 이게 지금은 사라졌을까요?

 

최근 세월호 사건을 보면서 보고 있는 사람으로서 굉장히 힘든 감정을 느꼈는데, 직접 국가에 의해서 가족과 삶을 짓밟히고 언로를 뺏기고 알려지지 않은 채로 조용히 살아갈 것을 종용받은 호남인들은 트라우마가 극복되기도 전에 고립의 공포 속에서 정치적으로 뭉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후에 일들은 여기 분들도 잘 아시니까 넘어가고....

 

문재인이 광주에서 저도 부산에서 광주 정신을 이어갔다, 경남 속의 외로운 호남이었다고 주장한 것을 보셨을 겁니다. 맞는 말이고 존경할 만한 일입니다. 그런데 이것을 광주에서 광주 시민들 앞에서 한다는 게 좀 이상해 보이지 않습니까? 인간 문재인의 선택은 고고하고 외롭고 선합니다. 하지만 '선택'입니다. 전라도인들은 선택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냥 그렇게 태어나서 난데없이 국가의 폭력에 당한 피해자가 되었고 빨갱이 소리를 들어가면서도 90퍼센트의 지지로 민주 세력을 지지하고 견인했습니다. 결국 호남의 피해당사자들은 시혜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 겁니까.

 

전라도민이 조직하고 지지한 대가로 당이 굴러가고 정치세력화하고 돈이 모였고, 각종 공직에 진출했던 호남 출신의 엘리트를 수집하여 정치인화했고, 그 결과 영남에서도 끊임없이 지역차별 철폐에 도전하는 사람들을 지원할 수 있는 힘을 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식으로 광주의 아픔을 알리고 민주화에 일조한 비호남의 정치인 분들, 그역경을 존중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의로운 '선택'입니다.

 

그리고 그 의롭고 선한 선택 덕분에 민주화 이후의 민주화 투사 이미지는 부울경 쪽에서 가져가기 시작했고, 호남의 정치인들은 정치 괴물이나 토호 대접을 받게 됩니다. 이것에는 두 가지 다른 이유가 더 있다고 생각이 되는데, 조직을 만들고 실질적으로 당을 운영하고 있던 호남 정치인들이 당연하게도 조직의 수뇌부를 완전하게 장악하게 되면, 점차 커가는 영남의 비주류들이 설 자리가 없어집니다.

 

그리고 선거에서 부울경의 표를 얻지 못하면? 양자대결에서는 백프로 집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정권을 얻은 이후에도 끊임없이 호남의 정치인들은 서울 진출, 사지 출마의 압박을 받았습니다. 점차 비주류는 세력을 확장하고 소위 말하는 패권이라 불리우는 것이 되었구요. 당이 쪼개졌고 토호들은 비웃음을 사면서 작은 정당을 만들었습니다. 역시 비웃음을 사던 안철수를 데리고요. 그런데 호남 토호라고 욕하고는 있었지만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은 국민의당을 이길 만한 어떤 노력도 호남에서 한 적이 없습니다. 문재인이 와서 지지를 거둔다면 사퇴하겠다, 는 배수의 진을 쳤지만 결과는 어떻게 되었나요. 호남은 더 이상 거수기가 되기를 거부했습니다.

 

문재인이라는 개인에 대한 인기는 확실하게 존재합니다. 인정합니다. 하지만 호남의 정치력은 끊임없이 대안을 찾고 있습니다. 이미_ 친문 계열은 탄핵, 개혁, 올바름이라는 열매를 가져가기 시작했고 실제로도 그러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이기면 끝일까요. 양당 체제에서는 다시 지기라도 한다면 또다시 영남에서 인물을 데려와서 아직 사과도 없고, 그날의 진실도 밝히지 못한 전두환이 아직도 입을 털 수 있게 힘을 주고 있는 구태 세력과 다시 붙어야 합니다. 이 싸움이 얼마나 어려운가는 지난 대선이 증명했습니다.

 

결국 대통령제가 계속 되어야 한다면 제3의 세력이 나와야 하고, 그 기반이 80년 광주의 생존자로서 호남이어야 한다. 아직까지 남아 있는 50대, 60대 호남민들의 피해가 어떤 식으로 발생한 것인지, 그 결과를 스스로 얻어내어 당사자가 풀어내야 한다고 보기 때문에 호남 피해자들의 '자손'으로서 저는 국민의당을 지지합니다. 안철수 개인에 대한 지지도 약간은 있지만 의심의 눈길은 항상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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