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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젊으니까 16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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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편)  너에게 해줄 수 없는 말



택시기사님은 나의 목적지를 듣자마자 잊지않고 야간 할증버튼을 누름과 동시에 출발했다.


평소같으면 보조석에 앉아 앞자리의 편안함을 느끼며 갔을 나이지만, 그냥 그 날만큼은


뒷 자석에 앉고 싶었다. 아마도 택시기사님과의 소소한 대화보단 머릿속을 정리하기 위해서였지 않을까.


뒷자석 창문밖으로 비치는 강남의 늦은 밤은 아직 환했다.


택시가 멈춰섰을때 아직 그리 늦은 새벽이 아니라서 그런것인지 길가에 많은 젊은 남녀들이


술에 취해, 밤에 취해 삼삼오오 돌아다니는 익숙한 모습이 내 눈에 비춰졌다.


나는 택시에 내려 담배 한 대를 입에 물었다, 그리고 핸드폰을 꺼내어 보경이가 보낸 문자를 다시한번


읽어보았다. 보경이가 보낸 문자중에서도 유독 느낌표가 눈에 들어왔다.


열심히 배운것은 아니지만 학창시절 내가 배운 얕은 지식으로는 느낌표는 강하게 뭔가를 강조하고자 할때


사용하는 기호였고 보경이는 내게 강하게 뭔가를 말하려고 하고 있다는걸 다시한번 확인했다.


담뱃불을 끄고 나는 발걸음을 돌렸다, 늦은 시간이어서 일까 평소보다는 영업을 하지 않는 곳들이


눈에 띄었고 저만치 홀로 앉아 있는 보경이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조용히 보경이가 앉은 순대골목 끄트머리 그때 그 자리로 걸어가 아무말없이 보경이의 옆에 앉았다.


보경이는 이미 기다리면서 조금 취해보였는데, 내가 앉는 인기척을 느꼈는지 나를 바라보았다.


보경이는 웃으면서 내게 말했다. "오빠 왔어...? 왜 이렇게 오래걸려?~"


나는 생각보다 진지하지 않은 보경이의 표정을 보면서 조금은 안도했던것 같다. "아 이제 끝나서 바로온거야~"


분위기를 바꿔보고자 나는 일부러 평소보다 더 밝게 웃으면서 대답했다.


보경이는 내 대답을 들음과 동시에 웃고있던 표정이 조금씩 일그러지는가 싶더니 금새 눈물을 보였다.


"야.......너 진짜 못된새끼인거 알지...? 너는...내가 다른남자랑 호텔방 간다는데 아무렇지도 않냐....?


나 여자야.. 여자가 그렇게까지 말하면.......가지말라고 해줘야 되는거 아니야?...이 나쁜새끼야...."


나는 입이 없어진것 같았다. 처음 듣는 보경이의 욕섞인 반말을 들어서 당황했던걸지도 모르겠다.


보경이는 손을 들어 내 한쪽팔이 샌드백이나 된 듯 여러차례 때리면서 울었고 나는 맞을때마다 답답했다.


"그만 마시자. 너 이미 취한것 같네." 내가 힘겹게 꺼낸 말이 겨우 그뿐이었던것 같다.


나는 아줌마를 불러 "여기 얼마에요?" 라고 물은뒤 계산을 하고 날 때리던 보경이의 한쪽팔을 부축하며


자리에서 일으켜 세웠다. "집에 가자. 데려다 줄께"


보경이는 팔을 부축하던 내손을 뿌리치면서 얘기했다. "나 오늘 집에 안갈거니까!  갈거면 가! 너 가고 나면


나 아무나 붙잡고 오늘 자러갈거니까 상관하지마. 너 어차피 나같은건 신경도 안쓰잖아!"


학교에선 이럴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가르쳐 주지않았다. 그리고 태어나서 이런 경우도 처음이고


나는 생각도 하지 못한 보경이의 말에 너무 당황스러웠다.


솔직히.. 남자라면 안다. 이럴때 어찌해야 하는지..말안해도 안다.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아도


본능적으로 알것이다. 하지만 어떠한 전제조건이 있을때는 알고있고 본능적으로 느껴져도


망설여지게 될거라고 나는 생각하는데... 결혼한 유부남이거나, 이미 누군가를 마음속에두고 사랑하고


있을때...나는 후자였고 알고있지만 알수가 없었다.


보경이는 내 손을 뿌리친채 조금 지쳤는지 골목 어느 벽에 기대어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나는 보경이에게 다가가서 얘기했다. "가자..나도 오늘 못가겠네."


나는 보경이의 손을 움켜잡았고 길 건너에 보이는 모텔이라는 글자를 향해 함께 걸었다. 보경이가 내손을


더 꽉 움켜쥐는것이 느껴졌고 그런 내 손을 따라 보경이는 조용히 따라왔다..


보경이를 데리고 길을 건너서 위에서 아래로 커튼 같은것이 길게 늘어진 입구를 정글숲을 헤치는 모험가가


된것 마냥 걷어 헤치며 들어가니 일반 창문보다 낮고 폭이 넓은 창문이 반쯤 열린 카운터가 보였다.


카운터안에 아주머니가 눈을 비비며 일어나는게 보였고 나는 "방 하나 주세요." 라고 얘기했다.


아줌마는 능숙하게 방키 하나와 칫솔 2개를 주었다. 몇호였는지는 사실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내 기억엔


엘레베이터를 타고가야할 정도의 층이었던걸로 어렴풋이 기억난다.


엘레베이터의 올랐을 땐, 평소 가게에서 일하며 타는 것과는 뭔가 느낌이 달랐다. 누군가를 안내하기


위함이 아닌, 한 남자로써 모텔에서 엘레베이터를 타보는것은 처음이었다.


평소와 다른 엘레베이터의 기분을 느낄만하니 방이 있는 층에 도착했고 나는 보경이의 손을 이끌어


우리가 잠시 빌린 그 방으로 향했다.


방은 내 기억이 맞다면 꽤 후줄근했던 것으로 기억난다. 은은한 조명이었던 우리 가게 호텔과는 다르게


내방의 형광등처럼 매우 밝았다. 신발을 벗고 방에 들어가니 지금 이상황이 더 어색했다.


보경이는 힐을  벗어놓고 방에 들어오자 마자 침대에 앉았고 잠시 멈춰있던 울음을 다시 터뜨렸다.


"나....아까 진짜 가기싫었거든.....얘기만 하는거라도 가기 싫었거든.. 가지말라고 해주지 그랬어..."


나는 옆에 놓인 2인용 테이블에서 의자만 조심히 빼내어 보경이의 앞쪽에 위치시키고 보경이를 마주하게끔


한뒤에 의자에 앉았다. 그리곤 담배를 꺼내 담배에 불을 붙여 답답한 마음을 연기와 함께 뿜어냈다.


몇모금의 담배를 느끼고 나는 담배를 끄며 보경이에게 얘기했다.


"참 나쁜새끼다 그지?...니 말대로 참 나쁜새끼인데.....대체 뭐가 그렇게 좋냐?......."


보경이는 고개를 들어 나를 보며 대답했다. "나도 그걸 모르겠다......내가 미친년인지...진짜 모르겠네."


나는 그냥 어떤 말대신에 그냥 웃어보였고 보경이는 그냥 날 쳐다볼뿐이었다.


이 어색함과 모텔이라는곳이 주는 분위기를 깨기위해 나는 보경이에게 말했다. "씻어..자게."


보경이는 대답대신에 조용히 칫솔 한개와 수건을 챙겨 욕실로 들어갔고 욕실문을 잠그는 소리가 들렸다.


얼마 안되 샤워기를 통해 떨어지는 물소리가 들렸고 잠시뒤 샤워소리가 멈췄다. 그리고 문이 열리는 소리..


"오빠.......불 좀.."


나는 조용히 불을 꺼주었고 보경이는 수건으로 몸을 가리듯 욕실에서 나와 침대로 걸어왔다.


나는 애써 그런 보경이를 보지않기위해 벽을 바라보고 서서 너스레를 떨듯 말했다. "나도 좀 씻어야 겠다."


나는 빠르게 욕실로 들어와서 샤워기에 물을 틀고 최대한 천천히 샤워를 했다.


사실 그때 무슨정신으로 어떻게 씻었는지도 모르겠다. 칫솔로 이를닦는건지 이로 칫솔을 닦는건지..


마치 숫총각이 되어 돌아간듯 내 가슴은 쿵쾅거렸고 그러는 와중에도 헤어진 그녀가 생각나고..


그렇게 혼란스러운 샤워를 마치고 씻기전에 입고있던 옷을 양말을 빼고 그대로 입고 밖으로 나왔다.


그리곤 보경이가 누워있는 옆으로 조용히 내몸을 들여다 놓았고 어색한 분위기를 빠르게 잠드는것으로


넘겨보려 등을 돌려 누웠다.


잠이 오지 않는 상황과 잠이 올수 없는 분위기, 잠을 자서는 안되는 공간안에서 나는 자야한다고 스스로에게


계속 세뇌를 시켰다. 본능과 이성과 헤어진그녀가 자꾸 날 미치게 만들었다.


조금의 시간이 지나 보경이의 한마디와 함께 나는 내 몸이 급격히 굳어가는것을 느꼈다.


"오빠......" 라는 말과 함께 보경이는 뒤에서 나를 안았고, 굳이 내 눈으로 보지않아도 등을 통해 느껴지는


보경이의 몸을 느낄수있었다..


보경이는 한참을 등뒤에서 날 안고 있었고 그 체온이 방금 막 씻고나온 내몸의 체온으로 변해갔다.


나는 조심히 돌린등을 침대 메트리스로 옮겨 보경이를 바라보았다.


보경이는 그 어느때보다 매혹적인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얘기했다. "오빠...나 안아주면 안돼?...."


나는 거부할 수 없었다. 나는 당시에 아직 어렸고...참을성이 부족했을지도 모른다.


그런 보경이를 안아주어야 할것 같았다. 내가 너무 미안한게 많은 보경이를 안아주지 않을수 없었다.


나는 보경이를 안아주었고 보경이는 천천히 내게 입을 맞추었다.


짧은 입맞춤을 하곤 보경이는 다시 한번 날 바라보면서 조심스레 물어보았다. "오빠....나 사랑해?..."


나는 그 짧은 순간에 엄청난 갈등을 느꼈다, 어릴적 나를보고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라고 묻는


것처럼 뭐라고 답을 해야할지 마음속에서 갈등이 일었고, 나는 정말 어렵게 생각해낸 대답을 해주었다.


"좋아해..." 보경이는 내 말을 듣자 눈가에 눈물이 맺히는듯 했다. 그리곤 웃으며 내게 말했다.


"좋아해도 괜찮아. 나는 오빠가 날 좋아해주기만 해줘도 괜찮을거같아. 고마워"


나는 그날 밤...보경이를 미안한 마음의 무게만큼이나 꼬옥 안아주었다.

"OO아.. 그때 사랑한다고 해주지 못해서 정말 미안하다. 이글을 보고있을지 모르지만 그때 정말 미안해.

 지금은 니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남자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들으면서 행복하게 살고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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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편 마침.


가끔은 거짓으로라도 상대방이 바라는 대답을 해줘야 할때가 있지만, 때로는 그 말을 알면서도

해주지 못할때가 있습니다. 어떤게 옳은건지 오랜시간이 지난 지금도 사실 저는 해답을 내리지

못하겠습니다.  보배님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하네요.

오늘하루 주말을 향해 달려오시느라 고생많으셨습니다. 1년의 마지막 불금앞에서 보배님들께서

모두 뜨거운 밤과 추억을 만드셨으면 좋겠습니다.

너무 기다리게 해드려서 죄송합니다.오늘 그래도 최대한 일찍 마치고 오자마자 업로드했습니다^^;;

 




 

댓글
  • 만촌동쓰레빠 2019/12/27 21:33

    1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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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만촌동쓰레빠 2019/12/27 21:33

    선댓글 후정독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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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람쥐람쥐다람쥐에용 2019/12/27 21:33

    1등!! 아니네ㅜ2등!!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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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만촌동쓰레빠 2019/12/27 21:33

    제가 좀 빨랐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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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M3탑니다 2019/12/27 21:33

    추천두개먼저드리고
    읽으러갑니당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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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보림드 2019/12/27 21:33

    옵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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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37도리 2019/12/27 21:34

    쓰레빠 다운 댓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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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만촌동쓰레빠 2019/12/27 21:41

    쓰레빠가 원래 좀 빠릅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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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순한진심 2019/12/28 21:35

    또 럭키세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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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흑 2019/12/28 21:37

    선추천
    몰빵구독대기중~~
    나 근데 언제 다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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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보림드 2019/12/28 21: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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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onderbrud 2019/12/28 21:42

    잘 보고 있습니다..글에서 왠지 두분의 사이가 불안한 느낌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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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엘지에이병규 2019/12/28 21:45

    난 왜 보경이랑 잘됐으면 싶지..
    물론, 지금 사모님이 계시지만, 적어도 그 당시에 만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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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스브룩 2019/12/28 21:47

    캬 형 기다렸다구!!ㅋ
    오늘도 잘봤습니당
    "너에게해줄수없는말"
    먼가 가슴아프며 아련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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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한민국만만쉐 2019/12/28 21:49

    자 바로 17편 보여주세요 빨리빨리요 좀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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