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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후에 드러나는 내가 울엄마 딸이라는 증거

1. 엄마도 나도 혈액순환이 뜨악하게 안된다. 
뜨뜻하게 전기매트켜고 차가운 발로 이불안에 들어가면 한시간동안 둘이 발이 차갑다..ㅋㅋㅋ 
발이 너무 차가워서 잘 수가 없다. 
그래서 엄마는 아빠가 늦게 오는 날이면 당신이 내 배에 다리를 안올려서 잠을 못잤다고 성내고, 
감기라도 걸리면 당신이 내 배에 다리를 안올리고 자서 걸린거라고 탓했다 ㅋㅋ 

내 남편이 집에 와서 누우면 제일 먼저 하는건 남편다리 사이에 내 다리를 들이미는 일이다. 
빨리 내 다리 따듯하게 해줘! 너땜에 발시려웟 


2.울엄마는 하루가 멀다하고 가구를 이리저리 옮기는 사람이다. 
내가 볼땐 그게 그거고 아무 불편함도 없는데 왜 혼자 저렇게 낑낑거리면서 옮기는지.. 

결혼하고 나니까 내가 그렇다. 
조금 시간이 지나면 지루해지고 한 번 옮기고 나면 힘들어도 뿌듯하고 새집사는 것 같아서. 
남편은 역시 사는데 아무 지장없고 좋은데 왜 옮기는지 잘 모르겠다고... 

전세라서 뭐 뜯어고칠 수도 없으니 그냥 가구라도 내맘대로 옮길거야ㅜㅜ 


3. 울엄만 요리를 못한다. 

나도 못... 함.... 
신혼 초엔 덜익은 김치로 김치전 한 적도 있..다... 
그래도 요즘엔 엄마가 더 잘한다 
반찬해서 한번씩 가져다주는데 엄마도 놀라면서 '나도 친정엄만가봐!'

우리 어머니는 요리를 겁나 잘하시는데 남편도 요리를 잘한다. 
근데 뒤바뀐거 하나는, 울엄만 주방을 엉망진창으로 만드는데 남편이 그렇다 
난 요리는 못하지만 어머니처럼 주방은 깨끗하게 쓴다. 


사실 엄마랑 다니면 어렸을때부터 이모랑 나왔냐고 할정도로 엄마랑 나는 안닮았었다 
외모부터 성격까지 반대였다. 
엄마는 진한 쌍커플에 어렸을적 혼혈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였지만 난 누가봐도 동양인... 
만두처럼 생겼다. 그 뿌까라는 캐릭터를 조금 더 만두화 하거나 햄스터나 토끼처럼도 생겼다. 
엄마는 빠르고 다혈질이고 걸음걸이부터 파워풀하고 단순하고 무심한 사람이고 
나는 느리고 이성적이고 여유있고 따져야 하고 꽁냥거리는걸 좋아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결혼하고 나니 사소한 생활습관이나 하고 있는 생각들이 문득문득 
나도 깜짝 놀랄 정도로 아이고 나도 우리엄마 딸이구나. 할때가 많다. 
크게 모나지 않고 어른들께 미움받지 않게 키워주셔서 고맙다. 
늘 잔소리처럼 들렸던 말들덕분에 어디가면 칭찬한마디라도 듣지 싶다. 



결혼하고나면 조금 더 어른이 된다는게 이런걸까. 
우리 엄마 아빠에게 인간적으로 실망한 부분, 이분들도 완벽한 분들이 아니구나.. 하는 면도 인정하게 되었고 
반면에 더욱더 감사한 부분도 생겼다. 다 이때를 위해서 이렇게 하셨구나. 
엄마는 상황에 비해 너무 바르게 잘 커줘서 고맙다고 했지만 
이 날 내가 이렇게 좋은 마음으로 살 수 있는 것은 실은 엄마덕분이라고 생각한다. 
내 남편이 사실 타고난 승질이 드러운데 저렇게 잘하고 사는 것도 어머니덕분이라고 생각하고. 

지금 당장 무언가를 해주지 않으셔도, 
키워준다는 것은 그 사람이 미래에 행복하게 살 수 있게끔, 내일까지 돌봐주려는 마음이 포함되어있지 않은가. 한다. 









댓글
  • 상냥한엄마곰 2017/03/03 12:59

    꼬릿말 어쩔 ㅋㅋㅋㅋㅋㅋㅋ
    손발 찬건 따신물에 반신욕이나 족욕 자주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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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ragonic 2017/03/03 15:16

    피가 어디 가지 않습니다
    제가 눈이 좀 안 좋은데 여동생이 씻고 머리 말리고 있는데 엄마인줄알고 말을 건다거나 사촌여동생이 머리 올리고 밥먹는데서 진한 이모의 뒷모습을 보거나...
    아버지가 밥 수저를 좀 특이하게 잡으시는데 저도 똑같이 잡고 있고 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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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촉촉한곰 2017/03/03 15:33

    저는 아빠랑 페이스톡 하는데
    나란히 있는 얼굴둘이 어찌나 똑같은지...ㅋㅋㅋ
    아빠가 머리길면 내얼굴이겠구나 싶더라구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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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pisode, 2017/03/03 16:23

    저도 학생일 땐 잔뜩 꺼내놓고 펼쳐놓고해서 엄마가 항상 물건 제자리에 갖다놓으라고 잔소리하셨는데
    지금은 물건 바로바로 제자리 넣어야하고 제가 잔소리하고 다니고 그럽니다
    엄마는 조금 어질러지면 바로바로 치우시고 저는 한참 어지르고 한참 치우고했었는데 지금은 조금만 어질러진 꼴을 못참겠어서 저도 바로바로 치워요
    얼굴도 어렸을 땐 아빠 판박이에 엄마닮은 구석이 하나도 없어서 엄마가 좀 시무룩(?)해 하셨는데
    크니까 점점 엄마랑 더 닮아져요ㅋㅋㅋㅋㅋ
    전화 목소리도 엄마랑 비슷하다고 하더라구요ㅋㅋㅋ
    아무래도 딸들은 나이들면 엄마를 닮는가보다 싶더라구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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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늅늅010 2017/03/03 17:11

    어릴때 엄마가 설거지나 빨래개기 시키면 티비보던거 좀 하고 컴 하던거좀 하고 미루다보면 시킬때 바로바로 안한더고 엄청 잔소리 들었었는데 지금당장 안한다고 뭐 큰일나냐 대들었는데
    남편한테 제가 그러고 있어요 ㅋㅋ시키면 바로바로 좀 하지! 엄마랑 똑같은 말울 하더라는 ㅋㅋㅋfeat.이놈의 집구석 + 아이고 내 팔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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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rocinante 2017/03/03 17:49

    이런 말이 있습니다.
    남자가 처가 될 집에가면...
    제일 먼저 장모님을 보라고...
    10년 20년 후의 본인의 아내의 모습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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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맛솜사탕 2017/03/03 18:45

    거실테이블을...코타츠로 바꿔보세요 ^^*
    ㅇㅣ게 생각보다 엄청 효과가 좋아요 저두 손은 그럭저럭인데 발이차서...가을부터 발시려운데요..
    전 그때부터 거실에 코타츠 설치해둡니다..그러면 정말,....그 안에 들어가서...안나와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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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땅 2017/03/04 02:09

    신랑한테 잔소리 할때 친정엄마랑 비슷한 톤으로 말하는 저를 발견할때 놀랍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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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ookieBear 2017/03/04 02:29

    저는 얼마전에 컴퓨터 책상에 남편이 늘어놓은거 정리하다가 문득 정신차려 보니
    울 엄마가 정리하던 모습 그대로 제가 하고 있더라구요 ㅋㅋㅋㅋㅋ
    그때 제가 얼마나 지랄지랄 하면서 그냥 두라고 했었는지.. ㅡ.,ㅡ;;;;
    그래서 그냥 뒀습니다. 지금 그 책상에서 댓글 달고 있어요 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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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옹인mom변태 2017/03/04 03:50

    바닥이 거글거글하면 잠을 못자는...청소기를 미친듯이 돌리다보니 문득 엄마 생각이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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