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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한테 함부로 말하면 안되는 걸 깨달은 썰

키우는 개가 없으므로 음슴체


동네 동물병원에는 항상 유기되어 구조된 개님들이 계심(물론 냥님도 있음)
나는 냥집사라 개의 특성도 잘 모르고 약간 무서워하는 경향이 있음

근데 어제 동물 병원에 갔는데 뉴페이스 유기견중에서 -남들이 보기엔 별로 안 예쁘다고 하는 그냥 믹스 - 내가 보기엔 너무 이쁜 아이를 발견함
3묘에 1견을 더해 키울 능력은 없는데 아이가 예뻐서 쓰다듬하면서 예쁘다 예쁘다 해줌
나는 우리 냥주인님 진료를 위해 병원대기실에 있었는데 그 아이(앞으로 흰둥이라고 칭함)가 내 옆에서 떠나질 않는 거임
심지어 앞발로 우리 냥주인님을 쓰다듬어주기까지 함
(우리 냥이는 하악질로 보답)

귀여워서 우리집갈까? 우리집갈래? 엄마라고 불러봐.라고 했는데
강아지가 멍멍하는 거임
내가 발음이 영 좋지 않은걸? 그게 엄마라고 한거야? 라고 하니 내 무릎에 두 손을 올리고 멍멍하고 다시 말하더라.
그리곤 다른 사람은 쳐다도 안 보고 내 옆에 꼭 붙어 있다가 중간에 병원에서 산책나가자고 하는데도 나한테 붙어서 안가려고 발버둥 침

우리집갈까 했던 내 말을 알아 들은 것 같아서 그 말을 왜 했나 죄책감을 느낌.
데려갈 수도 없는데 어쩌나 싶어서 진심으로 사과했음
너는 예쁜 아이니까 꼭 좋은 데 갈 수 있을거야. 내가 경솔하게 니 마음을 떠봐서 미안해..하고.
그랬더니 병원에서 이미 입양처 정해져 있는 아이라고 괜찮다고 함.
사람 마음이 간사한게 여기서 안도하긴 했지만 떠넘겨지면 대충 뭉겔 수도 있었는데 하는 마음(능력도 없으면서!)이 슬쩍 들면서 안타깝기도 했음
여튼 다시 미안해 잘지내 또 보면 인사하자..라고 했더니 내 무릎안고 멍멍이라고 해주고 꼬리 흔들면서 산책 나감

우리 냥이들은 내 말을 귓등으로 듣는건지 못 알아듣는건지 전혀 관심도 없는데 강아지는 많이 신기했음
강아지한텐 말 조심해야 하는걸 깨닫고 오늘까지 그 강아지가 계속 아른아른 함

아 내게 능력이 있었으면!!!

냥이만 예쁜 줄 알았는데 개도 만만치 않게 이쁘다는 걸 깨달은 하루.
아 개 키우고 싶어...



 



댓글
  • 헤이여 2017/03/20 07:33

    사연도 이쁘고 님 마음도 이쁘고 그러네요...멍이가 앞으로 잘 살았음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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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처럼9 2017/03/20 07:40

    사연이 귀엽네요. 이와중에 강쥐를 키우지 않으면 음슴체를 써야 한다는것을 알았습니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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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맥심믹스 2017/03/20 08:28

    따듯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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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적바림 2017/03/20 08:31

    유기견들, 샵에서 유리 속에 갖힌 애들...
    필사적이죠.
    다른 말로 표현이 안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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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뭉텅이 2017/03/20 08:53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글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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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반적인 2017/03/20 08:53

    저희집 강아지 곤히 잘때 귓속말로
    개팔자상팔자 그러니 이빨드러내면서 으르렁대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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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뀨? 2017/03/20 08:56

    발음이 영 좋지 않는걸? ㅋㅋㅋ 센스 있으시네요
    입양처가 있어서 정말 다행입니다 ㅎㅎ
    분명 좋은 분 아래 행복하게 잘 지낼거에요 !
    지금 16살 멍뭉이를 키워보며 느낀게 사람 말을 정말 많이 알아듣습니다 ㅎㅎ 항상 서로 교감한다는 느낌이 들어요 좋은 말들 많이 해줍시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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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데온 2017/03/20 08:56

    한번 버림받았기에...
    사람이 떠나는걸 무서워서 그러는걸지도 몰라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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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ucky 2017/03/20 09:00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글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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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라나무 2017/03/20 09:03

    냥님도 알아들어요. 무시할 뿐.... 또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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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라빠빠빠 2017/03/20 09:05

    저도 3묘 집사라 그러면 안되는데 자꾸 눈에 밟히는 강아지가 있어요. ㅠㅠ
    예쁜 아기니까 좋은 곳으로 입양될거라 자제중이면서도 덜컥 일저지르고 싶어져 꾹 참고 있어요.
    강아지들 쫑긋해서 눈마주치며 집중하는거 종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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