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두명이 들어서면 꽉찰만큼 자그마한 고시원 부엌안.
고시원실장이 비엔나 소세지를 볶고있는게 보이자,
고시원 저녁 반찬이 궁금해서 식당근처를 어슬렁 거리던
달콤이 영감은 속으로 만세를 부른다.
얼마만에 단백질을 섭취하게되는것인가?
30분전에 몰래 베트남 노동자의 쪽방에 들어가서
식빵두쪽을 훔쳐먹었음에도,
달콤이 영감의 위장은 미친듯이 요동치며
꼬르륵 거리기 시작한다.
딱봐도 비엔나소세지는 30개가 넘어보였다.
오늘 저녁을 고시원식당에서 먹을사람은
실장까지 포함해서 여섯명.
'최소한 다섯개는 먹을수있다!
한명 더 안오면 6개도 먹을수있다'
라는 기쁨과 기대감에 달콤이 영감은 어지럽기까지 하다.
식사시작을 알리는 고시원실장의 작은 외침이 들리자마자
달콤이영감은 누구보다 빨리 줄을선다.
가장 앞자리에 서서 싱글벙글 웃고있는 달콤이.
달콤이는
자율배식인 밥을 식판에 한가득 퍼고
건더기없는 똥국이나마 식판에 넘칠만큼 담는다.
그리고 소세지를 담아주려고 서있는 실장앞으로
자랑스럽게 식판을 내민다.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
실장은 달콤이 영감을 아니꼽다는듯 노려본뒤
비엔나 소세지 두개를 달콤이의 식판에 담아준다.
달콤이의 걸음이 딱 멈췄다.
그의 손이 부들부들 떨려오고
다리에는 힘이 풀려 금새 주저앉을것만 같다.
달콤이는 그자리에 멈춰서서 실장을 노려본다.
그러자
실장의 표정이 사나워지며 달콤이를 마주 노려본다.
그순간.
둘의 눈이 마주치자 마자.
달콤이는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한걸음 옆으로 이동한다.
김치통을 향해 돌아서는 달콤이의 등뒤에서
몇명의 낄낄때며 웃는 소리가 들려온다.
실장과 다른 고시원생들은
한 테이블에 앉아 함께 밥을먹는다.
두칸 떨어진 테이블에 혼자앉은 달콤이가
자율배식인 김치를 한가득 담아와서
일그러진 표정으로
밥과 김치를 한입에 가득넣고
부모의 원수를 씹듯 씹어댄다.
'쏘세지는 아껴먹으리라...
저놈들이 쏘세지를 다먹고 나면
쏘세지가 남아있는 나를 부러워하리라..'
라고 생각하는 달콤이는
식판의 쏘세지 두개를 탐욕스럽게 바라보고 있다.
그때였다.
"어라 쏘세지 안먹는거야?"
조선족 김씨가 건너편 테이블에서 젓가락을 들고 일어선다.
금방이라도
달콤이의 식판으로
젓가락을 들이밀듯한 자세를 취하는 김씨.
놀란 달콤이는 맨손으로 쏘세지를 집어
씹지도 않고 꿀꺽 삼킨다.
모두가 낄낄대며 비웃는 소리가 식당안에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