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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혼자 아이를 키운지 40일째

오유의 많은 회원님들의 위로가 저에겐 너무나도 힘이되었고
제 힘든 이야기에 동조와 위로 해주시는게 너무도 좋았고 그때만큼은 행복합니다.

몇일간은 일기를 그만두려했습니다.
단지 없는 자존심에 아무한테도 제대로 털어 놓지 못하고
인터넷을 통해 궁상만 떨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일기를 써야 할 이유가 생겼습니다.

소송을 하면서 여러 카페를 드나들며 
세상에 힘든사람이
너무도 많다는걸 알았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남자가 
얼마나 행복해 지는지 보여주겠습니다.
적어도 저보다 덜 불행한 누군가에게는
이런사람도 있었다 위로가 되고 싶습니다.

저와 비슷한 처지의 남자들도 많습니다.
오유 찾아가서 제글 읽어보라고 말해주었습니다.

혼자서 아이를 키운지 이제 40일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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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아침
내겐 가장 힘든 하루의 시작
아내가 있었을땐 몰랐던 육아와의 전쟁

아이는 
끊임없이 심심해 한다.
끊임 없이 어지르고
끊임 없이 쫓아 다니면서 치워야한다.
잠시라도 쉬면 집은 금방 엉망이 된다.

날씨도 적당하고 외출을 한다.

잠사박물관(누에고치박물관) 에가며 롯데리아에 들러 아이먹을 치즈스틱을 산다.
아이는 치즈스틱을 아주 잘먹는다.
점심은 도시락 전문점에 들러 아이용 도시락을 챙겼다.

박물관에 도착하니
아이용 체험 프로그램이 있기에 신청하였다.

내딸은 30개월 밖에 안되어
혼자 들여보넬수 없다.

12시에 체험 프로그램이 시작되어 아이와 같이 들어가니
아빠는 또 나뿐이다.

이젠 눈치보지 않고 당당해지리라 마음먹고 있었기에 
당당히 임하였다.

누에고치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부터
누에껍데기를 이용해서 목걸이도 만들고
오디 열매로 맛있는 과자도 만드는 알찬 프로그램이었다.

재미있게 체험하고
한참을 박물관을 누비며 놀았다.

점심을 먹고 차에타서
'딸 재미있었지?'
물으니
'네~~~~~'
라고 대답한다.

기분이 너~~~무 좋았다.

아이의 그 한마디가 육아의 힘듬을 한번에 날려버린다.
부모의 마음이란게 그런것이다.

내 부모님도 날 그렇게 키웠을것이고
나도 내아이를 기쁜 마음으로 키울것이다.

집에오는길 기차가 보였다
아이가 기차가 보고 싶다 한다.
ktx역 으로 향했다.

아이를 데리고 탑승하는곳으로 올라가니
때마침 ktx가 들어온다.

아이의 눈이 휘둥그래진다..
태어나서 처음보는 기차가 신기한가보다.

내친김에 문이 열렸을때 얼른 기차에 오른다.
객실에 들어서자 

'아빠~ 이거 타고 엄마한테 가는거야?'

딸이 묻는다. 예상치 못한 질문이 당황스럽다.

'아니 지금은 아니야..'

얼버부리며 객실을 가로질러 다음 문에서 서둘러 내린다.

집에 도착했는데도 
오늘 많은걸 봐서인지 딸이 신나있다. 더 놀고 싶다고 아빠를 조른다..
그래 나가자~
저녁먹기전 놀이터에 데려나갔다

하필 이면 같은 어린이집 안면이 있던 아이엄마가 아이들을 데리고 나와있다.
아이들은 재미있게 뛰놀고
아내의 친구는 아내의 안부를 묻는다.

입이 턱 막힌다.
이런경우 머라고 대답해야 할지 생각해본적 없다.
이래저래 얼버무려본다.

난 아직 혼자라는것을 말할 용기가 없다.
후회한다.
솔직히 말할것을...

주변이 동정의 시선이 두렵다.
혹시나 어린이집에서의 차별이 두려웠다.

오늘은 아이가 일찍 잠들었다.
세상 가장아름다운 나의 딸아 
엄마의 몫까지 아빠가 채워주리라 다짐하며 일기를쓴다.

새살 차오르지 않은 상처가 또쓰리다.

여전히 피곤한데 잠은 오질 않는다.
이제 약을 털어 넣고
행복했었던 꿈을 꾸기 위해 잠을 잘것이다.

내일아침 깨어나면 조금은 더 행복해지길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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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훈베어강탑 2017/03/20 00:17

    내뱉는 것 참 중요한 것 같아요. 넋두리도 마음껏 하시고 이제는 남보다 아이랑 하고 싶은 거 마음껏 하시고 행복한 날만 사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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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리슈링 2017/03/20 01:31

    치즈스틱을 야무지게 잡고 먹고 있네요 귀여워라*0*  매번 눈으로 읽기만 하다 댓글남겨봐요~ 내 아이와 함께 하는 모든 하루하루가 기쁘고 행복하고 감사하고 ~  육아게 들어올때마다 열심히 읽고 공감하며 잇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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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야타이슨 2017/03/20 02:13

    아이가 너무너무 예쁘네요. 전 이제 마흔에
    미혼인데 (사정상 결혼을 할수 없는 ㅠㅠ) 너무 예쁜 아이와 님의 일기를 볼때마다 가슴 아프기도 하네요. 힘내시고!!! 아이와 함께 즐겁고 행복한 나날들 되시길 빌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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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L에이브이igne 2017/03/20 09:39

    애가 이쁘네요 작성자님도 멋집니다 힘내십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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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끄럼 2017/03/20 09:49

    행복한 다람쥐가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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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멍 2017/03/20 09:56

    아 정말 일기만봐도 아이가 행복하고 즐거워하는게 느껴져요~
    엄마 빈자리야 어쩔 수 없겠지만.. 그래도 최고의 아빠라는 자부심도 가지셔도 될만큼 훌륭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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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쉬케™ 2017/03/20 09:59

    인터넷에 가장 좋은 익명성이라는게...
    그누구에게도 할수없는 말을 털어놓을 수 있으며 위로받을 수 있고
    그로인해 안고 가는것보다 조금이나마 덜 힘들다면...
    힘을 낼 수 있다면...
    그로인해 살아갈수 있는거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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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기맘 2017/03/20 10:00

    글을 볼때마다 아직도 우리나라는
    남자가 육아를 한다는것에 대해 받아들일 준비가 안되있나보다 생각이 들어요
    인터넷에서는 남편이 아내 육아를 돕는다고들하지만
    현실은 육아는 아직도 여자가 해야된다는 생각이 뿌리가 깊히 박혀있네요
    오천년의 유교사상이 얼마나 깊히 박혀있으면...ㅋㅋㅋㅋㅋㅋ
    그러니 작성자님도 애기 데리고 다니시면서 주위를 둘러보면
    자꾸 "아빠는 나혼자네" "남자는 나혼자네" 라고
    본인 스스로도 자연스럽게 현실에 뻘쭘함을 느끼시는것같구요ㅠㅠ
    진심으로 잘 견뎌내셨으면 좋겠어요
    매번 수고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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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얄라리랄라 2017/03/20 10:30

    애기가 똘망하니 참 이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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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쮸탱 2017/03/20 10:48

    아기가 야무지게 치즈스틱 이랑 봉투 딱 잡고 먹는 모습이 예쁘네요
    예쁜 딸이랑 행복하고 기쁜 다람쥐가 되어서 좋은소식 많이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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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드륵드륵흠칫 2017/03/20 11:30

    저도 비슷한 또래의 딸아이를 키우고 있어서 공감이 많이 가네요 ^^
    제가 아이가 없을때 아는 형님들이 일부러 주말에 특근신청하고 회사간다고
    집에 있으면 너무 힘들다고 ㅎㅎㅎ 그땐 왜 그런지 몰랐는데
    요즘은 뼈에 사무치게 와닿습니다 ^^
    어떻게 그렇게 하루종일 아빠를 볶아먹을수가 있는지 ㅎㅎㅎ
    아빠가 이렇게 노력하시니
    딸아이는 건강하고 이쁘게 성장할겁니다
    모쪼록 힘내시고 작성자님의 건강도 챙기시길 바랍니다
    약없이 편히 잠드는 날이 빨리 오도록 기원합니다
    한가지 당부드리면
    소중한 아이 안전을 위해서 반드시 카시트에 앉는 습관을 들이시는게 좋습니다
    저희 딸아이도 딱 저만때쯤 카시트 습관을 들여서 지금은 아주 잘 앉아있거든요
    처음이 어려울뿐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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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uliveulearn 2017/03/20 12:21

    볼때마다 대견하기도 하고, 마음이 아프기도 하고, 걱정도 되고, 그러면서 응원합니다.
    너무 상투적인 위로지만 곧 아,진짜 그랬던 날이 있었지..그땐 참 그랬어.. 웃으며 회상할 날이 올거예요.
    그 날이 올 동안 작성자님도 이쁜 아가도,
    덜 아프고 덜 힘들었으면 좋겠네요.
    아기가 저 개월수면 부모가 체력소모도 심하고 밥 챙겨먹기도 힘들더라구요. 귀찮다 생각마시고 잘 챙겨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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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ahaha 2017/03/20 13:10

    요즘 아빠 혼자 아이들 데리고 다니는 집도 많아요
    괜시리 주변을 보시고 "나 혼자 아빠네!" 이런 생각 전혀 안하셔도 괜찮습니다.
    아무도 이상하게 안봐요!
    화이팅이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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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녀와나훗꾼 2017/03/20 13:36

    세상 전부인듯 행복하시길. 오늘이 지고 잠들기 전
    믿지도 않는 신이지만 기도해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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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eppet 2017/03/20 13:38

    힘내세요 응원하고있습니다
    혼자면 어떱니까 당당하시면 되요
    아이도 당당한 모습을 봐야 위축되지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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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토파이 2017/03/20 13:48

    아이가 너무 예뻐요 ! 요즘은 방송에서도 아빠육아 많이 보여주고 또 아빠육아의 중요성이 많이 부각되잖아요 전혀 남들시선에 주눅들지 않으셔도 될거같아요 아빠가 당당하고 씩씩하면 아이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배워갈거에요 부모의입장에서 응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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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라냥 2017/03/20 13:59

    힘내세요.
    그리고 당당해지세요. 님 잘못 아니에요
    여담이지만 아이는 카시트에 앉히시는게 안전운전에 도움되실것 같아요.
    지니트레이라고 카시트 앞에 설치해서 아이가 장난감을 갖고 놀거나 할때 유용한 테이블(?) 있거든요.
    둘이 어딜 가야할때 꽤 유용합니다.
    먹을거나 놀거리 주면 1-2시간은 혼자 잘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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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일인의사랑 2017/03/20 14:13

    우리 둘째랑  너무 닮았네요.
    가까우면 친구만들어주고 싶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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