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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류계에서 일해본 경험담 1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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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쓰는 글은 100% 어릴적 경험담이자 100% 리얼입니다.

개개인의 취향에 따라 내용을 좋아하지 않는 분들께서는 살포시 뒤로 버튼 눌러주시면

감사할것 같습니다.

10편이후 잠시 자동차 소모품교체할 시기처럼 삐걱거림이 있었네요. 소모품 교체했으니

저는 지금껏 그래왔듯이 앞.으.로.도.제.마.음.가.는.대.로.글.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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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편) 버스앞에 서서


그렇게 보경이를 방에 데려다주며 손톱만큼 잡혀있던 내 와이셔츠를 추스리며 문을 닫아주었음..


평소같으면 엘레베이터를 타고 다시 지하로 내려와야했지만 뭔가 기분이 이상했음.


길가에 놓인 펀치기계가 이유도없이 낯모르는 사람들의 주먹질을 하루 종일 맞아야 하는것처럼


아무 연유도 모르고 나의 쌀쌀함을 맞고 있었을 보경이에게 미안해지기도 하고 나의 헤어진 그녀때문에


괜히 나는 보경이에게 화풀이를 하고있던것은 아닐까하는 고민이 들기 시작했고 그런생각에


빨리 내려가는것보다 계단을 통해 천천히 마음을 추스리며 내가 일하는 자리로 돌아가려했다.


가게로 향하는 복도끝 계단을 통해서 한칸 한칸 내려가면서 "그래 보경이한테 무슨죄가 있냐.."라는


생각이 나를 더 미안하게 만들었고 지하에 다다랐을때 "그래 미안하다고 얘기해야겠다." 라는 결론에


도달했음.. 그렇게 일이 마무리되어가고 보경이와 친구들이 퇴근을 준비할때 나는 보경이에게


나는 조심스럽게 다가가서 말을 꺼냈음. "보경아 나랑 잠깐 얘기좀 하고 가라."


보경이는 그런내게 "알겠다"는 대답대신에 "나도 오빠한테 할 얘기 많으니까 일언제 끝나? 근처에 있을께"


라는 말로 대답을 했음 "아...그래 알겠어 나한테 어딨을지 문자해." 라고 말하고


마치 나만알고 있는 금고의 비밀번호를 누르듯이 한동안 차단해놓았던 보경이의 번호를 차단해제했음.


차단해제를 하는 그 잠깐동안 내 머릿속에 전 여자친구가 스쳐갔는데


왠지 보경이의번호를 차단해제를 하고나면 이제 정말 헤어진 그녀를 의식하지 않는 내가 되는것 같아 슬퍼졌음..


20여분이 지나서 보경이에게 문자가 왔다. "오빠 나 강남역앞에 까페에 있을께." 라는 내용.


나는 짧게 "그래 좀다 보자" 라고 답장한뒤 일을 마치고나서 보경이를 만나면 어떻게 사과를 해야할까


고민에 잠겼고 고민의 답이 나오기도 전에 마지막 손님이 가게를 떠나 급하게 옷을 갈아입고 퇴근을 서둘렀음.


택시를 타고 "아저씨 강남역이요."라고 짧게 얘기한뒤 가는동안에도 내 머릿속은 복잡했음..


새벽녘 강남대로는 그런 내 복잡한 머릿속에 정리할 시간을 주지않으려는듯 한산했고 택시는 금방 강남역에


도착해버렸다. 나는 택시에 내려 보경이가 있는 까페를 찾아 발걸음을 재촉했다.


이일을 하면서 한번도 나는 아가씨든 선수든 아니면 동료웨이터든 밖에서 사적으로 만나본적이 없었는데


보경이가 사적으로 만나는 첫 아가씨였다. 그래서 더 긴장도 되고 어떻게 보경이를 대해야할지도 고민했다.


까페이름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2층구조로 입구에선 작은 규모같았지만 길쭉한 형태에 2층까지 있던


까페였음.


까페에 들어가자마자 나이트에 입장하자마자 맘에 드는 이성을 스캔하기 위해 노력하듯 나는 보경이를


찾았으나 1층엔 보이지 않았다. 나는 2층으로 걸음을 옮겼고 2층을 올라가는 계단을 하나씩 밟다가


나도 모르게 헤어진 그녀가 폰을 찾으러 온 그날, 계단끝에 서있던 모습이 불현듯 떠오르는 느낌을 받았다.


그런 기억을 지나쳐 2층에 도착하니 보경이는 구석에 창가가 보이는 자리에 앉아 창밖을 보고있었다.


아마도 내가 택시에 내려 올라가는 모습부터 지켜보았을 것으로 예상되는 그자리.


나는 최대한 자연스럽게 가게에서의 모습처럼 다가가 맞은편 쇼파에 앉으며 얘기했다.


"술먹은건 좀 괜찮아.......?"


보경이는 아직 좀 술이 취했는지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나는 "친구들은 먼저 갔어?" 라고 물으니


오래걸릴것 같아서 먼저 보냈다고 보경이는 말했다.


그렇게 마주앉아 어색한 시간이 잠시흐르고 나는 제일 먼저 미안하다는 말을 꺼내 내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때 니가 전화해서 받았던 날 내여자친구와 심하게 다퉜고 이런저런상황뒤에 우리가 헤어지게 되었다는


얘기...보경이는 내 얘기를 듣는 내내 고개를 숙이고 자신이 먹고있던 아이스커피잔에 들어있는 얼음들을


괴롭히듯 빨대로 조용히 건드리며 내얘기를 말없이 듣기만 했다. 내얘기가 거의 끝났을때


보경이는 버스에서 졸다가 깨서 여기가 어딘지를 찾는 사람처럼 잠시 고개를 들어 좌우를 살피며 애써


내 시선을 피하는듯하다가 조용히 말을 꺼냈다. "짐작은 하고 있었어...나도 여자가 오빠전화 받길래


솔직히 놀라서 전화 끓었거든...그리고 그뒤에 오빠한테 문자해도 답장없는거 보고서 아 차단했구나 하고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점점 술이 깨어가는것인지 아니면 깨기위한건지 보경이는 아이스커피잔을 들어 몇모금 들이켰고


입안에 커피를 다 마시고 나서 내게 다시 말을 하기 시작했다.


"오빠가 헤어진줄은 몰랐어...지금 얘기들어보니까 내가 참 미웠겠구나...미안하기도 하고...그래서 오빠한테


몇일동안 미안하다고 얘기를 하고 싶었는데...오빠가 전혀 딴사람처럼 그렇게 날 피한다는 생각이 드니까


전화해서 미안하다고 얘기를 못하겠더라..그냥 오늘 그게 너무 서운하게 느껴졌나봐..."


나는 보경이 말을 듣고나니 더욱 더 미안해졌음...사실 여자친구랑 다툰 그날이후로 일말의 어떤 말도 없이


보경이번호 차단하고 보경이를 의식적으로 피하고 그랬으니까.


그런 미안함을 느끼는 내게 보경이는 또 다시 말을 이어갔음..


"오빠는 이런일 하는 여자들 어떻게 생각해?


생각지도 못한 보경이에 말에 당황하고 있는데 그런건 상관없는듯이 아니 대답안해도 안다는것처럼


계속 말을 이어갔고 나는 그얘기를 들으면서 "너도 참 나만큼 힘들게 사는구나" 라는 동질감을 느꼈다.


보경이는 엄마와 자랐다고 했다..아니 아버지가 누군지 본적도 없으며..어렸을때부터 엄마의 애인들이


바뀌는 일상속에서 어린시절을 보내왔고 그중 엄마의 애인 몇몇에게는 맞는일도 더러 있었다고 하고..


뭐 그런삶속에서 성인이 되면 독립을 해야겠다는 생각하나로 편의점알바부터 이런저런 알바를 하다가


친구소개로 아가씨가 되고보니 결국 하다하다 2차까지 나가게 됐다는...뭐 그런 이야기..


사연없는 사람이야 어디있겠냐만 그날따라 평소에 가게에서 밝고 잘웃는 보경이의 모습이 슬퍼보였다.


보경이의 앞에 놓인 아이스커피에 얼음만 남았을때 내게 말했다.


"오빠 오늘 나 소주한잔 사줘라.."


물론 내가 술을 입에도 대지 않는다는것을 보경이는 알고있었고 나또한 술자리가는것을 싫어했지만


살다보면 분위기에 이끌려 아니 거부할수 없는 상황도 있게 마련이지. 평소와는 다른 보경이의 모습에


나는 안된다고 딱 잘라 말할수 없었다 "그래 나가자."


보경이와 내가 나와 어디로 갈지를 고민했지만 해가 곧 떠오르려는 그시간대 영업중인 술집찾기는 힘들었고


횡단보도를 지나 대로변 뒷편에 골목에 다다르니 허름한 감자탕집이 눈에 보이더라.


"저기 가자" 나는 보경이를 데리고 감자탕집에 들어가서 감자탕하나 소주한병주세요 라는 주문을 한뒤


먼저 나온 소주를 보경이에게 따라주었다. 그리곤 늘 그렇듯 내 앞에 놓인 소주잔에는 생수를 따랐다.


첫잔을 가볍게 비우는 보경이를 따라 나도 생수한잔을 들이켰다.


내잔에 소주가 남아있던것인지 생수가 오래된건지...그날따라 생수가 쓰게 느껴졌던것 같다.


그렇게 아무런 말도 없이 소주를 주고 생수를 마시고 감자탕에 국물이 졸아서 아주머니가


"육수더드리까" 라는 말을 할때쯤 우린 그 감자탕집을 나와 다시 대로로 나왔다. 조금 휘청이긴 했지만


보경이는 술에 취하진 않았던것 같다.


"너 집에 갈수있겠어?" 라고 물으니 보경이는 "택시 잡아줘..나혼자 갈수있어" 라고 대답했다.


놀이공원에서 놀이기구를 타려고 기다리는 사람들처럼 횡단보도앞 갓길에는 택시들이 서있었고


나는 누가 알려주지 않았지만 꼭 그렇게 해야하는것처럼 맨앞에 택시를 향해 손짓했고


택시는 기다렸다는듯 우리앞에 다가섰다. 택시 뒷문을 열고 보경이를 태워주고 문을 닫으려는데


보경이가 닫으려는 문을 막으면서 말했다..


"오빠........근데 나 그날 왜 오빠한테 전화했는지는 안물어보네..."


나는 택시기사의 눈치를 살피며 대답했다.


"아.......그러고보니 그렇네..그때 무슨일로 전화했던건데?" 사실 나도 무의식중에 제일 궁금했던 것이기도


했던것 같다. 무슨일이기에...그아침에 전화를 해서 나와 그녀를 갈라놓게 된것인지 알고싶지 않을리가


없지않나...하지만 그에 앞선 번호차단과 보경이를 피하는것으로 나는 그 질문을 잊고 지낸건지 모른다.


"나......그날 헤어졌어...남자친구랑.......오빠때문에........가게 언니들도...내친구들도...다아는데...

 오빠만 그렇게 모르더라... 갈께"


보경이는 그렇게 꼭 중요한 대목에서 "다음편에서" 라는 대사와 함께 끝나는 만화책처럼 내게 혼란함만주고


택시문을 끌어당겨 택시와 함께 떠났다..


아까보다 더 머릿속이 복잡했다...."뭐지........이 상황은" 당황스럽고 혼란스러운 생각에 빠져 넋이 나간


사람처럼 늘 타는 버스정류장앞에 다다랐을때 내눈앞에서는 집으로 가는 버스가 떠나고 있었다.


여러가지 복잡한 감정과 생각이 계속 마음한켠을 답답하게 만들었고 나는 생각했다.


아.....버스 놓쳤네.......다음버스를 기다려야 할까.....아니면 저 버스를 뛰어가서 잡아타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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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편 마침.


오래 기다려주신분들덕에 오늘 좀 늦게까지 회상하며 글을 쓰네요. 버스는 늘 내앞에서 떠나고, 놓친 버스는

후진해서 내게 돌아오지 않죠. 우리들사는데 있어서 그럴때마다 우린 지나간 버스를 아쉬워하거나 욕하거나

안될줄 알면서도 뛰어가 쫓아가 보기도 하고...일찌감치 포기하고 다음버스를 기다리거나 혹은 그냥 택시나

지하철을 타거나 하게 되는것 같습니다.


어쩌면 보배분들이나 저나 매일같이 버스를 놓치고 다음 버스를 기다리고 하면서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 보배님들께서는 눈앞에 버스를 놓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기다리게 해드려 죄송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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