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천국 코하비닷컴
https://cohabe.com/sisa/1456014

뻘글어그로 글일 수도 있는데 학폭이 심각하다고 느낀 계기

옛날에 몇 달동안 렛슨해주던 녀석이 있었는데 얘가 모 남자 아이돌 멤버를 굉장히 저주했습니다. 이유인 즉, 초딩 5학년 때 자기를 그렇게 괴롭혔다고.. 말 들어보니 여자애들 많은데에서 바지 벗기고 걔가 가져온 화분 망가뜨리고 뭐 이런식으로 괴롭혔다네요.
근데 어느날 보니까 그 때 괴롭혔던 애가 아이돌로 데뷔를 한 거예요. 이것만해도 거슬리는데 하필 소속사에서 미는 이미지가 바른생활 사나이, 순수청년 뭐 이런 거라서 더 심기가 불편했다고.. 결국 못 참고 커뮤니티, 블로그 등에 진실을 알린답시고 글도 올렸었는데 다 스팸처리 되었다더군요.
전 이에 위로한답시고 ㅋㅋ거리면서 '무슨 나이먹고도 그런 걸 담아두냐. 그냥 잊어라. 어치피 걔 못 떠'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어린애처럼 징징거리면서 볼 때마다 화가나고 어쩌고 저쩌고.. 이후로 이 얘긴 안 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한 3달 즈음 됐나.. 많이 친해졌을 때 제가 치킨집에서 간단하게 맥주 한 잔 사준 적이 있습니다. 이런저런 얘기 도중에 어찌어찌 하다가 또 그 얘기가 나왔는데 이번에도 징징.. 그동안 지속적으로 폭로글을 올렸던 모양이더군요.
전 황당해서 또 ㅋㅋ 거리면서 '야 너 걔네 소속사가 너 고소하면 어쩌려고 그러냐? 감당 할 수 있어? 걍 잊으라니까?ㅋㅋ' 이러면서 위로 아닌 위로를 했습니다. 근데 갑자기 얘가 오열을 하는 거예요. 순간 진짜 당황했습니다. 설마 이 정도로까지 괴로워하고 있었을 줄은 몰랐거든요.
이 때 정말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학폭이라는 게 정말 심각하구나. 이건 제 3자가 이렇다 저렇다 할 게 아니구나. 철저하게 피해자의 입장에서 봐야 하는구나..
무엇보다도 뼈아팠던 건 제 자신.. 얘는 그렇게 괴로워하고 있는데 그거 하나 파악 못 하고 위로랍시고 낄낄거리고 앉았으니.. 제가 그동안 이런 일에 너무 무감각했다는 사실에, 결국 방관했던 나 자신도 가해자라는 생각에 너무 착잡했습니다.
사실 저는 이전까지 학폭이니 뭐니 하는 일에 심각하게 고민해본 적이 없습니다. 저 자신이 그런 거 당해본 적도 없고 주변에도 다 저같은 애들만 있었거든요. 역시 사람은 자기가 경험한만큼 보이는걸까요..?
안타깝게도 얘 괴롭혔다는 애가 속한 그룹은 지금 잘 나갑니다. 올체 이틀 정도는 채우는 그룹이니.. 저 자신이 아이돌 덕후이다보니 커뮤, 기사등을 통해 간혹 이 그룹 소식을 접하는데 볼 때마다 마음이 착잡하더군요.
요며칠 김유진 PD로 얘기가 나오길래 새벽에 좀 끄적거려 봤습니다. 문제되면 지울게요.

댓글
  • Dreamer 2020/05/05 01:38

    좋은선생님이시네요

    (FNBnMS)

  • squeezeplay 2020/05/05 01:40

    그렇죠. 전 예전 제 애인이 학폭피해자였어요. 지하철에서 함께 우연히 만났는데 자리 뜬 이후에도 계속 욕을 하더군요 이해했습니다.

    (FNBnMS)

  • 에메랄드 2020/05/05 01:41

    어떤 그룹 누구인지 한글 초성으로라도 힌트 얻을 수 있을까요?

    (FNBnMS)

  • Abcb 2020/05/05 01:42

    우린 남의 상처 이해 못하죠.
    현명한 듯이 잊으라고 말하는 건 최악의 조언. 그렇다고 복수를 부추기는 것도 무책임한 짓.
    그냥 그 자리에서는 위로만 해주는 게 가장 낫지 않나 싶어요

    (FNBnMS)

  • hccsfjbz 2020/05/05 02:01

    걍 말없이 들어주세요 그럴땐 왜 자꾸 잊으라해요 본인도 못잊어서 그러는건데 ㅠ

    (FNBnMS)

  • 인스파이어 2020/05/05 02:19

    저도 중딩때 공차다가 형들한테 쳐맞은적 있거든요
    지금도 잊혀지지가 않음
    지나가다 만나면 죽여버릴지도 몰라요 진짜..

    (FNBnMS)

  • junkieslow 2020/05/05 02:24

    이게 무슨 어그로글인가요;; 잘 읽었습니다
    어느 그룹인지는 곤란하실 수 있으니 섣불리 공개 마시고 글은 안지우셔도 되요

    (FNBnMS)

  • 유니콘 2020/05/05 02:31

    제가 다니던 중학교는 고등학교랑 같이 있었고 같은 재단에서 운영했는데 체육시간에 축구경기 중 공 걷어내다가 수비하며 공 고등학생 얼굴에 잘못 걷어내면 그 공 맞은 고등학생이 공 잘못 찬 중학생들 싸대기 때리는 사례는 20년 꽤 흔했습니다.

    (FNBnMS)

  • 놀러왔어용 2020/05/05 03:04

    [리플수정]피해자가 남학생인가요? 여초, 남초 통틀어서 남학생이 피해자라고 올린 글은 못 본 거 같아서요. 이 정도로는 누군지 특정 불가능할 거 같네요.

    (FNBnMS)

  • Dragonwate 2020/05/05 03:13

    저는 학폭피해잔데,.... 님 친구분 심경이 너무이해되네요. 근데,.. 글쓴님이 정말 대단하신것같습니다.. 학창시절 주위에 그런경험있던친구들조차 본적없는데,.. 이정도까지 생각을 바꾸실수있다는게...ㄷㄷㄷ 너무 놀랍고 신기하네요... 멋지십니다..

    (FNBnMS)

  • Dragonwate 2020/05/05 03:15

    근데..그 아이돌이 님이 말씀하신것만큼 잘나갈정도면..... 정말 씁쓸하네요;;;;;; 참...

    (FNBnMS)

  • 이루어져라 2020/05/05 13:39

    아이돌 누구에요? 기획사만이라도ㅠ 디시에 빼박 증거랑 같이 글 올리면 삭제 빨리 안 되고 여론도 탈수 있다고 전해주세요~ 연예계 스캔들 시작점이 디시인 경우 많아요~

    (FNBnMS)

  • luvbin 2020/05/05 14:44

    마음이 찡하네요.. 좋은 선생님이십니다.

    (FNBnMS)

(FNBnM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