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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압] 이거 주작입니다.

옛날에 오머라는 나라가 있었습니다.
오머라는 나라는 영토가 꽤 넓어 여러 마을들이 있었습니다.
마을마다 특색이 있고 마을간의 교류도 활발하였습니다.
마을 내에서 주민들간에 의견다툼이 생길때면 마을마다 설치된 콜로세움에 뛰어들어 서로 전투력을 과시하곤 할때도 많지만
보통 평상시에는 다른나라에서도 부러워 할 만큼 따뜻하고 평화로운 나라입니다.
영토가 넓다 보니 마을을 노리는 외부의 침략도 가끔 있기도 했지만
콜로세움으로 단련된 마을 주민들 특유의 방어력으로 물리쳐 내곤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멘브리도(menbredo) 라는 마을에서 한 여인이 울기 시작했습니다.
이 여인의 이름은 포에트(poet) 였습니다.
마을사람들은 이 여인이 왜 우는지 궁금해서 모여들기 시작했고
이 여인은 자신의 이야기들을 하나 둘씩 털어놓기 시작했습니다.
그녀는 3년정도 사귄 애인이 있는데
그 애인이 그녀에게 정서적으로 폭력을 일삼았고 그것으로 인해 마음에 상처 받았던 점 들을 하나 하나 상세하게 이야기 했습니다.
마을사람들은 포에트라는 여인의 이야기를 들으며 안타까워 했고
그녀와 함께 슬퍼하며 그녀를 위로해 주었습니다.
더구나 그녀의 애인의 이름은 데일베스(dailbes) 라는 사람이었는데
이사람의 무리들은 모든 나라로 부터 더러운 벌레 취급을 받는 무리들 이었기에
마을사람들은 더욱이 그녀의 심정에 공감하며
그녀가 데일베스에 대해 분노로 가득찬 비난을 할때면 함께 분노하고
하염없는 눈물을 쏟아낼때는 함께 슬퍼하는 감정들이 더 커졌습니다.
그러던중 마을에 언더핸드(underhand) 라는 사람이 문득 포에트 뒤에 떨어진 편지봉투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이것을 보내는 사람은 포에트라고 적혀 있었으며
날짜는 대략 1년정도 전이었습니다.
받는 사람의 이름은 남자였으나 데일베스가 아니었고 내용은 연애편지 였습니다.
근데 편지봉투가 한개 뿐만 아니라 다른것들도 있었습니다.
언더핸드는 이 편지를 마을 한켠 나무에 못박아 포에트에게 이 편지에 대해 의문을 표하며 포에트에게 해명을 요구했습니다.
몇몇 사람들은 나무에 붙은 편지를 읽고 언더핸드가 갖는 의문점에 공감하기 시작했습니다.
포에트는 갑자기 더 크게 울었습니다.
포에트는 그냥 손에 들고 해명을 요구해도 될것을 왜 나무에 편지를 못 박았느냐며 원망 섞인 목소리로 언더핸드를 비판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포에트와 함께 슬퍼하던 마을 사람들은
안그래도 마음아파 괴롭고 슬퍼하는 사람에게 무슨짓이냐며 언더핸드를 비판했고
포에트는 가뜩이나 마음의 상처로 슬프고 괴로운데 언더핸드의 행동으로 마음의 상처가 더 깊어졌고 나무에 박힌 편지처럼 뽑히지 않을것 같다며 언더핸드를 강하게 원망했습니다.
사실 그 나무는 마을사람들이 수시로 문서들을 못박는 곳 이어서
금새 문서들로 뒤덮혀 포에트의 편지는 찾기 어려워지거나
바람에 날려 사람들로 부터 금방 잊혀지기 때문에
손에 들고 해명을 요구 하는것이나
나무에 박아두고 해명을 요구하는것이
큰차이가 있거나 별다른 의미가 있는것은 아니었습니다.
이부분에 대해 언더핸드는 해명을 했고
포에트에게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정말 마음의 상처가 저 못박힌 편지 처럼 뽑히지 않는것이 사실이라면 사과 하겠다며 미안함을 표했으나
포에트는 남의 편지를 허락도 없이 읽어 보았다며 언더핸드에게 비판을 넘어 비난을 시작했습니다.
슬퍼하는 포에트의 곁에서 함께 슬퍼하며 포에트를 위로해주던 사람들은
근거를 바탕으로 주장을 펼치며 토론의 모습을 견지하는 언더핸드에게 비인간적이고 야비한 사람이라며 비난했습니다.
언더핸드는 이부분 역시 해당 편지는 단지 잊혀졌을뿐 이미 오래전에 포에트가 근황 자랑겸 다른 나무에 못박아 공개해둔적이 있었던 편지 였기에 사생활 침해나 비밀폭로도 아니었다고 해명 하였으나
이미 많은수의 마을사람들이 포에트의 공감에 동조되어 언더핸드의 말은 귀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포에트 공감에 동조한 많은수의 마을사람들은
오히려 언더핸드가 포에트를 거짓말쟁이로 몰아세우려 한다며
포에트가 불쌍하지도 안냐는 듯이
언더핸드를 공감능력이 떨어진다는둥 비난하며 의심쟁이로 내몰았고
포에트는 이에 편승해 언더핸드에게 미친x 사이코 패스라는 욕도 서슴없이 하며 비난을 쏟아내었습니다.
그렇게 언더핸드를 향한 맹비난이 계속되는동안 무언가 이상함을 감지한 일부 마을사람들이 나무에 못박힌 포에트의 편지를 읽어보면서
언더핸드의 주장에 동조하는 사람들도 하나 둘씩 생겨 나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포에트가 거짓말쟁이인지
아니면 언더핸드가 의심쟁이인지가
중요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많은수의 사람들은
포에트의 하소연과 편지에 대해 눈여겨 보지 못했습니다.
포에트의 하소연이 거짓이라면
언더핸드의 의문데로 포에트는 거짓말쟁이가 되는것이며 편지는 가짜이며 창작물이 되는것입니다.
포에트가 작가라는 것이 밝혀지는것이지요.
하소연이 진실이라고 해도
하소연의 호소력이 떨어지거나 포에트가 비난받을수 있게됩니다.
이유는 데일베스와의 관계가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다른남자에게 연애편지를 보낸다는 것은 올바른 처신이 아니며
잘못된 처신을 하면서 데일베스와 사귀며 받은 마음의 상처로 슬프다 말하는것은 진정성에 의심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결국 자신의 부끄러운 모습을 감추고 자신의 당위성을 지키기 위한것임이 드러나게 되는것 입니다.
나무에 못박힌 포에트의 편지를 읽어보고 그것을 알아챈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면서
언더핸드의 주장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늘어났고
결국 사람들은 콜로세움에 뛰어들어 전투를 벌이기 시작했습니다.
포에트를 감싸던 사람 쪽에서 사실과는 별개인 가정하의 논리를 내세우며
쉐도우복싱을 하는 사람들이 하나둘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전투는 장기화되기 시작했습니다.
그 혼란하던 사이
포에트는 자신의 집에 불을 지르고 돌연 사라져 버렸습니다.
돌연 포에트가 사라지자 콜로세움의 전세는 점점 언더핸드 쪽으로 기우는듯 했습니다.
전투가 한창인 가운데 정신없는 사이 불현듯 어디서 나타났는지
오머의 수호신중 하나인 오토블락 드래곤이 언더핸드를 낚아채 날아가버렸습니다.
누군지 모를 어떤이들이 언더핸드를 3일간 감금해 달라며 오토블락 드래곤에게 기도를 올린것입니다.
전투의 두 주체가 사라지자 멘브리도의 콜로세움에서 전투를 벌이던 마을 주민들은
잠깐동안 허탈하게 퍼런 하늘만 넋놓고 바라보았습니다.
이것은 어느 화창하던 봄날 오머라는 나라의 멘브리도 마을에서 갑자기 순식간에 일어난 비극입니다.
이 이야기에서 우리가 배울수 있는 교훈이 하나 있습니다.
옳고 그름의 분별없는 맹목적인 공감은 사람하나를 병신으로 만들어 버릴수 있을 만큼 위험하다는 것 입니다.
그리고
모르고 공감 하시느라 포에트를 쉴드치신 마을주민분들과
다 알면서도 감춰주려고 포에트를 쉴드쳐주신 마을주민분들
엄한 사람하나 (언더핸드) 병신 만드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의문점 하나를 이야기 했을 뿐인데
온갖 비판과 비난을 뒤집어 쓴 언더핸드에게 위로를 표합니다.
댓글
  • Lacrimosa 2017/03/31 03:58

    동화를 보는 듯한 필력 ㅋㅋㅋㅋㅋ
    곱씹을수록 빡치네여
    예전에 동생이 저에게 한 말 중에 이런게 있었어요.
    공감을 잘하는걸 장점으로 생각하지 말라고.
    장점으로 작용하는 순간도 있을 것이고 지금까지는 그래왔겠지만 사리분별하지 않고 하는 공감은 큰 독이 될거라구요.  제가 그러기 전에 배워서 다행이었네요 ㅋ

    (fYC4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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