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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한 번 써봅니다. 남자 양악수술 7년차 과정 및 후기입니다.

 
해외에서 일하다 회사 갑질로 뛰쳐나오고 집에서 놀고 있는 김에 양악수술 햇수로 7년차 후기 써 보겠습니다.
현재 30살 남자 백수입니다. 백수라서 느긋하게 썼으니 좀 길 수도 있습니다.
1. 성장
어릴 땐 나름 피부도 희고 귀엽게 생겨서 이쁘다는 소리도 많이 들었는데 중학교 들어가고부터 아래턱이 급격히 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고등학교 때는 매일 턱이 너무 아파서 밤에 잠을 못 잘 정도였구요.
조금 턱이 나왔다거나 아 쟤 못생겼다! 정도가 아니라 어금니가 두 개 밖에 맞물리지 않을 정도로 정말로 심각한 부정교합으로 변하기 시작했고, 학창시절 제 자존감은 바닥을 기게 됩니다.
하루하루가 성장통으로 아프고 괴롭고 내 옆모습을 보는 시선이 신경 쓰이고 새는 발음 때문에 큰 소리로 말도 못하고 그냥 정말 힘들었어요.
수능을 치고 병원에 가서 처음으로 상담을 받았습니다.
아직 성장판이 완전히 닫히지 않아 수술은 불가능. 심지어 성장이 끝난 후에도 바로 수술은 불가능.
선교정->상악확장술->교정->주걱턱수술(양악수술)->후교정이라는 어마어마한 여정을 거쳐야한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총 치료기간은 교정 기간 포함 7~8년 정도 걸린다고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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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로 상악확장술은 저렇게 상악에 급속구개확장장치라는 것을 끼워서 중앙 앞니를 기준으로 상악을 반으로 쪼갠 후에 조금씩 나사를 조여 상악을 벌리는 수술입니다. 이렇게 상악을 벌리지 않으면 이가 맞물리지 않아 양악수술 자체가 불가능했던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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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에 찍은 X레이 사진. 측면. 30mm정도 차이가 났다고 기억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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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처럼 치아가 대부분 맞물리지 않았습니다.
하악의 앞니는 거의 사용을 하지 못하니 퇴화되어 있어 유치처럼 가늘고 작아져 있었습니다.
(사진상 오른쪽) 사랑니와 어금니가 맞물려 사랑니로 섭식을 하는 말도 안되는 상황이었습니다. 보통 제대로 씹지도 못했습니다.
면을 끊거나 무언가를 베어 먹을 때는 윗앞니 + 혓바닥을 이용했습니다.
 
그 당시(2006년쯤)에는 양악수술이라는 용어는 거의 쓰지 않았고 주걱턱 수술이라고 불렸던 것 같습니다.
거의 치료 목적으로 행해지던 주걱턱 수술이 막 성형업계로 진출하던 상황이었고, 선수술-후교정이라는 신기술로 많은 성형외과가 빠르게 드라마틱한 페이스오프를 할 수 있다고 홍보를 하였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성형외과에서도 찾아가 보았지만 당연히 불가 판정을 받고 퇴짜를 받았습니다.
 
요약 : 턱이 엄청나게 자라 수술하고 싶었으나 상태가 심함 & 기술 부족으로 퇴짜받음.
2. 대학 새내기 생활
고등학생 때는 그래도 대놓고 놀리거나 무시하는 친구들이 없었지만 대학을 오면서 달라졌습니다.
과에서 폭탄은 저였고, 신입생 중에 누가 제일 토 나오게 생겼냐 같은 여자선배들의 가십거리에 제 이름이 많이 거론되었습니다.
대학에 와보니 제 예상보다 훨씬 더 이 곳은 외모를 중요시하는 세상이었고, 저는 그냥 되도록 사람들 눈에 띄지 않길 바라며 조용히 학교생활을 하고 싶었을 뿐이었습니다.
선배들의 혐오스럽다는 듯이 쳐다보는 눈빛들, 동기들의 무시하는 행동들을 아직도 잊을 수 없습니다.
물론 제 외모와 상관없이 대해준 고마운 사람들도 있었기에 매일매일 괴롭고 힘들었지만 1학년까지 어떻게든 지낼 수 있었습니다.
 
요약 : 외모지상주의의 냉정함과 비참함을 느낌.
 
3. 휴학 후 수술 결정
고등학교 때 부모님이 이혼을 하셨고 가계 형편도 그리 좋지 않았기 때문에 수술비 마련은 꿈도 꾸지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휴학 후 마지막으로 해보자는 생각에 1년동안 막노동을 했습니다. 열심히 돈을 벌었고, 군입대를 하기 위해 신검검사를 받았습니다. 군대 다녀오고 새로 태어나자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런데 부정교합으로 인한 섭식장애로 4급 공익판정을 받았습니다. 웃어야할지 울어야할지 모르겠더군요.
 
 복무를 마치고 다시 한 번 5년 전에 들렀던 병원을 찾아갔습니다  5년이 지나서인지 이번에는 6개월 하악 교정 후 수술이 가능하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1년 동안 모았던 돈과 아버지가 힘들게 마련해주신 돈으로 (총합 국산 중형 세단값이...) 수술을 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수술 전 이하와 같은 확인 및 각서를 씁니다.
 
수술시 사망해도 책임지지 않는다.
수술 후 감각이 완전히 돌아오지 않을 수 있다.
수술 후 비대칭이 완전히 교정되지 않는다.
 
저의 경우 심장에 구멍같은 게(?) 있어서 전신마취가 불가능할 수도 있었으나 다행히 문제 없다고 진단을 받아 어쨋건 수술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정말로 큰 수술을 받는구나...이제 사람답게 살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정말 수술을 하다 죽는다 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정말로 사는게 너무너무 힘들었거든요.
 
4. 수술
수술 전날 1인실에서 환복을 하고 자는데, 침대 앞에 컴퓨터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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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ㅠㅠㅠ와 ㅜㅜㅜㅜ를 연타했는지 키보드가  부서져 있는 걸 보니 점점 더 무서워지는 마음....
 
다음 날 오전 수술을 하였습니다.
 
수술대에 누워서 1,2,3,4를 세고 나면 끝.
 
그러곤 이런 상태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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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부터 3일동안 지옥이 시작됩니다.
오유에 많은 분들이 후기 적은 것과 비슷해요. 너무 옛날이라 기억이 잘 안나지만 정말정말 숨쉬기 어려웠다는 게 기억이 나네요.
코 입에서는 피가래가 계속 고이면서 숨이 막히고, 턱은 아프고 잠은 절대로 못잡니다.
 
정말로 아플 때 딱 세 번 누를 수 있는 모르핀 투여 버튼이 있는데 솔직히 눌러도 고통이 없어지지는지 잘 모르겠더군요.
주기적으로 간호사 누나가 와서 석션으로 피고름을 빼주면 한 30분 정도 숨통이 트입니다.
 
5.관리
3일 후 퇴원을 하게 됩니다.
2주 동안은 잠도 제대로 못자고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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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한 끼 식사.
 
입을 제대로 못 벌리기 때문에 무조건 액체된 음식만 먹어야했습니다. 이걸 한 달동안 먹었던 것 같네요.
덕분에 살도 쭉쭉 빠졌습니다. 원래 마른 편이었으나 거의 10킬로 이상 더 빠져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웃긴건 얼굴은 붓기 때문에 통통해보여서 보기 좋았다는 거..ㅜㅜ
 
턱을 벌리지 못해서 상처 부분이나 치아에 세균이 번식하기 쉽기 때문에 밥먹고 나면 꾸준히 가글과 불소액으로 입안을 깨끗하게 행궈줘야합니다.
나중에 검사 받을 때 치과 선생님이 관리 잘했다고 칭찬해주셨어요.
 
붓기를 빼기 위해서 매일 걸었고 집에서 찜질을 해주었습니다.
열심히 관리를 해서 그런지 초기에는 굉장히 빨리 붓기가 빠지는 편이었지만
완전히 빠지는데 1년 가까이 들었던 것 같네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2개월 전후로 많이 빠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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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4일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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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얼굴을 감싸면서 매일 냉찜질을 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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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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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후 전후 사진.
 
6. ~현재
수술한지 1~6개월 전후 사진은 인터넷에 많이 있어도 6,7년 후기는 잘 없는 것 같아서 용기내서 올려봅니다. (그래도 눈은 가리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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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전 옆.jpg
8년 후.jpg
어떻게 보면 드라마틱한 효과를 봤다고 생각합니다. 연예인급으로 잘생겨졌거나 그러진 않았지만 더 이상 턱이 아프지도 않고 외모에 대한 컴플렉스 (가령 수술 전에 못생겼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땐 정말 상처 받았지만 지금은 전혀 상처받지 않음)도 완벽하게 극복하였습니다.
사람이 많은 곳에서도 당당하게 걸을 수 있고, 발음도 좋아져서 큰 소리로 말할 수도 있고 밥도 잘 먹어서 살도 많이 쪘습니다(...ㅠㅠ)
 
무엇보다 동정 어리게 쳐다보는 사람들, 기피하는 사람들, 혐오스럽게 쳐다보는 시선들이 사라져서 정말 행복합니다.
지금은 그런 기억도 많이 희미해졌고 내가 이랬었나 싶을 정도로 지금 모습이 익숙해졌네요. 
 
단 잃은 것이 있습니다.
 
안쪽 볼 살의 감각이 완전히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가장 흔한 양악수술 부작용이라고 하는데 다행히 완전히 감각이 없는 것이 아니라 마취주사 맞고 1시간 정도 지났을 때의 약간 얼얼한 감각입니다. 찌르고 깨물어보면 아픕니다. 그래도 수술한지 7년이 지난 지금도 이런 감각은 어색하네요.
아마 이 수술로 인해 얻은 유일한 부작용인 것 같습니다.
 
7. 마지막
저에게 있어서는 외형적인 부분 뿐만이 아니라 과거의 트라우마와 마음의 상처까지 극복하게 해준 수술이었습니다.
만약에 다시 저런 모습으로 태어나 수술을 하라고 한다면 저는 또 다시 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네요..
 
저만큼 심하신 분도 심하지 않으신 분도 계실거라고 생각합니다. 부디 신중히 결정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수술 준비중이신 분들 무사히 수술 마치시고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ps. 먼 미래에 힘들고 지친 날이 있을 때는 과거의 내 모습을 보고 힘을 내자! 라는 생각으로 수술 전 사진을 찍어두었는데 요즘이 딱 그런 것 같습니다.  국내에서 취직하기 힘드네요. 취직할 수 있게 용기를 주세요. 흑흑 ㅠㅠ
댓글
  • 이기홍 2017/03/02 22:15

    저도 얼마전에 올라온 양악후기 봤었는데,
    읽는 제가 다 아픈 느낌이더라구요 ㅠㅠ 글만 봐도...
    수술 잘 되신거 축하드려요!
    부작용도 글쓴님이 심각하게 불편해 하시는 정도가 아닌 거 같아서 다행이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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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로엔자 2017/03/02 22:16

    헐...진짜 고생많으셨어요...ㅠㅠ 얼마나 몸으로도 마음으로도 힘드셨을지... 이제 취업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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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늘로가는길 2017/03/02 22:20

    고생하셨어요. 정말로..
    그리고 욕하고 나쁜시선보냈던 그 사람들 참 못됐다. 진짜
    작성자님 정말 고생하셨구 앞으로 더 맛있는거 많이 드셔서 더 살찌세요
    그리고 다게 오셔서 운동도 시작! ㅎㅎ 멋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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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킷헤드 2017/03/02 22:20

    와 고생하셨어요..근데 수술 정말 잘된것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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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냐옹 2017/03/02 22:21

    아이고 작성자님은 진짜 고생 많이하셨네요. 앞으로 좋은일이 가득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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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우링 2017/03/02 22:23

    정성글은 추천! 성형이 꼭 필요한 사람에게 잘 시술되었다는 느낌이 드네요.
    잘 드셔서 그런지 안모뿐만 아니라 혈색도 좋아지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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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명수 2017/03/02 22:23

    고생하셨네요 역시 몸 건강한게 제일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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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세상의증표 2017/03/02 22:28

    멋있어요! 꼭 좋은 직장 구하시길 바랄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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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견고한성 2017/03/02 22:29

    아오....진짜 양악수술 후기는 읽기만 해도 제 턱이 아파오네요. 힘든일 이겨내셨으니 앞으론 행복만 가득하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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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코몽벽지 2017/03/02 22:30

    예전에 알던분이 떠오르는 글이군요.  그분도
    글쓰님과 비슷한 상황이었어요. 기흉이 있었고,  양약을 했죠.  그분도 지금은 글쓴님처럼 잘 지내길 바랄뿐이버다. 수술한 시기도 비슷해서 괜히 생각나네요. 좋은 일만 가득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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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불에눕자 2017/03/02 22:32

    예전에 받았던 마음의 상처 토닥토닥 해드리고 싶네요. 외모로 인해 누구에게 어떤 시선도 보내지 않겠어요!! 수술 넘 잘되셔서 다행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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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젤리크 2017/03/02 22:36

    엑스레이 사진으로는 잘 와닿지 않았는데 전후비교 사진을 보니 정말 수술 전에 마음고생이 많으셨을 것 같네요ㅠㅠ
    수술도 큰 부작용 없이 잘 되어서 다행입니다!!
    앞으로도 좋은 일만 가득하실 거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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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도기름 2017/03/02 22:46

    읽다가 내가 괴로워서 그냥 내렸어요ㅠㅠㅠㅠ 너무 고생하셨어요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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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영, 2017/03/02 22:48

    양학을 미용으로 하는사람들..참 많죠
    이렇게 힘들고 오래걸리고 위험한 건데
    무엇보다도 외모도 외모지만
    맛있는 음식을 씹어 먹을수 있다는게
    너무 기쁘네요
    엄청 노력 고생 하셨어요
    부작용은 어쩔수없지만ㅜㅜ
    더 맛있는거 많이 드시고
    좋은일만 가득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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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fkdksw 2017/03/02 22:49


    잘하셨고 잘참아내셨습니다.
    이게 수술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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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찹쌀떡짐니 2017/03/02 22:55

    와 작성자님
    다부진 입부터 ..남자답고 멋있어요
    정말 수술 잘 되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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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라에에몽 2017/03/02 23:04

    후기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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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논리로풀다 2017/03/02 23:07

    수술이 잘되신것 같아 다행입니다.
    항상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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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비태풍 2017/03/02 23:10

    우와 턱선이 멋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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