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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앵커브리핑과 우리집 풍경


느그희정이 땜에 어이가 없으므로 음슴체.

 

저희 집은 매일 저녁식사를 하며 온 가족(, 아내, 아들2)이 뉴스룸을 봄.

특히 평일에는 거의 변함없음.

 

오늘은 특별히 식탁에 앉자마자 뉴스룸 포인트를 집어줌.

주말동안 표창장, 홍석현 등 이러저러한 일이 있었고, 오늘 손석희의 대응이 아빠에게는 엄청 중요하다

만약 그가 대충 넘어가거나 제대로 언급하지 않는다면 내일부터 우리집은 스브스로 갈아탄다. 뭐 이런 내용이었음.

 

뉴스 시작하고 다들 비장한 표정으로 시선은 화면에 둔 채 식사를 시작함.

초 중반 부에 표창장 언급이 나와서 두 아들이 오오~ 하는 소리 냄.

하지만 기대보다 간략히 그냥 짚고 넘어가는 수준이었음.

기자들 얼굴이 전에 없이 초췌해 보임. 특히 심수미, 서복현은 몇일 굶은 거 같다고 아내가 말함.

 

시간이 갈수록 내 입은 대빨 나오기 시작하고, 둘째가 그런 내 옆모습을 몰래 카메라로 찍으려다 들킴. 아내가 고구마를 구워 와서 다들 말없이 

껍질을 까는데 앵커 브리핑 시작.

 

가족 모두 숨소리도 안내고 경청....

 

......

 

이상, 오늘의 앵커 브리핑 이었습니다!”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뭔가 복잡해져서 얼굴을 찡그리고 있는데, 다들 한마디씩 하기 시작함.

 

아내 : 에둘러서 말한 거 같은데, 이 정도면 괜찮은거 아냐?

아들1 : 에둘렀네.

아들2 : 에둘렀어.

본인 : 그래도 자막 문제는 좀 아쉽다. 그냥 대놓고 실수였다고 사과하면 깔끔할 텐데...

아내 : 저기 안에도 복잡하겠지.

 

그러고 보니 손석희의 표정이 비장함과 동시에 복잡한 거 같기도 하다.

내가 홍석현이라도 손석희를 대신 할 누군가를 찾아볼 생각이 안 들까?

기자들도 제각기 저널리스트로서의 소신과 정치적인 견해는 다 다를 것이고,

자의반 타의반으로 저널리즘의 아이콘이 되어버린 손석희는 자신의 신념을 유지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량의 에너지를 쏟아 붇고 있을까?

 

갑자기 손석희가 외롭게 느껴짐.

 

한때 문재인에게서 느꼈던 그 절절한 외로움이, 오늘은 손석희에게서도 느껴지는 날이었음.

 

이상 오늘의 울 집 저녁 풍경이었습니다. ^^;

 

 

댓글
  • 雅致高節 2017/03/21 00:08

    저도 손석희가 외롭게 느껴졌네요
    어떤 힘에 굴복하지 않고 저항하려는 의지... 기자들도 함께 해주길 바라는듯 한데 그런 기자가 얼마 없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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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ucky 2017/03/21 00:09

    문재인이나 손석희나 사는 분야는 다르지만 참 힘들겠구나 싶네요...
    적당히 타협하고 편안하게 살아도 되는데 사서 힘들게 사는 사람들을 우리라도 응원해 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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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레알손 2017/03/21 00:10

    다들 비슷한 맘인듯하네요 ㅎㅎ
    아내분이 참 먼가 현명하신분일듯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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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prilsnow 2017/03/21 00:10

    그러네요..정말....
    얼마나 외로우실까..
    손석희님 외롭지 않게 우리가 지켜드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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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atscratch 2017/03/21 00:13

    식구들이 모두 참 멋지네요
    어느 가정의 영화같은 저녁식사 풍경
    잘 보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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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thalwolf 2017/03/21 00:16

    서복현기자는 진짜 손사장님 아니었으면
    토끼 인터뷰하는 짤만 주구장창 떠도는 기자로 남았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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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심한다혈질 2017/03/21 00:20

    괜히 눈물나려고 하네요ㅎ 박근혜 탄핵만으로도 빚진게 많은데 참.. 바른말하며 사는것이 이렇게 힘든 사회라는게 너무 슬픕니다
    작년 10월과 지금 비교하면 얼굴이 많이 상했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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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rodman10 2017/03/21 00:31

    힘내시란 한마디,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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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후론트라라 2017/03/21 00:32

    저도 뉴스 말미에 씁쓸했습니다
    외롭겠다 라는 생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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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une12 2017/03/21 00:42

    이기적이지만 대선까지만이라도 버텨주면 좋겠어요
    지금 JTBC에서 손석희가 물러나는건 너무 위험해요
    대선 이후에 MBC 복귀해서 내가 사랑했던 MBC 모습으로 좀 돌려주면 좋겠어요
    MBC 안본지, 아니 공중파 안본지 10년이 다되어 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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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아줄께요 2017/03/21 00:47

    오늘자 뉴스공장에서 김어준 총수 말하길
    이 시각 홍석현 회장 사퇴로 가장 곤란한 사람은 손석희 JTBC사장이 될거라고.
    뭔가 내부적으로 복잡해진게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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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덕막후투 2017/03/21 00:49

    손석희형님을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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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억만들기 2017/03/21 00:54

    저도 그렇게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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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의집비글 2017/03/21 00:57

    앵커브리핑을 듣고...
    진실을 찾기 위해 애쓴 시간들을
    자본의 힘은 우습게 한입에 털어넣으려 하는구나...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는 없으니
    자신의 소명을 스스로 끊어버리려 허시는 구나...
    자본은
    천박하고
    정치는
    매정한...
    겨울보다 추운 봄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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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큐큐v 2017/03/21 01:06

    그러게요..
    온 세상 눈이 자신과 직원들의 발언에 집중하고 있는 이 상황을 견뎌낸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인것 같아요. 전 조그마한 일에도 금방 좌절감 느끼는데 ..
    그치만 저 역시도 글쓴님처럼 조금 더 정확하게 사과하던지, 사과시키던지 했으면 좋았을거란 생각이 듭니다.
    두루뭉술하고, 앞으로의 각오를 다진 걸로 그게 그간 있어왔던 그래프 오류(?과연)와 어제의 자막사건에 대한 사과로 대체가 되는건지는 잘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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