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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오베 가난할때 어떻게 했나 라는 글을 보고..저도 옛기억

지금으로부터 5년전..
당시엔 사귄지 얼마안된
여친이 너무 좋아서 모아놓은돈 300만원을 보증금걸고
25만원짜리 방두칸 월세집 얻어서 무작정 같이 살게되었습니다.
가족들의 반대를 뿌리치고...욕듣고 나왔죠. 
여친은 고향에서 멀리 나온것이고 당시 공무원준비중이라
알바정도 겨우하다가 그나마 짤리고
저도 직장을 다니고 있었지만 통풍으로 일을 못하게 되서..
관두게 되어 
둘이 합쳐 잔고 260만원정도로 겨우 생활만 가능하게 살았죠.
저와 여친의 주식은 밥과 김치...
그때 옆집에는 4인가족이 살았었는데
아주머니 음식 솜씨가 좋으신지 매일 맛있는 냄새가 났어요.
음식도 매일저녁마다 다양하게 해드시는지
갈비냄새 삼겹살냄새 고등어구이냄새 찌개냄새등..
저희는 밥에 김치..김치전.김치국,김치볶음밥 이런식으로
먹는데..어찌나 눈물이 나던지..
그래도 여친이 긍정적이라서 맛있는 냄새날때면
자린고비 의 굴비걸어두고 밥먹는 이야기 꺼내며
"눈감고 밥먹으면서 저 냄새맡으면 꼭 같이 먹는거 같다^^"
라고 웃곤했죠.
그러길 몇개월..저는 간간히 헬파를 다니며 겨우
생활비(월세 25에 공납금 10만원정도 내면 돈없음ㅜㅜ)
만 벌고있었고..
여친은 공무원시험 떨어지고 직장구해야하는데
나이와 경력,학력등으로 잘안될때였습니다.
김치도 바닥이나서 김치국물에 밥 찍어서 먹고..
김치국물의 김치쪼가리 발견하면 서로 먹으라고
양보하다가 새끼손톱만한 크기의 김치쪼가리도
반잘라먹었습니다.
한번씩 헬파를 급식쪽으로 가게되면(주로 뷔페주방)
그곳의 여사님들이 남은 반찬 같은거(고기,김치,단무지 같은거)
조리실장님 몰래 싸주시면 그날은 포식하는 날이었죠.
아무래도 들키면안되니
싸주시는 음식양이 많지는 않았고..
고기볶음같은것도 거의 찌꺼기 수준이었지만
여친과 저는 고기향이 난다고 좋아했었죠.
헬파를 뷔페로 가면 식사로 뷔페를 먹는데
그때마다 집에서 김치국물에 밥찍어먹는 여친생각하며
가슴이 저며들어 밥을 일부러 안먹거나 김치와 밥만
퍼다가 먹곤했어요.
헬파도 일이 있을때나 가는것이라
일이 많으면 일주일 3번씩 한달 12번가고(일당 10만원이라
이렇게 가면 많이벌땐 한달 120까지 범)
일이 없을땐 아에 한달을 통째로 쉬어야해서..
벌이가 정말 시원찮았어요..
거기에 여친도 먹여살려야했기에...(여친은 보험,적금,청약,부모님 정기적인 용돈, 핸드폰비,등을 본인이 부담했어요.
그래서 알바를 해도 돈이 없었죠..)
예약뷔페의 비수기는 6월부터 8월까지입니다..
13년도 여름은 저희에게 최악이었어요.
정말 벌이도 없고 모아둔돈은 월세와 공납급낼것
포함하면 고작 6만원정도..그걸로 거의 3달을 버텨야
했어요.
그와중에 왜 취직을 안했냐하면  통풍으로 인해 주6일씩
일하는것엔 무리가 엄청 따랐었거든요.
취직한곳에서도 그런이유로 관두게 되었고요..ㅜㅜ
암튼 그 때는 둘이 정말 먹을것이 밀가루,
간장 고추장 된장, 소금설탕 이 전부..
아무리 요리사였지만..도저히 그걸로는..
장떡이나 맹탕수제비 정도만 만들수있었죠.
둘은 급속도로 살이 빠졌고..
그렇게 하루한끼  밀가루로만 연명하던 그때..
어디 행사하는곳에서 기념으로 로또 1게임씩 줬었는데!
그게 무려 4등이 된겁니다! 5만원이 생긴것이죠!
주말지나 월요일! 집앞 농협에가서 바꾸고
5만원으로 3만원짜리 10키로 저급쌀 사고
1만원치 대패삼겹, 3천원짜리 1키로단무지,
다시다(다시다만 풀어 끓여도 국이됨)계란 라면등등
정말 알차게 사서 그날 간만에 포식 했습니다!
포식이라해봐야 대패삼겹 열조각정도
잘게 썰어 다시다 푼 국물에
계란하나 풀어서 만든 고기국으로 해서 밥말아먹은게
다였지만..나름 간만의 고깃국에 쌀밥이었습니다.
둘이서 하늘이 돕는다며 간만에 쌀밥에 고깃국이라고
좋아서 눈물흘리며 먹은기억은 나네요.
 
9월..다시 헬파를 나갈때까지 2개월여를 그날 로또4등당청
되어 산 것들을 아껴먹으며 살았고
마침 8월말에 여친은 취직되었고
저도 헬파를 다니던 곳의 이사님이 절 잘봐주시어
파트장 자리가 비게 된다며 저를 추천해주셨고
저는 파트장으로 셰프로 일하게 되며 가난에
탈출하게 되었습니다.그리고 일년간 돈벌어서
방두칸에 거실주방화장실 넓은 19평짜리
아파트 전세로 이사했구요.
대출을 받긴했지만  그것도 작년에 다갚았어요.ㅎ
지금은 요리관두고 성우지망생으로 공부하고
있고 언더성우로도 간간히 일을 하고있습니다.
음..지나고 보니 그리 고생한것 같지않고
그때 살던 연립다세대주택도 추억이 되는것같네요.
비가 세던 작은방과 겨울이면 보일러도 못틀고
전기장판과 서로의 체온만  의지한채 덜덜 떨며잤던것
여름엔 선풍기 틀기도 아까워 서로 부채질해주던...ㅋ
베오베 글보고 갑자기 옛기억에 꼰대처럼 한번
적어봤습니다.
여러분 모두들 성공합시다!원하는거 다이루고요!
(이렇게 말해주면 답변으로 글쓴이도 올해 공채성우되시구요
여친분도 올해 공무원 꼭되세요 하는 댓글이 올라오던데ㅋㅎ)
 
요리게니 음식사진 올리고 갑니다.
자작한 짜장면 볶음밥입니다.
 

댓글
  • 레이제로 2017/03/29 22:05

    멋지십니다.
    다음 번엔 투니XX나 애니XX 데서 뵙기를 바랄게요!

    (jUAPKC)

  • 홀리기 2017/03/29 22:08

    행복하소서  어려웠지만  남보다  더 열심히   추억이 될만큼  살았으니  그게  좋은 밑거름이 되어   큰 사람이 되는   계기가 되시길     저도 열심히 살아볼께요  공채도 (전 동물**아즈씨 늠늠좋아요 )합격 공무원도(공무원시험은 에*윌) 합격  그리고 좋은가정 결실이 되시길

    (jUAPKC)

  • 행복한하루를 2017/03/29 22:13

    통풍은요?

    (jUAPKC)

  • 햇살속의그분 2017/03/29 22:20

    죽창을 들고 있었지만
    추천을 주지 않을 수가 없는 글이었다고 한다

    (jUAPKC)

  • 예쁜말대잔치 2017/03/29 22:25

    이루고자 하신일 전부 다 잘되시길 간절히기도할게요 ^^

    (jUAPKC)

  • 행복한하루를 2017/03/29 22:28

    작성자님 통풍 무시하나요?

    (jUAPKC)

  • jack윌셔 2017/03/29 22:30

    지금 무기력증에 몇주일째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도 침대에 누워만 있었는데 글을 읽고 울림이 생기네요....
    스크랩 해놓고 아침마다 읽고싶은데 삭제 하지 않아주실수 있으실까요 너무 멋있으싶니다

    (jUAPKC)

  • 레이제로 2017/03/29 22:33

    아 근데 요리를 하시다가 성우지망생이 되신 계기 여쭤봐도 될까요?
    그 전에도 관심은 있었다던가...무언가 게임이나 애니를 보다가 바뀌셨다던가

    (jUAPKC)

  • 개장수. 2017/03/29 22:51

    작성자님 올해 공채성우 되기를 바랍니다. 더불어 여친님도 올해 공무원 합격 하실겁니다.

    (jUAPKC)

  • Dextrocardia 2017/03/29 22:58

    흥~!
    흥해라

    (jUAPKC)

  • 응아니야그거 2017/03/29 23:14

    술은 적당히 줄이시고 행복하게 오래 사셔요.
    내 몸 아프면 같이 고생한 짝꿍 더 고생하니까~.

    (jUAPKC)

  • 김요미 2017/03/29 23:14

    꼭 성공하실꺼에요 ㅜㅜ
    만화 그리던  시절  라면5개로  일주일 연명하던게
    생각나네요

    (jUAPKC)

(jUAPK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