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이 가득한 후지필름 (xf10) [다음 카메라는 뭐가 좋을까요..?]

군대에서 적금을 타고
쓸곳에 쓰고 저금 할 만큼 하고
남은 돈을 어떻게 쓰면 좋을지 고민하던 차에
후지필름xf10을 그 당시에는 정말 큰맘먹고 샀습니다.
갑자기 왜 카메라를 샀었나 생각해보면
좋은 신발이 주인을 좋은곳에 데려다준다는 말처럼
왠지 카메라를 들고있으면 전역 후 제 미래는 더 순간순간 간직하고 싶은
일들이 많을 것 같아서 샀던거 같아요.
진짜 저런 막연한 이유로 카메라라는 물건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어요
말년에 싸지방에서부터 전역할때까지 나름 유튜브랑 블로그를 통해 공부하고 찾아보고
예산에 맞는 그렇지만 정붙이고 아끼면서 쓸 수 있는 좋은 카메라를 찾다가
비싼돈 주고 사면 돈값 하겠지 하면서 xf10을 샀었어요
(사회에 나온 군인에게는 그때 50만원은 엄청 큰 돈이였어요ㅠㅠ)
지금도 그렇지만 그 당시에는 정말 카메라에 대해 하나도 몰라서
그 돈으로 중고 카메라를 사면 뭐도 사고 할 수 있다 이런건 전혀 몰랐어요
주변에 카메라를 사용해본 사람도 한명도 없는 카메라 사막에서 자랐어서ㅎㅎ
카메라를 받은 날 11번가 총알배송을 찬양하며
설레는 마음에 집안 구석구석을 찍었던 기억이 아직 생생해요ㅎㅎ
작은 xf10을 손에 꼭 쥐고 처음으로 용기내서 홀로 당일치기 국내여행도 가보고,
처음으로 유럽여행도 혼자 야무지게 고생이란 고생 해보면서 다녀오고

태백산맥 위에 풍력발전소에서 먹고자면서 인턴생활하며
조금이라도 그때 순간 순간 느꼈던 감정을 담은 사진을 찍어보려고
험한 산길 퇴근 후에도 오르락 내리락 했던 기억이 있어서

알고보니 싼거 이외에 크게 좋은 소리 못듣는 xf10는
갓 전역을 한 제게는 용기내서 새로운 곳들을 찾아다닐 수 있게 해주는
기분 좋은 추억의 카메라였어요
단지 작은 카메라가 한개 있었을 뿐인데
하루의 수업을 마치고 강의실에서 나올때면
군복무중에 늘 꿈꿔왔던 핑크빛 캠퍼스라이프를 위해
친구들과 후배들이랑 교류하기보다는
아침에는 헐레벌떡 일어나서 수업가느라 바빠서 카메라로 담지 못했던
길들이 눈에 밟혀서
가방 깊숙히 나뒹구는 카메라를 쥐어들고
마치 예술이라도 하는 사람처럼 열심히 앉았다 일어났다 하면서
사진을 찍었어요

지금은 국제적인 재난상황이라 학교도 못가고
간 졸이며 하루하루 살고 있지만
제 옆에서 충전중인 카메라를 보니까 여러 생각이 나서 첫 글을 써봤어요
p.s.
어차피 지금 당장은 살 준비가 되지 않았지만
x100v 와 xt4 사이에서 다음 카메라로는 뭘 살까 고민하면서
SLR의 카메라 전문가분들의 조언을 받아볼까 하는 마음에 들어왔는데
후지 카메라를 아직 쓰시는 분들 중에
“옛날에 xt2를 쓰면서 참 즐거웠던 기억이 있어서 후지 카메라를
또 샀어요, 다시 후지 카메라를 드니까 옛 생각이 나서 너무 좋네요”
라고 하면서 경험을 나눠주는 분들의 글을 읽으면서
제가 후지에서 산 카메라와 보냈던 즐거운 시간들이 떠올라서
누구에게 보여주고 싶어서라기 보다는
추억에 젖은 지금을 담고 싶어서 글을 조금 써봤어요
만약! 진짜 만에 하나 제 글을 이만큼이나 읽어주셨다면!
앞으로 진짜 정붙이고 오래 쓸 수 있는 후지 카메라를 하나 갖고 싶은데
x100v를 사는게 좋을까요?
아님 xt4를 기본 렌즈로 사서 쓰다가 그때 돼서 xt4의 명품?
(제 기준 100만원 넘으면 다 명품이라;;)
[또 제가 공부를 오래 할 운명이라 수입이 여유로운 미래는 정말 먼 미래일 것 같긴 한데]
렌즈를 사서 제대로 찍는게 좋을까요??
둘다 이쁘긴 한데 당장 사자마자는 x100v가 더 편하고 재미있을거같고
xf4는 일단 렌즈 교환식이니까 진짜 먼 미래에도 이거저거 해보고 싶으면
렌즈만 새로 사면 새로운 경험 할 수 있을거같아서 둘다 고민돼요 ㅠㅠ
조언 한마디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