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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학생 상담

안녕하세요.

저는 대구 수성구에서 작은(?) 영어 공부방을 운영하고 있는 선생님입니다. 한때 교사의 꿈을 품고 사범대를 나왔으나 높은 임용시험의 장벽에 포기하고 기간제교사 생활을 몇 년 하다 2년 6개월쯤 전에 사교육계로 뛰어들었습니다.

요즘 학생들의 방학이 시작되면서 학원을 옮기려는 학생들의 문의가 제법 있는데 오늘은 네 건의 문의를 받았습니다. 그 중에 한 학생은 근처의 여고를 다니는 학생이었는데 학생이 직접 문의가 왔더라고요. 제가 남자선생님이기도 하고 여학생들은 대하기 쉽지 않아서 대다수의 학생들이 남학생인 공부방이며, 그 여고를 다니는 학생은 한 명도 없거든요. 평소 같으면 그냥 개설 된 반이 없어서 수업을 못한다고 거절을 했을 텐데 학부모님이 아닌, 학생이 직접 문의가 왔으니 제가 한 번 더 생각해보게 되더라고요. 그런 촉이 있잖아요. 뭔가가 있다하는......느낌적인 느낌. 통화를 하는데 상담을 올 때도 부모님이 같이 못 오고 혼자 오게 될 거라고 하였고, 그래서 오늘이나 내일 수업을 마치고 시간이 되면 상담을 오라고 말 하였습니다. 수업을 마치고 학생에게 상담을 오라고 문자를 넣었습니다.

내신은 교과서나 모의고사의 지문을 활용한 내용이니까 대충 미리 공부해서 풀었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고, 모의고사는 대다수의 문제를 제대로 풀지 못하고 감으로 찍는 수준이라는 학생의 말이 있었습니다. 학생의 현재 수준은 그리 중요하지 않기 때문에 하나씩 물어 나갔습니다. 왜 영어 공부를 하고 싶냐고. 그리고 지금 학생 주변의 상황을 상세하게 저에게 이야기 해 달라고. 그러니 나중에 경찰이 되고 싶은데 그때도 영어가 필요하고 혹시 경찰이 못 될지도 모르니까 대학은 가야 할 것 같다고 이야기합니다. 제가 듣고 싶은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학생 주변의 상황, 즉 현재 학생이 처해있는 공부하기에 어려운 점이나 힘든 점을 이야기 하지 않더군요. 눈에 눈물이 가득했습니다. 공부를 함에 있어서 공부를 힘들게 하는 어려운 점이 해결돼야 성적을 많이 올릴 수 있으니까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를 꼭 들어야 했습니다.

요점은 부모님께서 이혼을 하셨고, 형편이 어려워 학원을 제대로 다닐 수 없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저희 공부방이 위치해 있는 곳은 대구 수성구 내에서도 학구열이 높은 동네라서 이 학생만큼 사교육을 적게 받은 학생을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생에게 수업료를 정가 그대로 받을 생각은 전혀 없었고, 꿈이 있는 학생이 꿈을 이루어 가는데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이 앞섰습니다. 그리고 혹시 제가 못미더워서 등록하지 않게 될 수도 있으니 다른 학원에도 많이 상담 받아보고 학생 본인에게 도움이 될 만한 학원으로 등록하라고, 좋은 학원을 찾는 방법까지 알려주었습니다. 제가 인쇄 해놓은 단어책을 하나 주면서 어디서 공부하든지 이 단어는 우리나라 중고등학생들이 꼭 알아야 되는 교육부에서 나온 단어니까 이 단어들은 꼭 외워두라고 조언까지 해 두었습니다.

그리고 대학입학을 위해서 어떤 전략을 세워두고 있는지 들어보고 현재의 생각이 현실에서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또 간략하게 앞으로 어떤 전략을 추가적으로 만들어서 대입을 위해서 노력할지 등 몇 가지 이야기를 했습니다.

수업료는 너무 걱정하지 말고 주는 만큼 받을 테니 대신 등록을 하려면 열심히 공부하려는 마음은 꼭 가지고 와야 한다고 말하고 돌려보냈습니다.

10분이 안돼서 문자가 왔더군요. 그 문자의 내용을 공개합니다.

Screenshot_20200807-003036.jpg

 

 

저는 사실 이 학생을 1등 만들 능력이 되는 선생님은 아닙니다. 하지만 학생의 꿈을 응원해주는 이 시대의 어른이 되고 싶었고, 그 결과 가뜩이나 바쁜데 또 시간을 쪼개서 수업을 해야겠네요.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우리 학생 많이 응원해 주세요.

댓글
  • lhotes 2020/08/13 03:27

    대구 그리고 몆학년 여학생이고 등급이 어떤지
    수시로갈지 정시로 갈지 다니는 학년작년입결이
    어떤지 영어말고 국어 수학 탐구 모의고사 등급은
    어떤지 막 궁금합니다 비슷한 업종종사자 입니다 돕고 싶습니다 혹시 교재 필요한거 있다면
    10만원 안쪽으로 사서 택배로 드리겠습니다

  • 8년눈팅 2020/08/14 03:04

    훌륭한 선생님이시네요! 꼭 좋은결과 있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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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hotes 2020/08/14 03:27

    대구 그리고 몆학년 여학생이고 등급이 어떤지
    수시로갈지 정시로 갈지 다니는 학년작년입결이
    어떤지 영어말고 국어 수학 탐구 모의고사 등급은
    어떤지 막 궁금합니다 비슷한 업종종사자 입니다 돕고 싶습니다 혹시 교재 필요한거 있다면
    10만원 안쪽으로 사서 택배로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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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hotes 2020/08/14 03:28

    저는 서울강남쪽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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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hotes 2020/08/14 03:34

    이과인지 문과인지 모르겠으나 경찰이 되고싶다하는걸보니 문과일듯 합니다
    국어 비문학 수준은 어떤지 수학 함수학습 성취는
    어떤지 궁금합니다 쪽지한번 주세요
    조금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교재지원이
    녀석에게 동정이 아닌 응원으로 받아들여지길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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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hotes 2020/08/14 03:54

    가난한 학생들 가정이 어려운 학생들의 경우
    저의 얕은 경험에 의하면 자존감 싸움인듯 합니다
    주먹을 꼭쥐고 각오하고 열심히 한다라는 슬로건 보다 유효했던 방법이 칭찬이였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는 책이 아이러니
    하게도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입니다
    박수를 쳐서 응원하는게 아니라
    작은 성취를 극대화 시키는 방법으로
    스스로의 선택과 노력이 믿음이 가는 자존감
    성취(실력이)가 희망과 맞물릴때 몇번의 기적을
    보았습니다
    서울 일반고 6년간 서울대0명 거기서 평균8점
    수학0점 최고 명문대는 아니지만 중대 이과 뚫었습니다 중등수학부터 해서 2년 걸린듯 합니다
    유명강사 노노 기적의 비법 노노 스스로를
    믿고 학교 끝나면 4시부터 새벽2시 까지
    미친듯이 공부해서 입니다 중대를 간게 기적이아니라 그만큼 공부한게 기적이고 그 원동력이
    자존감이 였습니다
    수학을 50점 받아온날 어느집 같으면 나가뒤져라
    할판이지만 드디어 찍지않고 풀어서 50점 이건정말 대단한것이라고 잔치를 했습니다
    애들 말로 공부를 진짜 존나 못하는 놈이라
    자존감 키우기 위해 그리고 이과놈이라 생물하나
    후벼파서 내신100점 유전단원이 들어갈때는 일반고는 항상 생물점수 하락임에도 불구하고 그 한과목 만은 100점 전교1등 이 문제아 양아치
    대하는 선생님들 태도도 달라지고 그이후
    공부머신이 되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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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hotes 2020/08/14 03:58

    사교육 형편이 안되면 요즘 수만휘나 오르비에서
    유행하는 말이 있습니다 너희 집이 강남 대치동이
    아니거든 인강을 들어라 입니다 혹시 그녀석 배운다면 수업듣기 그리고 어떻게 정리하는지 가르쳐줄수 있습니다 전교 꼴찌가 중대 뚫은것도 인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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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hotes 2020/08/14 04:14

    경찰대 또는 경찰이 꿈이라면 문과일듯하고
    대구 어느고인지 모르나 모의고사 영어를 감으로
    푼다면 어휘도 영단어도 (영어쌤 아닙니다) 문법도 별루일듯 하고 그래도 공부하고 싶은 열의는
    있으니 놉게봐줘야 2~3 이거나 2345골고루
    나올듯한 느낌적인 느낌이 듭니다
    내가 가르친다면 정승제50일 수학으로 테스트
    함수점검 깨졌다면 기초부터 특히 함수
    수성구 어느 위치쯤 고등학교 인지 모르지만 수시망이면 정시올인 단 1학년 아니라면 정시로
    국어는 문법 고전 문학 시 한땀 한땀 비문학은
    날잡아놓고 지문하나 붙들고 완전이해 싸움
    부교재로 국어의 기술 좋습니다
    사탐은 과목을 무엇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방법은 노트정리와 선지분석 선지분석 노트를
    O X 형식으로 만드는게 완전 도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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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hotes 2020/08/14 04:17

    이상은 전교 꼴등 중대보내기 퀄리였습니다
    영어는 글쓴 선생님이 쵝오입니다
    제자에 대한 사랑과 열정은 학생을 변화시킬수있는
    큰힘이라 믿습니다 현우진도 한석원도 못할일을
    선생님이 하시는거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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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hotes 2020/08/14 04:20

    선생님 1등 만들어 주세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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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와난천재인가봐 2020/08/14 05:17

    햐... 학생도 대견하고 선생님도 멋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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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단추 2020/08/14 05:51

    저 영어 못해요 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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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닭띠백수 2020/08/14 07:01

    샘도 같이 응원합니다...
    참 행복한 글이네요...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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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선파는여자 2020/08/14 07:01

    참스승이시네요 ㅊ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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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onix 2020/08/14 07:09

    수성구 범어 만3. 학구열엄청나죠
    복이. 다 돌아오실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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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에이브이iduggy 2020/08/14 07:35

    이런 횽들이 교편을 잡아야 하는데.....
    교사와 선생과 스승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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