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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가디언 ]봉준호:'한국은 화려해 보이지만, 한국젊은이들은 절망하고 있다



헐리우드에서의 활동 이후, 봉감독은 그의 다음 작품을 위해 한국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말할 필요가 없는 걸작을 만들었다.왜 계급 구조에 대한 그의 촌철살인하는 비판이 전 세계를 울리는 화음이 되고 있을까?

최근 몇년간은 봉준호에게 소용돌이와도 같았고, 그는 여전히 그 중심에 서있다. 그의 영화 기생충은 그를 아직 어떤 한국 감독들도 오르지 못했던, 소수의 감독들만이 올랐던 위치에 올려놓았다.

지난 5월에 칸 영화제의 최고상을 타면서 시작했던 기세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비평가들의 찬사, 박스오피스의 성공, 미국 토크쇼의 출연, 그리고 엄청난 170개의 수상 등등..그리고 단지 '외국어 영화' 카테고리의 상 뿐만 아니라 기생충은 SAC의 앙상블상을 수상한 첫 외국어 영화가 되었다. 또한 작품상과 감독상 등 오스카의 6개 부문에 노미네이션 되기도 했다. 이전만 하더라도, 봉감독의 작품에 대해 찬사를 보냈던건 도날드 글로버, 에드가 라이트, 길레르모 델 토로와 쿠엔틴 타란티노 같은 작가들이었다. 이제는 온라인 전체가 #BongHive로 뭉쳐서 50세의 감독에 대한 댓글이나 뉴스나 애정을 공유하고 있다. 그는 이번 시즌에 헐리우드 스타들이 반드시 같이 사진을 찍어서 트위터에 올려서 자랑해야할 인물로 떠올랐다. 심지어는 봉감독의 통역사로 계속 활동해온 샤론 최 조차도 약간의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봉감독은 계속해서 현실을 인지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 그가 칸에서의 8분짜리 기립박수를 중단시켰던 이유는 그저 배가 고파서였다.

유사하게도, 그는 오스카가 "국제 영화제가 아니고 로컬 영화제기 때문에"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우리가 비오고 바람부는 아침에 런던에서 만났을때, 봉감독은 바람때문에 굉장히 추워하고 있었다. 그의 부풀어오른 헤어스타일은 원래 모양으로 돌아오고 있었지만, 그는 큰 스카프를 매고 기침을 하고 있었다.


"제일 힘든 부분은 두번 세번 생기는 시차에요"라고 봉감독 (혹은 샤론 최)가 말했다.

봉감독은 영어를 잘 알아 듣고 대답도 곧잘 했지만 샤론 최가 뉘앙스를 제대로 전달할것을 믿고 한국어로 답을 하는것을 선호했다. "육체적으로는 정말 끔찍한 경험이지만 지금은 어쨌든 괜찮습니다."

 

물론, 봉감독은 순수하게 넓은 관점만을 가진 사람은 아니다. 2017년의 옥자와 2013년의 설국열차와 같은 두 이전 영화는 둘 다 많은 특수효과가 들어간 SF 스토리였고, 주로 영어가 사용되었으며 크리스 에반스, 틸다 스윈턴, 제이크 질렌할, 에드 해리스 같은 배우들이 출연했다.

그는 영국과 아일랜드 배우들을 사랑할 뿐만 아니라 말할 필요없이 영국 영화들을 사랑한다고 했다. 히치콕의 사이코를 50번 이상 봤다고 주장했다.


그는 하비 와인스타인과 충돌했을 정도로 헐리우드계도 충분히 경험했다. 이 부분은 뒤에 좀 더 이야기를 할것이다.아이러니한 점은 봉감독은 그의 최대의 성공을 그동안 잊지 않았던 그의 모국으로 돌아와서 모국어로 된 영화로 이루었다는 점이다.


"실제로 이 영화의 아이디어를 설국열차를 작업할때 떠올렸습니다. 이 영화 속에 굉장히 한국적인 디테일을 넣고 싶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국으로 돌아와서 한국어로 된 영화를 꼭 찍어야 겠다고 생각한것은 아니었죠."


대만 카스테라 붐에서부터 라면에 스테이크를 넣어서 만든 메뉴라던지 하는 등의 지역적인 특색이 기생충에는 굉장히 많이 들어가 있다. (물론 이들은 진짜 유행이었다) 그러나 기생충은 전세계를 울리는 드문 '로컬' 영화가 되었다.

 

기생충은 놀라운 스포일러들이 가득한 이야기다. 이미 충분히 알려졌듯이, 기본 설정은 계층의 사다리 양끝단에 있는 서울의 두 가족에 대한 비교인데, 김씨 가족(봉감독의 영화에서 대부분 주연을 맡았던 송강호가 이끈다)은 공중 화장실 두배 정도 되는 크기의 골목 끝에 있는 반지하 골방에 살고, 박사장 가족은 서울의 꼭대기에 있는 화려하지 않은 대궐같은 집에 산다. 사건의 발단은 아들인 김기우가 박사장의 딸의 영어 가정교사가 되면서 시작한다. 기회가 될것이라는걸 직감한 그는 박사장 집안의 고용인들을 하나 하나 자신의 가족으로 바꾸어 가면서 서로 모르는 사람들인척 한다. 그러나 말할 필요도 없이 이 계획은 완벽하게 진행되지 않는다.


 "한국은 현재 k-pop이나 초고속 인터넷과 IT 기술로 잘 알려진, 표면적으로는 굉장히 부유하고 화려한 나라죠. 하지만 빈부격차는 점점 커지고 있어요. 특히 젊은 세대는 엄청난 절망감에 시달리고 있죠

라고 봉감독은 말한다.


"우리가 런던 중심부에서 조금만 골목으로 들어가면 흔히 보는 텐트치고 사는 사람들처럼, 서울역에도 노숙자들이 널려있다. 사회의 소외계층"이라고 그는 말했다.




기생충은 단순히 빈부의 이야기는 아니다. 아무도 착하기만 하거나 악하기만 하지 않다. 봉감독은 영화를 '중립적'이라 표현했다. 그는 자신이 마크 주커버그와 비슷한 사람이라고 보는 박사장을 가리키며, 그의 부를 정직하고 열심히 일해서 이루었다고 말했다.


 "그는 특별히 탐욕스럽지 않은데, 이 부분은 그가 나쁜짓을 해서 부를 이룬게 아니라는것을 보여줍니다." 동시에 박사장 가족은 계속해서 하위 계층에 대한 혐오를 다른 냄새등에 대한 불평을 통해 보여준다.

 

힘들게 사는 김씨 가족도 정직하지 않은 방법이긴 하나 열심히 일하고, 서로 따로 노는 박사장 가족과 달리 김씨 가족은 단결되어 있다.

"이 부분이 제가 영화를 통해서 말하려 했던 부분중의 하나입니다. 그들은 심각한 단점이 있거나 게으르지 않습니다. 그저 그들은 제대로 된 직장을 구하지 못한것 뿐입니다."라고 봉감독은 말한다. 그는 영화속의 대화 중 500명의 대졸자들이 경비원 1명 뽑는데 지원했다는 부분을 인용했다. "과장된 내용이 아니고 제가 읽은 신문 기사중에 있었습니다."
이런 관점을 보자면, 기생충은 계급 시스템 자체에 대한 비판보다는 전체적인 자본주의 시스템에 대한 중립적인 비판이라 볼수 있다. 필연적인 결과를 자극적으로 표현한것인가? 더 나은 대안이 있는것인가?


"사람들은 서로를 존중해야 합니다. 이 영화는 우리가 다른 인간에 대해 가져야 하는 최소한의 존중이 무너지고 무시되었을때의 상황을 다룹니다." 라고 봉감독은 말한다.


봉감독은 기생충을 시작했을때 누구나 그렇듯이 찬사와 비난을 받았다. "많은 사람들은 빈부격차를 다룬 흔한 이야기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게 전부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 작품이 잘된 이유는 영화 그자체로 영화적인 면에서 어필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정말로 시간을 가지고 그런 영화적인 어필이 어떤것이었는지 생각해보고 싶습니다."


기생충은 단순히 뛰어난 이야기만은 아니다. 제대로 표현된 뛰어난 이야기다. 연기, 구조, 꼼꼼한 디자인, 상징과 대칭등의 조각들은 잘 짜맞춰져 있다. 시각적인 연출은 능숙해서 자막이 거의 필요하지 않고, 봉감독은 극도의 혼돈에 빠진 상황을 슬로우 모션으로 보여주는데 이는 그의 주특기중 하나이다. #BongHive에서 찬양해 마지 않는 감독의 특징중의 하나는 대부분의 서양 감독들이 완전히 다른 장르라고 말하는 장르와 톤을 심지어는 한 장면 내에서도 자유자재로 전환하는 섬뜩한 능력이다. 기생충은 한 카테고리안에 묶이는것을 거부한다. 가족 드라마면서 블랙 코미디고 긴장감 있는 스릴러이며 계층간의 풍자극이며 심지어는 가족 호러이기도 하다. 다른 감독들처럼 히치콕의 영향을 받았다는것을 쉽게 알수 있지만, 그는 또한 그만의 장르를 만들어 냈다.

 

사회 계층 문제는 봉감독의 다른 작품세계속에 이어오는 주제이고, 그가 중립적이라고 이야기 했지만, 그는 하층민에 대한 호의를 보여주곤 한다. 2006년에 나온 그의 영화 '괴물'을 예로 들면, 송강호가 이끄는 가난하지만 사랑이 넘치는 가족이 매점을 운영하는 모습이 나온다. 그리고 그들은 미군이 한강에 풀어놓은 오염물질로 인해 우연히 생기게 된 생선모양의 괴물과 맞부딪치게 된다.




옥자에서는 깡촌의 시골 소녀가  그녀의 단 하나뿐인 친구인 특이하지만 귀여운 대형 변종 돼지를 구하기 위해 세기말적인 대기업과 싸우는 모습이 나온다. 프랑스의 그래픽 노블을 원작으로 한 설국열차는 전세계를 휩쓴 대 재난 이후 살아남은 인간들을 실은 열차 내의 계층간의 대립을 다루는데, 기생충의 수직적인 계급 분류에 반대되는 수평적인 분류라 볼수 있다. 크리스 에반스는 후방칸의 빈자들을 이끌며 전방칸에 사는 권력자들에 대한 싸움을 이끈다.


봉감독이 와인스타인과의 우발적으로 충돌하게 된것은 설국열차 때문이었다. 이 수치스러운 거물은 이 영화의 배급권을 2012년에 얻었다. 봉감독은 '하비 가위손'이라 불리는 와인스타인의 악명을 익히 알고 있었고, 당연히도 제작자는 설국열차에서 25분을 덜어냈다. 그러나 봉감독은 항의했고, 이 과정에서 생선 내장을 빼는 장면이 유지 되었다. 와인스타인은 이 장면이 봉감독의 아버지가 어부이기 때문에 봉감독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장면이라 유지했다고 거짓말을 했다.

와인스타인이 잘라낸 버전에 대한 테스트 상영이 안좋게 끝난 후, 그 거물은 결국 봉감독의 원래 버전대로 갔지만 영국에서의 상영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봉감독이 말하길 그는 와인스타인과 이야기 할만한 개인적인 친분이 없었다고 말한다. 혹은 그가 이야기 할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고 해도 별 이야기를 하지 않았을거라 했다.

"왜냐면 그는 너무 거물이고 바빠서 제가 그를 자주 볼수 없었어요. 저는 그를 편집실과 사무실에서 두어번 봤을 뿐이에요"

 

봉감독의 아버지는 실제로는 미술 교사였다. 그는 자신을 한국의 계층 사다리에서 중간 정도라고 생각했다.


"저는 중산층 가족에서 자랐어요. 부동산 면에서도 제가 자란 집은 영화속에 나오는 대저택과 반지하의 중간쯤 되는 집이었어요. 저는 양쪽 계급층의 친구들과 친척들과 굉장히 친하게 지냈어요"


기생충은 부유한 가정의 소년을 과외를 했던 그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했는데, 여기서 그는 그 소년의 영어과외를 하던 당시의 여자친구도 만났다.영화의 성공 이후 당연히도, 봉감독은 요즘 돈을 좀 만지지 않았겠냐고? 그는 웃으며 말했다.


"저는 그정도 부자는 아니에요. 저는 아파트 9층에 살고 크기로 말하자면 영화에 나오는 저택의 1/4 수준입니다. 물론 제 영화는 돈을 많이 벌었죠. 하지만 제 사회적인 위치만으로 여러분들이 저를 부자라 부르는게 맞는지는 모르겠네요."


봉감독은 처음에 박찬욱(올드보이로 역시 칸에서 수상했다), 이창동, 김지운, 김기덕 같이 2000년대 초반 한국에서 출현한 뛰어난 감독들 붐을 통해 국제적인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봉감독처럼, 이들 감독들은 여러 신선한 작품들을 선보였다. 그들의 이야기는 때로는 어둡고 잔혹하지만 아시안 영화들과 헐리우드 영화에게서 명백히 영향받은 기술적인 세련됨과 함께 톤과 장르를 넘나드는 대담함을 보여주었다.


봉감독의 두번째 영화인 '살인의 추억'은 1980년대에 실제로 있었던 미제 연쇄살인범 추적을 바탕으로 한다. 이 영화는 군사독재, 시민혁명, 부적절한 공무집행등을 통해 감독의 어린시절의 한국에서 어떻게 서로 다른 인간 군상들이 존재했는지를 보여준다. 북한의 영구적인 남침 위협 속에서, 학교는 화생방 훈련을 하고, 온 마을은 등화관제 훈련을 밤에 실시한다. 기묘하게도 실제 살인범은 최근에야 법의 심판을 받았다.


"감옥 동료의 말에 따르면 그 범인은 살인의 추억을 몇번을 봤다고 하는데, 진짜인지는 모르겠어요"


통제된 사회 분위기에서 조차 봉감독은 수사관들의 무능력을 통해 어이없는 웃음을 자아내는 순간을 만든다. 봉감독은 "관객들을 웃기려고 일부러 그 장면을 넣은게 아니고, 1980년대 사회가 진짜로 그렇게 어이없는 상황이었어요. 그 웃음에는 약간의 슬픔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라고 말했다.
기생충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그가 말하길 "현 사회의 어이없는 상황을 보여주는겁니다. 현재 일어나는 양극화가 얼마나 바보같은 일인지 말이죠"

 

특별히 한국인들만 이런 생각을 하는걸까? 봉감독은 "이런 종류의 집단적인 우울증이 보입니다. 전쟁과 이산가족 같은것들이 우리에게는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죠. 내 어머니의 여동생도 북에 있어요. 이런 사회의 기본적인 구성요소와 가족들이 붕괴되었고, 한국은 이런결과를 수십년간 겪었읍니다. 그래서 한국 사회에는 일종의 독특한 히스테릭한 관행들이 있죠."


국가적인 특성이건 아니든 간에, 이런 달콤쌉싸름한 요소들이 봉감독의 작품들 내내 흐른다. 특정한 부분에만 보이는게 아니라, 기생충의 라면에 스테이크를 넣는 장면에서 부터 연쇄 살인마의 얼굴에 보이는 슬랩스틱 코미디나 핵 재앙까지 어디에서든지 볼수 있다. 기생충이 잇따른 세계 영화제 수상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봉감독은 온건하게 의외의 태도를 보인다.


"감독은 제 부업인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 본업은 영화를 홍보하는것이 아니고 각본을 쓰는겁니다. 물론 지금도 호텔방이나 비행기에서 그렇게 하고 있구요. 하지만 감독도 쉽지는 않네요. 그래서 이런 전체 과정에 대한 이중적인 면이 있긴 합니다. 물론, 감독 역시 대단하고 흥분되는 역할이긴 해요. 하지만 저는 정말로 제 본업으로 하루빨리 돌아가고 싶을 뿐입니다."


https://www.theguardian.com/film/2020/jan/31/parasite-director-bong-joon-ho-korea-seems-glamorous-but-the-young-are-in-despair

댓글
  • JoseAbreu 2020/02/13 10:17

    이사람은 그냥 근본이 다른것같네요 영화를 통해서 사회를 조명하는데 심지어 재밌게 만든다는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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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Gtwins. 2020/02/13 10:23

    감독은 부업이고 본업이 각본가라니 ㄷㄷ 리스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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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omoco 2020/02/13 11:02

    인터뷰 재미있게 잘 읽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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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이드 2020/02/13 13:48

    Even Parasite’s world-conquering victory lap Bong regards with a level-headed ambivalence: “It’s kind of like a side job for me as a director,” he says. “My main job is not promoting a film, it’s writing scripts, and, of course, I’m doing that right now, in hotel rooms and on flights, but it hasn’t been easy. So there’s a duality with this entire process. Of course, it’s great and exciting, but I’m also desperate to return to my main job as soon as possible.”
    감독의 일이 사이드라는게 아니라 , 감독으로 영화를 홍보하고 영화의 대성공을 만끽하는 일 (몇달전부터 미국에서 하고 있는 일) 이 본업이 아니라는 겁니다. 감독이 하는 일 중 스크립트를 쓰는 일이 본인의 가장 메인 워크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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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이드 2020/02/13 13:48

    좋은 번역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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